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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공동성명] 노동자 방사선 피폭..'건강과 안전이 최우선' 삼성의 거짓말을 강력히 규탄한다

반올림
2024-09-03
조회수 957

 

*노동자의 손가락은 절단 위기에 귀국 후에도 여전히 사과 없는 무책임한 이재용. 

*언론엔 "노동안전 적극 협조" 노조엔 '비협조'… 앞뒤 다른 태도, 재발방지 못해. 

*철저한 진상규명! 사고 발생 책임 삼성전자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하라!


2024년 5월 27일,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두 명의 노동자가 방사선에 피폭되는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피해자들은 각각 손 부위에 치명적인 방사선 피폭을 당하여, 한 명은 94Sv, 다른 한 명은 28Sv에 노출되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방사선 작업종사자의 연간 허용 기준치인 0.5Sv를 188배, 56배 초과한 수치로 피폭되었습니다. 특히 한 피해자는 손가락 7개를 절단할 위기에 처했고, 또 다른 한 피해자의 경우 인체 전체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는 전신유효선량이 허용기준치인 50mSv를 크게 넘는 130mSv에 달했습니다.

 

사고 이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와 삼성전자 담당자들과 각각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원안위는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마네킹 재연 실험을 진행하였고, 결과는 한 달 후에 발표될 것이라고 했으며, 사측은 피해자가 치료를 잘 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9월 3일 현재까지 원안위, 회사 양쪽 모두 아무런 입장이 없습니다. 그러다 지난 8월 15일 조합 홈페이지에 피해자 중 한 명이 방사선 피폭으로 손가락 7개를 절단할 수 있다는 상황을 알리며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조합에 도움을 요청하며 다음과 같이 호소했습니다. ▲이재용 회장과 대표이사로부터 사과 한마디 못 받았고 고통에 몸부림치고 자살 충동도 든다. ▲고통을 받는 동안 이재용 회장은 해외 순방 및 올림픽을 관람하였다. ▲회사 직원들을 소모품 취급하는 행태에 참을 수가 없다. ▲산재 이후 치료에 전념하느라 급여가 줄어들어 생계가 어려워져 어머니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고 있다 ▲만삭인 아내와 아이는 남편의 부재로 인해 우울증과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는 방사선 피폭 사고 이후 피해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지원하겠다고 언론에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형식적인 사내 규정과 절차를 고수하며 부적절하게 대응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전문 의료진이 없는 사내병원과 인근 대학병원에 방문해야 했으며, 피폭 검사를 받지 못했습니다. 필요한 원자력병원으로의 이송이 사내 규정에 의해 거부되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한, 인터락의 조작이 불가능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사측은‘고년차 엔지니어가 인터락을 간과했다’,‘Human Error’라는 내용으로 허위 보고서를 작성해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였고, 이 허위 보고서는‘인터락을 임의 해제해서 발생한 문제’라는 소문을 퍼지게 만들어 피해자를 두 번 상처 입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피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조치를 여전히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측의 행태와 심각한 수준의 방사선에 피폭되어 복구 불가능한 재해를 입었는데도 이재용 회장은 여전히 침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신속하게 나서서 방사선 피폭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고, 불안에 떨고 있는 직원들에게 재발 방지를 확실히 약속하여 오너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또한, 허위 보고서에 관여한 자와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자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철저한 조사로 책임을 묻고, 이번 사고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 전적으로 회사의 책임임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중대한 방사선 피폭 사고 당시 현장에는 정비작업자 외에도 청소, 물류, 장비업체 등 협력업체 소속의 많은 노동자들이 있었지만, 삼성전자는 이들에게 피폭 상황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사고 발생 한 달 후, 노동조합의 요구로 CCTV에 찍힌 10명의 노동자에 대해서만 사내병원에서 채혈 검사가 이루어졌고, 이후에는 아무런 피드백도 없었습니다. 삼성전자와 원안위는 당시 현장에 있던 모든 노동자들, 특히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에 대해 투명하게 사고 경위를 밝히고 정밀 검사와 지속적인 사후 관리를 해야 합니다. 원안위는 마네킹 재연 실험 결과를 신속히 발표하고, 이를 모든 노동자에게 공개하며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야 합니다. 이번 재해는 사측의 안일한 태도에서 비롯된 만큼, 이제는 숨기지 말고 노동자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지난 7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파업 기간에 기흥사업장 8인치 라인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많은 여성 노동자가 근골격계질환을 겪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노조는 기흥사업장 제조직군에 실태조사를 하였고, 집단산재신청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측은 갑작스럽게 8월 8일 삼성전자 뉴스룸에‘기흥사업장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는 ‘사업장 내 산업재해 관련 예방 및 신청, 역학조사 등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노동 안전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그제야 대책을 발표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측의 발표는 바로 거짓임이 드러났습니다. 사측은 밖으로는 환경개선과 노동안전을 약속했지만, 안으로는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가 요구한 공식적인 산업안전보건관련 자료 제공을 거부하였습니다. 노조는 사측에 ▲전 사업장 위험성평가 자료(5년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결과표 ▲산업재해 공정 시정조치 자료 ▲삼성전자 최근 산업재해 현황 ▲작업환경측정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이 자료는 모두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회사가 작성하고, 노동자와 노동자 대표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회사는 이를 '기밀 사항'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사측은 외부에는 사고의 책임을 다한다고 발표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사건을 무마하려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태는 오래된 병폐로, 사측은 안전한 노동환경과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백혈병 등 직업병 집단발병에 따른 반올림 투쟁, 화성 불산 누출 사고, 기흥 이산화탄소 누출 사망사고, 베트남 삼성전자 노동자 사망사고 등 수많은 노동 안전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올해 방사선 피폭이라는 중대산업재해까지 발생했습니다. 앞뒤가 다른 태도가 사고를 발생시킨 것입니다.

 

노조와 반올림은 9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합니다: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전폭 지원

▲사고 책임자와 허위 보고서에 관여한 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방사선 장비를 다루는 전 직원의 한국원자력병원 검진(피폭 검사) 시행

▲해당 사고 라인에 근무하고 있는 모든 직원(협력업체 포함)에 대한 피폭 검사와 사후 관리

▲전 사업장 방사선 장비 현황 등의 정보 공개 (방사선 설비 종류, 세기, 수량, 안전관리대책, 응급 사고 대응 절차, 방사선 안전관리자 인력 현황)

▲방사선 안전 관리 시스템 전면 재검토 및 개선

▲방사선 사고 발생 후 대응 절차 전면 재검토 및 개선

▲정기적인 방사선 장비 안전 점검 및 결과 공개

▲사측이 거부하고 있는 5개 자료 즉시 제공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과 반올림은 더 이상 사측의 거짓말과 무책임한 행태를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노동자들의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방사선 피폭 사고 피해자들에게 진정한 사과와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책임을 명확히 하고, 노동조합과의 진정성 있는 협력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여,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2024년 9월 3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2024. 8. 27. 배포한 노동조합 보도자료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