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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추모 성명] 반복되는 반도체노동자의 뇌종양 사망. 국가와 기업은 반도체 산업 노동자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고 제대로 책임져라!

반올림
2025-07-22
조회수 1309

 

[추모 성명]

반복되는 반도체노동자의 뇌종양 사망. 국가와 기업은 반도체 산업 노동자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고 제대로 책임져라!

- 삼성반도체 CCSS(중앙화학물질공급시스템)룸에서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다 뇌종양으로 숨져간 

협력업체노동자 故이대성 님의 명복을 빕니다. -

 

2025년 7월 21일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또 목숨을 잃었다. 故이대성님의 명복을 빈다. 고인은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에서 2010년부터 2024년까지 14년 동안 일했다. 반도체 공장에 화학물질을 공급하는 CCSS룸(중앙화학물질공급시스템)에서 일하며 수많은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왔다.

 

어린 두 아이를 남기고 세상을 달리한 이대성 님은 이제 겨우 42세이다. 뇌종양 중에서도 악성도가 높기로 유명한 교모세포종을 2024년 2월 진단받았고, 1년 5개월 동안 힘든 투병 끝에 사망하였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5월 10일에도 교모세포종으로 돌아가신 노동자가 있다.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퇴직한 여성노동자 박00님(49세)이 3개월여 간의 투병 끝에 사망하셨다. 삼성전자 CCSS룸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노동자의 죽음도 처음이 아니다. 2016년 12월 8일에도 CCSS룸에서 일하던 황O순(52) 님이 악성림프종으로 세상을 떠났다.

 

무엇이 반도체노동자의 목숨을 자꾸만 앗아가는가? 수많은 유해화학물질이 취급되고 노출되지만 뇌종양의 구체적인 발병 원인에 대해 국가는 제대로 조사를 해본 사실이나 있는가? 기업의 영업비밀 장벽, 국가핵심기술이란 허울 아래, 알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명백한 원인규명도 못하는 국가. 그러면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다며 기업에게 무한 권한을 주려는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서두르는 정부. 우리는 반도체 노동자들의 반복된 직업병 산재사망에도 원인규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에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

 

고 이대성님은 산재신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망을 하였다. 항암치료와 뇌수술로 희미해진 기억을 더듬고, 동료들의 도움으로 확인된 작업환경은 충격적이었다.

CCSS룸은 반도체 생산라인에 각종 화학물질들을 공급하는 설비들이 수 백 대 모여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엔지니어들은 강산, 알칼리, 유기용제 등의 화학물질들을 드럼이나 탱크에 저장해 반도체 라인에 화학물질을 공급하고 누설 여부 등을 모니터링 한다. 독성, 부식성, 인화성 화학물질들이 고순도(99.9%) 액체 상태로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누출되거나 배관 손상 시 직업병 및 급성중독 사고 위험이 존재한다.

 

2013년 1월, 불산 누출로 1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5명의 사상사고가 난 곳도 같은 화성사업장(11라인)의 CCSS룸 이었다. 환경부에 신고 된 삼성반도체공장 CCSS 룸 화학물질 누출사고 현황만 보더라도 불산 누출로 인한 화학화상 및 사망, 황산 누출로 인한 화학화상 등이 반복해서 발생했다. 거의 대부분 고인과 같은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피해자였다. 서서히 몸을 잠식하는 발암성 물질에 노출된 경우는 사고처럼 즉시 알아차릴 수 없다. 무엇이 발암물질인지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한 피해자가 원인을 밝히기는 더욱 어렵다.

 

고인과 동료의 진술에 따르면, 유기용제 드럼통을 수동으로 연결하고 분리하느라 마개를 열면 고순도 화학물질에서 아지랑이 형태의 흄이 올라오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화학물질이 넘치는 누출사고는 빈번했다. 2013년 불산 사고로 2014년부터 전면형 호흡마스크 등 보호구가 도입되기 전까지 4년간은 제대로 된 보호장구도 없이 이 위험천만한 일들을 담당했다. 고인은 산재준비를 위한 진술과정에서 과거 보호구도 없이 일한 기억을 떠올리며 소리 내어 울기도 했다. 하지만 보호장구도 유해물질로부터 몸을 보호하기는 역부족 이었다. 장시간 착용하면 내부의 열과 땀 때문에 얼굴에 밀착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우리는 당사자와 가족들을 대신하여 절박하게 호소한다. 즉시 산재를 인정하라! 작업환경 개선하라! 유해화학물질정보를 온전하게 제공하라! 그리고, 진짜 책임자인 삼성이 책임져라!

 

고인은 CCSS룸 셋업, 초동 물량 약액 공급 등 더 위험한 작업도 하였다. 시스템 안정화 이전단계인 시운전 중 화학물질 누출 사고 위험은 더욱 컸다. 그러나 200여대가 넘는 설비의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인원은 많아야 3명이었다. 3명도 적어 늘 과부하에 시달렸는데, 아예 혼자서 일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모품과 부속품을 수시로 교체하고 산, 알칼리, 솔벤트 룸 각각의 이송펌프들을 교체하는 작업에서의 잔류물질 누출, 펌프고장으로 약품이 역류하여 바깥으로 넘쳐나는 누출사고도 자주 발생하였다. 3~4개월마다 화학약품 배관을 신규배관으로 교체하기 위해 기존 배관을 절단, 분리, 결합하는 작업도 하였다. 모두 위험천만한 작업이다.

 

고인은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사용한 폐수가 모여 있는 썸프핏(SUMP PIT)의 펌프를 유지보수하는 업무도 하였다. 각종 유해화학물질로 오염된 폐수임에도 자그마한 통 안에 얼굴을 들이밀고 작업하는 바람에 유해증기와 가스에 계속 노출되었다. 펌프의 잦은 고장으로 수조가 넘치는 일도 다반사였다.

 

CCSS룸 작업 대부분은 하청, 협력업체노동자들이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정규직에 비해 안전교육, 보호장비, 작업환경개선이 취약한 구조에 놓여 있다. 2018년 10월~11월 삼성전자 기흥, 화성, 평택 사업장 등과 82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을 실시한 결과, 부적절한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선임 및 안전보건교육 미실시 등의 법령 위반이 적발되었다. 특히 CCSS와 관련하여 케미컬 탱크별로 리크감지기 미설치, 케미컬 탱크 법적 이격거리 미충족, 급성 독성물질 누출감지 및 경보 설비 미설치, 황산취급설비 연결부분 이상여부 점검 미실시 등이 지적되었다. 삼성전자의 실질적인 감독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작업 확인 일지 서명도 하청이 대필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고인과 같은 작업자들은 퇴근 이후에도 부속품 교체와 유지보수를 위해 출동하는 일이 빈번했다. 365일 24시간 라인을 멈출 수 없다는 이유로 CCSS룸에서 화학물질공급문제가 발생하면 원청 삼성이 긴급 콜을 했기 때문이다.

 

고인의 증언은 이것이 명백한 산재임을 보여준다. 국가는 기업의 이윤보다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라!

삼성반도체는 또다시 반복된 노동자의 죽음 앞에 사죄하라! 하청업체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원청기업 삼성은 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 제대로 마련하라! 국가는 제대로 조사하고 원인규명에 나서라!

 

2025. 7. 22.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문의 : 이고은 노무사(010-2553-4683)



<고 이대성 님의 약력>

 1983. 12. 3. 일생

2010. 2.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 15,16,17라인, NRD라인

- CCSS룸(Chemical Central Supply System; 화학물질 중앙공급 시스템)에서 케미컬(액상 형태의 화학물질) 공급업무 및 해당 설비의 유지보수 관리 업무를 담당함.

- CCSS 업무를 담당하는 사내협력사 ‘한양이엔지’의 사내하도급업체 HCM에서 근무를 시작함.

2014. 10. 한양이엔지 소속으로 전환. CCSS 업무를 계속함.

2024. 1. 극심한 두통으로 휴직, 우울증 공황장애 진단.

2024. 2. 9. 악성 뇌종양(교모세포종) 진단

2025. 7. 21. 사망. (42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CCSS룸 화학물질 누출사고 (확인된 것만 기재) >

년도

장소

사고내용

피해

2010년

9월13일

화성 10라인 CCSS

불산 공급 배관 기밀테스트를 위해 사전작업을 실시하던 중 밸브 너트를 해체하다 불산 공급관에 있던 불산 누출

협력업체 직원 화학화상

2013년

1월27일

화성

11라인

CCSS

500ℓ불산탱크의 밸브관 개스킷과

금속관 등 노후, 유지보수 중 불산

누출

협력업체 직원

사망 1명, 부상

4명

2013년

5월2일

화성

신규로 설치한 불산 탱크에 기존

배관을 연결하던 중 배관에

남아있던 불산 누출

협력업체 직원 3명 부상

2015년

11월3일

기흥 S1라인 CCSS

황산공급장치 배관교체 작업을 위해

사진 촬영 중 중심을 잃고 넘어져 배관 및 밸브(PFA배관 1.5인치)가 파손됨. 손상된 부위로부터 황산

약 200㎖가 누출

 

협렵업체 직원 화학화상

2023년

11월7일

기흥 CCSS

폐황산(70~80%) 탱크와 연결된

배관의 압력 저감을 위한 벤트 작업과정에서 소량의 폐황산

미스트가 발생

협렵업체 직원 화학화상

2024년

6월5일

화성 CCSS

CCSS의 유휴설비 철거 중 배관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배관내 잔류

액체물질이 튐

작업감독자 화학화상




*참고로 환경부 신고 기준은 유해화학물질 누출이 5리터 또는 5kg을 초과하여 누출된 때에는 즉시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벤젠, 클로로포름 등 일부 물질은 5리터, 불산, 염산은 50L, 질산, 황산, 클로로설포산 500L, 수산화칼륨, 피리딘, 수산화나트륨, 노말-뷰틸아민은 500L, 염소, 플루오린, 포스겐, 사린, 산화에틸렌은 5리터, 황화수소, 암모니아, 아르신, 디보란, 메틸아민, 트리메틸아민, 포름알데히드는 50리터의 신고기준을 가진다. (아래 표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