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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16.01.15.] [녹색당 논평] 일하다 죽는 세상에선 어떠한 푸르름도 무효다

탈퇴한 회원
202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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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죽는 세상에선 어떠한 푸르름도 무효다

– 삼성전자, 서울메트로, 유진메트로컴은 책임을 깨끗이 인정하라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가 하나의 고비를 겨우 넘어섰다. 우선 사내 재해관리시스템을 강화하고 외부 독립기구로 옴부즈만위원회를 설립하는 재발방지책이 마련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조정위원회와 ‘반올림’이 지적한 대로 사과와 보상에 관련한 문제는 미결로 남았다.

 

사과와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일터에 직업병 문제의 구조적 원인이 있었다는 걸 부정하는 것과 같다. 일본의 위안부 피해자 관련 태도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요컨대 사측과 일부 언론의 태도는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 하지만 직업병이 회사의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번에 마치 모든 게 해결된 것처럼 몰아가는 언론 플레이도 변함이 없다. 인간의 존엄을 걸고 분투했던 시민단체나 사회적 학문적 양심에 충실했던 지식인들에 대한 공격도 여전하다. 아마 조정위나 반올림의 옴부즈만위원회 참여를 최소화하거나 봉쇄하는 작업이 다음 수순이라고 예측한다면 지나친 예단인가?

 

반도체 사업장 직업병 문제가 하루 이틀의 일이며 한국만의 일이며 삼성만의 일인가? 녹색당은 삼성전자의 진실된 사과와 책임 수긍을 받아내려는 노력을 계속해서 지지할 것이다.

 

13일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일어난 강남역 스크린도어 수리노동자의 죽음이 ‘개인 과실’ 탓으로 몰리고 있다. 녹색당이 당시 지적했듯 이 사고의 명백한 원인은 업무 연결을 끊어버린 외주화에 있다. 원청과 하청은 둘 다 책임을 지지 않았고 하청업체는 서둘러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를 지내주려던 부모의 마음을 이용해, 서둘러 ‘합의’를 관철시켰다. 이것이야말로 업무 외주화의 결과다. 익숙한 장면의 반복이다.

 

“도장을 찍어야 장례를 치를 거 아니냐”던 하청 유진메트로컴, 그 뒷전에 물러앉은 원청 서울메트로, 그리고 이 모든 자세의 ‘매뉴얼’을 전파해온 삼성전자는 책임을 전적으로 인정하고 이제 그만 사과와 보상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들이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지 않는 이상, 다치고 병이 든 노동자에게 입증에서부터 해결까지 전반적인 책임을 전가하고 공상 처리나 금전 합의를 강제하는 제도와 문화를 타파할 수 없다.

 

노동계에도 제의한다. 사업장 담장과 임금 및 기업 복지의 테두리를 뛰어넘어야 한다. 일하다 죽고 다치는 노동자들에게 가장 먼저 시선을 두어야 한다. 일한 목적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버린 노동자들 아닌가. 노동자를 중노동과 유해환경으로 내모는 산업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의 어떤 녹색도 무의미해질 뿐이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녹색당 스스로의 다짐이다.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된 ‘삼성전자 고졸 상무’의 눈물에 마음이 동한 분들께도 묻는다. 어떤 사람들이 이명박이나 안철수에 대해 그랬듯, 성공 신화 앞에서 감동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뒤안길에서 쓰러지며 숨죽여 흐느끼는 노동자들에게 그동안 어떠한 연대의 손길을 건네었는가.

 

2016년 1월 13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