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 반 올 림 |
전자우편 : sharps@hanmail.net 반올림 홈페이지 sharps.or.kr |
수 신 | 제 언론사 |
|
제 목 | [보도자료] 아버지 태아산재 업무관련성은 인정, 그러나 산재는 불인정 아버지 태아산재도 산재보험이 적용되도록 국회는 산재보험법을 즉각 개정하라 |
발신일 | 2024. 7. 4. (목) |
문 의 | 010-4322-2259 (반올림 조승규 노무사) |
아버지 태아산재 업무관련성은 인정, 그러나 산재는 불인정
아버지 태아산재도 산재보험이 적용되도록
국회는 산재보험법을 즉각 개정하라
2024년 7월 3일 아버지가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아이가 질병을 갖고 태어난 사안(아버지 태아산재)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첫 판단이 나왔다.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12월 1일 반올림 최현철님(가명, 실명 중 성은 ‘정’)의 산재신청 건에 대하여 상당인과관계는 인정하지만, 산재보험법 대상이 아니라 불승인한다고 통보하였다.
이번에 결과를 통보받은 최현철님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04년 12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엔지니어로 근무한 남성노동자이다. 최현철님의 첫째 최지후님(가명)은 최현철님이 라인에서 근무하고 있던 2008년 5월 14일에 태어났다. 첫째가 수정되는 시기에 최현철님은 LCD를 만드는 천안사업장 5/6라인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삼성은 백혈병 등 전자산업 노동자 본인의 직업병도 ‘괴담’이라 생각할 뿐이었기에, 현장에는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조치가 미비하였다. 에러 대응을 위해 설비를 오픈하면 냄새가 심하게 났지만 호흡용 보호구는 라인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최현철님의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아팠다. 심장에 이상이 있어 태어난 지 1달 만에 심장 개복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후에도 최지후님은 다양한 병명으로 치료를 계속 받아야 했다. 최지후님이 진단받은 차지증후군이라는 병은 유전자의 이상으로 인해 병명의 영어 각 약자에 해당하는 몸의 부위들(C : 눈, H :심장, A : 후비공, R : 발달, G : 생식기, E : 귀)에 이상이 초래되는 병이다. 최지후님은 현재 왼쪽 눈이 보이지 않고, 왼쪽 귀가 들리지 않으며, 같은 나이대의 아이들보다 발달이 현저히 느린 등의 증상을 갖고 있다.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차지증후군을 발생시키는 유전자(CHD7)의 이상은 아버지 쪽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은 점, 최현철님이 TFT 공정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화학물질에 노출된 점, 생식세포의 돌연변이는 노출수준이 낮아도 발생이 가능한 점, 차지증후군 증상 중 하나인 선천성 심장질환은 반도체 남성 근로자의 아이에게서 발생위험이 높은 점, 전자산업 남성 근로자 아이의 선천성기형 발생위험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최지후님의 차지증후군은 아버지 최현철님의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위와 같이 업무관련성을 인정한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은 최현철님의 산재신청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통보하였다. 불승인 사유는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제91조의12) 상 건강손상자녀는 임신 중인 근로자(어머니)가 유해인자에 노출되어 출산한 자녀에게 질병이 발생한 경우로 한정되어 있는데, 최현철님의 경우 임신 중인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업무관련성은 인정하나 법에 규정이 없어서 산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공단의 이번 결정은 15년 전의 일을 떠올리게 한다. 2009년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은 약물 노출 등으로 인해 유산하거나 아픈 아이를 낳았다. 당시에도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안이 업무로 인한 것임은 알고 있었지만 법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승인했다. 국회가 법을 빠르게 정비하면 이 사안은 쉽게 해결될 수 있었지만, 당시 국회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결국 2020년 4월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2021년 전자산업에서 또다른 피해자가 나오고 나서야 법은 만들어졌다. 산재를 산재라고 부르는데 10년 넘게 걸린 것이다.
국회는 2021년 12월 태아산재법을 제정(산재보험법 개정안, 2022년 1월 공표)하였지만 시민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유해물질에 노출된 경우만 산재보험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였다. 그래서 최현철님과 같이 아버지가 유해물질에 노출된 경우는 여전히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노동자 본인의 산재, 어머니 태아산재, 아버지 태아산재는 모두 업무로 인해 건강을 잃었다는 본질에서는 다른 점이 없다. 그런데도 산재보험법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아버지 태아산재만 배제하고 차별하고 있다.
22대 국회의원들에게 호소한다. 피해자에게 오랜 법정 싸움을 강요하지 말고, 아버지 태아산재도 산재보험이 적용되도록 산재보험법을 즉각 개정하라. 산재를 산재라고 부르지 못하는 이 불합리한 상황을 바로잡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당연한 책무이다.
2024. 07. 04.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 반 올 림
전자우편 : sharps@hanmail.net 반올림 홈페이지 sharps.or.kr
수 신
제 언론사
제 목
[보도자료] 아버지 태아산재 업무관련성은 인정, 그러나 산재는 불인정
아버지 태아산재도 산재보험이 적용되도록 국회는 산재보험법을 즉각 개정하라
발신일
2024. 7. 4. (목)
문 의
010-4322-2259 (반올림 조승규 노무사)
아버지 태아산재 업무관련성은 인정, 그러나 산재는 불인정
아버지 태아산재도 산재보험이 적용되도록
국회는 산재보험법을 즉각 개정하라
2024년 7월 3일 아버지가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아이가 질병을 갖고 태어난 사안(아버지 태아산재)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첫 판단이 나왔다.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12월 1일 반올림 최현철님(가명, 실명 중 성은 ‘정’)의 산재신청 건에 대하여 상당인과관계는 인정하지만, 산재보험법 대상이 아니라 불승인한다고 통보하였다.
이번에 결과를 통보받은 최현철님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04년 12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엔지니어로 근무한 남성노동자이다. 최현철님의 첫째 최지후님(가명)은 최현철님이 라인에서 근무하고 있던 2008년 5월 14일에 태어났다. 첫째가 수정되는 시기에 최현철님은 LCD를 만드는 천안사업장 5/6라인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삼성은 백혈병 등 전자산업 노동자 본인의 직업병도 ‘괴담’이라 생각할 뿐이었기에, 현장에는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조치가 미비하였다. 에러 대응을 위해 설비를 오픈하면 냄새가 심하게 났지만 호흡용 보호구는 라인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최현철님의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아팠다. 심장에 이상이 있어 태어난 지 1달 만에 심장 개복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후에도 최지후님은 다양한 병명으로 치료를 계속 받아야 했다. 최지후님이 진단받은 차지증후군이라는 병은 유전자의 이상으로 인해 병명의 영어 각 약자에 해당하는 몸의 부위들(C : 눈, H :심장, A : 후비공, R : 발달, G : 생식기, E : 귀)에 이상이 초래되는 병이다. 최지후님은 현재 왼쪽 눈이 보이지 않고, 왼쪽 귀가 들리지 않으며, 같은 나이대의 아이들보다 발달이 현저히 느린 등의 증상을 갖고 있다.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차지증후군을 발생시키는 유전자(CHD7)의 이상은 아버지 쪽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은 점, 최현철님이 TFT 공정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화학물질에 노출된 점, 생식세포의 돌연변이는 노출수준이 낮아도 발생이 가능한 점, 차지증후군 증상 중 하나인 선천성 심장질환은 반도체 남성 근로자의 아이에게서 발생위험이 높은 점, 전자산업 남성 근로자 아이의 선천성기형 발생위험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최지후님의 차지증후군은 아버지 최현철님의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위와 같이 업무관련성을 인정한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은 최현철님의 산재신청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통보하였다. 불승인 사유는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제91조의12) 상 건강손상자녀는 임신 중인 근로자(어머니)가 유해인자에 노출되어 출산한 자녀에게 질병이 발생한 경우로 한정되어 있는데, 최현철님의 경우 임신 중인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업무관련성은 인정하나 법에 규정이 없어서 산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공단의 이번 결정은 15년 전의 일을 떠올리게 한다. 2009년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은 약물 노출 등으로 인해 유산하거나 아픈 아이를 낳았다. 당시에도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안이 업무로 인한 것임은 알고 있었지만 법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승인했다. 국회가 법을 빠르게 정비하면 이 사안은 쉽게 해결될 수 있었지만, 당시 국회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결국 2020년 4월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2021년 전자산업에서 또다른 피해자가 나오고 나서야 법은 만들어졌다. 산재를 산재라고 부르는데 10년 넘게 걸린 것이다.
국회는 2021년 12월 태아산재법을 제정(산재보험법 개정안, 2022년 1월 공표)하였지만 시민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유해물질에 노출된 경우만 산재보험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였다. 그래서 최현철님과 같이 아버지가 유해물질에 노출된 경우는 여전히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노동자 본인의 산재, 어머니 태아산재, 아버지 태아산재는 모두 업무로 인해 건강을 잃었다는 본질에서는 다른 점이 없다. 그런데도 산재보험법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아버지 태아산재만 배제하고 차별하고 있다.
22대 국회의원들에게 호소한다. 피해자에게 오랜 법정 싸움을 강요하지 말고, 아버지 태아산재도 산재보험이 적용되도록 산재보험법을 즉각 개정하라. 산재를 산재라고 부르지 못하는 이 불합리한 상황을 바로잡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당연한 책무이다.
2024. 07. 04.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