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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16.02.19.] 삼성반도체 난소암 판결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를 규탄한다.

탈퇴한 회원
202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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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 난소암 판결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를 규탄한다.

 

지난달 28일, 서울행정법원은 삼성반도체 노동자였던 고 이은주 님의 난소암을 직업병으로 인정했다. 고인은 만 17세에 입사하여 6년간 ‘금선연결’ 공정 오퍼레이터로 일했다. 건강이상으로 퇴사한지 1년 만에 난소암 진단을 받았고 무려 12년간의 고통스러운 투병 끝에 36세의 나이에 사망했다. 법원은 고인이 이례적으로 이른 나이에 난소암에 걸렸고, 개인적 요인은 찾아 볼 수 없으며, 업무 중 접착제, 납, 세척제 등의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 된 점, 주ㆍ야간 교대근무를 오래한 점 등에 근거하여 난소암의 업무관련성을 인정하였다.

 

올해 79세가 된 고인의 아버지는 고인의 사망 직후 4년간 산속에 칩거해 왔다. 막내 딸을 잃은 충격으로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한 것이다. 그런데 법원의 판결 소식을 듣고 사고 후 처음으로 상경 채비를 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을 직접 찾아 항소는 말아달라는 호소를 할 참이었다. 하지만 공단은 끝내 아버지를 만나주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18일), 근로복지공단은 항소장을 제출했다. 유족들을 또 다시 기약없는 법정 투쟁으로 내몬 것이다.

 

공단의 이번 항소는 대단히 무책임한 행동이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공단의 재해조사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고인이 취급하는 화학물질을 잘못 파악하고, 유족 측 전문가가 주장하는 유해요인들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으며, 자체적인 작업환경 측정 조차 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고인의 업무환경을 면밀히 조사ㆍ평가해야할 법적 의무를 지는 공단이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단은 유족들에게 항소장을 내밀 것이 아니라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그럼에도 공단은 다시한번 고인의 질병이 공장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다. 설령 자신들의 조사 잘못으로 인해 고인의 업무환경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고인의 유족들에게는 산재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태도다.

 

또한 공단의 이번 항소는 다시 한번 산업재해보상 제도의 취지를 무시한 것이다.

 

법원은 이미 여러차례 산재법상의 ‘업무관련성’이란 ‘규범적’ 판단 대상이라는 점을 명백히 판시 해왔다. 그 제도의 취지, 재해당사자가 처한 상황, 재해조사와 관련된 여러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산재보상제도의 적용범위를 법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공단은 질병과 업무 간의 ‘과학적 인과관계’에 집착해 왔다. 그 때문에 수많은 직업병 피해자들이 이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한채 치료비와 생계비 부담을 스스로 떠안아야 했다. 


고인의 유족들에 대한 공단의 최초 불승인 처분도 그러한 잘못된 집착에 기인했던 것이다. 다행히 법원이 이를 바로 잡았으나, 공단은 그 판결에 조차 불복하였다. 오랜 시간 협소한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재해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외면해 온 것에 대한 반성을 전혀 하지 않는 모습이다.


직업병 피해자들은 산재인정을 받기 까지 아주 오랜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인 고 황유미 님의 유족들은 산재신청을 한지 7년 3개월만에 최종 산재인정을 받았다. 그 중 3년 2개월(항소심 재판 기간)은 근로복지공단의 항소에 따른 것이었다. 공단은 다른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 ‘뇌종양’ 사건에서도 무책임한 항소를 거듭했었다.

 

고 이은주 님의 유족들도 산재신청을 한지 9개월 만에 공단의 불승인 처분을 받았고, 그로부터 다시 3년여 만에 산재인정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 공단의 항소로 인해 유족들은 더 오랜 시간을 견뎌야 한다. 직업병 피해가족들은 언제까지 이런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가.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를 규탄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이제라도 항소를 철회하고 유족 앞에 사과하라.


2016. 2. 19.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