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제기해 온 피해 당사자들에게 개정법 적용을 할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2세 산재보험법 개정 과정에 소급적용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반올림은 지난 5월 20일 3명의 반도체 노동자 2세 건강손상 피해자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진행한 바 있다. 제주의료원 간호사 대법원 판결 이후 여전히 후속 법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당시에는 반올림의 산재신청 또한 산재대상이 아니라고 불승인 될 가능성이 매우 컸다. 그렇지만 정부와 국회에서 법개정 추진 움직임이 너무 보이지 않고, 가만히 기다릴 수만은 없어서 산재신청을 하였다.

반올림의 산재신청 후 지금까지 1달 정도 시간이 지났다. 그 동안 긍정적인 소식이 하나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이 2세 건강손상 피해자도 산재대상으로 보고, 반올림의 산재신청에 대해 판단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알려온 것이다. 이에 반올림 피해자들과 이후 2세 건강손상 피해자들은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 거쳐야 했던 신청권을 둘러싼 긴 소송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공단이 대법원 판례를 고려하여 산재법 개정 전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식에도 반올림 피해자들은 전혀 웃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법개정 과정에서 매우 부정적인 소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부가 개정법 시행 전 피해자들에게는 법을 소급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국회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 입장대로 된다면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나 반올림 피해자들은 산재로 인정받더라도 별다른 급여를 받을 수 없다. 그야말로 허울만 남는 산재 인정이 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니 반올림 등 과거 피해자들의 산재신청은 일단 받아주되, 이들에게 급여지급은 안 된다고 말하는 노동부의 표리부동한 모습에 반올림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 10년 동안 싸울 때, 그리고 판결 이후에 1년 동안 반올림이 전자산업 2세 피해사례를 알릴 때, 노동부는 법 개정에 대해 제대로 나선 적이 없다. 그런데 피해자들의 싸움을 통해서 이제 법 개정이 추진될 것 같은 시점에서야, 소급적용은 안 된다라니 이것이 과연 노동부가 해야 할 행동인가.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소급적용도 아니다. 부모의 업무상 유해요인 노출로 발생하는 2세 건강영향은 그 자체로 당연히 산업재해에 해당한다. 또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현재 법으로도 제주의료원 간호사의 2세 건강영향에 대해 산업재해이다. 원래 산재이고, 산재보험의 대상이지만,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산재보험법이 이를 놓치고 있었을 뿐이다. 법이 늦은 것이라면, 입법자들은 과거 피해자들을 배제할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가장 먼저 적용하고 늦었음에 사과함이 마땅하다. 특히나 우리 사회보다 먼저 이 문제를 인식하고 용기 있게 나선 피해자들에게는 말이다.

정부와 국회에 요구한다. 개정될 산재보험법에 소급적용 규정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제주의료원 간호사와 전자산업 노동자들에게도 개정법을 적용하라.

피해자의 목소리

김혜주님 (가명 / 아이 2004년생)

오늘도 아이와 함께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아이의 신장기능이 근래 조금 떨어졌다고 해서 걱정이 다시 들었고, 그래서 산재에서 좋은 소식만 들리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법개정이 되어도 저희에겐 적용이 되지 않을 수 있다니 답답하고 화도 납니다.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 정말 긴 시간 동안 싸웠고, 저도 그만큼 길지는 않지만 그동안 싸워왔습니다. 그런데 과거 피해자라고 개정법을 적용할 수 없다니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피해본 아이들에게도 법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김은숙님 (아이 1999년생)

제주의료원 간호사분들과 우리가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이 문제는 드러나지도 않았을 겁니다. 과거 피해자들로 인해서 논의되고 있는 법인데, 우리가 배제된다면 이건 말이 안 됩니다. 법에서 적용 안할 거라면 산재신청은 왜 받아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문제 알리기 위해 아픈 몸이지만 무리해서 산재신청하고 인터뷰도 했는데, 정작 우리가 배제될 거라면 이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후 피해자들과 함께 과거 피해자들에게도 개정법이 적용되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후에는 이런 일이 생기지 말아야겠지요.

김성화님 (가명 / 아이 2008년생)

저희 산재신청으로 문제가 알려지고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니 다행스러운 일인데, 정작 저희가 적용받을 수 없다는 건 당황스럽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법이 개정되어야 하지만... 저희는 너무 억울하고 답답합니다. 과거 피해자들을 배제하는 이런 법개정은 반대한다고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21. 06. 16.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첨부>

1. 개정법에 담겨야 할 내용

2. 재해경위 요약

개정법에 담겨야 할 내용

1. 과거 2세 건강영향 피해자 개정법 소급적용

업무상 유해요인 노출로 인한 2세 건강영향은 그 자체로 산업재해입니다. 법이 늦었다고 피해자들이 배제되어서는 안 됩니다. 과거 피해자들에게도 개정법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2. 휴업급여, 유족급여, 부모돌봄 휴업급여 적용

모든 개정안이 2세 건강영향의 종류에 장해 뿐 아니라 사고, 질병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급여에서도 장해급여뿐 아니라 휴업급여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건강영향을 입은 2세는 언제까지나 아이로 남는 것이 아니라, 자라서 성인이 되고 가족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족급여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2세 건강손상의 경우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자주 가야합니다. 부모가 아픈 아이를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부당한 선택을 하지 않으려면 부모돌봄 휴업급여가 필요합니다.

3. 아버지의 유해요인 노출로 인한 2세 건강영향 포함

2세의 건강영향은 어머니의 유해요인 노출 뿐 아니라 아버지의 유해요인 노출로도 발생이 가능합니다. 아무 근거도 없이 아버지로부터의 2세 건강영향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됩니다.

4. 다양한 유해요인 고려

화학물질 뿐 아니라 고열, 입식작업 등 2세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요인은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법은 다양한 유해요인이 산재판단에 고려될 수 있도록 규정되어야 합니다.

김혜주님 재해경위 요약

김은숙님 재해경위 요약

김성화님 재해경위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