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요청서, 보도자료를 받으시려는 기자 님들은 sharps@hanmail.net 으로 명함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자료집 및 발언[14.10.28.] [기자회견]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 19명에 대한 신속한 산재인정을 촉구합니다.

반올림
2022-10-12
조회수 1105

<기자회견문>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 19명에 대한 신속한 산재인정을 촉구합니다.

 

반도체 등 전자산업 노동자들은 온갖 독성 화학물질과 방사선 등에 노출됨으로 인해 백혈병, 뇌종양, 유방암 등 각종 암과 희귀난치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에 반올림은 2008년 4월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산재신청을 시작으로 해마다 근로복지공단에 집단 산재신청을 해왔습니다. 오늘 10월 28일, 우리는 또다시 반도체 전자산업 노동자들에 대한 집단 산재신청을 합니다.

 

이번 신청은 반올림이 제기한 여덟 번째 집단 신청으로서, 가장 많은 19명이 참여하였습니다. 재해사업장도 삼성반도체 공장 뿐 아니라 삼성전자 LCD, 엘지디스플레이, 하이닉스반도체, 서울반도체, 삼성전기(PCB등 전자부품제조) 등 다양합니다.

 

이번에 산재신청이 들어가는 피해자중 故이범우님(46세)의 경우,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설비엔지니어로 약 28년을 근무하던 중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이 발병해 한달 만인 2014년 8월 1일 사망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인 故최○○님의 경우, 삼성전기에서 18년을 근무하며 콘덴서 제작, 회로기판 노광장비 셋업 및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해 오다가 얼마 전인 10월 2일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사망했습니다. 이미 지난 6월 24일 삼성전기 엔지니어였던 故장동희(27세)님이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한데 이어 삼성전기에서 올해만 두 번째 백혈병 사망입니다. 한편, 故심규석 님의 경우 엘지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장비업체 소속으로 노광장비 셋업 및 유지보수업무를 담당해 오다가 2009년 4월에 악성뇌종양이 발병하여 힘겨운 투병생활 끝에 결국 2012년 4월 14일 사망했습니다. 심규석 님은 투병 중에 직접 산재신청을 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역학조사’조차 의뢰하지 않은 채 서류조사만으로 불승인을 했습니다. 노광장비는 웨이퍼 가공공정에서 가장 위험한 설비로 지목되고 있고 앞서 엘지디스플레이 파주공장 노광장비 기사 한분도 폐암으로 사망하였기에 면밀한 작업환경 평가가 필요했음에도 공단은 형식적인 조사에 그쳤던 것입니다. 고인의 어머님께서는 공단의 엉터리 조사에 불복하여 재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번 산재신청을 통해 삼성반도체 백혈병만이 문제가 아니라 반도체 전자산업 전체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리고자 합니다. 이제라도 정부가 반도체, LCD, PCB 등 전자산업 노동자의 산업재해 문제에 대한 신속한 보상과 철저한 예방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오늘 신청하는 19명 모두에 대하여 신속한 산재인정을 촉구합니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자료>

반도체 등 전자산업 노동자 집단 산재신청 기자회견

 

개요

- 일시ㆍ장소 : 2014. 10. 28. 11시.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앞

- 반올림이 제기하는 8번째 집단 산재신청. 신청인의 수가 가장 많음.

※ 지난 집단 산재신청 요약


산재신청

이름

사업장

상병명

1차(08/4/28)

이숙영 등 4인

삼성반도체

백혈병

2차(10/5/13)

김경미 등 5인

삼성반도체

백혈, 재생불량성 빈혈, 웨게너육아종, 유방암

3차(10/7/23)

오상근 등 3인

삼성반도체, 삼성LCD

뇌종양, 다발성경화증

4차(11/6/29)

김미선 등 2인

삼성반도체, 삼성LCD

다발성경화증

5차(12/10/16)

김기철 등 5인

삼성반도체, QTS

백혈병, 림프종, 폐암, 유방암

6차(13/7/23)

손경주 등 10인

삼성반도체, 삼성LCD

백혈병, 뇌종양, 유방암, 갑상선암, 융모상피암, 폐암

7차(14/1/27)

강신〇 등 3인

삼성반도체, 삼성LCD, 삼성전기

폐암, 백혈병


※ 반올림은 2007년 6월부터 지금까지 총 62명의 전자산업 노동자에 대하여 산재신청. 이 중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승인된 사례는 총 3건. 근로복지공단의 불승인 후 법원에서 산재인정 된 사례는 총 3건.

- 사업장 별로 구분하면, 삼성 계열사(반도체·LCD·무선사업부·전기) 총 15명, LG 디스플레이 총 2명, 서울반도체·하이닉스 반도체 각 1명

- 질병 별로 구분하면, 혈액암 계통(백혈병, 림프종 등)이 총 8명으로 가장 많고 그 밖에 뇌종양, 유방암, 갑상선암, 골육종, 루푸스, 전신성경화증 등 각 1~2명씩.

 

재해경위 요약

 

재해자

사업장

근무기간

업무

유해요인

질병

1

김윤정 (30세 女)

삼성LCD 천안

2002. ~ 2008.

LCD 칼라필터공정

오퍼레이터

감광제 부산물(벤젠) 노출 및 이오나이저에 의한 방사선 노출

만성골수성 백혈병

2

故이범우 (46세 男)

삼성반도체 온양

1986. ~ 2014.8.

본딩 공정 엔지니어

벤젠 등 화학물질 노출 및 전리방사선 노출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3

유정 (36세 男)

삼성반도체 기흥(협력업체)

1997.6. ~ 2009.1.

식각공정 설비엔지니어

유해화학물질, 방사선 등

급성신부전

4

송○○ (27세 女)

서울반도체 안산

2012.10. ~ 2013.2.

몰딩공정 에폭시 제조 등

에폭시 제조, 오븐작업 과정에서 벤젠, 포름알데히드 및 성분미상 화학물질에 고농도 노출

백혈병

5

소○○ (32세 男)

LG디스플레이 구미

2005.6. ~

TFT-LCD 검사장비 유지보수

벤젠 등 화학물질 노출 및 전리방사선 노출

급성골수성 백혈병

6

○○○ (26세 女)

삼성반도체 화성

2007.2. ~ 2014.9.

엔드팹, 반도체연구소 오퍼레이터

유해화학물질, 방사선 등

임파선염, 피부염, 갑상선결절 등

7

故심규석 (32세 男)

LG디스플레이 파주 (협력업체)

2005.11. ~ 2009.4.

노광기 S/W 제어담당, 노광장비 셋업, 유지보수

노광과정에서 발생하는 벤젠 등 유해물질, 전리방사선 등

뇌종양(교모세포종)

8

안○○ (35세 女)

삼성LCD 기흥

1997. ~ 2003.

TFT-LCD 식각공정

오퍼레이터

포토ㆍ식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벤젠ㆍ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 전리방사선 등

만성골수성 백혈병

9

김○○ (29세 女)

삼성LCD 천안

2003.8. ~ 2007.3.

lcd액정공정 오퍼레이터

배향막형성공정에서 노출되는 화학물질 및 IPA, 아세톤 등 , 극심한 과로 스트레스

만성신부전

10

김○○ (40세 女)

삼성전기 수원

1993.1. ~ 1996.5.

TV부품-FBT 생산직

에폭시수지의 가온으로 인한 벤젠, 포름알데히드 노출, 납과 신너, 전리방사선 노출.

만성 골수성 백혈병

11

황○○ (50세 男)

삼성반도체 화성(협력업체)

2011.11. ~ 2013.1.

CCSS룸 케미컬 공급 설비 관리, 유지ㆍ보수

각종 유해화학물질 직접 취급

피부암
(피부T세포 림프종)

12

박원희 (40세 女)

삼성반도체 부천

1993.2. ~ 1998.6.

포토공정 오퍼레이터

벤젠 함유된 감광제 직접 취급, 노광설비에서 자외선 노출, 기타 유기용제 등

루푸스

13

김은숙 (42세 女)

삼성반도체 기흥,온양

1991.1. ~ 1998.8.

몰딩공정 오퍼레이터

EMC, 금형세정제로부터 벤젠 노출, X-ray 검사 작업시 방사선 노출

갑상선암, 뇌수막염

14

김미옥 (40세 女)

삼성반도체 온양

1992.7. ~ 1998.2.

몰딩공정 오퍼레이터

EMC, 금형세정제로부터 벤젠 노출, X-ray 검사 작업시 방사선 노출

유방암

15

김○○ (26세 女)

삼성전자(무선사업부) 구미

2006.3. ~ 2012.2.

SMT 오퍼레이터

납 노출, 아세톤 IPA 등 유기용제 노출

림프종

16

장○○ (38세 男)

하이닉스 반도체 구미

1997.12. ~ 2003.6.

CVD공정 엔지니어

PM 과정에서 여러 유해화학물질 및 전리ㆍ비전리 방사선 노출.

갑상선암

17

故○○○ (44세 男)

삼성 반도체 기흥

1989.12. ~ 2012.4.

설비 엔지니어

셋업 및 유지보수 과정에서 여러 유해물질에 노출, 전리방사선 노출

거대세포종, 골육종

18

이혜정 (37세 女)

삼성 반도체 기흥

1995.9. ~ 1998.8.

디퓨전공정 오퍼레이터

세정식각 등 작업과정에서 각종 유기용제에 지속 노출

전신성경화증

19

故최○○ (39세 男)

삼성전기 수원/조치원

1994. ~ 2011. 7.

(수원) 기판 및 콘덴서 제조, (조치원) 노광장비 셋업 및 유지보수

콘덴서 제조시 여러 유기용제 취급, 노광작업 중 벤젠, 전리방사선 등 노출

급성 백혈병


산재신청자들의 편지글, 바램

 

유 정 (36세 남성, 삼성반도체, 급성신부전)

삼성 반도체 기흥사업장 DRY ETCH AMT 설비 PM 업무를 1997년 6월 20부터 2009년 1월까지 12년간 삼성 반도체 협력 업체에서 근무한 유정 이라고 합니다. 처음으로 입사한 회사명이 세보 세미텍에 입사를 하고 삼성 ENG'R(엔지니어)의 교육 및 수습기간 6개월을 거쳐서 삼성 ENG'R에게 설비 기본 조작 교육 및 OPERATER 교육을 받고 삼성 ENG'R 교육 담당자에게 설비에 대한 교육을 인증을 통해 필기시험과 실기시험 인증을 받은 사람에게 만 설비를 조작하고 설비를 분해, 조립 CLEAN, 할 수 있습니다.

삼성 ENG'R의 평가 인증 교육 이수자 외에는 설비를 조작하거나 접근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교육을 실시하였습니다. 설비 PM을 하려면 준비해야할 것들이 많이 있는데 TOOL ,CART, WIPER, IPA(이소프로필알콜)방진 비닐, AIR 마스크, 필터마스크 등이 필요합니다.

설비의 CHAMBER(챔버)를 OPEN 하면 CHAMBER안에 있는 가스 ,및 POLYMOR(폴리머)들이 진공상태에서 대기 상태로 바뀌는 과정에서 CHAMBER 벽면에 붙어 있는 POLYMOR 들이 CHAMBER 바닥에 떨어지고 공기 중에 날라 다니고 작업자에게 작업과 정중에 노출이 되어 흡입을 하기도 합니다.

“엔지니어가  정기적으로 PM(설비세정)업무를 하는데 있어, SJA 300Q ,아세톤 ,IPA,등 각종 유기용제를 이용하여 설비 전체에 대한 CLEAN(세정)과 설비 부품을 CLEAN을 해주는데, 이런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남아있는 잔류 가스나 물질들을 완전히 제거하고 나서 설비 뚜껑을 OPEN하고 PM을 해야 정상 이지만 완전하게 유해 한 것들이 제거되지 못 한속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고 완전 하게 제거하려 하여도 남아있기도 했습니다.”

“설비에 공급되는 가스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설비의 가스가 완전히 제거된 후에 교체를 해야 안전한데, 설비가 노후화 되거나 신설 설비라 하더라도 막대한 물량 때문에 완전하게 가스를 제거하지 못한 채로 가스를 교체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3라인의 경우 설비와 배관이 노후화되어서 터지는 사고가 가끔씩 있었고 위험한 가스나 화학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위험한 사고로 인해서 작업자가 다치는 경우도 가끔씩 발생했는데 이를 산재보험 처리하지 않고 그냥 회사에서만 (공상)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DRY ETCH(식각)공정 중 가스로 인해서 공기 중에 섞이 거나 장비에 붙어 설비의 부품이나 설비 칸 막이 사이의 철판등 여러 곳에 가스가 노출 되어 부식되는 경우도 많이 보았으며 화학 물질 취급시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화학 물질을 취급하는 도중 몸에 튀거나 옷에 묻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반도체 공정은 무수히 많은 공정이 있으며 화학 약품도 우리가 모르는 것들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들이 공기 중에 섞여서 돌아 다니다가 우리 몸속에 노출 될 가능성이 많이 있습니다.

12년 넘게 반도체 협력업체 에서 근무를 하고 생활하며 겪었던 일들이 삼성 eng'r(엔지니어)의 업무를 대신 하면서 몸을 버려가면서 설비를 유지 보수 및 설비 PM을 했으며 몸이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일을 하며 살아왔는지 후회스럽기만 합니다.

더 이상 저 같은 피해자가 빌생하지 않도록 근로환경을 개선시켜 주시고 위험 물질을 취급하는 사람에게 안전수칙 및 보호장비를 착용하여 위험에 노출 되지 않도록 근로 환경을 개선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근로 현장에 저와 같은 근로자가 발생 시 회사는 책임회피 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회사에서 적절한 치료와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소OO (32세 남성, LG디스플레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

대기업 생산라인에는 사고예방 교육이라는 게 있습니다. 저도 받았지만 교육은 다친 사고 위주로만 하는 간단한 교육뿐입니다. 교육에서 이런 부분도 해야 되지만 현장에서 쓰는 유해물질에 대해서 배우고 안전보호구 착용 등 회사차원에서 유해물질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면서 현장에 안전보호구를 갖추고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유해물질을 안 쓰는게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좀 더 세세하게 회사측이 안전에 대한 배려가 있었으면 합니다.

 

OOO (26세 여성, 삼성반도체, 임파선염ㆍ피부염ㆍ갑상선결절 등)

회사에게 바라는 것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상처를 받기 전에 아픈 사람에게 배려했다면 이렇게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겁니다. 회사를 위해 업무스트레스를 부담하면서 오래일한 사람이 발생한 병이 산재가 아니라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하면서 발생한 병에 대해서 회사에 직무환경 변경 요청을 하였지만 그냥 묵인하였습니다. 너무 힘들어 병가로 쉬고 오니 더 힘든 환경으로 보냈습니다. 이유는 제조로 입사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아프면 더 힘들게 하는 회사가 이해가 안됩니다. 회사를 위해 오랜시간 열심히 일한 사원입니다. 아프다고 말하고 나서부터 더 힘들게 해서 견디다 퇴사했습니다. 쫓겨나듯 퇴사해 억울하고 화가 납니다. 아픈 사람에게 나가라고 하듯이 하는 회사에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줄 수 있는 배려를 바랍니다.

 

김OO (29세 여성, 삼성LCD, 만성신부전)

삼성전자라는 큰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을때는 정말로 하늘이 날아갈듯이 기뻤고, 좋지 않은 살림에 보탬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함도 들었었습니다.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되돌리고 싶었던 순간이 아닌가하고 생각합니다.

저는 입사후 오래되지 않아 편두통과 안구질환, 빈혈에 시달렸고, 실제로 시력도 많이 나빠졌으며. 현재까지도 안구건조증과 결막염등으로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채 건조되지 않은 상업용액을 바른 글라스를 코앞에서 7~8시간씩 검사해야 했던 탓이겠지요. 그 모든것을 단순한 피로감이나 교대근무로 인해 떨어진 체력탓에 오는 증상쯤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제 상태입니다.

저는 입사후 불과 2~3년만에 만성 신부전증에 걸려 만성 신부전 판정 1년뒤에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두개의 신장 모두 기능을 잃었으며. 병가를 내고 긴급 투석을 하다가 반년후에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나치게 높아져 200대를 맴돌던 고혈압에 한쪽눈이 돌아가 제대로 걸을수 없었던 때도 있었고. 몸에 쌓인 요독으로 인해 혀가 마비되어 몇주씩 말을 못하며 지내기도 했습니다. 당시 제 나이 23살..24살로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였습니다.

삶의 의욕도 잃고 살아가야 하는 목표도 잃어 그후로 몇년을 집안에서 병마와 싸우며 배에 뚫린 관을 통해 하루 3번씩 투석으로 요독을 걸러내며 삶을 이어왔습니다. 그건 차마...사람이 산다고 말 할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일이였고, 죽지못해 삶을 연명하는것...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였습니다.

더욱 가슴이 아팠던 것은 세상 모든 것을 다 잃은 듯 한 부모님이셨습니다. 외부모 가정으로 지내면서도 삐뚤어지지 않고 성실하게 지내는 딸이 최고라고 생각하던 부모님께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일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자꾸만 이렇게 된 상황에 대해 자신의 탓을 하며 가슴아파하시고...돈 벌이를 하지 못하는 딸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잔업근무며 주말근무까지 마다않고 나서서 일하시는 모습에 저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당시 근무 상황은 8~7명이서 메인설비 4대와 리웍설비 1대를 보고 있었습니다. 1호기에 2명, 2호기에 2명, 3호기에 1명, 4호기에 2명. 그리고 8명일때는 리웍설비에도 한명이 있었지만 그 한 명이 그만두고 난 후에는 줄곧 7명이 근무를 해왔습니다. 물론 신입사원도 들어오긴 했었지만 고된 업무에 2~3달을 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기 일쑤였습니다. 당시 저는 3호기를 전담하고 있었고, 제가 혼자 근무를 한지 오래 되면서 3호기에 잦은 작업사고가 있었습니다. 전산처리와 목시검사를 다 혼자 담당해야 했기 때문에 재대로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대리님(직장님)의 고함소리와 욕설을 들어야 했습니다.옆에 엔지니어가 있건, 설비업체 분이 있건 마찬가지였습니다.2명이 업무를 해야하는 설비라면, 설비가 쉬고 있지 않는 이상은 2명이서 작업을 해야하는 업무인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3호기에서 1~2년 가량은 혼자서 일을 해야 했습니다.

라인에서는 시끄러운 설비 소리와 독한 약품냄새가 많이 났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일을 하다가 헛것을 볼 정도로 체력적으로도 많이 약해져있었고, 쉬는시간이 없이 풀로 돌아가는 설비 특성상 혼자 화장실을 다녀올 수 없었기 때문인지 만성 신부전증이 발병하기 훨씬 이전에 방광염도 심하게 앓았습니다. 이유 없는 만성피로로 인해 한약도 지어먹었어야 했고, 피로회복에 좋은 약도 늘 챙겨먹어야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습니다. 월경불순 같은 여성과 질병 역시 교대근무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실제로 일하는 친구들의 대부분이 겪는 증상이였기 때문입니다.

일하면서 사람이 다치거나 죽은 것도 있었습니다. 바로 옆 설비인 어쎄이에서 1년정도..아마도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입사원이 실신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실려나가면서 소변을 지렸다느니...대변을 지렸다느니 말이 나왔었지만 얼마나 힘들었으면...하고 넘겼었습니다. 하지만 며칠 후에 듣게 된 충격적인 소식은, 그 친구가 죽었다는 거였습니다. 이미 죽어서 실려나간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었습니다. 그때 당시 장례식장에 가서 삼성전자에서 양복을 쫙 빼입은 남자 직원분이 부모님께 하는 이야기를 들었었습니다. "원래 00이가 몸이 안 좋았던건 부모님들도 알고 계셨었고, 산재를 신청해도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며 보상금의 금액이 크지 않고 절차가 복잡하니 산재 신청을 하지 않으시면 별도의 보상금을 지금하겠다 "라는 내용이였습니다. 물론 뉴스에도 신문에도 전혀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었습니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사람이 죽었는데 말입니다. 그때 처음 삼성전자의 무서움을 느꼈던것 같습니다.

뭔가 두서없이 길게 적어버렸지만..결론적으로 저는 지금 아빠의 신장을 받아 이식받은지 6년째가 되어갑니다. 아빠를 만날때마다 야위어 가는 모습에...내가 나 살자고 아빠 목숨을 갉아먹었구나..하는 죄책감을 떨칠수가 없습니다.

신장은 평균적으로 10년정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저는 마치 이식수술을 받은 직후 저의 삶이 10년에서 카운트 되고있는 심정입니다. 하루하루 마음이 조급하고...열심히 살아보고 싶지만, 신장질환자의 특성답게 고혈압이나, 갑작스러운 체력저하로 인한 몸살, 면역억제제로 인한 부작용,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여성질환등등 온갖 합병증의 위험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업무에도 큰 지장이 있을때도 있고, 병원에 수시로 들러 진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된 직장을 얻을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신장질환자의 특성상 아기를 가질 경우 커다란 위험부담 때문에 결혼 역시 포기한지 오래입니다.

질병으로 인해 퇴사한 사람들이 눈앞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귀에서 들리지 않는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다가 질병으로 인해 생업으로부터 멀어진 직원들을 부디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우리는 당신들과 같이 일했던 건강한 평범한 한 사람이였다는 걸 잊지 말아주세요.

 

김OO (삼성전기, 만성 골수성 백혈병)

저는 현재 의정부에서 살고 있는 김○○입니다. 저는 2001년 10월에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았습니다. 진단과 동시에 제 삶은 완전히 바뀌고 말았습니다. 아내의 자리, 엄마의 자리, 미래의 나의 삶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아픈 몸으로 맡길 곳이 없어 신생아를 업고 병원치료를 받았고, 약 부작용 때문에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원하던 둘째 아이도 병 때문에 유산하고 말았습니다. 한해를 맞이할 때마다 전 가족들과 이별 연습을 했습니다. 무섭고 두려워서 매일밤 아이 손을 잡고 울면서 기도 했습니다. 울 아이 초등하교 졸업할 때까지 살게 해달라고.... 현재 우리 아이는 중학교 1학년이 되었고 전 하나님 은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로환경을 개선시켜 주시고 특히 위험물을 취급하는 근로자에게 안전수칙과 보호 장비를 착용하여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근로환경을 개선해 주세요. 근로현장에서 저와 같은 근로자 발생시 책임회피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회사에서 적절한 치료와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황OO [삼성반도체(협력업체 소속), 피부암]

“네? 뭐라구요.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실래요?” 나는 처음 들어본 병명이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의사는 천천히 말했다. “피부 T 세포 림프종입니다.” 이게 무슨 병인지, 피부병의 종류와는 한 참 거리가 있는 이름 이었다. 의사는 나를 안심시키려는 것인지 아직은 확진이 아닌 추정일 뿐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면서 좀 더 큰 병원에 갈 것을 요청하였다.

나는 정신이 혼미해 지는것을 가까스로 참으며 다시 물었다. “이게 피부암입니까?” 의사는 넓게 보면 피부암이라고 말하였다. 아, 내가 암에 걸린건가?

진료실을 나와서 아내에게 전화하였다. 그리고 의사가 추천해 준 분당서울대 병원에 진료예약을 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병원밖은 이미 어둠이 깔려 있었다. 2013년 1월 초의 겨울은 눈이 많고 몹시 추운 날씨였다. 어두워지는 밤하늘에 하얀 눈 위로 가로등 불빛이 아른거렸다. 그래도 나는 다시 공장에 들어가야 한다. 일 하는 동안 잠깐 병원에 나왔던 것이다.

내가 다니는 곳은 삼성전자 화성공장 반도체 생산라인이다. 이곳 15라인과 16라인에서 2011년 11월부터 일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삼성전자에서 일하고 있지만 CCSS 룸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소속이다. (CCSS 란 Central Chemical Supply System 의 약자임.) 내가 하는 일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화학약품을 약품창고로 입고시키고, (여기서는 delivery 라 부름) 입고된 약품을 적시에 기계장치에 연결시키는 일 (여기서는 ‘차지’ 라고 부름) 이다. 차지할 때에는 직접 화학약품과 접촉되므로, 보호장구를 반드시 착용하여야 한다. (보호장구에는 내산장갑, 방독면 등이 있다.) 내가 다루는 화학약품의 성분에는 불산, 염산, 질산 등 맹독성 약품이 함유되어 있다. 지금도 기억하기에는 약품포장에 발암물질이라고 표기되고, 경고 그림까지 그려져 있었다. 욱이 내가 일하는 곳을 삼성에서는 적색지역으로 분류해 놓고 있었다.

나는 여기서 일하는 동안 미약하지만 두 건의 사고가 기억이 난다. 첫 번째는 원부자재 창고안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가 장난으로 ‘왕수’라는 화학약품을 뚜껑이 열린채 놓았던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모르고 창고안으로 들어온 나는 그 냄새에 기겁을 하고 사무실로 뛰어들어 왔던 것이다. 두 번째는 솔벤트 룸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신너라는 약품을 차지하여야 하는데 기계의 연결부위가 깨져서 약품이 드럼위로 흘러내려 고이게 되었다. 나는 내산장갑을 낀 손으로 신너라는 약품속을 더듬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차지를 마치고 난 후 장갑에 묻은 신너 냄새가 나의 마스크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신너를 마신 나는 정신이 혼미해지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느꼈다. 정신없이 밖으로 나오면서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내산 장갑을 내던져 버렸다. 이러한 일을 겪은 후 나는 회사에 요청해서 화학약품이 덜 독한 슬러리로 보내줄 것을 요청했고, 2012년 9월에 부서를 옮기게 되었다.

과연 슬러리에서는 약품에 경고 문구 하나도 없었고 경고 그림도 없었다. 나는 옮기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012년 11월 부터는 교대근무가 시작되었다. 그전에는 주간만 하였으나, 교대근무 하면서 부터는 하루 12시간씩 3조 2교대 체제로 되었다.

슬러리 파트로 옮긴후, 나는 이 회사에서 오래 다닐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병에 걸리고 나서는 더 이상 다닐 수가 없었다. 분당서울대 병원에서는 2013년 1월 말 나에게 피부T세포 림프종 확진판정을 내렸고, 주 3회 자외선 치료를 받으라고 하였다. 치료와 회사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치료에 전념하기로 했다.

나의 피부상태는 매우 심각해 보였다. 등에는 원형무늬외 함께 여러군데 빨간 부분이 있었다.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바른 뒤에는 원형무늬가 없어져서 안도하였다. 그러나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자외선 치료 때문에 얼굴을 제외한 몸은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그러나 이 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나의 노력은 계속되었다. 이 병에는 자외선이 좋다는 기사를 인터넷을 통해 접한 나는 햇볕이 잘 들어오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팬티 하나만 걸치고 자외선을 받아 보기도 했으며, 한 여름에 오산 운동장에 가서 웃통을 벗고 일광욕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했다.

병원치료 때문에 적당한 직업을 갖지 못하자 자연히 집안경제도 어려워졌다. 2014년 1월 부터는 궁여지책으로 밤에만 할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낮에는 병원에서 치료받고, 밤에는 경비업무를 하는 생활을 시작했다. 중간에 쉬거나, 회사를 옮긴 적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이러한 생활은 계속되고 있다.

나는 한때, 내가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적어도 80세 이상은 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나의 예상수명은 그보다 훨씬 못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나? 내가 삼성전자에서 일해서 발생한 것일까? 그러나, 나와 같이 일하였던 동료중에서 이러한 병에 걸린 사람은 없다. 이 병의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으며, 특별한 약이나 치료법은 없는 실정이다.

인터넷에 찾아본 바로는 화학약품이 원인일 수 있다는 구절은 본 적이 있다. 과연, 내가 기댈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나에게 돌아온 것은 무엇인가?

 

박원희 (삼성반도체, 루푸스)

저는 1995년 8월경에 루프스 진단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구요. 처음 회사에 입사후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는 약품들을 숙지하도록 교육을 받았습니다. 위험한 약품들은 강조를 했지만 나머지 약품들은 그냥 읽고 넘어가는 식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저는 사진공정에서 일을 했는데 정말 위험한 작업에 대해서는 안전을 숙지하게 하였지만 일을 함에 있어서는 그다지 주위를 주기보다는 제품에 대한 안전(불량)을 우선시 했습니다. 회사 동료들 중 결혼을한 동료들 소식을 들으면 자연유산도 있고 불임소식도 들렸어요. 제가 알지 못하는 동료들도 아마 많을거라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갖은 병을 밝히려고 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회사를 다닐땐 불이익을 당할까봐 더욱더 숨기고 일을 하지요. 저도 그중 한사람 이였구요. 그때는 환경자체가 근로자 위주가 아니고 사업자 위주의 일을 했다면 요즘은 근로자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로 바뀌고 있으니 저와같은 사람이 또 나오지 않도록 더욱도 철저한 안전환경을 만들어 피해보는 사람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김미옥 (40세 여성, 삼성반도체, 유방암)

1992년7월23일 고등학교도 졸업하기도 전에 온양삼성반도체에 입사하여 5년 8개월 동안 몰드공정에서 작업을 하였습니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지만 삼성이라는 기업에 입사를 하고 급여부분도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즐겁게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몰드공정에서 사용되고 있는 EMC나 멜라민이 우리 몸에 악영향을 주는 물질이라고 전혀 모르고 만지고 흡입하면서 보호장치는 없는상태에서 근무를 하다 퇴사 하였습니다. 퇴사한지 9년이되던 어느날 오른쪽 가슴에 통증이 있어 병원에 갔을때 조그만한 혹 2개가 암으로 의심된다고 조직검사를 했는데 수술날짜를 잡고 한달사이에 변종으로 의심되는 혹은 유방전체로 번져 오른쪽 유방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고 이후 심한 우울증에 시달려야했습니다. 가족력도 없고 젊은나이에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의구심이 들 때 삼성에서 근무한게 나에게 주는 악영향일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도체에서 사용되고 있는 물질들이 우리몸에 유해하다고 의심되는 부분은 충분하다고 보는데 삼성은 인정하고 보상해야할 부분이 있다고 하면 이뤄져야하겠고 현 근무하고 있는 작업자들이 차후에 고통 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끔 작업환경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교육도 있어야겠습니다. 한시대 회사발전을 위해 근무했던 근로자들이 짧은 생을 마감해야하고 그 가족들은 고생속에 살아가야하고 살아있어서도 병든 몸에 평생을 힘들어하는 반올림가족들에 책임있는 자세로 임해야 할것입니다

 

김OO (26세 여성,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림프종)

스물한 살. 한창 꾸미기 좋아하고 예뻐보이고 싶은 평범한 여자에게 몇 차례의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는 육체적인 고통은 물론이고 그와 비교하지 못할 엄청난 정신적인 고통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나를 사랑해주는 주위사람들, 소중한 가족들만 생각하며 꿋꿋하게 이겨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았고 이겨냈습니다. 항상 자랑스러워하며 다녔던 삼성전자. 끝까지 좋은 회사로 기억에 남았으면 합니다. 비록 지금은 삼성인이 아니지만 보상받아 마땅하다면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 김경미씨, 고 황유미씨 기사를 보며 속상하고 안타까웠던 기억이 납니다. 더 이상 이러한 피해가 없길 간절히 바라며, 몇 글자 전해봅니다. 감사합니다.

 

장OO (38세 남성, 하이닉스반도체, 갑상선암)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위험하다는 것이 자동차사고나 운동 뿐 만이 아닌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고 그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공유하고 해결해 나가야 되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LG반도체 장비엔지니어로 97년 입사 당시만 해도 대기업에서 일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무슨 일이든 하였고, 제가 하는 모든 일과 환경이 위험하다는 것을 모른 채 5년 6개월간 근무하였습니다. 지금에 와서 제가 앓은 병의 원인이 반도체 공정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알려진 바가 없어 기억 저편에서 사라질 즈음 삼성반도체 산재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들석 하던 중, SK하이닉스 그리고 매그나칩 반도체 근무자까지 림프종, 각종 암 발생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각종 발암성/유독약품, 독성가스, 방사선 등이 근무자들에게 아무런 안전보호구나 교육과 위험성에 대한 공지나 교육이 없는 상태에서 그대로 노출되어 문제가 생기는 것을 알고도 방치한 것에 대해 놀라움과 두려움 그리고 분노를 느끼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 또한 피해자 중 한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제가 산재신청을 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첫 번째는 제가 열심히 일한 댓가가 몸에 암이 생겨 수술 후 정상적인 활동은 되지만 평상 약 없이는 살 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중증환자 혜택이 5년으로 끝나 개인부담(검사 및 약제비) 증가로 인해 신체적, 금전적인 삶의 2중고를 겪고 있어서 입니다.

두 번째로는 지금도 한국에서는 반도체공장과 같이 IT업종이 주요 국가산업으로 명명되어 지속적으로 발전해 가고 있으며, 또 다른 신규물질의 생산라인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데,

근무자 및 작업환경에 대해서는 논문 및 동일 기업에서도 대두되지 않고 보고된바가 없다는 이유로 그리고 기업 기밀이라는 테두리 안에 감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피해 근로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위험물질 공개와 그에 따른 엄격한 안전관리법이 제정 또는 개정되도록 하여 보다 나은 삶의 대한민국 IT기업임을 떳떳하게 밝힐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故최OO (삼성전기, 급성 백혈병)

누구보다도 건강하고 의욕 넘치고 열성적으로 맡은바 책임을 다했던 저의 남편이 어느날 갑자기 배가 아프다했고, 별일 아닐거란 믿음으로 진료를 받았을 때 췌장쪽에 뭐가 있다고해서 그래도 괜찮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큰 병원에서 서울아산병원에 추천서를 써주고 결국 믿기 힘든 결과로 우리가족을 절망에 빠뜨렸습니다. 그래도 믿었죠. 건강했으니까. 그리고 의학도 발달했으니까 꼭 완치될 거라고...첫번째 의식 후 부단한 노력을 했음에도 실패. 두 번째 의식후 희망적 소견을 보여서 회사 복직을 위해 학원까지 다니며 의욕을 보였죠. 하지만 결국 세 번째 의식까지..무척이나 힘들고 지쳤어도 이 악물고 버티고 버텼던 제 남편...지금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병원생활을 오래한 탓에 떨어져 지낸 시간이 길어 병원에 가면 있을 것 같고, 전화를 걸면 받을 것 같고....

회사일이 힘들어도 설비하나 완벽히 설치될 때까지 밤샘을 하면서도 기쁘게 일했고 크린룸에서 한나절 일하면 머리가 조금 아프다는 표현밖에 안했는데...결국! 왜 하필 저희 남편이...정말 열심히 산 것 밖에 지은 죄가 없는데 이런 결과로 어린 아이들을 남겨두고 눈을 감는 비극으로 마무리하게 된 건지...

남편은 수원 삼성전기에 입사후 기판과 콘덴서를 제조하는 곳에서 십년동안 온갖 유독약품과 접촉하며 일했고, 조치원 사업장으로 발령받아 10년동안 설비검수, 발주, 검토, 셋업을 주업으로 했고, 자동 노광기라는 설비 설치를 위해 한 대당 3개월 ~ 6개월여를 크린룸에서 평균 6시간 이상 일했다고 합니다. 밤샘작업도 종종했고 스트레스 또한 많았죠. 모든게 자기손에서 끝나야 직성이 풀리는 완벽주의자였으니 회사에선 인정받았지만 몸은 서서히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었나 봅니다. 이렇게 자기를 벼랑끝으로 내 몬 회사를 복직하겠다는 일념으로 3년이란 시간동안 죽을만큼 힘든 순간순간을 넘겨가며 고통속에 죽어간 제 남편의 짧은 인생을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까요? 하루하루 문득문득 남편의 힘들어했던 모습이 떠올라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빨리 이 모든게 끝나서 제 본분으로 돌아가 제 남편이 목숨처럼 아끼고 사랑했던 아이들 양육에 힘쓸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송영란 (27세 여성, 서울반도체, 백혈병)

입사 때 제가 다루는 화학물질이 얼마나 위험한 건지 회사는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저같은 젊은 사람들이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담보로 이런 위험한 일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면 이 사회가 그리고 어른들이 두렵기만 합니다. 적어도 어떤 위험한 화학물질을 내가 만지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있게 해 주세요. 또 위험해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일을 시키세요. 높으신 분들도 제 또래의 자제분이 있을 텐데 가족이라도 선뜻 보낼 수 있는 사업장이라면 좋겠습니다.

 

김은숙 (42세 여성, 삼성반도체, 갑상선암)

(자필편지_첨부하는 PDF파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