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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19.01.31.] [추모] 29일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반도체 화학물질 개발 연구원 삼성SDI(주) 故황○○ 님의 명복을 빕니다

반올림
2022-11-11
조회수 759

[추모 성명]

반도체용 화학물질 개발 연구원으로 일하다, 29일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삼성SDI(주) 故황○○ 님의 명복을 빕니다.

정부와 삼성은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신속히 산재인정하고 재발방지대책 마련하라.

 

 

다시는 이런 아픔이 없기를 바랬건만 또다시 한 노동자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겨우 32세밖에 되지 않았는데... 사랑하는 가족들을 뒤로 한 채 끝내 눈을 감았습니다.

 

고인이 된 황○○님(87년생)은 삼성SDI 수원사업장 클린룸에서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는 포토/식각용 화학물질을 개발하는 업무를 했습니다. 화학물질(식각소재) 연구개발 과정에서 백혈병을 일으키는 벤젠, 포름알데히드를 비롯해 많은 발암물질에 노출되었습니다.

 

연구환경은 너무도 열악했습니다. 발암물질을 다루면서도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었습니다. 수동방식으로 일하면서 붉은 약액이 튀기고, 환기도 안되어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나고, 보호구도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안전교육도 없었습니다.

 

황○○님은 2017년 12월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2018년 3월 근로복지공단 수원지사에 직접 산업재해 요양급여 신청을 했습니다. 산재인정이 되어 치료비 지원 및 재발방지 대책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싶은 절박하고 애타는 당사자의 마음과 달리, 근로복지공단은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역학조사(전문조사)를 할지 여부조차 알려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처리경과에 대한 공문한장 받지 못한채 사망했습니다. 반복되는 반도체 백혈병 사망 재해에 대해 이미 무수한 산재인정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학적 소견 등 이유로 안일한 늑장행정을 하는 근로복지공단은 당장 잘못된 행정처리 관행을 개선하기 바랍니다.

 

2007년 황유미씨의 백혈병 사망이 알려진 뒤로 12년의 세월이 지났건만 아직도 삼성의 전자계열사들이 노동자의 생명이 위태로운 방식으로 일을 시키는 현실에 분노합니다. 그동안 삼성 전자계열사(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노동자 중 반올림에 제보해 온 백혈병 피해제보만 무려 104명입니다. 이중 60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노동자가 인구 10만명당 고작 몇 명 걸린다는 백혈병으로 죽어가는데도 기업들은 화학물질을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2018년 옴부즈만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에 삼성전자 기흥/화성공장에서 사용하는 화학제품 907종 중에서 407종(45%)이 영업비밀 물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죽음을 막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반복되는 백혈병 사망을 멈출 수 있을까요.

 

더 이상 죽지 않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발암물질, 독성물질에 대한 규제를 해야 합니다. 안전한 물질로 대체하도록 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부는 기업의 눈치를 보지 말고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합니다.

 

노동자, 시민에게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알권리를 반드시 보장해야 합니다. 기업에 취업하기 이전에 학교에서부터 안전교육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고인과 같은 연구 노동자들의 열악한 업무환경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합니다. 다시는 똑같은 죽음을 반복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삼성은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신속히 산재인정하고 재발방지대책 마련하라.

 

2019년 1월 30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故황00 님의 약력]

- 1987년생 남성, 화학전공자

- 2014년 5월부터 삼성 SDI(주) 수원사업장 클린룸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반도체용 화학물질 개발업무 담당(반도체 포토/식각 소재 개발업무)

2017년 12월 20일 급성골수성백혈병 발병. 서울성모병원에서 항암치료와 골수 이식.

2019. 1. 19. 골수이식에 대한 숙주반응으로 중환자실에 입원

2019. 1. 29. 20시 35분 사망 (만32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이 직접 작성했던 재해경위서 및 확인서 내용 첨부]

 

[고인이 직접 작성했던 재해경위서 및 확인서 내용]

(1) 업무내용 : 2014년 5월부터 삼성SDI(구 제일모직) 수원사업장에서 반도체 제작 공정 중, 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소재 개발업무를 담당해왔고, 수원 사업장 내 클린룸에서 쭈욱 일해 왔습니다. 업무는 대다수의 유기 용매와 신규 합성-제조 된 방향족 고분자(ex, 벤젠, 나프탈렌 등을 이어붙인 혼합물)의 성능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평가 업무는 전부 수동 과정으로 진행되어 왔으며, 유기 화학 물질이 다량 노출 될 만한 것은 코팅, 고온경화, 내화학성 평가, 기타 분석 업무를 위한 샘플 제조, 계량 등의 업무입니다.

 

(2) 평소 작업환경 유해요인 :

 

① (감광제) 코팅 업무시 반도체 웨이퍼 위에 약액을 손으로 뿌리고 고속 회전시키는데 이때 뿌려진 액이 기화되어 공기중에 비산됨. 이런것들이 쌓여서 테이블과 주변 반경 1미터 정도 내에 빨갛게 오염된 것을 육안으로 구분할 정도임.

 

② 국소 배기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양압마저 존재하다 보니 안에서 비산된 약액들이 외부로 유출되는 상황이었음. (현재는 장치앞에 국소배기가 있으나 설치한 것에 대한 이점을 찾기 어려운 수준임)

 

③ (PR) 코팅 시에는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코를 찌르는 냄새가 엄청 났으며, 테이블 외부에 쌓여서 청소시에 애를 먹었음.

 

④ 고온 경화를 통해 샘플 웨이퍼를 가공할 때 유기용매 및 탄화된 고분자 화학약품의 유증기 (방향족 고리 화합물, 포름알데히드, 메탄올 등)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임. 지금은 그나마 개선되었지만 처음 업무를 시작했을 때에는 핫플레이트(보통 400℃)를 이용하여 웨이퍼에 코팅된 샘플을 경화할 때 발생하는 유증기 및 탄화물을 막아줄 가림막 같은 것 없이 핫플레이트 바로 옆에 붙어서 일을 했기 때문에 고온경화 작업 시에 발생하는 것이 눈으로도 보일 정도의 것이 기체들에 노출되어가며 일을 해왔습니다.

 

고온 경화시 웨이퍼 위에 유리로 대고 있으면 각종 유기용매와 탄화된 약품들이 고체화 되어 빨갛게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한 수준의 노출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을 다른 분석법을 통하여 알아보면 벤젠 또한 포함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알려진 실험 결과로도 확인이 되며 반도체 공정 중 포토 레지스트(PR)의 열 분해로 인해 벤젠 등의 물질이 노출되는 것과 같습니다. 이를 화학적으로 설명하면 유기물이 벤젠과 같이 고리를 이룰 때 외부 요인에 더해 더 안정적인 상황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400℃라는 고온에서 경화가 미쳐 되지 못한 것들 중, 벤젠 등과 같이 고리를 가지는 물질만 살아 남아서 기화하게 되는 것입니다.

 

웨이퍼를 핫플레이트 위에 올려 두게 되면 정지해 있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에 일정시간 눌러서 고정시켜 주어야만 합니다. 때문에 웨이퍼를 올리자 마자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유독한 성질의 기체들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었으며, 마스크를 써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듯 했습니다. 원래는 가림막이 없었고, 현재는 플라스틱 커버가 있긴 하지만 작업 환경은 거의 유사하다고 보여집니다.

 

다른 일련의 성능 분석업무를 위해 위와 같이 가공된 웨이퍼를 가루로 만들어야 하는데 면도칼로 웨이퍼를 긁어서 고체화된 약품을 가루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이때 클린룸은 정전기가 엄청 심하기 때문에 가루들이 여기 저기 붙어서 몸에 던지 호흡기로 던지 노출이 될 수 있었다고 판단 됩니다.

 

계량 업무 시에는 장갑을 껴도 침투 되는 약품이 많기 때문에 손에도 일정량의 노출이 있었습니다.

또한 업무를 할 때 1회용 마스크 1개와 라텍스 장갑을 끼고 업무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클린룸은 한번 노출된 기체는 외부로 다시 나가기 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 됩니다. 이유는 클린룸의 청정도를 유지 시키기 위해서 외부 공기 유입을 줄이고 내기 순환으로 먼지등을 제어하기 때문입니다.

 

 

(3) 취급물질 :

 

사용해 왔던 유기 용매로는 cyclohexanone, PGMEA, PGME, EEP, GBL, NMP, THF, hexane, EA, diPGMEA,, diPGME, PGBE, diPGBE, DMF, Anisole, xylene, toluene, dichloromethane 등 대다수의 유기용매와 황산, 질산, 불산, 염산, 암모니아, TMAH 등의 산, 염기를 사용하였고, 제조하고 있는 샘플은 자사의 여러 특허에도 나와 있다시피 방향족 고리(BENZENE, NAPHTHALENE, PYRENE 등)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업무의 10%정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가장 많이 사용하는 화학약품을 제조하는 업무도 했었습니다. 이 때 사용되는 물질은 특허에도 공개가 되어있지만, 다음으로 [물질명(CAS #)] Hydroxy pyrene(5315-79-7), 1- naphthol(90-15-3), 1,4-Bismethoxymethl-benzene(6770-38-3), 폼알데하이드(formaldehyde)(50-00-0), PGMEA (Propylene glycol methyl ether acetate)(108-65-6), Cyclohexanone(108-94-1)등으로 사용하여 제조됩니다.  

 


최종 화합물을 이들과 유사하며,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이들을 사용하여 여러 업무를 진행해왔고, 공정상의 과정에서 여러 부산물이 발생할 수 있고(위 4번 문항에 자세히 언급되었음), 그 중 벤젠이 포함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간혹 화학약품 제조 업무를 할 때는 폼알데하이드가 직접 쓰이기도 합니다. 한번 진행되면 약 2주가 걸리는 업무에 속합니다.

 

첨부하는 특허는 자사 관련 특허로 저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물질에 관한 특허와 본인의 업무 상 참여했던 특허입니다. 특허로는 위와 같은 물질이 사용되었고, 업무 중에 실제로 노출 될 수 있는 물질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첨부합니다. (첨부 특허 번호 : 2007-0055241, 2014-0150602, 2015-0078036, 2015-0109030, 2015-0148200, 2016-0008747, 2017-0101310 등)

 

 

* 문의 :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종란 010-8799-1302, 02-3496-5067(반올림 사무실 전화), sharps@hanmail.net (반올림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