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노동안전보장! 반도체고등학교 설립규탄 !
기자회견 보도자료
“국가와 기업의 합작, 반도체산업 인력양성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2025. 7. 24. (목) 11시, 국정기획위원회 앞
사회: 이을재 선생님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 공동행동)
유튜브 중계 :
https://www.youtube.com/live/bjqoFjJumXU?si=fPjv4VKvelpWqFyM
https://youtu.be/s34tLCyPTHQ
발언 1. 재벌특혜 반노동 반환경 악법 반도체특별법 폐기히라 –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반도체특별법저지 공동행동 집행위원장) 2. 반도체고 설립 문제 및 산업안전교육 문제 – 양진아 선생님(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부위원장) 3. 위험천만한 반도체특별법 신속처리 안건과 반도체고등학교 설립 중단하고, 교육적 목적을 상실한 채 학생들을 사지로 내모는 산업체파견 현장실습제도 폐지하라!! – 하인호 선생님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 공동행동) 4. 피해자 발언 - 스태츠칩팩코리아 간독성질환 피해자의 어머님 5. 피해자 발언 – 대학생현장실습생 케이엠텍 백혈병 피해자의 어머님 6. 기자회견문 낭독 – 박한솔 활동가(재벌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 공동행동/노동건강연대) ##기자회견후 의견서(요구안)을 국정기획위원회 사회2분과 에 전달 |
*문의 : 반올림 이종란 010-8799-1302, 반올림 02-3496-5067, sharps@hanmail.net, 홈페이지 sharps.or.kr
* 첨부) 발언문, 요구안, 기자회견문
*첨부) 기자회견후 국정기획위에 제출하는 <반도체고등학교설립>에 관한 단체 의견서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공동행동,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재벌특혜 반도체특별법저지 공동행동, 서울노동광장, 건강한노동세상
—--------------------------------------------------------------------------------------------------------
[발언문1] 재벌특혜 반노동, 반환경 악법 반도체특별법 폐기하라! -이종란(반도체특별법저지 공동행동 집행위원장,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상임활동가)
올해 18주기가 된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노동자 고 황유미 님의 추모제가 있었던 3월 6일, 우리는 하얀 방진복을 입고 거리에 섰습니다. 반도체 직업병 산재사망노동자 114명의 영정을 들고 추모 행진을 했습니다. 그때 우리의 주된 요구는 추모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반도체특별법을 폐기하라는 요구였습니다.
황유미의 백혈병 산재 투쟁을 계기로 시작한 10년에 걸친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는 그동안 괴담으로만 존재했던 반도체 암 피해의 진실을 여과없이 드러냈습니다. 삼성을 비롯한 6개의 반도체 회사 전현직 노동자의 암 발명자만 3,442명, 사망자만 무려 1,178명이었습니다. 논란이 되어온 백혈병 등 혈액암 위험은 3배가 높았습니다. 클린룸 영향이라고 결론 내린 역학조사였습니다.
이 역학조사에는 유지보수 등 고위험 직군의 하청 협력사 노동자들이 배제되었습니다. 정규직보다 더 많은 수가 일하고 더 위험업무를 하는 하청협력업체 노동자들의 피해까지 포함하면 피해는 얼마나 더 많을까요. 수백수천종의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신규물질이 끊임없이 사용되는 화학산업이 반도체산업입니다. 그럼에도 화학물질의 위험성은 영업비밀에 가린채 알권리도 없이 반도체를 생산해 왔습니다. 방사선 위험도 적지 않습니다. 기흥공장에만 600여대의 방사선 설비가 사용됩니다.
우리는 그동안 반도체 노동자들의 아픔, 유족이 된 피해자들의 고통을 무수히 많이 겪어왔습니다. 그럼에도 이재명정부는 어떤 안전보건대책마련도 없이 반도체특별법으로 반도체고등학교, 반도체특성화대학교, 대학원들을 증설하겠다고 합니다. 30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이미 지어진 반도체 고등학교에는 클린룸이 들어섰습니다.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 감광제가 반도체고등학교에서 사용되고 불산과 황산 등 강산, 강알칼리, 생식독성, 유전독성 물질들이 사용됩니다. 방사선 설비도 사용이 되겠죠 그런데 과연 안전교육은 받고 있을까요.
반도체 산업은 첨단기술산업이라고 부르기 이전에 첨단 화학산업입니다. 너무 많은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됩니다. 얼마전 하청노동자가 TMAH가 노출되어 사망한 사례도 있습니다. 피부에 닿으면 죽습니다 라는 경고표시를 가진 반도체 핵심 화학물질입니다. 엊그제는 삼성반도체 사내 화학물질 공급 시설에서 일한 삼성하청노동자가 뇌종양으로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이 무서운 진실들을 외면한 채로 반도체 산업의 찬란한 빛만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유해위험사업장으로 우리 청소년들을 내모는 정책은 지금 당장 재고해야 합니다. 대책없이 지어지는 반도체고 설립을 규탄합니다.
반도체특별법은 삼성 등 반도체 재벌기업에 노동, 환경 등과 관련한 각종 규제조치들까지 풀면서 기업이 신속하게 반도체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특별법입니다. 반도체특벌법은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을 무한착취를 하려는 듯 근로기준법상 제한된 노동시간규제도 풀고 노동쟁의는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는 법입니다.
반도체특별법은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에 필요한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 법입니다. 수많은 유해화학물질 사용으로 인한 노동자 건강악영향과 지역주민에 미칠 환경적 영향도 심각합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 인허가간소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규제완화를 통해 반도체 산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2월에 국회를 통과한 K칩스법 즉 조세특례법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무려 6조원 가량의 법인세를 감면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또 이재명 정부는 국내 생산 판매 반도체에 최대 10%의 생산세액공제를 하겠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삼성과 SK의 연간 세액 감면 혜택은 최대 9조원이라고 합니다. 생산량 극대화만이 지상최대의 과제가 되니 벌써부터 노동자들 허리가 휠 지경입니다. 반도체특별법은 특별회계를 통한 기업지원, 직접 보조금까지 기업에 주겠다는 법입니다. 국민의 세금을 수백조원씩 투입하고도 기업의 이윤에 대한 공공적 환수조치는 전혀 없는 명백한 재벌특혜법입니다. 그동안 한국사회의 불평등, 비정규직 하청구조, 불공정 경쟁을 가속화 시켜온 재벌구조에 대한 반성 없이 이재명 정부는 재벌 퍼주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반도체 생산은 어마어마한 전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 때문에 반도체 칩 생산이 늘수록 온실가스 배출은 고공행진을 합니다. 삼성에서 한해 2조개 정도의 칩 생산이 되는데 앞으로 용인 메가클러스터로 인해 늘어나는 온실가스는 도대체 얼마나 되는 것일까요. 정부가 추진중인 용인 산업단지 완공시 요구되는 전력은 전국 사용량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핵발전소 도입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탈원전주의자였던 김성환 환경부장관 후보자가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신규원전이 불가피하다고 까지 했습니다. 핵발전소는 모두에게 큰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생산은 물 사용도 막대합니다. 실리콘 사막이라는 말이 탄생할 정도로 물 고갈의 주범입니다. 용인 메가클러스터에 사용되는 공업용수는 하루 167만톤 입니다. 이는 서울시 수돗물 생산량의 절반을 넘는 막대한 양입니다. 16개의 신규 댐 증설까지 거론되니다. 극한 가뭄이 반복되면 대만처럼 반도체 회사에 물 공급을 대느라 우리의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는 제한급수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안전하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으면서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반도체산업, 노동자들의 무수한 죽음을 보아온 이 산업을 키워 미래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것은 재고되야 합니다. 반도체를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사회에 반도체가 꼭 필요하다면 정의로운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우리는 기업의 이윤보다 더 중요한 공공성과 생태, 공동체를 지켜내고 사람의 생명을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끝>
===============================================
[발언문2]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부위원장 양진아
횡단보도를 건널 때 손을 들라고 가르친 곳, 학교입니다.
비타민 c 가 부족하면 어떤 병에 걸리는지, 영양소를 얻기 위해선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까지, 학교는 공부 이전에 우리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입니다. 그런 학교에서 전혀 위험하지 않은 물질을 사용하는 후공정 작업이라며 학생들에게 현장실습을 추천할 때 누가 의심할 수 있었을까요.
불이 났을 때 대피방법을 알려주던 학교가 황달이 생기는 것은 간이 안좋은 징조이니 의사를 찾아가야한다고 알려주던 학교가 간에 치명적인 약품을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으로 학생들을 떠밀었습니다. 스태츠칩팩 코리아에서 일하게 된 김선우씨의 이야기입니다.
일을 시작한지 1년만에 김선우씨의 간은 형체도 없이 녹아내렸습니다.
스태츠칩팩 코리아가 한 짓은 범죄이고 사기입니다. 충격적이게도 그 사기행위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던 공범은 스태츠칩팩코리아로 학생들을 보내달라고 공문을 보낸 교육청, 그리고 실제로 학생들을 보낸 학교입니다. 지금도 전국의 수많은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제2, 제3의 김선우씨를 기업의 위험한 현장으로 '현장실습'이라는 이름 아래 보내고 있습니다.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니라,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졌어야 하는 학교가 학생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반도체 고등학교'라는 이름으로 더 거대한 사기행위가 시작되려 합니다. 반도체 고등학교는 말합니다. 누구보다 앞서 '반도체'라는 첨단 산업의 일원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직업인으로 키워주겠다고 합니다.
믿을 수 있습니까. 믿어야 합니까. 오직 기업의 요구만을 위해 만들어지는 반도체 고등학교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사람들은 아프거나 죽을 수도 있다고 알려주겠습니까. 지금까지는 '반도체' 고등학교라는 이름이 붙지 않아서 알려주지 않았던 겁니까.
서울청소년 노동인권네트워크는 반도체 공정의 유해성과 위험물질들은 무시한채 오직 기업의 편의를 위해 반도체 공정 교육만 주입하는 반도체고 신설에 반대합니다.
학교가 왜 기업의 논리를 대변합니까. 학교가 뭐하는 곳입니까.
찻길을 건널 때는 손을 들고 건너라더니 유해위험 사업장에는 왜 가라고 하는 겁니까.
이에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강력하게 말합니다.
* 반도체 고등학교의 신설과 기업만을 위한 인력양성 계획 규탄한다.
* 노동안전보건 교육에 대한 필수과목 신설하라
* 유해위험사업장 취업 및 현장실습을 금지하라
반도체 고등학교는 첨단산업의 허울과 밝은 미래로 청소년들을 현혹하는 사기행위를 멈추십시오.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이라는 학교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십시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자리에서 끝까지 지켜볼 것입니다. 기업을 위한 인재가 아닌!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살아가는 건강한 인간을 키워내는 학교가 되는 그날까지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함께하겠습니다. <끝>
----------------------------------------------------
[발언3] 하 인 호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공동행동) :
위험천만한 반도체특별법 신속처리 안건과 반도체고등학교 설립 중단하고,
교육적 목적을 상실한 채 학생들을 사지로 내모는 산업체파견 현장실습제도 폐지하라!!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에 따라 반도체 산업 지원과 노동 규제 완화 정책에 따라 반도체 산업으로의 현장실습과 취업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 전국에 반도체고등학교가 설립되고 있으며, 2022년부터 현행 현장실습제도를 우회하여 전공과 무관하게 운영되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 채용연계형 직무교육과정에 올라타 내 달리고 있는 회사들이 스태츠칩팩코리아와 제이셋스태츠칩팩코리아, 광주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 MTS코퍼레이션, DB하이텍 부천, DB하이텍 음성 등 반도체 관련 회사들입니다.
그리고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반도체특별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회로가 잔뜩 있는 현행 현장실습제도에서는 반도체 산업과 같은 유해기업에서 이루어지는 실습을 규제할 수 없으며, 현장실습생의 노동권과 건강권 침해가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은 위험을 예방하거나 인지할 능력이 없어 보입니다.
반도체 기업들은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를 인력 수급의 주요 통로로 인식하고 있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전자산업 지원 정책 시행으로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채용연계형 직무교육과정은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 중 연계교육형 현장실습의 하나로 2022년부터 대한상공회의소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구인 기업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직무교육과정을 운영하여 채용연계 및 기업 적응 등을 통합 지원”하는 사업이며, 산업구조 재편, 신기술 도입 등 사회 변화를 반영하여 유연하게 인력을 양성하여 공급하겠다는 것이 이 사업이 추진된 배경에 놓인 관점이자 목표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기업 발굴, 프로그램 개발, 운영계획 및 현장실습 협약서 작성, 교육 수당 지급과 출결 관리 등 모든 운영은 상공회의소가 하고 선도기업 지정과 예산은 교육부가 학교는 학생들에게 안내만 하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고용노동부를 무시하고 인력소개소임을 자처하고 있는 것입니다.
직업계고에서 할 수 있고, 해야 할 교육과정을 굳이 많은 예산을 들여 교육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기관과 학원에서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국가 예산으로 교육기관에 지원금 지급과 참여 교육생에게 월 60만원의 교육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특성화고 취업담당교사는 상공회의소 채용연계형 직무교육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학교가 하고 있는 직업교육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답니다.
위탁 학원이나 기관에 가서 저 교육을 받아버리면 아이들은 학교에 대한 신뢰는 다 무너지겠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특성화고에서 3년 동안 배우는 내용을 거시서는 한 달 만에 끝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합니다.
상업고등학교에서 회계를 전공한 학생이 대한상공회의소 인천인력개발원에서 운영하는 반도체 생산 전문인력양성과정을 140시간 이수하고, 스테츠칩팩코리아에 취업을 할 수 있습니다.
스테츠칩팩코리아는 선도기업이기 때문에 수업일수 2/3 경과 이후 취업 전환이 가능합니다.
채용연계형 직무교육과정 중 반도체 분야 입교 인원이 2023년 255명으로 전체 교육생 중 24.6%, 2024년 263명으로 21%가 참여했습니다.
어떻게 상업계고 학생이 전공과 무관한 반도체 회사에 취업할 수 있을까요?
산업체 현장실습은 전공과 일치해야 하지만 채용연계형 직무교육과정에는 전공전환과정이라는 이름으로 전공과 무관하게 신청할 수 있습니다. 애초 이 사업은 전공을 고려하여 참여하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많은 교육과정은 전공과 무관하게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해당 사업이 조기 취업 통로로 이용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2023년 46개 과정 중 42개가 전공전환과정이었습니다. 전공 전환하기 참 쉽죠?
반도체 연구나 기술개발이 아닌 제조공정에 참여할 반도체고와 반도체 직무채용과정을 거쳐 반도체 회사에 근무할 학생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고 산업안전교육을 실시할 책임이 국가와 산업체에 있습니다.
특히 교육부와 교육청, 반도체고등학교는 직업계고 전문 공동 교과인 ‘노동인권과 산업안전보건교과를 선택하고 있지 않습니다. 부산교육청만 모든 직업계고에서 ‘노동인권과 산업안전보건’교과를 필수 이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인천반도체고와 서울반도체고 교육과정을 보면 ‘노동인권과 산업안전보건’교과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상공회의소 반도체 직무채용과정 운영계획서를 살펴보면 ‘반도체 안전관리’교과 프로그램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업계고에서는 현장실습과 취업을 내보내는 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평생을 일하며 살아야 하는 노동자가 될 청소년들이 노동자의 권리를 아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위험한 상황이나 요인에 대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태도나 민감도, 즉 안전 감수성, 위험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현장실습, 도제교육, 기능반 운영, 채용연계형 직무교육, 반도체고등학교 설립 등 비본질적 요소를 제거하고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학교 운영이 필요할 때입니다.
교육적 목적을 상실한 채 학생들을 사지로 내모는 산업체파견 현장실습제도 이제 멈춰야 합니다. 위험천만한 반도체특별법 신속처리안건은 당장 멈춰야 합니다. 특정 분야 인력양성을 위한 반도체고등학교 설립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교육이 바뀐다는 것은 산업체와 학원에 직업교육 양성을 위임하지 않고 학교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교육체제를 정비하여 시대정신의 흐름에 적합한 민주시민으로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노동자를 키워내는 것입니다.
직무가 확정되지 않는 상태의 훈련 참여는 쓸모가 없으며, 특정 분야에 일시적 인력양성은 필요한 기업에서 해야 합니다.
국민주권정부의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고졸 취업 걱정, 일자리 걱정하지 말고,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기 위해 힘쓰지 말고, 교육의 관점에서 직업계고 학생들의 창의․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에 집중하라고 주권자인 국민이 요구합니다.
고졸 취업 걱정, 일자리 걱정은 고용노동부가 청년 고용정책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고민하도록 하고, 교육부는 자기 본분을 다해야 합니다.
-----------------------------------------------------------------------
[발언4] 고등학교 현장실습 등 피해자 발언
– 스태츠칩팩코리아 간독성질환 산재 피해자의 어머님
안녕하세요.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주시고 애써주시는 모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제 아들을 대신하여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 아들은 인천에 있는 스태츠칩팩코리아라는 반도체 후공정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2020년 10월, 마이스터고등학교 3학년이던 아들은 학교의 추천을 받아 현장실습생으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삼성반도체의 백혈병 문제를 언론을 통해 접한 저는 걱정이 컸지만, 아들은 후공정이라 안전하다고 교육을 받았고, 회사 규모도 있는 편이라 안심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학교가 추천한 회사였기에 믿고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입사 1년 2개월 만에 아들의 몸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독성 간질환판정을 받았고, 이후 간성혼수와 뇌부종까지 겪으며 수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겼습니다. 결국 뇌사자의 간 기증을 통해 간이식을 받고 겨우 생명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수술을 맡은 의사는 간이 완전히 녹아내려 조직검사의 의미조차 없다고 했습니다. 입사 전까지만 해도 신체검사에서 1급 판정을 받은, 건강하던 아이였습니다. 이 모든 변화는 산업재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유기용제에의 과다 노출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아들과 함께 일한 친구는 세정실에서 소주보다 독한 약품 냄새가 났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방독면조차 지급하지 않고, 얇은 면마스크 하나를 주었고, 숄더페이스트라는 화학 접착제를 다룰 때도 쉽게 찢어지는 장갑에만 의존해야 했습니다.
사용하는 약품은 매주 바뀌었지만, 어떤 성분이고 어떤 독성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저 “무해하다”는 말뿐이었습니다. 아들은 안전교육도 형식적이고 실효성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업무 환경도 매우 열악했습니다.
연차 사용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오버타임 근무는 강제되었습니다.
아플 때도 출근해서 열을 재고 정상이면 근무해야 했습니다.
한 번은 일하는 중 코피가 2시간 넘게 멈추지 않아 반차를 내고 병원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복귀 후 아무도 그의 몸 상태를 묻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들은 자신이 ‘사람’이 아닌 ‘일하는 기계’처럼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저는 학교를 믿고 아이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런 환경에서 학생들을 보내고도 학교와 교육청은 어떤 관심이나 관리도 하지 않았습니다.
고3 학부모 교육에서 “입사 후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를 하겠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입사 이후 학교와 교육청 모두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현장실습생으로 입사해 중대한 질병을 얻고 생사의 기로를 오간 동안, 회사도, 학교도, 교육청도우리 아이를 ‘하나의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간이식 수술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중에도 병가가 끝났다는 이유로 ‘무단결근’ 처리 후 퇴사 조치를 했습니다. 마치 수명을 다한 부품을 버리듯, 아이를 내친 것입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분노와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더 황당한 건, 회사가 간 손상을 아이의 음주 습관 탓으로 돌렸다는 것입니다. 책임 회피를 위해 어떻게 이런 주장까지 할 수 있는지, 정말 분노스럽습니다.
현재 아들은 산업재해 신청이 불승인되어, 인정을 받기 위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회사에서 일하던 중 병이 발생했음에도 산재를 인정받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습니다.
어떤 화학약품이 사용되었는지조차 회사는 공개하지 않고 있어, 피해자인 아들이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부당합니다. 몸을 회복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대기업과 국가기관(근로복지공단)까지 상대로 싸워야 하는 현실이 우리 아이를 두 번, 세 번 더 아프게 합니다.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 중심의 특별법을 추진하고, 반도체고등학교를 추가 신설하겠다는 발표를 보며 실망감이 컸습니다.
산업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그 산업을 지탱하는 사람의 생명과 인권이 우선시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들처럼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청소년과 초년 근로자들은 더 위험에 취약합니다.
이런 피해가 다시는 반복되어선 안 됩니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는, 안전하게 일하고 존중받으며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산업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 행복하게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발언5] 대학생 현장실습생 피해자
– 삼성하청 휴대폰 생산공장, 구미 케이엠텍의 백혈병 피해자의 어머님
안녕하세요. 오늘 기자회견 참석을 위해 멀리 부산에서 올라온 산재피해학생 엄마입니다.
2003년생 저희아들은 스무한살이 되던 해에 백혈병 판정을 받았습니다. 회사기숙사에서 아파서 응급으로 조치한 뒤 큰병원에 갔더니 청천벽력같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힘든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마치고, 현재는 집에서 요양중에 있습니다. 백혈병 후유증으로 폐에 구멍이 생겨 산소호흡기를 집에서도 비치해서 호흡에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백혈병이 아직까지 완치되지 않고 몸무게도 너무 빠져 아들의 미래가 너무 걱정이 됩니다
우리 아들은 2021. 10월 특성화 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의 추천으로 구미에 있는 ‘케이엠텍’ 이라는 회사에 현장실습을 나갔습니다. 삼성 휴대폰을 만드는 회사인데, 삼성의 1차 협력사라는 타이틀이 있어 안심하고 보냈습니다.
우리 아이는 성실하고 무던하여 회사에 적응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였습니다. 그래서 3개월의 현장실습을 마친 뒤에 바로 정식 입사하고, 회사와 산학협력대학으로 맺어진 영진전문대학 ICT융합전자과에 입학하여 주중에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주말에 대학을 다녔습니다. ‘고숙련 일학습병행제, P-TECH’이란 제도였습니다.
저희 아들은 현장실습기간을 통털어 만 2년만에 백혈병이 걸렸는데, 휴대폰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매번 안좋은 냄새를 맡아야했습니다. 하루 2천개 이상 휴대폰 부품을 조립할 때 달콤하고 시큼한 냄새가 났고, 현장의 공기 질도 좋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집안 누구도 백혈병이 없는데 회사에서 일한지 2년만에 백혈병이 발병한 것에 산업재해라는 의심을 품고 반올림에 연락을 취했고, 2024. 5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1년 2개월째 아직 결론이 안난채로 역학조사만 진행중에 있습니다.
우리 아들이 백혈병이 발병했을 때 회사는 나몰라라 했습니다. 치료비 지원은커녕 부모를 탓하며 무급휴직 끝에 4개월만에 해고했습니다. 영진전문대학의 경우에도 회사에서 해고되자마자 퇴학조치 했습니다. 아들이 생사의 고락에서 힘들어할 때 회사와 대학이 보여준 모습은 절망적이었습니다. 다행히 반올림과 여러 노동단체, 교육단체, 시민단체들이 아픈 아들을 대신해 투쟁을 해주었고 그 결과 회사는 사과를 하고 치료비를 지원하고 재발방지대책 약속도 했습니다. 대학도 처음에는 절대 복학이 안될것처럼 굴었지만 MBC와 언론들의 비판여론이 일자 복학조치를 했습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전자산업이 깨끗한 사업장인 줄 알았는데 결코 그렇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데 무엇이 유해한지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정작 우리 아들과 같은 현장실습생, 혹은 노동자들이 정작 크게 아팠을 때, 그것도 직업병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회사도, 교육기관도 다 외면하였다는 것입니다.
지금 기업들의 인력양성 방안으로 반도체 고등학교를 무작정 늘린다고 합니다. 저는 너무나 걱정됩니다.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고등학생 아이들을 데려다 일을 시킬때는 무엇이 위험한지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위험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자신의 몸을 보호할지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길이며 나아가 기업도 발전을 이룰 것 입니다. 다시는 우리 아들처럼 아픈 아이들이 나오지 않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
<반도체 고등학교 설립>에 관한 단체 의견서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외)
국회에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반도체특별법(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법안)’ 에는 반도체산업 특성화대학(원),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를 대통령령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또한 정부가 연내 반도체특별법 조기 제정을 추진한다고 공언하면서, 반도체고, 반도체대학(원)설립 등 30만 명이상의 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실제로 시도 교육청을 중심으로 지역에 반도체고등학교를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으며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서, 보장된 일자리로서 반도체고등학교 입학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특별법 및 인력양성 계획 어디에도 집약적인 첨단 화학 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유해위험성, 방사선 장비 등 사용으로 인한 안전 대책 등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동안 반도체에 종사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백혈병, 뇌종양, 각종 암과 희귀질병, 유전독성과 생식독성 등 산재 피해를 보아왔다. 반도체산업은 첨단 기술 산업이기 이전에 집약적인 화학산업이다. 그럼에도 안전보건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 하나 없이 인력양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생명과 건강을 잃는 직업이라면 양질의 일자리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유해위험 사업장으로 청소년들을 내몰 수 없다.
반도체 산업을 모두 멈춰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가 우리사회의 필수품이라면 정의롭게 생산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이 반도체 기업들의 이윤보다 먼저여야 한다. 현재 추진 중인 반도체특별법, 반도체 인력양성 계획 어디에도 건강권, 안전권 보장 조항이 없다. 반도체고등학교, 고등학교 및 대학교 현장실습노동자, 특성화 대학 등 청소년들에게 노동인권, 산업안전보건교육 필수 교과목 지정, 안전보건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대책 마련도 없이 재벌에게 특혜만 주는 반도체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에 반대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반도체고 산업안전 보건교육 필수 지정
현재 개교하여 운영중인 충북반도체고등학교와 인천반도체고등학교를 비롯하여 전국에 반도체고가 설립되고 있다. 각 학교는 반도체산업의 우수성과 미래지향적인 측면만을 홍보하고 있으나 실제 반도체산업의 위험성, 그리고 반도체산업에 종사할 때 반드시 알아둬야 할 산업안전 관련 교육을 하고 있는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마이스터고인 반도체고등학교는 산업안전 관련 교육을 필수로 해야 하며 특히 반도체산업의 전 공정에 걸친 여러 위험에 대해서, 작업장과 노동환경에 대해서 정확히 인지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안전 교육 및 노동인권 교육을 필수로 지정하고 일정한 시수 이상을 반드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전제조건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반도체고등학교가 신설되거나 인준을 받기 위해 준비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정부는 현재 운영중인 반도체고등학교 및 신설의 경우 반드시 일정 시수 이상의 산업안전보건교육, 노동인권교육을 필수로 운영하는 것을 반도체고등학교 운영 관련 규정으로 만들어 강제해야 한다.
2. 중대재해 발생사업장, 반복된 직업병 발생 사업장 취업금지
지난 5월 인천시교육청은 인천시내 직업계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분야 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350여명의 학생이 전공과 무관하게 참여했고 총 4개 기업이 참여해 반도체 산업 취업에 대한 설명을 했다고 보도되었다. 이 날 참여한 4개 기업 중 하나인 스테츠칩팩코리아는 지난 2021년 이 곳에 취업한 청년노동자가 간독성질환에 걸려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해 소송 중인 곳이다. 피해자의 가족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증언, 인터넷 매체인 셜록의 보도 등에서 이 기업이 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스테츠칩팩코리아는 여전히 산재를 인정하지 않고 인천반도체고등학교의 가장 긴밀한 협력기업으로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있으며, 이를 넘어 공공기관인 교육청의 기업 설명회에도 참여하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 공정은 전혀 안전하지 않으며 이미 여러차례 산업재해로 판정받은 바 있다. 또한 겨우 일주일 전에도 울산에서 화학물질을 다루던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울산, 7월 11일) 이처럼 제조 공정의 위험성이 여전하고 산업재해가 발생한 공장임에도 여전히 청소년들은 그곳으로 현장실습이나 취업을 나가도록 제안받고 있다. 정부와 교육청은 산업재해가 발생했던 기업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 및 향후 현장실습이나 취업을 나가게 되는 기업의 안전 점검을 진행할 책임이 있다. 특히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 반복적으로 직업병이 발생한 사업장은 청소년 노동자를 채용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3. 반도체고 현장실습 폐지 검토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대학과 고등학교 신설 등을 통해 반도체 산업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렇게 양성한 노동자들이 일하게 될 반도체 산업의 공정에 대한 점검과 안전에 대한 대비는 어디에도 없다. 반도체고는 현재 실습실을 설치하고 각종 장비를 클린룸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반도체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노동자들이 취업하게 되는 곳은 삼성이나 SK같은 대기업 클린룸이 아니다. 이미 자동화된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극히 일부이며 대다수는 스테츠칩팩코리아와 같은 하청, 협력업체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인천반도체고는 올해도 7월부터 스테츠칩팩코리아에서 현장실습채용을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7월이면 3학년 1학기가 채 끝나지도 않은 시점이다. 좋은 일자리, 안전한 채용으로 이어지지도 않는 현장실습의 문제에 대한 점검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특히 반도체산업이라는 위험천만의 특수한 산업 현장에 대한 대비와 점검도 없이 산재가 발생하고 있는 공장으로 다시 청소년들을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내보내는 것은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
반도체고 현장실습을 중단하고 반도체고 졸업 이후 노동환경에 대한 실태조사 및 연구, 대안 마련 등을 전문가와 현장 교사, 청년 노동자와 기업이 함께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청소년의 노동안전보장은 반도체고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반도체산업 현장은 그 어디보다 위험하며 심지어 그 위험의 원인이 정확하게 파악되거나 공개되지도 않고 있다. 국가주도로 설립되는 반도체고등학교와 특성화대학 등을 통해 청소년/청년 노동자들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안전한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바이다. 본 의견을 전달하는 단체들은 이러한 안전장치들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반도체고 설립을 반대하는 운동을 계속 전개할 것이다.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공동행동,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재벌특혜 반도체특별법저지 공동행동, 서울노동광장, 건강한노동세상
====================================================
[기자회견문]
청소년노동안전보장! 반도체고등학교 설립규탄 !
“국가와 기업의 합작, 반도체산업 인력양성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지난 겨울 우리는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많은 노동자 시민과 함께 윤석열 탄핵의 구호를 외치고, 안전하고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낸 목소리 중에는 ‘재벌특혜 반도체특별법 폐기하라’는 외침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목소리는 외면당했다. 지금 국회에는 삼성, SK 등 반도체 재벌기업에 온갖 특혜를 주면서도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물 부족, 온실가스 배출을 가속화 할 반도체특별법이 신속처리 안건으로 상정되어 있다. 연내 반도체특별법 조기 제정을 추진한다고 공언한 이재명 정부의 의지로 언제라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기업의 인허가 사항 신속처리 및 규제완화를 위한 내용 뿐 아니라, 반도체 특성화 대학교와 대학원, 그리고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를 대통령령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이재명 정부는 30만 명 이상의 반도체 산업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실제 시도 교육청을 중심으로 각 지역에 반도체고등학교를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미 지어진 반도체 고교 중에는 반도체 생산시설인 클린룸을 짓고 각종 독성물질들을 투입해 반도체를 만드는 교육을 시키고 있다. 10대의 몸은 성인보다 유해물질에 민감하기도 하고, 학교 실습이란 불안정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점만 감안해도 너무 위험천만한 일이다.
반도체특별법 및 정부의 반도체 인력양성 계획 어디에도 반도체 산업의 본질, 집약적인 첨단 화학 산업이라는 말은 없다. 안전보건대책도 전혀 언급이 없다. 반도체 생산에는 각종 독성을 가진 수많은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수많은 방사선 장비가 사용된다는 것은 왜 이야기하지 않는가. 그동안 삼성을 비롯한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이 젊은 나이에 백혈병, 뇌종양, 각종 암과 희귀질병, 유전독성과 생식독성 등의 산재 피해를 보아온 사실은 왜 모른채 하는가.
반도체산업은 첨단 기술 산업이기 이전에 집약적인 화학 산업이다. 삼성 등 원청기업 하에 다단계 하청, 협력사로 이어진 거대한 공급망 사슬이 반도체 산업의 실체다. 그 속에서 일하는 반도체 노동자들은 어제도 오늘도 중대재해로 사망하고 있다. 이번 달만 하여도 반도체 핵심 화학물질 수산화테트라메틸암모늄(TMAH)노출로 반도체 소재회사 하청노동자가 급성중독으로 사망했다. 바로 며칠 전에는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에서 화학물질 공급업무를 담당했던 사내하청 노동자가 악성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이렇게 생명을 위협하는 반도체 산업임에도, 국가핵심기술 및 영업비밀이란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화학물질 유해성은 제대로 알권리도 보장되지 않아왔다.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해야 하는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 일수는 없다. 유해위험 사업장으로 우리 청소년들을 내몰 수는 결코 없다. 안전보건대책도 없이 청소년들의 목숨과 건강을 담보로 지어지는 반도체고 설립을 규탄한다!
우리의 주장은 모든 반도체 생산을 모두 멈춰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가 우리사회의 필수품이라면 정의롭게 생산해야 한다. 반도체 기업들의 이윤보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이재명 정부에게 요구한다.
첫째, 반도체고등학교, 특성화 대학, 대학원, 고등학교 및 대학교의 현장실습노동자에게 노동법을 비롯한 노동인권교육을 시키고, 산업안전보건교육을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하라.
둘째, 더 이상 죽고 병들 수 없다. 정부와 교육청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 반복적으로 직업병이 발생한 사업장에 청소년노동자들의 취업을 금지시켜라!
셋째, 가장 취약한 지위에서 반복된 현장실습 노동자들의 산재사망과 직업병 고통을 또다시 반복할 수 없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 현장실습 제도 폐지하라.
넷째, 반도체 특별법은 재벌기업의 이윤을 위한 재벌특혜법이자, 반노동, 반환경 악법이다. 반도체특별법 폐기하라.
2025. 7. 24.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공동행동,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재벌특혜 반도체특별법저지 공동행동, 서울노동광장, 건강한노동세상







청소년노동안전보장! 반도체고등학교 설립규탄 !
기자회견 보도자료
“국가와 기업의 합작, 반도체산업 인력양성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2025. 7. 24. (목) 11시, 국정기획위원회 앞
사회: 이을재 선생님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 공동행동)
유튜브 중계 :
https://www.youtube.com/live/bjqoFjJumXU?si=fPjv4VKvelpWqFyM
https://youtu.be/s34tLCyPTHQ
발언
1. 재벌특혜 반노동 반환경 악법 반도체특별법 폐기히라
–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반도체특별법저지 공동행동 집행위원장)
2. 반도체고 설립 문제 및 산업안전교육 문제
– 양진아 선생님(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부위원장)
3. 위험천만한 반도체특별법 신속처리 안건과 반도체고등학교 설립 중단하고, 교육적 목적을 상실한 채 학생들을 사지로 내모는 산업체파견 현장실습제도 폐지하라!!
– 하인호 선생님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 공동행동)
4. 피해자 발언 - 스태츠칩팩코리아 간독성질환 피해자의 어머님
5. 피해자 발언 – 대학생현장실습생 케이엠텍 백혈병 피해자의 어머님
6. 기자회견문 낭독
– 박한솔 활동가(재벌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 공동행동/노동건강연대)
##기자회견후 의견서(요구안)을 국정기획위원회 사회2분과 에 전달
*문의 : 반올림 이종란 010-8799-1302, 반올림 02-3496-5067, sharps@hanmail.net, 홈페이지 sharps.or.kr
* 첨부) 발언문, 요구안, 기자회견문
*첨부) 기자회견후 국정기획위에 제출하는 <반도체고등학교설립>에 관한 단체 의견서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공동행동,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재벌특혜 반도체특별법저지 공동행동, 서울노동광장, 건강한노동세상
—--------------------------------------------------------------------------------------------------------
[발언문1] 재벌특혜 반노동, 반환경 악법 반도체특별법 폐기하라! -이종란(반도체특별법저지 공동행동 집행위원장,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상임활동가)
올해 18주기가 된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노동자 고 황유미 님의 추모제가 있었던 3월 6일, 우리는 하얀 방진복을 입고 거리에 섰습니다. 반도체 직업병 산재사망노동자 114명의 영정을 들고 추모 행진을 했습니다. 그때 우리의 주된 요구는 추모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반도체특별법을 폐기하라는 요구였습니다.
황유미의 백혈병 산재 투쟁을 계기로 시작한 10년에 걸친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는 그동안 괴담으로만 존재했던 반도체 암 피해의 진실을 여과없이 드러냈습니다. 삼성을 비롯한 6개의 반도체 회사 전현직 노동자의 암 발명자만 3,442명, 사망자만 무려 1,178명이었습니다. 논란이 되어온 백혈병 등 혈액암 위험은 3배가 높았습니다. 클린룸 영향이라고 결론 내린 역학조사였습니다.
이 역학조사에는 유지보수 등 고위험 직군의 하청 협력사 노동자들이 배제되었습니다. 정규직보다 더 많은 수가 일하고 더 위험업무를 하는 하청협력업체 노동자들의 피해까지 포함하면 피해는 얼마나 더 많을까요. 수백수천종의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신규물질이 끊임없이 사용되는 화학산업이 반도체산업입니다. 그럼에도 화학물질의 위험성은 영업비밀에 가린채 알권리도 없이 반도체를 생산해 왔습니다. 방사선 위험도 적지 않습니다. 기흥공장에만 600여대의 방사선 설비가 사용됩니다.
우리는 그동안 반도체 노동자들의 아픔, 유족이 된 피해자들의 고통을 무수히 많이 겪어왔습니다. 그럼에도 이재명정부는 어떤 안전보건대책마련도 없이 반도체특별법으로 반도체고등학교, 반도체특성화대학교, 대학원들을 증설하겠다고 합니다. 30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이미 지어진 반도체 고등학교에는 클린룸이 들어섰습니다.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 감광제가 반도체고등학교에서 사용되고 불산과 황산 등 강산, 강알칼리, 생식독성, 유전독성 물질들이 사용됩니다. 방사선 설비도 사용이 되겠죠 그런데 과연 안전교육은 받고 있을까요.
반도체 산업은 첨단기술산업이라고 부르기 이전에 첨단 화학산업입니다. 너무 많은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됩니다. 얼마전 하청노동자가 TMAH가 노출되어 사망한 사례도 있습니다. 피부에 닿으면 죽습니다 라는 경고표시를 가진 반도체 핵심 화학물질입니다. 엊그제는 삼성반도체 사내 화학물질 공급 시설에서 일한 삼성하청노동자가 뇌종양으로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이 무서운 진실들을 외면한 채로 반도체 산업의 찬란한 빛만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유해위험사업장으로 우리 청소년들을 내모는 정책은 지금 당장 재고해야 합니다. 대책없이 지어지는 반도체고 설립을 규탄합니다.
반도체특별법은 삼성 등 반도체 재벌기업에 노동, 환경 등과 관련한 각종 규제조치들까지 풀면서 기업이 신속하게 반도체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특별법입니다. 반도체특벌법은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을 무한착취를 하려는 듯 근로기준법상 제한된 노동시간규제도 풀고 노동쟁의는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는 법입니다.
반도체특별법은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에 필요한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 법입니다. 수많은 유해화학물질 사용으로 인한 노동자 건강악영향과 지역주민에 미칠 환경적 영향도 심각합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 인허가간소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규제완화를 통해 반도체 산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2월에 국회를 통과한 K칩스법 즉 조세특례법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무려 6조원 가량의 법인세를 감면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또 이재명 정부는 국내 생산 판매 반도체에 최대 10%의 생산세액공제를 하겠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삼성과 SK의 연간 세액 감면 혜택은 최대 9조원이라고 합니다. 생산량 극대화만이 지상최대의 과제가 되니 벌써부터 노동자들 허리가 휠 지경입니다. 반도체특별법은 특별회계를 통한 기업지원, 직접 보조금까지 기업에 주겠다는 법입니다. 국민의 세금을 수백조원씩 투입하고도 기업의 이윤에 대한 공공적 환수조치는 전혀 없는 명백한 재벌특혜법입니다. 그동안 한국사회의 불평등, 비정규직 하청구조, 불공정 경쟁을 가속화 시켜온 재벌구조에 대한 반성 없이 이재명 정부는 재벌 퍼주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반도체 생산은 어마어마한 전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 때문에 반도체 칩 생산이 늘수록 온실가스 배출은 고공행진을 합니다. 삼성에서 한해 2조개 정도의 칩 생산이 되는데 앞으로 용인 메가클러스터로 인해 늘어나는 온실가스는 도대체 얼마나 되는 것일까요. 정부가 추진중인 용인 산업단지 완공시 요구되는 전력은 전국 사용량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핵발전소 도입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탈원전주의자였던 김성환 환경부장관 후보자가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신규원전이 불가피하다고 까지 했습니다. 핵발전소는 모두에게 큰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생산은 물 사용도 막대합니다. 실리콘 사막이라는 말이 탄생할 정도로 물 고갈의 주범입니다. 용인 메가클러스터에 사용되는 공업용수는 하루 167만톤 입니다. 이는 서울시 수돗물 생산량의 절반을 넘는 막대한 양입니다. 16개의 신규 댐 증설까지 거론되니다. 극한 가뭄이 반복되면 대만처럼 반도체 회사에 물 공급을 대느라 우리의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는 제한급수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안전하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으면서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반도체산업, 노동자들의 무수한 죽음을 보아온 이 산업을 키워 미래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것은 재고되야 합니다. 반도체를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사회에 반도체가 꼭 필요하다면 정의로운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우리는 기업의 이윤보다 더 중요한 공공성과 생태, 공동체를 지켜내고 사람의 생명을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끝>
===============================================
[발언문2]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부위원장 양진아
횡단보도를 건널 때 손을 들라고 가르친 곳, 학교입니다.
비타민 c 가 부족하면 어떤 병에 걸리는지, 영양소를 얻기 위해선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까지, 학교는 공부 이전에 우리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입니다. 그런 학교에서 전혀 위험하지 않은 물질을 사용하는 후공정 작업이라며 학생들에게 현장실습을 추천할 때 누가 의심할 수 있었을까요.
불이 났을 때 대피방법을 알려주던 학교가 황달이 생기는 것은 간이 안좋은 징조이니 의사를 찾아가야한다고 알려주던 학교가 간에 치명적인 약품을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으로 학생들을 떠밀었습니다. 스태츠칩팩 코리아에서 일하게 된 김선우씨의 이야기입니다.
일을 시작한지 1년만에 김선우씨의 간은 형체도 없이 녹아내렸습니다.
스태츠칩팩 코리아가 한 짓은 범죄이고 사기입니다. 충격적이게도 그 사기행위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던 공범은 스태츠칩팩코리아로 학생들을 보내달라고 공문을 보낸 교육청, 그리고 실제로 학생들을 보낸 학교입니다. 지금도 전국의 수많은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제2, 제3의 김선우씨를 기업의 위험한 현장으로 '현장실습'이라는 이름 아래 보내고 있습니다.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니라,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졌어야 하는 학교가 학생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반도체 고등학교'라는 이름으로 더 거대한 사기행위가 시작되려 합니다. 반도체 고등학교는 말합니다. 누구보다 앞서 '반도체'라는 첨단 산업의 일원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직업인으로 키워주겠다고 합니다.
믿을 수 있습니까. 믿어야 합니까. 오직 기업의 요구만을 위해 만들어지는 반도체 고등학교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사람들은 아프거나 죽을 수도 있다고 알려주겠습니까. 지금까지는 '반도체' 고등학교라는 이름이 붙지 않아서 알려주지 않았던 겁니까.
서울청소년 노동인권네트워크는 반도체 공정의 유해성과 위험물질들은 무시한채 오직 기업의 편의를 위해 반도체 공정 교육만 주입하는 반도체고 신설에 반대합니다.
학교가 왜 기업의 논리를 대변합니까. 학교가 뭐하는 곳입니까.
찻길을 건널 때는 손을 들고 건너라더니 유해위험 사업장에는 왜 가라고 하는 겁니까.
이에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강력하게 말합니다.
* 반도체 고등학교의 신설과 기업만을 위한 인력양성 계획 규탄한다.
* 노동안전보건 교육에 대한 필수과목 신설하라
* 유해위험사업장 취업 및 현장실습을 금지하라
반도체 고등학교는 첨단산업의 허울과 밝은 미래로 청소년들을 현혹하는 사기행위를 멈추십시오.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이라는 학교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십시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자리에서 끝까지 지켜볼 것입니다. 기업을 위한 인재가 아닌!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살아가는 건강한 인간을 키워내는 학교가 되는 그날까지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함께하겠습니다. <끝>
----------------------------------------------------
[발언3] 하 인 호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공동행동) :
위험천만한 반도체특별법 신속처리 안건과 반도체고등학교 설립 중단하고,
교육적 목적을 상실한 채 학생들을 사지로 내모는 산업체파견 현장실습제도 폐지하라!!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에 따라 반도체 산업 지원과 노동 규제 완화 정책에 따라 반도체 산업으로의 현장실습과 취업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 전국에 반도체고등학교가 설립되고 있으며, 2022년부터 현행 현장실습제도를 우회하여 전공과 무관하게 운영되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 채용연계형 직무교육과정에 올라타 내 달리고 있는 회사들이 스태츠칩팩코리아와 제이셋스태츠칩팩코리아, 광주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 MTS코퍼레이션, DB하이텍 부천, DB하이텍 음성 등 반도체 관련 회사들입니다.
그리고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반도체특별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회로가 잔뜩 있는 현행 현장실습제도에서는 반도체 산업과 같은 유해기업에서 이루어지는 실습을 규제할 수 없으며, 현장실습생의 노동권과 건강권 침해가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은 위험을 예방하거나 인지할 능력이 없어 보입니다.
반도체 기업들은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를 인력 수급의 주요 통로로 인식하고 있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전자산업 지원 정책 시행으로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채용연계형 직무교육과정은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 중 연계교육형 현장실습의 하나로 2022년부터 대한상공회의소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구인 기업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직무교육과정을 운영하여 채용연계 및 기업 적응 등을 통합 지원”하는 사업이며, 산업구조 재편, 신기술 도입 등 사회 변화를 반영하여 유연하게 인력을 양성하여 공급하겠다는 것이 이 사업이 추진된 배경에 놓인 관점이자 목표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기업 발굴, 프로그램 개발, 운영계획 및 현장실습 협약서 작성, 교육 수당 지급과 출결 관리 등 모든 운영은 상공회의소가 하고 선도기업 지정과 예산은 교육부가 학교는 학생들에게 안내만 하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고용노동부를 무시하고 인력소개소임을 자처하고 있는 것입니다.
직업계고에서 할 수 있고, 해야 할 교육과정을 굳이 많은 예산을 들여 교육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기관과 학원에서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국가 예산으로 교육기관에 지원금 지급과 참여 교육생에게 월 60만원의 교육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특성화고 취업담당교사는 상공회의소 채용연계형 직무교육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학교가 하고 있는 직업교육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답니다.
위탁 학원이나 기관에 가서 저 교육을 받아버리면 아이들은 학교에 대한 신뢰는 다 무너지겠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특성화고에서 3년 동안 배우는 내용을 거시서는 한 달 만에 끝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합니다.
상업고등학교에서 회계를 전공한 학생이 대한상공회의소 인천인력개발원에서 운영하는 반도체 생산 전문인력양성과정을 140시간 이수하고, 스테츠칩팩코리아에 취업을 할 수 있습니다.
스테츠칩팩코리아는 선도기업이기 때문에 수업일수 2/3 경과 이후 취업 전환이 가능합니다.
채용연계형 직무교육과정 중 반도체 분야 입교 인원이 2023년 255명으로 전체 교육생 중 24.6%, 2024년 263명으로 21%가 참여했습니다.
어떻게 상업계고 학생이 전공과 무관한 반도체 회사에 취업할 수 있을까요?
산업체 현장실습은 전공과 일치해야 하지만 채용연계형 직무교육과정에는 전공전환과정이라는 이름으로 전공과 무관하게 신청할 수 있습니다. 애초 이 사업은 전공을 고려하여 참여하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많은 교육과정은 전공과 무관하게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해당 사업이 조기 취업 통로로 이용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2023년 46개 과정 중 42개가 전공전환과정이었습니다. 전공 전환하기 참 쉽죠?
반도체 연구나 기술개발이 아닌 제조공정에 참여할 반도체고와 반도체 직무채용과정을 거쳐 반도체 회사에 근무할 학생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고 산업안전교육을 실시할 책임이 국가와 산업체에 있습니다.
특히 교육부와 교육청, 반도체고등학교는 직업계고 전문 공동 교과인 ‘노동인권과 산업안전보건교과를 선택하고 있지 않습니다. 부산교육청만 모든 직업계고에서 ‘노동인권과 산업안전보건’교과를 필수 이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인천반도체고와 서울반도체고 교육과정을 보면 ‘노동인권과 산업안전보건’교과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상공회의소 반도체 직무채용과정 운영계획서를 살펴보면 ‘반도체 안전관리’교과 프로그램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업계고에서는 현장실습과 취업을 내보내는 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평생을 일하며 살아야 하는 노동자가 될 청소년들이 노동자의 권리를 아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위험한 상황이나 요인에 대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태도나 민감도, 즉 안전 감수성, 위험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현장실습, 도제교육, 기능반 운영, 채용연계형 직무교육, 반도체고등학교 설립 등 비본질적 요소를 제거하고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학교 운영이 필요할 때입니다.
교육적 목적을 상실한 채 학생들을 사지로 내모는 산업체파견 현장실습제도 이제 멈춰야 합니다. 위험천만한 반도체특별법 신속처리안건은 당장 멈춰야 합니다. 특정 분야 인력양성을 위한 반도체고등학교 설립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교육이 바뀐다는 것은 산업체와 학원에 직업교육 양성을 위임하지 않고 학교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교육체제를 정비하여 시대정신의 흐름에 적합한 민주시민으로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노동자를 키워내는 것입니다.
직무가 확정되지 않는 상태의 훈련 참여는 쓸모가 없으며, 특정 분야에 일시적 인력양성은 필요한 기업에서 해야 합니다.
국민주권정부의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고졸 취업 걱정, 일자리 걱정하지 말고,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기 위해 힘쓰지 말고, 교육의 관점에서 직업계고 학생들의 창의․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에 집중하라고 주권자인 국민이 요구합니다.
고졸 취업 걱정, 일자리 걱정은 고용노동부가 청년 고용정책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고민하도록 하고, 교육부는 자기 본분을 다해야 합니다.
-----------------------------------------------------------------------
[발언4] 고등학교 현장실습 등 피해자 발언
– 스태츠칩팩코리아 간독성질환 산재 피해자의 어머님
안녕하세요.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주시고 애써주시는 모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제 아들을 대신하여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 아들은 인천에 있는 스태츠칩팩코리아라는 반도체 후공정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2020년 10월, 마이스터고등학교 3학년이던 아들은 학교의 추천을 받아 현장실습생으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삼성반도체의 백혈병 문제를 언론을 통해 접한 저는 걱정이 컸지만, 아들은 후공정이라 안전하다고 교육을 받았고, 회사 규모도 있는 편이라 안심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학교가 추천한 회사였기에 믿고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입사 1년 2개월 만에 아들의 몸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독성 간질환판정을 받았고, 이후 간성혼수와 뇌부종까지 겪으며 수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겼습니다. 결국 뇌사자의 간 기증을 통해 간이식을 받고 겨우 생명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수술을 맡은 의사는 간이 완전히 녹아내려 조직검사의 의미조차 없다고 했습니다. 입사 전까지만 해도 신체검사에서 1급 판정을 받은, 건강하던 아이였습니다. 이 모든 변화는 산업재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유기용제에의 과다 노출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아들과 함께 일한 친구는 세정실에서 소주보다 독한 약품 냄새가 났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방독면조차 지급하지 않고, 얇은 면마스크 하나를 주었고, 숄더페이스트라는 화학 접착제를 다룰 때도 쉽게 찢어지는 장갑에만 의존해야 했습니다.
사용하는 약품은 매주 바뀌었지만, 어떤 성분이고 어떤 독성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저 “무해하다”는 말뿐이었습니다. 아들은 안전교육도 형식적이고 실효성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업무 환경도 매우 열악했습니다.
연차 사용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오버타임 근무는 강제되었습니다.
아플 때도 출근해서 열을 재고 정상이면 근무해야 했습니다.
한 번은 일하는 중 코피가 2시간 넘게 멈추지 않아 반차를 내고 병원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복귀 후 아무도 그의 몸 상태를 묻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들은 자신이 ‘사람’이 아닌 ‘일하는 기계’처럼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저는 학교를 믿고 아이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런 환경에서 학생들을 보내고도 학교와 교육청은 어떤 관심이나 관리도 하지 않았습니다.
고3 학부모 교육에서 “입사 후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를 하겠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입사 이후 학교와 교육청 모두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현장실습생으로 입사해 중대한 질병을 얻고 생사의 기로를 오간 동안, 회사도, 학교도, 교육청도우리 아이를 ‘하나의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간이식 수술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중에도 병가가 끝났다는 이유로 ‘무단결근’ 처리 후 퇴사 조치를 했습니다. 마치 수명을 다한 부품을 버리듯, 아이를 내친 것입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분노와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더 황당한 건, 회사가 간 손상을 아이의 음주 습관 탓으로 돌렸다는 것입니다. 책임 회피를 위해 어떻게 이런 주장까지 할 수 있는지, 정말 분노스럽습니다.
현재 아들은 산업재해 신청이 불승인되어, 인정을 받기 위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회사에서 일하던 중 병이 발생했음에도 산재를 인정받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습니다.
어떤 화학약품이 사용되었는지조차 회사는 공개하지 않고 있어, 피해자인 아들이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부당합니다. 몸을 회복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대기업과 국가기관(근로복지공단)까지 상대로 싸워야 하는 현실이 우리 아이를 두 번, 세 번 더 아프게 합니다.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 중심의 특별법을 추진하고, 반도체고등학교를 추가 신설하겠다는 발표를 보며 실망감이 컸습니다.
산업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그 산업을 지탱하는 사람의 생명과 인권이 우선시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들처럼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청소년과 초년 근로자들은 더 위험에 취약합니다.
이런 피해가 다시는 반복되어선 안 됩니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는, 안전하게 일하고 존중받으며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산업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 행복하게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발언5] 대학생 현장실습생 피해자
– 삼성하청 휴대폰 생산공장, 구미 케이엠텍의 백혈병 피해자의 어머님
안녕하세요. 오늘 기자회견 참석을 위해 멀리 부산에서 올라온 산재피해학생 엄마입니다.
2003년생 저희아들은 스무한살이 되던 해에 백혈병 판정을 받았습니다. 회사기숙사에서 아파서 응급으로 조치한 뒤 큰병원에 갔더니 청천벽력같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힘든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마치고, 현재는 집에서 요양중에 있습니다. 백혈병 후유증으로 폐에 구멍이 생겨 산소호흡기를 집에서도 비치해서 호흡에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백혈병이 아직까지 완치되지 않고 몸무게도 너무 빠져 아들의 미래가 너무 걱정이 됩니다
우리 아들은 2021. 10월 특성화 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의 추천으로 구미에 있는 ‘케이엠텍’ 이라는 회사에 현장실습을 나갔습니다. 삼성 휴대폰을 만드는 회사인데, 삼성의 1차 협력사라는 타이틀이 있어 안심하고 보냈습니다.
우리 아이는 성실하고 무던하여 회사에 적응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였습니다. 그래서 3개월의 현장실습을 마친 뒤에 바로 정식 입사하고, 회사와 산학협력대학으로 맺어진 영진전문대학 ICT융합전자과에 입학하여 주중에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주말에 대학을 다녔습니다. ‘고숙련 일학습병행제, P-TECH’이란 제도였습니다.
저희 아들은 현장실습기간을 통털어 만 2년만에 백혈병이 걸렸는데, 휴대폰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매번 안좋은 냄새를 맡아야했습니다. 하루 2천개 이상 휴대폰 부품을 조립할 때 달콤하고 시큼한 냄새가 났고, 현장의 공기 질도 좋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집안 누구도 백혈병이 없는데 회사에서 일한지 2년만에 백혈병이 발병한 것에 산업재해라는 의심을 품고 반올림에 연락을 취했고, 2024. 5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1년 2개월째 아직 결론이 안난채로 역학조사만 진행중에 있습니다.
우리 아들이 백혈병이 발병했을 때 회사는 나몰라라 했습니다. 치료비 지원은커녕 부모를 탓하며 무급휴직 끝에 4개월만에 해고했습니다. 영진전문대학의 경우에도 회사에서 해고되자마자 퇴학조치 했습니다. 아들이 생사의 고락에서 힘들어할 때 회사와 대학이 보여준 모습은 절망적이었습니다. 다행히 반올림과 여러 노동단체, 교육단체, 시민단체들이 아픈 아들을 대신해 투쟁을 해주었고 그 결과 회사는 사과를 하고 치료비를 지원하고 재발방지대책 약속도 했습니다. 대학도 처음에는 절대 복학이 안될것처럼 굴었지만 MBC와 언론들의 비판여론이 일자 복학조치를 했습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전자산업이 깨끗한 사업장인 줄 알았는데 결코 그렇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데 무엇이 유해한지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정작 우리 아들과 같은 현장실습생, 혹은 노동자들이 정작 크게 아팠을 때, 그것도 직업병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회사도, 교육기관도 다 외면하였다는 것입니다.
지금 기업들의 인력양성 방안으로 반도체 고등학교를 무작정 늘린다고 합니다. 저는 너무나 걱정됩니다.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고등학생 아이들을 데려다 일을 시킬때는 무엇이 위험한지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위험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자신의 몸을 보호할지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길이며 나아가 기업도 발전을 이룰 것 입니다. 다시는 우리 아들처럼 아픈 아이들이 나오지 않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
<반도체 고등학교 설립>에 관한 단체 의견서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외)
국회에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반도체특별법(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법안)’ 에는 반도체산업 특성화대학(원),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를 대통령령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또한 정부가 연내 반도체특별법 조기 제정을 추진한다고 공언하면서, 반도체고, 반도체대학(원)설립 등 30만 명이상의 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실제로 시도 교육청을 중심으로 지역에 반도체고등학교를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으며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서, 보장된 일자리로서 반도체고등학교 입학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특별법 및 인력양성 계획 어디에도 집약적인 첨단 화학 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유해위험성, 방사선 장비 등 사용으로 인한 안전 대책 등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동안 반도체에 종사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백혈병, 뇌종양, 각종 암과 희귀질병, 유전독성과 생식독성 등 산재 피해를 보아왔다. 반도체산업은 첨단 기술 산업이기 이전에 집약적인 화학산업이다. 그럼에도 안전보건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 하나 없이 인력양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생명과 건강을 잃는 직업이라면 양질의 일자리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유해위험 사업장으로 청소년들을 내몰 수 없다.
반도체 산업을 모두 멈춰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가 우리사회의 필수품이라면 정의롭게 생산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이 반도체 기업들의 이윤보다 먼저여야 한다. 현재 추진 중인 반도체특별법, 반도체 인력양성 계획 어디에도 건강권, 안전권 보장 조항이 없다. 반도체고등학교, 고등학교 및 대학교 현장실습노동자, 특성화 대학 등 청소년들에게 노동인권, 산업안전보건교육 필수 교과목 지정, 안전보건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대책 마련도 없이 재벌에게 특혜만 주는 반도체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에 반대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반도체고 산업안전 보건교육 필수 지정
현재 개교하여 운영중인 충북반도체고등학교와 인천반도체고등학교를 비롯하여 전국에 반도체고가 설립되고 있다. 각 학교는 반도체산업의 우수성과 미래지향적인 측면만을 홍보하고 있으나 실제 반도체산업의 위험성, 그리고 반도체산업에 종사할 때 반드시 알아둬야 할 산업안전 관련 교육을 하고 있는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마이스터고인 반도체고등학교는 산업안전 관련 교육을 필수로 해야 하며 특히 반도체산업의 전 공정에 걸친 여러 위험에 대해서, 작업장과 노동환경에 대해서 정확히 인지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안전 교육 및 노동인권 교육을 필수로 지정하고 일정한 시수 이상을 반드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전제조건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반도체고등학교가 신설되거나 인준을 받기 위해 준비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정부는 현재 운영중인 반도체고등학교 및 신설의 경우 반드시 일정 시수 이상의 산업안전보건교육, 노동인권교육을 필수로 운영하는 것을 반도체고등학교 운영 관련 규정으로 만들어 강제해야 한다.
2. 중대재해 발생사업장, 반복된 직업병 발생 사업장 취업금지
지난 5월 인천시교육청은 인천시내 직업계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분야 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350여명의 학생이 전공과 무관하게 참여했고 총 4개 기업이 참여해 반도체 산업 취업에 대한 설명을 했다고 보도되었다. 이 날 참여한 4개 기업 중 하나인 스테츠칩팩코리아는 지난 2021년 이 곳에 취업한 청년노동자가 간독성질환에 걸려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해 소송 중인 곳이다. 피해자의 가족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증언, 인터넷 매체인 셜록의 보도 등에서 이 기업이 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스테츠칩팩코리아는 여전히 산재를 인정하지 않고 인천반도체고등학교의 가장 긴밀한 협력기업으로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있으며, 이를 넘어 공공기관인 교육청의 기업 설명회에도 참여하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 공정은 전혀 안전하지 않으며 이미 여러차례 산업재해로 판정받은 바 있다. 또한 겨우 일주일 전에도 울산에서 화학물질을 다루던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울산, 7월 11일) 이처럼 제조 공정의 위험성이 여전하고 산업재해가 발생한 공장임에도 여전히 청소년들은 그곳으로 현장실습이나 취업을 나가도록 제안받고 있다. 정부와 교육청은 산업재해가 발생했던 기업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 및 향후 현장실습이나 취업을 나가게 되는 기업의 안전 점검을 진행할 책임이 있다. 특히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 반복적으로 직업병이 발생한 사업장은 청소년 노동자를 채용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3. 반도체고 현장실습 폐지 검토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대학과 고등학교 신설 등을 통해 반도체 산업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렇게 양성한 노동자들이 일하게 될 반도체 산업의 공정에 대한 점검과 안전에 대한 대비는 어디에도 없다. 반도체고는 현재 실습실을 설치하고 각종 장비를 클린룸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반도체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노동자들이 취업하게 되는 곳은 삼성이나 SK같은 대기업 클린룸이 아니다. 이미 자동화된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극히 일부이며 대다수는 스테츠칩팩코리아와 같은 하청, 협력업체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인천반도체고는 올해도 7월부터 스테츠칩팩코리아에서 현장실습채용을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7월이면 3학년 1학기가 채 끝나지도 않은 시점이다. 좋은 일자리, 안전한 채용으로 이어지지도 않는 현장실습의 문제에 대한 점검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특히 반도체산업이라는 위험천만의 특수한 산업 현장에 대한 대비와 점검도 없이 산재가 발생하고 있는 공장으로 다시 청소년들을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내보내는 것은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
반도체고 현장실습을 중단하고 반도체고 졸업 이후 노동환경에 대한 실태조사 및 연구, 대안 마련 등을 전문가와 현장 교사, 청년 노동자와 기업이 함께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청소년의 노동안전보장은 반도체고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반도체산업 현장은 그 어디보다 위험하며 심지어 그 위험의 원인이 정확하게 파악되거나 공개되지도 않고 있다. 국가주도로 설립되는 반도체고등학교와 특성화대학 등을 통해 청소년/청년 노동자들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안전한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바이다. 본 의견을 전달하는 단체들은 이러한 안전장치들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반도체고 설립을 반대하는 운동을 계속 전개할 것이다.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공동행동,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재벌특혜 반도체특별법저지 공동행동, 서울노동광장, 건강한노동세상
====================================================
[기자회견문]
청소년노동안전보장! 반도체고등학교 설립규탄 !
“국가와 기업의 합작, 반도체산업 인력양성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지난 겨울 우리는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많은 노동자 시민과 함께 윤석열 탄핵의 구호를 외치고, 안전하고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낸 목소리 중에는 ‘재벌특혜 반도체특별법 폐기하라’는 외침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목소리는 외면당했다. 지금 국회에는 삼성, SK 등 반도체 재벌기업에 온갖 특혜를 주면서도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물 부족, 온실가스 배출을 가속화 할 반도체특별법이 신속처리 안건으로 상정되어 있다. 연내 반도체특별법 조기 제정을 추진한다고 공언한 이재명 정부의 의지로 언제라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기업의 인허가 사항 신속처리 및 규제완화를 위한 내용 뿐 아니라, 반도체 특성화 대학교와 대학원, 그리고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를 대통령령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이재명 정부는 30만 명 이상의 반도체 산업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실제 시도 교육청을 중심으로 각 지역에 반도체고등학교를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미 지어진 반도체 고교 중에는 반도체 생산시설인 클린룸을 짓고 각종 독성물질들을 투입해 반도체를 만드는 교육을 시키고 있다. 10대의 몸은 성인보다 유해물질에 민감하기도 하고, 학교 실습이란 불안정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점만 감안해도 너무 위험천만한 일이다.
반도체특별법 및 정부의 반도체 인력양성 계획 어디에도 반도체 산업의 본질, 집약적인 첨단 화학 산업이라는 말은 없다. 안전보건대책도 전혀 언급이 없다. 반도체 생산에는 각종 독성을 가진 수많은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수많은 방사선 장비가 사용된다는 것은 왜 이야기하지 않는가. 그동안 삼성을 비롯한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이 젊은 나이에 백혈병, 뇌종양, 각종 암과 희귀질병, 유전독성과 생식독성 등의 산재 피해를 보아온 사실은 왜 모른채 하는가.
반도체산업은 첨단 기술 산업이기 이전에 집약적인 화학 산업이다. 삼성 등 원청기업 하에 다단계 하청, 협력사로 이어진 거대한 공급망 사슬이 반도체 산업의 실체다. 그 속에서 일하는 반도체 노동자들은 어제도 오늘도 중대재해로 사망하고 있다. 이번 달만 하여도 반도체 핵심 화학물질 수산화테트라메틸암모늄(TMAH)노출로 반도체 소재회사 하청노동자가 급성중독으로 사망했다. 바로 며칠 전에는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에서 화학물질 공급업무를 담당했던 사내하청 노동자가 악성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이렇게 생명을 위협하는 반도체 산업임에도, 국가핵심기술 및 영업비밀이란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화학물질 유해성은 제대로 알권리도 보장되지 않아왔다.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해야 하는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 일수는 없다. 유해위험 사업장으로 우리 청소년들을 내몰 수는 결코 없다. 안전보건대책도 없이 청소년들의 목숨과 건강을 담보로 지어지는 반도체고 설립을 규탄한다!
우리의 주장은 모든 반도체 생산을 모두 멈춰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가 우리사회의 필수품이라면 정의롭게 생산해야 한다. 반도체 기업들의 이윤보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이재명 정부에게 요구한다.
첫째, 반도체고등학교, 특성화 대학, 대학원, 고등학교 및 대학교의 현장실습노동자에게 노동법을 비롯한 노동인권교육을 시키고, 산업안전보건교육을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하라.
둘째, 더 이상 죽고 병들 수 없다. 정부와 교육청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 반복적으로 직업병이 발생한 사업장에 청소년노동자들의 취업을 금지시켜라!
셋째, 가장 취약한 지위에서 반복된 현장실습 노동자들의 산재사망과 직업병 고통을 또다시 반복할 수 없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 현장실습 제도 폐지하라.
넷째, 반도체 특별법은 재벌기업의 이윤을 위한 재벌특혜법이자, 반노동, 반환경 악법이다. 반도체특별법 폐기하라.
2025. 7. 24.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공동행동,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재벌특혜 반도체특별법저지 공동행동, 서울노동광장, 건강한노동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