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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집 및 발언[19.05.31.] [특집 안전 칼럼] 유미 아빠 황상기가 대통령께 드리는 글

반올림
202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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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안전 칼럼] 유미 아빠 황상기가 대통령께 드리는 글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죽은 황유미의 아빠 황상기입니다.

대통령님께서 삼성 직업병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해주신 덕분에 풀릴 것 같지 않던 삼성 직업병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을 보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후보 시절에 세월호 가족,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족, 삼성직업병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 오셔서,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도 해주셨습니다.

‘저와 새 정부는 국민의 생명보호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습니다.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국민이 단 한 명도 없게 만들겠습니다’는 그 약속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대통령이 되시고,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하신 말씀을 들었을 때는 참 든든했습니다.


지난 해 용균이가 죽고, 용균 엄마가 앞장 서 싸우면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28년 만에 통과됐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산재피해 가족들도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작은 힘이나마 보탰습니다.

산안법으로 산재에 책임이 있는 기업과 기업주들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노동자가 죽어도 처벌받는 사람이 없으니 기업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직업병으로 몇 백 명이 죽었어도 처벌받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삼성 공장에서 불산 사고로 노동자가 죽었어도 몇 백만 원 벌금이 고작이었습니다.

구의역 사고에서도, 제주도에서 현장실습 나갔던 고등학생 민호가 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산재사망에 대한 책임으로 기업주가 제대로 처벌받았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매년 2400명이 일하다 죽고, 오늘도 몇 명의 노동자가 죽겠지만, 기업들은 두려움이 없습니다.

새로운 노동자를 구해서 대체하면 그만이니까요.

어제 노동자가 죽은 그곳에서 똑같은 이유로 오늘도 노동자가 죽어갑니다.

떨어져 죽고, 끼어 죽고, 질식해서 죽고, 폭발해서 죽고, 감전돼서 죽고, 독성 화학물질 때문에 병에 걸려서 죽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를 죽게 만든 기업주를 최소 1년은 감옥살이를 할 수 있게 한 조항이 산안법에서 빠진 것이 참 아쉬웠습니다.

하청 관리자 몇 명이 아니라 권한이 있는 진짜 기업주를 처벌해야 계속되는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수 야당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부도 어쩔 수 없겠다고 이해했습니다.


산안법으로 안 되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별도로 만들자고 다짐했습니다.

힘을 모아보자고 산재 피해 가족들이 모임도 만들었습니다.

다시는 내 아이처럼 죽는 일 없게 하자고, 우리처럼 마음 아픈 부모들 없게 하자고, 모임 이름도 ‘다시는’이라고 지었습니다.


아쉬운 점이 많아도 산안법이 통과돼서 기뻤습니다.

이전의 법보다는 나아진 것이니까요.

보수 야당의 반대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하위법령으로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는 소리에 위안을 삼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을 보고 너무나 실망스러운 맘이 듭니다.


노동자가 계속 죽어나가는 위험업무에 대해 도급을 금지하기는커녕, 도급 승인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니요.

반복해서 노동자가 죽었던 용균이의 일터도 구의역 김 군의 일도 제외되었다니요.

독성 화학물질도 고작 4개만, 그것도 일상적인 유지 보수 업무는 승인 대상에서도 제외했다니,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반도체 전자산업에서도 위험한 일들이 가장 먼저 외주화되고 있는데, 그래서 하청노동자들이 점점 더 많이 죽어가고 있는데, 이런 일들이 아예 도급 승인 대상에도 거론되지 못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부 발표안을 보면 볼수록 화가 나고 답답해서 가만있지 못하겠습니다.

이런 시행령 시행규칙으로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인가요?

아니면 산재사망을 줄이는 목표를 포기하겠다는 것인가요?


국민들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대통령님의 말씀을 믿고 싶습니다.

다른 중요한 일들 때문에 충분히 살펴보지 못하셨다면, 이제라도 대통령님이 직접 나서서 바로잡아야 합니다.

산안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제대로 개정될 수 있도록, 힘을 다해주시길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2019년 5월 31일


유미아빠 황상기 올림


대선후보 국민안전 약속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자필 약속 문구


문재인 후보의 국민안전 약속 서명 (2017.04.13)



삼성 직업병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문재인 후보 (2017.04.13 국민안전 약속식. 프레시안) 


* '산재사망 절반 줄이겠다' 대통령 발언 사진 출처 및 관련 기사 



https://weeklysafety.blogspot.com/2019/05/blog-post_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