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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집 및 발언[20.12.20.] [단식10일 기자회견 이용관 발언] 언제까지 죽음의 행렬을 바라만 보고 계실 겁니까?

반올림
2023-01-10
조회수 597

언제까지 죽음의 행렬을 바라만 보고 계실 겁니까?

 

이용관 (이한빛의 아버지)

 

그저께는 영흥화력발전소에 떨어져 죽은 심장선 노동자를 유가족의 오열 속에 보내드렸습니다. 돌아가신 지 21일 만에야 장례를 치렀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죽음이 계속됩니다. 자식 보낸 아픔을 묻어둘 겨를도 없습니다. 이 죽음의 행렬을 언제까지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겁니까?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단식농성 한지 열흘째입니다.

이제 기운도 빠지고 생각도 가물거리지만, 국회의사당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10만 명의 시민이 입법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지난 정기국회에서 처리될거라 기대했습니다. 법안 처리해달라고 지난 7일부터 국회로텐더홀에서 정의당과 함께 노숙농성도 했습니다. 거대여당 민주당은 수많은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상임위 논의도 한 번 없이 정기국회가 끝났습니다.

 

임시국회에서마저 논의할 의지가 보이지 않아, 저희는 불가피하게 단식농성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단식농성에 돌입하자 이낙연 당대표, 여야 원내대표, 국회의장까지 찾아오셨습니다. 이번 회기 내에 반드시 통과시킬테니 단식을 풀고 돌아가시라 했습니다. 하지만 법사위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집에 돌아가겠습니까. 저희는 여기서 법이 통과될 때까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저희 유가족은 단순히 용균 엄마, 한빛 아빠로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산업현장과 사회 곳곳에서 떨어지고, 깔리고, 끼여서 죽고, 불타서 죽고, 독극물과 가스에 질식하여 죽고, 재난과 참사로 죽은 수많은 영혼과 죽지 못해 고통의 세월을 보내는 유가족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거대 여당 민주당과 제1 야당 국민의힘에 간절히 호소합니다.

이제 기업의 눈치 그만 보시고 내일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상임위에서 논의하시고 본회의 일정을 잡으십시오. 어떻게 임시국회가 시작된 지 10일이 지나도록 허송세월만 하고 논의일정조차 잡지 않습니까? 우리는 하루하루 이렇게 애가 타는데, 지금 국회는 놀고 있지 않습니까? 내일부터라도 당장 법안 심의에 들어가 올해 안에 법을 통과시켜 주십시오. 연말에는 저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재계와 기업에 호소합니다.

수십 년 동안 노동자 갈아넣고, 노동자 목숨으로 이 만큼 왔으면, 이젠 그만 좀 하십시오. 반성하고 각성해도 모자랄 일인데, 재계 온갖 단체를 모아 법제정을 방해하고, 국회를 압박하고 물밑에서 협박까지 하고 있습니까? 매년 2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안전하지 않은 일터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업에 의한 살인입니다. 명백하게 고의적인 살인입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방해하려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면, 당신들은 살인 방조집단으로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제발 노동자와 함께 살 수 있는 세상 만들기에 동참하시기 바랍니다.

 

코로나 위기와 엄동설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김주환, 이태의 비정규직노동자는 국회 앞에서는 14일째 곡기를 끊고 있습니다. 수천 명의 시민들이 동조단식과 일인시위, 촛불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하루에도 7명씩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사회 곳곳에서 수천 명씩 재난사고와 사회적 참사로 죽는 일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언제 어디서 나와 내 가족과 내 주변에 사람들에게 닥칠지 모르는 내 일입니다. 안전하지 않은 일터와 사회에서는 우리 모두가 위험합니다.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일에 국민 여러분 모두 함께 해주시고 지지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