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인의 축제’는 피로 물들었습니다
반도체 노동자는 병들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2010년 10월 29일, 오늘은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주관하는 ‘제3회 반도체의 날’입니다. 그리고 정부와 반도체협회 및 기업들은 ‘반도체산업 세계시장 점유율 20%, 수출 450억불, 반도체 2강 도약’을 선언하며 ‘2015 비전’을 선포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외치는 경제 성장과 비전에 삼성전자에서 일하다가 병들고 죽은 노동자들은 없습니다. 삼성에서 일하다가 병든 노동자가 100명을 넘어서고 그 중에 죽은 노동자가 30명을 넘어서는 ‘숫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백혈병, 림프종, 뇌종양, 유방암, 자궁암, 육아종, 흑색종 등 병의 위중함의 문제도 아닙니다.
어린 두 자녀를 힘껏 껴안아 주려던 어린이날 뇌종양을 진단 받고,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받은 삼성반도체 온양공장 이윤정 님과 그의 가족들.
이윤정 님의 동료로 일하다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려 지난 9년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수혈을 통해 삶을 연명해왔고, 지금은 너무 많은 수혈로 인해 철분이 쌓여 골수 이식조차 받기 어려워진 유명화 님과 그의 가족들.
삼성전자 LCD공장에서 일하다 생긴 뇌종양 수술로 보행과 언어 등 1급 장애인으로 살아야 했고, 긴 투병 생활을 함께해 온 어머니의 고통을 너무도 잘 알기에 ‘재발하게 되면 수술은 하지 마라’며 스스로 자신의 삶을 절망할 수밖에 없는 한혜경 님과 그의 어머님.
젊음조차 충분히 피워보지 못하고 앞서 간 자식을 가슴에 묻고 난 뒤, 신경안정제가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삼성전자 LCD 종격동암 피해 노동자 故연제욱 님의 어머님 최술연 님.
누구보다 씩씩하고 잘 웃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강하게 커야한다’는 말로 아빠의 부재를 채우고 혼자 눈물을 훔치는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 노동자 故황민웅님의 아내 정애정님.
백혈병으로 투병하던 딸 故황유미씨가 마지막 숨을 거둔 그 택시를 지금도 운전하고 다니면서, 행여 손님이 딸의 유골을 뿌렸던 울산바위 앞에 가자고 하면 가슴이 먹먹해오는 황상기님.
그리고 삼성공화국에서, 삼성의 힘이 두려워 세상에 자신을 떳떳하게 드러내지도 못하는 많은 삼성 직업병 피해노동자들. 단 몇 줄의 얘기로는 미처 다 담을 수 없는 그들의 슬픔과 고통, 참담하리만치 힘든 현실 속에서 살고 있거나 이미 덧없이 목숨을 잃어간 수많은 전자산업 노동자들.
그들의 꿈과 삶, 눈물과 고통이야말로 진정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이런 현실을 말하지 않고 오로지 경제성장과 성과만을 얘기하며 축제를 벌이는 오늘 이 곳이야말로 자본주의의 비인간적인 본질을 확인시켜주는 자리입니다.
IT강국,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 그 중에서도 초일류 기업 삼성에 입사했다는 자부심에 부풀었던 젊은 노동자들은 얼마 못가서 고통스러운 투병과 죽음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그들의 고통에 한 마디 사과는 커녕, 철저히 외면하기만 해왔습니다. 정부 역시 사람들의 삶을 살피고 보듬어야 할 책임을 방기한 채 이들의 고통과 죽음에 침묵함으로써 힘있는 자, 돈 있는 자, 삼성을 편드는 데 몰두해왔습니다.
이런 삼성과 정부의 무책임을 꾸짖으며 반올림과 국제사회는 ‘삼성의 직업병 책임 인정과 안전하고 인간적인 노동조건 제공을 촉구하는 국제청원운동’을 전개했고, 2010년 10월 현재 7천 명에 달하는 서명을 받았습니다.
반올림은 이제 그 수많은 이들의 뜻을 모아 100만 명의 청원운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삼성이 직업병 피해노동자들과 가족들에게 사과할 때까지,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노동자들과 이미 죽어간 노동자들이 직업병으로 인정받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때까지, 정부가 삼성의 책임을 묻고 안전하고 인간적인 노동조건을 쟁취할 때까지, 100만 청원운동은 전 세계에서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정부와 삼성에게 요구합니다.
피로 물든 ‘반도체의 날’ 축제를 멈춰라!
경제성장과 2015비전을 선포하기 전에,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직업병과 죽음의 행렬을 멈춰라!
지금 당장 직업병 피해노동자들과 그 가족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라!
‘2015 비전’에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최우선하겠다고 명시하라!
2010년 10월 29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 반올림
‘반도체인의 축제’는 피로 물들었습니다
반도체 노동자는 병들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2010년 10월 29일, 오늘은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주관하는 ‘제3회 반도체의 날’입니다. 그리고 정부와 반도체협회 및 기업들은 ‘반도체산업 세계시장 점유율 20%, 수출 450억불, 반도체 2강 도약’을 선언하며 ‘2015 비전’을 선포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외치는 경제 성장과 비전에 삼성전자에서 일하다가 병들고 죽은 노동자들은 없습니다. 삼성에서 일하다가 병든 노동자가 100명을 넘어서고 그 중에 죽은 노동자가 30명을 넘어서는 ‘숫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백혈병, 림프종, 뇌종양, 유방암, 자궁암, 육아종, 흑색종 등 병의 위중함의 문제도 아닙니다.
어린 두 자녀를 힘껏 껴안아 주려던 어린이날 뇌종양을 진단 받고,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받은 삼성반도체 온양공장 이윤정 님과 그의 가족들.
이윤정 님의 동료로 일하다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려 지난 9년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수혈을 통해 삶을 연명해왔고, 지금은 너무 많은 수혈로 인해 철분이 쌓여 골수 이식조차 받기 어려워진 유명화 님과 그의 가족들.
삼성전자 LCD공장에서 일하다 생긴 뇌종양 수술로 보행과 언어 등 1급 장애인으로 살아야 했고, 긴 투병 생활을 함께해 온 어머니의 고통을 너무도 잘 알기에 ‘재발하게 되면 수술은 하지 마라’며 스스로 자신의 삶을 절망할 수밖에 없는 한혜경 님과 그의 어머님.
젊음조차 충분히 피워보지 못하고 앞서 간 자식을 가슴에 묻고 난 뒤, 신경안정제가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삼성전자 LCD 종격동암 피해 노동자 故연제욱 님의 어머님 최술연 님.
누구보다 씩씩하고 잘 웃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강하게 커야한다’는 말로 아빠의 부재를 채우고 혼자 눈물을 훔치는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 노동자 故황민웅님의 아내 정애정님.
백혈병으로 투병하던 딸 故황유미씨가 마지막 숨을 거둔 그 택시를 지금도 운전하고 다니면서, 행여 손님이 딸의 유골을 뿌렸던 울산바위 앞에 가자고 하면 가슴이 먹먹해오는 황상기님.
그리고 삼성공화국에서, 삼성의 힘이 두려워 세상에 자신을 떳떳하게 드러내지도 못하는 많은 삼성 직업병 피해노동자들. 단 몇 줄의 얘기로는 미처 다 담을 수 없는 그들의 슬픔과 고통, 참담하리만치 힘든 현실 속에서 살고 있거나 이미 덧없이 목숨을 잃어간 수많은 전자산업 노동자들.
그들의 꿈과 삶, 눈물과 고통이야말로 진정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이런 현실을 말하지 않고 오로지 경제성장과 성과만을 얘기하며 축제를 벌이는 오늘 이 곳이야말로 자본주의의 비인간적인 본질을 확인시켜주는 자리입니다.
IT강국,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 그 중에서도 초일류 기업 삼성에 입사했다는 자부심에 부풀었던 젊은 노동자들은 얼마 못가서 고통스러운 투병과 죽음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그들의 고통에 한 마디 사과는 커녕, 철저히 외면하기만 해왔습니다. 정부 역시 사람들의 삶을 살피고 보듬어야 할 책임을 방기한 채 이들의 고통과 죽음에 침묵함으로써 힘있는 자, 돈 있는 자, 삼성을 편드는 데 몰두해왔습니다.
이런 삼성과 정부의 무책임을 꾸짖으며 반올림과 국제사회는 ‘삼성의 직업병 책임 인정과 안전하고 인간적인 노동조건 제공을 촉구하는 국제청원운동’을 전개했고, 2010년 10월 현재 7천 명에 달하는 서명을 받았습니다.
반올림은 이제 그 수많은 이들의 뜻을 모아 100만 명의 청원운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삼성이 직업병 피해노동자들과 가족들에게 사과할 때까지,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노동자들과 이미 죽어간 노동자들이 직업병으로 인정받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때까지, 정부가 삼성의 책임을 묻고 안전하고 인간적인 노동조건을 쟁취할 때까지, 100만 청원운동은 전 세계에서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정부와 삼성에게 요구합니다.
피로 물든 ‘반도체의 날’ 축제를 멈춰라!
경제성장과 2015비전을 선포하기 전에,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직업병과 죽음의 행렬을 멈춰라!
지금 당장 직업병 피해노동자들과 그 가족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라!
‘2015 비전’에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최우선하겠다고 명시하라!
2010년 10월 29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 반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