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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이가영님 4주기 추모성명] 故 이가영님을 잊지 않겠습니다.

반올림
2023-04-10
조회수 1559

[이가영님 4주기 추모성명] 故 이가영님을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 4월 8일은 故이가영님의 4주기였습니다.

가영님의 이름은 ‘아름다운 꽃이 핀다’는 뜻입니다.

아름다운 꽃이 피는 계절에 떠난 이가영님의 삶과 죽음을 기억합니다.

 

이가영님은 서울반도체에서 LED를 만드는 노동자였습니다.

악성림프종에 걸려 26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병에 걸린 것도 억울하지만, 서울반도체의 대응이 가영님을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산재가 인정되었지만, 회사가 공단을 상대로 산재취소소송을 제기했었기 때문입니다.

 

림프종이 재발하여 항암치료를 받고 퇴원한지 3일 째 되던 날, 서울반도체는 가영님의 집으로 찾아와 산재취소소송을 알렸습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가영님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을 때 서울반도체는 이미 소를 제기했던 것입니다. 치료와 생계를 산재보험에 의지해야하는 피해자에게 정말 날벼락 같은 일이었습니다. 가족이 아무리 사정해도, 소송이 투병중인 피해자에게 얼마나 고통을 주는지 반올림이 설명하며 부탁해도, 회사는 소송을 접지 않았습니다.

 

결국 가영님이 돌아가셨고, 분노한 유족이 장례를 미루며 서울반도체의 소송취하와 사과를 요구하였습니다. 서울반도체는 회사에 대한 언론의 비판보도가 이어진 후에야 소송을 취하하였습니다.

 

가영님은 서울반도체에서 하루 12시간 밤낮을 바꿔가며 일했습니다. 가영님은 LED 재료를 섞고 오븐에서 구울 때 발생하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의 발암성 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습니다. LED 공정은 여러 유기용제와 함께 고온에서 발암물질을 생성하는 고분자 물질들을 많이 사용하는 위험한 공정입니다.

 

2019년에는 방사선 설비의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작업하던 현장실습생이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고까지 발생했습니다. 사고 후 서울반도체에 대한 안전보건진단결과는 화학물질 관리와 안전교육, 경영진의 인식까지 서울반도체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서울반도체는 정부가 공식인정한 방사선 피폭판정의 심각성을 부인하는 내용으로 사내방송까지 하며 노동자들에게 서울반도체가 안전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기에 급급했습니다. 관리는 엉망이지만, 스스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이니 더욱 위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반올림은 서울반도체야말로 시민사회의 감시가 필요한 사업장이라 판단해서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정보공개를 요청했습니다. 노동부는 공개결정을 내렸지만, 서울반도체가 대형로펌을 고용해서 불복소송을 제기하여 지금까지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일부 개선되고 있지만 반도체 전자산업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그 위험한 환경을 개선하기보다는 감추려 하는 것도 크게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반올림은 이 기업들의 위험을 드러내고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이 반도체 전자산업에서 일하다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진정한 추모라고 생각합니다. 이가영님을 잊지 않겠습니다.

 

2023년 4월 10일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