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 반 올 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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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신 | 제 언론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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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입장] 루푸스(만성질환) 피해자의 산재 휴업급여 부지급 취소 재심사 결정에 따른 반올림 입장 - 산재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산재보험 휴업급여 지급기준 개선이 필요하다 |
발신일 | 2021. 02. 23. (화) |
문 의 | 010-4322-2259 (반올림 상임활동가/노무사 조승규) 010-8799-1302 (반올림 상임활동가/노무사 이종란) |
산재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산재보험 휴업급여 지급기준 개선이 필요하다
P씨는 1993년 2월부터 삼성전자 부천사업장에 입사하여 포토 공정 오퍼레이터로 근무하였다. 그런데 입사 2년 반 정도 지난 1995년 7월 P씨는 작업장에서 쓰러졌고, 루푸스로 진단받았다.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P씨는 반올림과 함께 2014년 10월 루푸스로 산재신청을 하였다. 무려 4년 5개월이 지난 2019년 3월에서야 P씨는 산재를 인정받았다. 그런데 오랜 기간 동안 투병하며 힘들게 산재인정을 기다려 온 P씨에게 근로복지공단이 내민 것은, 2741일 요양기간(2011.10.29. ~ 2019.4.30.) 중 단 76일의 통원기간에 대해서만 휴업급여를 지급하겠다는 황당한 결정이었다.
P씨가 진단받은 루푸스는 자신의 면역세포가 자신을 공격하여 언제 어디에서 증상을 발생시킬지 모르는 자가면역질환이다. P씨의 경우 특히 루푸스 증상이 심한 편에 속해 정상적인 근무는커녕 일상적인 생활조차 매우 힘들게 지내왔다. 예를 들면 루푸스 합병증으로 발생한 쉐그렌 증후군으로 눈/치아/호흡기/위장이 건조해져 온몸에 각종 염증을 달고 살아야 했고, 2012년에는 뇌경색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근로복지공단은 P씨가 취업이 가능한 상태라고 하면서 병원에 간 날짜에 대해서만 휴업급여를 지급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주치의가 취업치료 가능 소견을 냈다는 점을 처분의 근거로 내세웠다. 해당 소견서는 P씨의 다양한 증상 중 극히 일부분일 뿐인 저림과 피부발진만 고려하여 작성되었다. 산재보험의 휴업급여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주치의가 최근 근전도 검사 결과로만 취업치료 가능 소견을 적었던 것이다. 이러한 소견서가 부당하다는 것은 근로복지공단이 재해자의 의무기록이나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을 한번만 살펴보았더라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재해자의 상태를 파악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마련된 휴업급여 지침도 고려하지 않았다. 2019년에 고용노동부는 ‘특수상병 환자의 통원요양기간 중 휴업급여 지급 기준’을 마련했고 근로복지공단도 이 기준대로 업무처리지침을 변경했다. 바뀐 기준에서는 ‘취업가능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 재해 당시 수행했던 업무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하며, 주치의가 취업치료 가능 소견을 낸 경우에도 공단소속 병원에 특별진찰을 진행하여 작업능력평가를 하여 판단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렇게 개선된 지침은 P씨의 사례에서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
결국 근로복지공단은 재해자의 상황을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주치의 소견서를 핑계로 통원치료 날짜에 대해서만 휴업급여를 지급한 것이다. 재해자는 근로복지공단 본부에 산재심사청구도 제기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고용노동부 재심사에서는 P씨의 다양한 증상, 지속적인 병원 기록, 루푸스의 위험성 등이 인정되어 원처분을 취소하고 전체 기간에 대해 휴업급여를 지급하라는 결과가 나왔다.
재심사 판정문에서는 “의무기록상 청구인은 2011년부터 의료기관에 입원 및 외래 치료 등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는데, 이렇게 많은 치료를 받으면서 취업을 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점, 승인 상병 자체는 매우 위험한 질병임이 분명하고, 의학영상자료 등 객관적 자료상으로도 청구인에게 승인상병과 관련된 부작용이 계속해서 나타난 것이 확인되는 점, 청구인이 승인상병 외에도 ‘뇌경색’, ‘상아질우식증, 침식증’ 및 주변부각막궤양, 건조증후군(쉐그렌)‘을 추가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은 점 등을 종합해볼 때, 청구인은 이 건 휴업급여 청구기간 전체에 대하여 취업이 불가능하였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소송까지 가기 전에 근로복지공단의 잘못된 휴업급여 부지급 결정이 바로잡힌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산재 피해자가 당연히 받아야 할 휴업급여를 지급받기까지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산재를 인정받고도 휴업급여를 제대로 못 받는 문제는 P씨만 겪은 것이 아니라 그전에도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주치의의 의학적 판단에만 기대어서 피해자의 상황을 모두 무시하고 휴업급여를 제한하는, 이런 황당한 행정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협소한 의학적 기준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처한 사회적/현실적 조건들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피해자가 단지 신체적 상태만 어느 정도 나아졌다고 일하던 직장으로 다시 돌아가거나 새로운 업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투병으로 쇠약해진 몸 상태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원래의 업무 종류와 업무량이 현재의 피해자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인지, 이를 실현하기 위해 회사의 조치와 동료의 배려가 확보되는지도 살펴야 한다. 업무를 하면서 치료를 적절히 받을 수 있는 의료접근성도 확보해야 하고,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 상태도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의학적인 판단에서 적용되는 취업치료 가능여부 기준도 정비가 필요하다. 현재 근로복지공단은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원래 업무에 복귀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일이든 조금만 할 수 있어 보인다면 의학적으로 취업이 가능한 것으로 보아 휴업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이는 휴업급여를 가능한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으며, 산재 피해자에게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다시 일하라는 잔인한 말을 하는 것과 같다.
P씨의 사례에서 근로복지공단은 취업이 가능하다고 결정했지만, 실제 P씨는 일을 전혀 할 수 없었고 가족의 도움을 받아서 생활해야 했다. 이런 현실적이지 않은 결정으로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너무 쉽게 저버리고 있다. 현재의 높은 휴업급여 문턱은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사회보험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피해자의 온전한 치료와 복귀에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산재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산재보험이 될 수 있도록, 휴업급여 지급기준과 관련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2021. 02. 23.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 재해자 측의 한마디 (P씨의 언니 작성)
- 사회보험인 산재보험이 이렇게 벽이 높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는 민영보험인 자동차보험 대물배상도 의무가입전환 된지 20년이 되어가고, 사회보험(4대보험)도 사회안전망 강화로 1인 근로자 사업주라면 의무가입한지도 벌써 10년이 넘는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에 대해 ‘안주고 보자’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영보험이든 사회보험이든 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재해자가 입증할 책임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 공공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 재해자에게 이렇게 높은 벽을 쌓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묻고 싶다.
재해 당사자인 동생은 반올림을 만난 것이 천운이었다고 한다. 동생은 1997년에 희귀질환으로 쓰러지고 23년 만인 2021년에야 휴업급여 지급을 받았다. 산재신청 과정에서도, 휴업급여신청 과정에서도 반올림의 도움이 없었다면 동생은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본인은 동생이 다시 쓰러질 때인 2006년, 2011년에도 근무했던 S사와 근로복지공단에 연락을 취했지만 휴업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라는 이유로 두 곳 모두 상담조차도 안 되는 벽이 있었다. 당시 근로복지공단 민원 상담자는 산업재해청구권 소멸시효가 3년이라서 청구기간이 지났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산업재해청구를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중에 산업재해청구권 소멸시효 3년이란 신청기간이 아니라, 인정 후 보험급여에 적용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즉 동생의 경우 청구일이 2014년 10월이었으니 2011년 10월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일 뿐이지, 산재신청을 못하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동생이 반올림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산재보험 청구는 단념한 상태였을 것이다.
그 당시 민원 상담자뿐 아니라 근로복지공단의 다른 직원들도 산업재해청구권 소멸시효의 의미를 알고 있을까? 이제는 모든 게 의구심이 든다. 본인과 동생은 휴업급여를 지급 받기까지 근로복지공단의 “모르쇠”, “안주고 보자”는 식의 반복되는 태도에 울분을 토하고 경악을 하였기 때문이다.
동생은 2014년 10월에 반올림을 만나 4년의 법적다툼 끝에 2019년 4월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최초 요양기간인 2,741일(2011. 10. 29. ~ 2019. 4. 30.)에 대해 휴업급여 신청을 하였지만 근로복지공단은 통원일수인 76일에 대해서만 일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동생은 직장생활을 하던 중 희귀질환인 “전신 홍반성 루프스” 진단을 받았다. 이후 23년의 투병생활 동안 쓰러진 것만도 세 번(1997년/2006년/2011년)이었으며, 입퇴원은 그 전후로 수없이 반복했다. 쓰러질 때마다 동생의 건강은 점점 갈수록 악화되어 여러 합병증까지 반복되었다. 동생의 몸은 소화기능을 비롯하여 전신통증/골다공증/심각한 탈모/말초신경염 등으로 손발 끝까지 온 몸에 정상인 곳이 하나 없다. 특히 위급한 고비를 넘긴 2006년을 생각하면, 아직도 피가 마르는 듯한 눈물이 그냥 나온다.
본인은 동생의 투병생활을 보아오면서 동생을 케어 할 목적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하였고, 모친은 2008년부터 동생과 함께 하면서 또 쓰러질까 긴장 속에서 살았다. 그런데 이런 투병생활에 대해서도 근로복지공단은 단 76일의 통원기간에 대해서만 휴업급여를 지급한다니? 너무도 부당하여 바로 심사청구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심사청구에서도 2019년 근전도검사 결과에 대한 주치의 소견만을 고려하여 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그 판단에는 최근 고용노동부 특수상병 환자의 휴업급여 세부기준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뇌경색/변연부 각막궤양/상아질우식증/침식증/쉐그렌 합병증과 같은 다양한 질병에 대하여 추가상병으로 승인된 사정도 고려하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가 제출한 일부 자료가(의무기록, 진단서, MRI 영상CD)가 누락되기도 했다. 신청자료를 관리하는 것은 매우 기본적인 일인데도, 자료누락 문제는 근로복지공단이 심사 이후 재심사위원회로 사건자료를 보낼 때도 다시 반복되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이다. 산재 피해자가 휴업급여를 받기 위해서 왜 공공기관과 이런 길고 복잡한 투쟁을 해야 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정말 산재 피해자를 위한 기관인지, 아님 누굴 위해 만든 기관인 것인지 한숨만 나온다. 이러한 문제가 왜 일어났는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근로복지공단은 한번 되돌아보았으면 좋겠다. 다시는 동생과 같이 정당한 보험급여를 지급받을 권리를 침해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 산재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산재보험 휴업급여 지급기준 개선이 필요하다
010-8799-1302 (반올림 상임활동가/노무사 이종란)
산재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산재보험 휴업급여 지급기준 개선이 필요하다
P씨는 1993년 2월부터 삼성전자 부천사업장에 입사하여 포토 공정 오퍼레이터로 근무하였다. 그런데 입사 2년 반 정도 지난 1995년 7월 P씨는 작업장에서 쓰러졌고, 루푸스로 진단받았다.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P씨는 반올림과 함께 2014년 10월 루푸스로 산재신청을 하였다. 무려 4년 5개월이 지난 2019년 3월에서야 P씨는 산재를 인정받았다. 그런데 오랜 기간 동안 투병하며 힘들게 산재인정을 기다려 온 P씨에게 근로복지공단이 내민 것은, 2741일 요양기간(2011.10.29. ~ 2019.4.30.) 중 단 76일의 통원기간에 대해서만 휴업급여를 지급하겠다는 황당한 결정이었다.
P씨가 진단받은 루푸스는 자신의 면역세포가 자신을 공격하여 언제 어디에서 증상을 발생시킬지 모르는 자가면역질환이다. P씨의 경우 특히 루푸스 증상이 심한 편에 속해 정상적인 근무는커녕 일상적인 생활조차 매우 힘들게 지내왔다. 예를 들면 루푸스 합병증으로 발생한 쉐그렌 증후군으로 눈/치아/호흡기/위장이 건조해져 온몸에 각종 염증을 달고 살아야 했고, 2012년에는 뇌경색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근로복지공단은 P씨가 취업이 가능한 상태라고 하면서 병원에 간 날짜에 대해서만 휴업급여를 지급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주치의가 취업치료 가능 소견을 냈다는 점을 처분의 근거로 내세웠다. 해당 소견서는 P씨의 다양한 증상 중 극히 일부분일 뿐인 저림과 피부발진만 고려하여 작성되었다. 산재보험의 휴업급여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주치의가 최근 근전도 검사 결과로만 취업치료 가능 소견을 적었던 것이다. 이러한 소견서가 부당하다는 것은 근로복지공단이 재해자의 의무기록이나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을 한번만 살펴보았더라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재해자의 상태를 파악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마련된 휴업급여 지침도 고려하지 않았다. 2019년에 고용노동부는 ‘특수상병 환자의 통원요양기간 중 휴업급여 지급 기준’을 마련했고 근로복지공단도 이 기준대로 업무처리지침을 변경했다. 바뀐 기준에서는 ‘취업가능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 재해 당시 수행했던 업무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하며, 주치의가 취업치료 가능 소견을 낸 경우에도 공단소속 병원에 특별진찰을 진행하여 작업능력평가를 하여 판단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렇게 개선된 지침은 P씨의 사례에서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
결국 근로복지공단은 재해자의 상황을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주치의 소견서를 핑계로 통원치료 날짜에 대해서만 휴업급여를 지급한 것이다. 재해자는 근로복지공단 본부에 산재심사청구도 제기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고용노동부 재심사에서는 P씨의 다양한 증상, 지속적인 병원 기록, 루푸스의 위험성 등이 인정되어 원처분을 취소하고 전체 기간에 대해 휴업급여를 지급하라는 결과가 나왔다.
재심사 판정문에서는 “의무기록상 청구인은 2011년부터 의료기관에 입원 및 외래 치료 등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는데, 이렇게 많은 치료를 받으면서 취업을 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점, 승인 상병 자체는 매우 위험한 질병임이 분명하고, 의학영상자료 등 객관적 자료상으로도 청구인에게 승인상병과 관련된 부작용이 계속해서 나타난 것이 확인되는 점, 청구인이 승인상병 외에도 ‘뇌경색’, ‘상아질우식증, 침식증’ 및 주변부각막궤양, 건조증후군(쉐그렌)‘을 추가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은 점 등을 종합해볼 때, 청구인은 이 건 휴업급여 청구기간 전체에 대하여 취업이 불가능하였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소송까지 가기 전에 근로복지공단의 잘못된 휴업급여 부지급 결정이 바로잡힌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산재 피해자가 당연히 받아야 할 휴업급여를 지급받기까지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산재를 인정받고도 휴업급여를 제대로 못 받는 문제는 P씨만 겪은 것이 아니라 그전에도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주치의의 의학적 판단에만 기대어서 피해자의 상황을 모두 무시하고 휴업급여를 제한하는, 이런 황당한 행정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협소한 의학적 기준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처한 사회적/현실적 조건들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피해자가 단지 신체적 상태만 어느 정도 나아졌다고 일하던 직장으로 다시 돌아가거나 새로운 업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투병으로 쇠약해진 몸 상태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원래의 업무 종류와 업무량이 현재의 피해자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인지, 이를 실현하기 위해 회사의 조치와 동료의 배려가 확보되는지도 살펴야 한다. 업무를 하면서 치료를 적절히 받을 수 있는 의료접근성도 확보해야 하고,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 상태도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의학적인 판단에서 적용되는 취업치료 가능여부 기준도 정비가 필요하다. 현재 근로복지공단은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원래 업무에 복귀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일이든 조금만 할 수 있어 보인다면 의학적으로 취업이 가능한 것으로 보아 휴업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이는 휴업급여를 가능한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으며, 산재 피해자에게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다시 일하라는 잔인한 말을 하는 것과 같다.
P씨의 사례에서 근로복지공단은 취업이 가능하다고 결정했지만, 실제 P씨는 일을 전혀 할 수 없었고 가족의 도움을 받아서 생활해야 했다. 이런 현실적이지 않은 결정으로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너무 쉽게 저버리고 있다. 현재의 높은 휴업급여 문턱은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사회보험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피해자의 온전한 치료와 복귀에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산재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산재보험이 될 수 있도록, 휴업급여 지급기준과 관련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2021. 02. 23.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 재해자 측의 한마디 (P씨의 언니 작성)
- 사회보험인 산재보험이 이렇게 벽이 높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는 민영보험인 자동차보험 대물배상도 의무가입전환 된지 20년이 되어가고, 사회보험(4대보험)도 사회안전망 강화로 1인 근로자 사업주라면 의무가입한지도 벌써 10년이 넘는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에 대해 ‘안주고 보자’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영보험이든 사회보험이든 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재해자가 입증할 책임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 공공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 재해자에게 이렇게 높은 벽을 쌓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묻고 싶다.
재해 당사자인 동생은 반올림을 만난 것이 천운이었다고 한다. 동생은 1997년에 희귀질환으로 쓰러지고 23년 만인 2021년에야 휴업급여 지급을 받았다. 산재신청 과정에서도, 휴업급여신청 과정에서도 반올림의 도움이 없었다면 동생은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본인은 동생이 다시 쓰러질 때인 2006년, 2011년에도 근무했던 S사와 근로복지공단에 연락을 취했지만 휴업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라는 이유로 두 곳 모두 상담조차도 안 되는 벽이 있었다. 당시 근로복지공단 민원 상담자는 산업재해청구권 소멸시효가 3년이라서 청구기간이 지났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산업재해청구를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중에 산업재해청구권 소멸시효 3년이란 신청기간이 아니라, 인정 후 보험급여에 적용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즉 동생의 경우 청구일이 2014년 10월이었으니 2011년 10월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일 뿐이지, 산재신청을 못하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동생이 반올림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산재보험 청구는 단념한 상태였을 것이다.
그 당시 민원 상담자뿐 아니라 근로복지공단의 다른 직원들도 산업재해청구권 소멸시효의 의미를 알고 있을까? 이제는 모든 게 의구심이 든다. 본인과 동생은 휴업급여를 지급 받기까지 근로복지공단의 “모르쇠”, “안주고 보자”는 식의 반복되는 태도에 울분을 토하고 경악을 하였기 때문이다.
동생은 2014년 10월에 반올림을 만나 4년의 법적다툼 끝에 2019년 4월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최초 요양기간인 2,741일(2011. 10. 29. ~ 2019. 4. 30.)에 대해 휴업급여 신청을 하였지만 근로복지공단은 통원일수인 76일에 대해서만 일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동생은 직장생활을 하던 중 희귀질환인 “전신 홍반성 루프스” 진단을 받았다. 이후 23년의 투병생활 동안 쓰러진 것만도 세 번(1997년/2006년/2011년)이었으며, 입퇴원은 그 전후로 수없이 반복했다. 쓰러질 때마다 동생의 건강은 점점 갈수록 악화되어 여러 합병증까지 반복되었다. 동생의 몸은 소화기능을 비롯하여 전신통증/골다공증/심각한 탈모/말초신경염 등으로 손발 끝까지 온 몸에 정상인 곳이 하나 없다. 특히 위급한 고비를 넘긴 2006년을 생각하면, 아직도 피가 마르는 듯한 눈물이 그냥 나온다.
본인은 동생의 투병생활을 보아오면서 동생을 케어 할 목적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하였고, 모친은 2008년부터 동생과 함께 하면서 또 쓰러질까 긴장 속에서 살았다. 그런데 이런 투병생활에 대해서도 근로복지공단은 단 76일의 통원기간에 대해서만 휴업급여를 지급한다니? 너무도 부당하여 바로 심사청구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심사청구에서도 2019년 근전도검사 결과에 대한 주치의 소견만을 고려하여 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그 판단에는 최근 고용노동부 특수상병 환자의 휴업급여 세부기준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뇌경색/변연부 각막궤양/상아질우식증/침식증/쉐그렌 합병증과 같은 다양한 질병에 대하여 추가상병으로 승인된 사정도 고려하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가 제출한 일부 자료가(의무기록, 진단서, MRI 영상CD)가 누락되기도 했다. 신청자료를 관리하는 것은 매우 기본적인 일인데도, 자료누락 문제는 근로복지공단이 심사 이후 재심사위원회로 사건자료를 보낼 때도 다시 반복되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이다. 산재 피해자가 휴업급여를 받기 위해서 왜 공공기관과 이런 길고 복잡한 투쟁을 해야 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정말 산재 피해자를 위한 기관인지, 아님 누굴 위해 만든 기관인 것인지 한숨만 나온다. 이러한 문제가 왜 일어났는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근로복지공단은 한번 되돌아보았으면 좋겠다. 다시는 동생과 같이 정당한 보험급여를 지급받을 권리를 침해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