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 반 올 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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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신 | 제 언론사 | |
제 목 | [입장] 반도체 청소노동자가 마주하는 위험을 인정한 질병판정위원회의 산재인정 판정을 환영한다 |
발신일 | 2023. 01. 09. (월) |
문 의 | 010-4322-2259 (고 이OO님 유족 대리인 반올림 활동가/노무사사무소 씨앗 조승규 노무사) |
반도체 청소노동자가 마주하는 위험을 인정한
질병판정위원회의 산재인정 판정을 환영한다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 등 다양한 전자산업에서 약 13년간 근무하다가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고 이OO님(이하 고인)이 2022년 12월 21일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았다.
고인의 업무상질병 인정의 사유에 대해 다수의 판정위원은 ▲반도체 공장 클린룸 청소업무 중 다종의 유해물질이 노출된 점 ▲설비 오픈에 따른 전리방사선 등 노출 위험이 존재하는 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반도체 제조공정 근로자에 대한 건강실태 역학조사 결과에서 여성 오퍼레이터의 췌장암 위험비가 유의미하게 나온 점 ▲그 외 산재보험법 취지 및 법원 판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고인의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첨부파일 참조)
고인은 본격적으로 일하기 시작한 2005년부터 췌장암을 진단받은 2019년 7월까지 계속 전자산업에서 근무하셨다. 핸드폰 케이스 도장(2005~2006), PCB 검사(2006~2010), 핸드폰 케이스 조립(2011), PCB리워크(2011~2012), 모니터 액정 압착(2012~2014), 반도체 라인 청소(2014~2019)과 같이 고인은 전자산업의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셨다. 고인은 13년 일한 대부분의 기간 동안 비정규직(파견, 사내하청)으로 근무하였다.
고인은 생전에 일한 곳들 중 특히 반도체 라인 청소가 몸에 좋지 않았다고 강조하셨다. 외부에 공개된 사진으로 보는 반도체 라인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해 보이지만, 고인은 라인과 그 하부층을 돌면서 다양한 색깔의 가루들을 면포로 닦았다. 그리고 이물질이 묻은 면포를 세탁기에 넣기 전에 직접 털었다. 고인은 면포를 털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루들에 많이 노출되어서 병에 걸린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고인은 일하다가 복부에 통증을 느껴 병원을 갔는데, 췌장암 4기 진단(2019년 7월 24일)을 받았다. 진단받은 직후에 고인은 반올림에 연락해 2019년 9월 24일에 산재신청을 했지만, 역학조사가 오래 지연되면서 안타깝게도 살아계실 때 산재 결과를 듣지 못하셨다. 고인은 2022년 2월 18일 만 52세의 나이로 돌아가셨고, 산재 인정 판정은 산재신청으로부터 3년 넘게 지난 2022년 12월에야 나왔다.
결과가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반올림은 고인의 췌장암을 업무상 질병이라고 본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을 환영한다. 이번 판정은 반도체 청소노동자 피해자들이 증언해온 위험요인을 인정한 첫 판정이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반도체 라인 청소를 하다가 병에 걸린 피해자들은, 오퍼레이터나 엔지니어만 위험을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노동자들도 위험상황을 마주한다고 증언해왔다. 청소노동자들은 설비를 직접 다루지는 않지만, 셋업 과정에서 더러워진 주변을 정리하고, 화학물질 폐기물 봉투를 정리하는 등의 과정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고인 이전에는 청소노동자가 설비를 다루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유해물질 노출 위험을 부당하게 낮게 평가하였다.
하지만 이번 판정에서는 청소노동자도 다른 FAB 출입자와 유사한 수준으로 유해물질에 노출된다고 보았고, 더 나아가 하부층 작업, 면포로 찌꺼기를 닦고 터는 작업, 폐기물함 정리 작업 등으로 인해 청소노동자가 다양한 유해물질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였다.
이 판정 이전까지 위험을 말하는 반도체 청소노동자들의 진술은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반도체 공장 내 청소노동자들의 수는 상당하지만, 그들의 경험은 그간 어디에서도 제대로 가시화되지 않았다. 가시화되지 않았으니 별다른 증거도 존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하다 위험에 노출되고 병에 걸린 청소노동자 피해자들 서로가 그 증거가 되었다. 그들의 목소리가 모여서 기록(프레시안, 암에 걸린 반도체 디스플레이 청소노동자)이 될 수 있었고, 이번 산재인정 판정도 나올 수 있었다.
췌장암은 과학적으로 밝혀진 병의 원인이 거의 없다. 하지만 병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는 판결(대법원 2015두3867 판결, 2017.8.29. 선고), 지식이 제한적이지만 연구들을 고려할 때 벤젠 등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췌장암이 발생했다고 본 판결(서울행정법원 2020구단68380, 2022.2.11. 선고)을 고려하여,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도 고인의 췌장암을 산재로 인정하였다.
고인의 경험이 우리 사회의 인정된 기록으로 남았다는 것이, 돌아가신 고인과 그 유가족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후로는 우리 사회가 반도체 청소노동자들이 마주하는 위험에 더욱 귀를 기울여서, 부당하게 불승인되는 청소노동자가 없기를, 더 나아가서 병에 걸려서 아프거나 돌아가시는 청소노동자가 없기를 바란다.
2022. 01. 09.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고 이OO님 유족 대리인 반올림 활동가/노무사사무소 씨앗 조승규 노무사)
반도체 청소노동자가 마주하는 위험을 인정한
질병판정위원회의 산재인정 판정을 환영한다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 등 다양한 전자산업에서 약 13년간 근무하다가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고 이OO님(이하 고인)이 2022년 12월 21일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았다.
고인의 업무상질병 인정의 사유에 대해 다수의 판정위원은 ▲반도체 공장 클린룸 청소업무 중 다종의 유해물질이 노출된 점 ▲설비 오픈에 따른 전리방사선 등 노출 위험이 존재하는 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반도체 제조공정 근로자에 대한 건강실태 역학조사 결과에서 여성 오퍼레이터의 췌장암 위험비가 유의미하게 나온 점 ▲그 외 산재보험법 취지 및 법원 판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고인의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첨부파일 참조)
고인은 본격적으로 일하기 시작한 2005년부터 췌장암을 진단받은 2019년 7월까지 계속 전자산업에서 근무하셨다. 핸드폰 케이스 도장(2005~2006), PCB 검사(2006~2010), 핸드폰 케이스 조립(2011), PCB리워크(2011~2012), 모니터 액정 압착(2012~2014), 반도체 라인 청소(2014~2019)과 같이 고인은 전자산업의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셨다. 고인은 13년 일한 대부분의 기간 동안 비정규직(파견, 사내하청)으로 근무하였다.
고인은 생전에 일한 곳들 중 특히 반도체 라인 청소가 몸에 좋지 않았다고 강조하셨다. 외부에 공개된 사진으로 보는 반도체 라인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해 보이지만, 고인은 라인과 그 하부층을 돌면서 다양한 색깔의 가루들을 면포로 닦았다. 그리고 이물질이 묻은 면포를 세탁기에 넣기 전에 직접 털었다. 고인은 면포를 털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루들에 많이 노출되어서 병에 걸린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고인은 일하다가 복부에 통증을 느껴 병원을 갔는데, 췌장암 4기 진단(2019년 7월 24일)을 받았다. 진단받은 직후에 고인은 반올림에 연락해 2019년 9월 24일에 산재신청을 했지만, 역학조사가 오래 지연되면서 안타깝게도 살아계실 때 산재 결과를 듣지 못하셨다. 고인은 2022년 2월 18일 만 52세의 나이로 돌아가셨고, 산재 인정 판정은 산재신청으로부터 3년 넘게 지난 2022년 12월에야 나왔다.
결과가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반올림은 고인의 췌장암을 업무상 질병이라고 본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을 환영한다. 이번 판정은 반도체 청소노동자 피해자들이 증언해온 위험요인을 인정한 첫 판정이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반도체 라인 청소를 하다가 병에 걸린 피해자들은, 오퍼레이터나 엔지니어만 위험을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노동자들도 위험상황을 마주한다고 증언해왔다. 청소노동자들은 설비를 직접 다루지는 않지만, 셋업 과정에서 더러워진 주변을 정리하고, 화학물질 폐기물 봉투를 정리하는 등의 과정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고인 이전에는 청소노동자가 설비를 다루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유해물질 노출 위험을 부당하게 낮게 평가하였다.
하지만 이번 판정에서는 청소노동자도 다른 FAB 출입자와 유사한 수준으로 유해물질에 노출된다고 보았고, 더 나아가 하부층 작업, 면포로 찌꺼기를 닦고 터는 작업, 폐기물함 정리 작업 등으로 인해 청소노동자가 다양한 유해물질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였다.
이 판정 이전까지 위험을 말하는 반도체 청소노동자들의 진술은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반도체 공장 내 청소노동자들의 수는 상당하지만, 그들의 경험은 그간 어디에서도 제대로 가시화되지 않았다. 가시화되지 않았으니 별다른 증거도 존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하다 위험에 노출되고 병에 걸린 청소노동자 피해자들 서로가 그 증거가 되었다. 그들의 목소리가 모여서 기록(프레시안, 암에 걸린 반도체 디스플레이 청소노동자)이 될 수 있었고, 이번 산재인정 판정도 나올 수 있었다.
췌장암은 과학적으로 밝혀진 병의 원인이 거의 없다. 하지만 병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는 판결(대법원 2015두3867 판결, 2017.8.29. 선고), 지식이 제한적이지만 연구들을 고려할 때 벤젠 등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췌장암이 발생했다고 본 판결(서울행정법원 2020구단68380, 2022.2.11. 선고)을 고려하여,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도 고인의 췌장암을 산재로 인정하였다.
고인의 경험이 우리 사회의 인정된 기록으로 남았다는 것이, 돌아가신 고인과 그 유가족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후로는 우리 사회가 반도체 청소노동자들이 마주하는 위험에 더욱 귀를 기울여서, 부당하게 불승인되는 청소노동자가 없기를, 더 나아가서 병에 걸려서 아프거나 돌아가시는 청소노동자가 없기를 바란다.
2022. 01. 09.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