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번 피폭사고로 두 노동자가 견뎌야 할 고통과 불안의 크기가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 힘듭니다. 부디 두 노동자 모두 하루 속히 쾌유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동안 삼성은 방사선 설비는 절대 안전하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인터락은 절대 해제될 수가 없고 방사선에 노출될 일도 없다고 해왔습니다.
심지어 그동안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과 뇌종양 등으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이 방사선 설비를 다룰 때 회사의 생산량 압박으로 인해 인터락을 임의로 해제하고 작업을 해왔다고 증언했을 때조차도, 삼성측은 “인터락은 절대로 해제할 수 없고, 방사선에 노출될 일은 결코 없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방사선 피폭사고는 그동안의 삼성의 말이 얼마나 위선이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방사선 설비의 전선 배선의 문제로 인터락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락이 가동되어 안전할 것이라고 믿고 일한 노동자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고 소리도 없는 방사선에 한순간에 피폭되어 한 분은 손가락 7개를 절단할 위기에 놓였고, 또 다른 한분은 전신 피폭선량이 유효선량을 훨씬 초과해 향후 치명적 건강손상 위험까지 배제할 수 없는 지경에 놓였습니다.
이번 방사선 피폭 사고는 삼성이 안전관리를 허술하게 한 나머지 설비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피폭 화상 사고입니다. 그야말로 설비 문제로 한순간에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이번 피폭 사고에 대하여 “질병의 피해를 당한 것”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물론 차후 고농도의 방사선 피폭의 영향으로 인해 인체에 다른 건강상 영향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일이 없어야 하지만 이번 피폭사고는 사고 이후에 그런 질병 피해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방사선 화상사고를 당한 것이고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억지입니다.
왜 이렇게 억지스런 주장을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책임을 피해가려는 꼼수라고 밖에 달리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동일한 사고로 6개월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재해가 2명이상 발생한 경우에 중처법 적용대상이 되는데 직업성 질병자의 경우는 1년 이내에 3명이상 발생한 경우만이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즉 부상이 아니고 질병으로 처리해야 책임을 쉽게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삼성의 주무기관이 아닙니다. 지난날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삼성 눈치보기를 하면서 직업병 피해에 대해 산재를 줄줄이 불승인하고 삼성 봐주기 수사로 삼성의 책임이 있는 중대재해에 대해서 제대로 된 처벌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이번 방사선 피폭사고에 대해서도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더 이상 삼성편만 들고 노동자를 내팽게치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마십시오. 또다시 그런 태도를 고수한다면 노동조합과 노동시민사회 또한 삼성편들기 하는 기관에 대해 더 큰 힘을 모아 대응할 것입니다.
사실 5월에 난 방사선 피폭사고에 대해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원안위 뒤에 숨어서 아무것도 한 것이 없습니다. 사고발생 3개월이 지난 뒤인 8월 28일에서야 고용부는 삼성전자에 대해 보건진단 명령을 했다고 하면서 사고과정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너무 늦었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사고가 아니라 질병이라고 하니 고용노동부의 늦장, 억지주장이 기막힐 따름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장에는 설비를 직접 정비한 두 노동자 외에도 수많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동시에 같은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고 한달 뒤에 몇분의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피폭검사로 채혈검사 지시가 내려왔지만 피드백조차 없습니다.그 현장에 같이 있던 모든 노동자들은 불안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났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원안위, 노동부가 할 일은 사건을 축소할 것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에게 사고경위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하고 사후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일입니다.
기흥공장에만 400여대의 방사선 설비가 있고 삼성반도체 전체적으로는 최소1400대 이상의 방사선 설비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설비들에서 과거에서 현재까지 그리고 앞으로 또 어떤 피폭사고가 발생할지 노동자들은 두려움 속에 일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철저한 안전관리, 사업주의 잘못을 제대로 묻고 재발방지대책을 철저하게 세우도록 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할 일이고 노동부가 할 일입니다.
기업의 생산성과 이윤보다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이 우선되도록 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할 일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