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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성명] 산재 직업병 최다 발생 사업장, 반복된 삼성반도체 희귀질환에 대해 산재 불승인 판정한 근로복지공단을 규탄한다 !

반올림
2025-07-30
조회수 1210

<2025. 07. 30. 반올림 성명>

 

산재 직업병 최다 발생 사업장, 반복된 삼성반도체 희귀질환에 대해 

산재 불승인 판정한 근로복지공단을 규탄한다 !

- 피해자에게 무리한 의학적, 과학적 입증 요구하는 공단 판정위 문제 심각. 

산재보험법 개정 및 판정 구조 개혁 지금 당장 실시하라!

 

- 직업병 최다 발생 사업장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수백 종의 화학물질과 방사선 설비가 취급되는 공장에서 반복된 희귀질환 피해. 100만명 당 1명 꼴의 극희귀질환 거대세포종만 2명째 발병.

- 첨단산업의 불확실한 위험을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불승인 판정 규탄한다!

- 피해자에게 입증책임 전가하고, 무리한 의학적· 자연과학적 증명을 요구하는 부당한 제도를 지금 당장 개선하라!

- 업무와 질병간의 상당인과관계 판단은 의학적, 자연과학적 기준이 아니라 대법원 판결과 같이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수준에서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규범적’ 상당인과관계 임을 명확히 법제화하라! 

- 의학전문가 중심의 업무상질병 판정위원회 해체하고, 폭넓게 산재 인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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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2025. 6. 19.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업무상질병 판정위 전, 반올림 동료들과 함께 (뒷 줄 가운데 정향숙 님)


근로복지공단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만 21년 근무 후 희귀종양 ‘거대세포종’이 발생한 여성노동자 정향숙 님의 산재 요양급여 신청에 대해 7월 24일 불승인 통지했다.

 

정향숙님은 다수의 백혈병, 뇌종양, 각종 희귀질환 등 직업병 피해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 기흥공장에서 1994~2015년까지 6~9라인 엔드팹에서 일하다 퇴직하였다. 포토, 식각, 증착 등 반도체 여러 공정을 모두 아우르는 엔드팹에서 수많은 약품 취급과 방사선 계측설비를 취급하면서 반도체 생산을 하였다. 같이 일한 동료들도 뇌종양, 혈액암, 폐암, 유방암, 희귀질환 등 여러 피해가 발생했고 특히 극 희귀종양 거대세포종 피해자도 있었다. 거대세포종은 인구 100만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는 극희귀 종양(양성이지만 재발되면 악성으로 변할 수 있는 경계성 종양)이다. 드물게 발병하는 희귀질환 특성상 현대의학과 현대과학이 그 발병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종양이다.


재직 중에 정향숙 님은 유기용제 노출 피해로 추정되는 만성 화농성 중이염을 반복적으로 앓았고, 퇴직한 이후 2022년 두개골 아래쪽의 ‘관자뼈의 거대세포종’이라는 희귀종양을 진단받았다. 3차례 종양제거수술을 받은 뒤, 반올림에 제보를 주고 작년 9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신청을 하였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최초 심의에서 가부 동수 판정을 하였고, 일주일 뒤 재심의를 거치더니 결국 재심의 판정에서 다수위원에 따라 불승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근로복지공단 심의판정을 담당한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심의결과,

「△신청 상병은 매우 희귀한 질환으로서 질병과 발병 원인이 되는 직업적 유해인자와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히기는 어려우나, 신청인이 근무했던 라인이 공장 설립 초기부터 운영되었던 라인으로 작업환경이 열악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신청인이 방사선 계측설비 등을 사용하였다고 진술한 점, △ 동 사업장에서 과거 거대 세포종을 진단 받은 뒤 골육종이 발병하여 사망한 다른 동료근로자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신청 상병의 발병 원인을 정확히 알 수는 없더라도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소수 위원의 의견이 있다.

그러나 다수 위원은 근무 중 ▲전리방사선 노출은 비정상 가동 등에 따라 발생가능한데 신청인이 근무 중 의미 있는 전리방사선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리방사선이 거대세포종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근거도 부족한 점, ▲ 반도체 공정에서 거대세포종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다른 유해요인을 특정하기는 어려운 점, ▲ 신청인이 근무한 팹(FAB;클린룸) 특성상 상-하방으로 기류가 유지되는 특성이 있어 근무 수행 중 유해물질의 노출 수준이 낮다고 판단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청 상병 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견」 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수위원의 불승인 판정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첫째, 2024년 같은 기흥공장 같은 6~9라인에서 전리방사선 계측 검사 설비에서 고농도의 방사선 피폭 사고가 발생해 두 명의 노동자가 6개월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다. 정향숙 님과 같은 오퍼레이터들이 수시로 사용하는 검사 설비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였다. 안전 인터락이 해제된 지도 모르고 해당 설비의 정비작업중에 발생한 사고라는 것이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확인한 내용이고, 당시 원안위는 기흥공장에 600여대가 넘는 방사선 설비가 사용된다고도 밝힌 바 있다. 한편 빠른 생산을 위해 안전 인터락을 해제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는 과거 삼성반도체 공장 직업병 피해노동자들의 진술, 인터락 해제가 없더라도 노후 반도체 설비의 모서리 이음새 사이로 방사선이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 문헌에서도 확인되기도 한다. 소리도 냄새도 없어 노출 확인이 어려운 방사선 설비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개인선량계 지급, 납차폐 앞치마의 사용으로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가 필요하지만 반도체공장 노동자들에게는 아무것도 지급된 바가 없다.

 

둘째, 전리방사선이 거대세포종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불승인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모든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리방사선인데 이렇게 위험천만한 방사선이 희귀종양(경계성 종양) 거대세포종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과학적 근거라도 있는가? 과학적 규명의 한계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반도체 공장에서 유독 많은 희귀질환이 존재한다. 암 발생률이 높고 희귀질환 또한 다수 발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2019년 집단 역학조사 결과에서도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등 높은 암 발병율의 원인으로 수많은 화학물질과 방사선 취급을 하는 클린룸(팹)을 지목한 바 있다. 이러한 사실을 무시하고 다수위원은 클린룸의 상-하방 기류의 빠른 흐름으로 유해물질 노출이 낮다는 기업측 주장을 대변하는 논리로 불승인을 하였다. 과거 황유미의 백혈병 산재 행정소송에서 삼성은 클린룸의 빠른 기류 흐름으로 유해물질 노출 수준이 낮다는 주장을 한 바 있는데 이와 똑같은 논리로 이번 정향숙님의 산재판정을 불승인 한 것이다.

 

셋째, 막강한 인적, 물적 자원을 가진 국가 즉 정부와 공단조차 반도체 공장의 암 발병 및 반복된 희귀 질병들의 발병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하물며 아무런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피해자가 어떻게 희귀질환 원인규명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더욱이 반도체 기업은 영업비밀, 국가핵심기술 논리로 사용 화학물질 정보를 공개하지도 않고 있다. 빈번한 노출 사고가 발생한 과거 환경에서 특히 많은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사실 외에 피해자가 가질 수 있는 증명능력이란 없다. 그럼에도 산재보험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아픈 피해자나 그 유족이 입증을 해야 한다니 누구를 위한 산재보험인가?

 

첨단산업 희귀질환에 대해 2017년 대법원에서는 이미 산재판단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불확실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에서 그 위험을 노동자에게만 전가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업무와 질병간의 상당인과관계는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증명될 필요는 없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작업장의 유해요인 유무, 근무기간 등 제반 사정을 고려 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른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음을 밝혔다. 즉 공적 보험을 통해서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하고자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살펴서 의학적 관점이 아니라 폭넓은 규범적 관점에서 판단을 하도록 한 것이다(2015두3867 판결참조)

 

최근 몇 년간 20%이상 하락한 공단의 업무상질병 인정율(현재 50%대의 인정율)은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무리한 의학적 증거 중심의 판단을 한 결과이다. 이번 불승인 판정도 마찬가지다. 부당한 불승인 판정으로 인해 피해자는 또다시 산재인정을 받기위해 시간과 비용 부담을 무릅쓰고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산재보험을 적용받고자 행정소송까지 감내해야 하는 현행 산재 판정위 제도는 당장 개혁해야 한다.

 

수백종의 화학물질과 방사선 설비가 취급되는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반복된 희귀질환 피해. 같은 기흥공장에서 100만명 당 1명 꼴의 극희귀질환 거대세포종만 2명째 발병한 사실을 무시하고, 첨단산업의 불확실한 위험을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한 불승인 판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피해자에게 입증책임 전가하고, 무리한 의학적· 자연과학적 증명을 요구하는 부당한 산재판정제도와 판정위 구조 개혁 지금 당장 실시하라!

업무와 질병간의 상당인과관계 판단은 의학적, 자연과학적 기준이 아니라 대법원 판결과 같이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수준에서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규범적’ 상당인과관계 임을 명확히 법제화하라! 의학전문가 중심의 업무상질병 판정위원회 해체하고, 폭넓게 산재 인정하라!

 

2025. 7. 30.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질판위 전 최후진술 준비)


(첨부1) 불승인에 대한 당사자의 심경

 

산재 제도는 사람을 위한 제도여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제도는 과학적 인과관계 만을 요구하며 그걸 피해자 스스로 입증하라고 합니다. 희귀질환일수록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데 그 책임을 오롯이 노동자에게 지우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 판단입니까? 저는 지금의 산재판정 구조를 묻고 싶습니다. 피해자가 병을 입증하지 못하면 산업재해가 아닌가요? 희귀질환은 늘 개인 탓이어야 하나요?

그동안 노출된 환경, 실제 피해자들의 사례, 구조적 위험은 모두 무시되어도 되나요?

 

산재를 신청하니 지금 와서 ‘어떤 물질에 노출된 적이 있느냐’, ‘증거가 있느냐’ 고 묻습니다. 우리는 일할 때 구체적인 유해성 정보를 모르고 일했습니다. 그리고 100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희소)질환인 거대세포종 환자가 같은 공장에서 두 명 발생해 한 명은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그건 우연의 일치인가요? 이렇게까지 힘들게 설명하고 증명해야 하는 구조가 참 서글펐습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불승인을 했으니 또 힘들지만 행정소송을 제기해보려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 병은 다른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20년 이상 반도체 라인에서 각종 유해환경에서 일해 생긴 직업병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첨부2) 질병판정위 재심의(6/27) 당시에 진술한 최종의견진술서

 

저는 반도체 노후 라인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작업자입니다. 제가 겪은 작업환경과 그 속에서 알지 못한 채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유해요인들에 대해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작년 언론을 통해 제가 일한 삼성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계측 설비(XRF) 방사선 피폭 사고를 접하고 매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메인 공정도 아닌 공정모니터링용으로 수시로 사용한 계측기에서 방사선 노출이 있었다는 사실은, 수년간 그보다 못한 환경에서 근무해 온 제게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계측 설비는 전 공정에 걸쳐 필요할 정도로 기본적이고 흔한 설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필요에 따라 생략될 수 있는 보조 공정으로 인식되었기에 작업자들의 주의를 덜 받기도 했습니다.

계측 설비 외에도 저는 공정상 다양한 유해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포토 공정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발암물질 PR 냄새

cvd 설비 진행하는 곳은 부산물을 클린(세정)하는 과정에서 덕트 연결부위 O-Ring이 부식되어 폐가스 누출로 인해 발생되는 냄새


제가 일한 end fab 라인은 특히 냄새문제가 심했습니다. 공기흐름인 공조가 아래로 다운되는 게 아닌, 하부층이 없이 막힌 구조라 냄새의 빠른 휘발이 되지 않는 구조였습니다.

또한, 저는 공정 라인 내에서 특정 설비만을 고정 담당했던 것이 아니라,

라인의 공간 여건에 따라 이설 셋업을  반복하며 포토 에치 등 다양한 공정 및 설비 그에 따른 엑스레이 설비 포함한 계측 작업을 했습니다.

SET-UP 라인은 공정 안정화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검사나 계측 진행이 아주 많습니다. 모니터링 또한 잦아 계측작업은 많아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리방사선이 얼마나 나오는지, 어떤 설비가 어떤 유해한 물질을 발생시켰는지 구분하거나 판단할 수 있는 안전 보건에 대한 정보는 전혀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메인설비는 엔지니어에게 기초 공정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반면

계측 설비는 별도 교육 없이 로딩·언로딩 방법만 배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내부 원리나 위험도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 받은 적이 없습니다.

 

1990년대 초반에 지어진 라인인데 2024년에 계측설비에서 방사선 피폭 사고가 났다고 하니, 많은 의심이 들었습니다. 분명한것은 과거의 작업환경이 지금보다 훨씬 더 열악했고 관리가 안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동료들이 암이 발병하고 희귀질환이 발병해 고통을 겪었습니다. 저와 함께 일한 동료들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이도 있고, 폐암에 걸린 선배는 돌아가신 뒤에 비소노출로 인한 산재인정을 받았습니다.


제가 일하던 당시에는 방사선이나 유해화학물질 노출에 대한 어떤 설명이나 주의도 없었고, 위험물질이 존재한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한 채 근무했습니다.

그로 인해 지금처럼 건강에 이상이 생긴 뒤에야 '그게 위험한 환경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된 것입니다.

제가 앓고 있는 극희귀 질환인 거대세포종과 그동안 저를 괴롭혔던 어지럼증, 중이염, 디스크, 유산, 불임, 자궁적출 등 이러한 병들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닙니다.

수년간 반복된 야간근무, 화학물질 노출 환경에서의 작업, 그리고 방사선 계측장비 사용 등

설비옆에서 항상 나던 알 수 없는 코를 찌르는 냄새들...

이런 작업환경이 저의 몸에 오랜 시간 스며들었습니다.

그렇게 스며들듯이 제 몸속에 쌓여 병이 되었고,

지금 저는 그 결과를 온몸으로 겪고 있습니다.

 

저는 그 어떤 과장도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이 상태가 단지 '운'이나 '개인 탓'으로만 치부되는 것이 억울합니다.

이 병은 제 오랜 근무의 결과입니다.

그 사실만은 꼭 인정받고 싶습니다.

이런 제 진술이 판단을 내리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첨부) 성명서 및 당사자 심경글  https://drive.google.com/file/d/1I6Cr4l6p5EwROyGStvOiqXEjZvrtJVPg/view?usp=sharing

(문의) 반올림 이종란 활동가(노무사) 010-8799-1302), 반올림 지원노무사 모임/정향숙 대리인 이고은 노무사 010-2553-4683 


 (설명)  2025. 과천 현대미술관 전시 작품, 이은희 <섬섬옥수> , 왼쪽이 정향숙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