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추모성명]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의 힘겨운 지난 투쟁에 목소리 높여 연대해 온
홍세화 선생님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불평등의 근원인 소유에서 벗어나 관계로,
성장에서 성숙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반올림도 계속 싸워나가겠습니다.
“선생님 지금 저희 투쟁이 좀 궁지에 몰렸습니다. 아직 삼성 직업병 문제에 사과도 보상도 재발방지대책도 합의 본 것이 없는데, 삼성이 언론플레이로 모두 해결된 것처럼 호도하고 있어요. 저희는 마지막 수단으로 삼성본관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는데 언론이 저희 이야기를 전혀 실어주지 않아요.” 이런 절박한 부탁에 선생님께서는 자신이 기고글로 밖에 연대를 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기꺼이 칼럼 지면을 할애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몇 번이나 신세를 졌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남기신 글을 보면 단지 부탁받아 쓰신 글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삼성자본의 횡포에 대해 진정으로 분노하고 온 마음으로 쓰신 글은 당시 커다란 숨구멍이 되었습니다. 진작 고마운 마음을 전했어야 했는데 이렇게 떠나신 뒤에야 선생님이 내주신 길을 들추어 봅니다.
[특별기고] "황상기씨를 만나러 강남역 8번 출구로" / 홍세화 (2015. 10. 22. 한겨레)
어느 날, 황상기씨가 “삼성에 노조가 있었다면 내 딸 유미는 죽지 않았을 겁니다”라는 말을 했을 때 나는 속으로 울었다. 내가 어떻게 민주노조 없는 삼성을 가까이할 수 있겠는가....(중략)...하 수상한 시절, 갈수록 희귀종이 되고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가. 그러면 지하철 2호선 강남역 8번 출구로 가라. 거기에 <또 하나의 약속>에서 화면 가득히 다가왔던 울산바위처럼 늠름한 황상기씨가 있고, 반올림이 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계속 떠들어댈 것이다. “한 놈만 패자!”, “아픈 데를 때리자!”고.
(출처: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714034.html)
[특별기고] 오만한 박근혜 정권, 오만한 삼성 재벌/홍세화 (2016. 3. 17. 한겨레)
...하지만 아무리 국내 언론에서 반올림을 고립시키는 데 성과를 거두고 삼성반도체 직업병문제가 모두 해결되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해봐야 하릴없다는 것을 삼성 재벌 스스로도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모든 사람을 한순간 속이거나 심지어 다수를 계속 속일 수는 있을지언정 모든 사람을 끝까지 속일 수는 없는 법이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앞 강남역 8번 출구에서 오늘도 반도체 산업 직업병 해결을 위한 ‘이어 말하기’ 농성은 이어지고 있는데, 그 누구도 그 자리에 함께하는 황상기씨와 김시녀씨가 유령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 나라에서는 청춘들이 거리에 나서 “일보다는 사랑을 하자”고 외치는데, 다른 한 나라에서는 수학여행을 가다 한꺼번에 수장되고 일하다 직업병을 얻어 죽어도 책임지는 자 없고 오히려 그런 자들이 큰소리를 치고 있으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라 했거늘…. 청춘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오지 않기 때문인가.”
(출처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735474.html)
이렇게 특별기고로 어려운 시절에 연대해주신 선생님 덕분에, 또 수많은 이들이 함께한 사회적 연대의 힘으로 반올림은 2018년 11월, 고 황유미 님이 사망한 지 11년 만에 공개 사과, 독립적 보상,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합의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현재 반올림은 중소, 하청노동자 등 더 낮은 곳으로 전가된 위험, 더 잘 드러나지 않는 위험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7일 서초 삼성본관 앞 기자회견을 통해 알린 바와 같이, 삼성전자 1차 협력(하청)업체에서 갤럭시 휴대폰을 하루 2천개, 10초당 1개씩 빠르게 조립했던 2003년생 청년노동자가 지난해 9월 급성 백혈병이 발병해 7개월째 투병 중입니다.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그의 임금은 2022년 기준, 최저시급 9,160원. 일한지 2년 만에 백혈병이 발병해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참기 힘든 고통 속에 치료를 이어가고 있는데도 회사는 아무런 지원 없이 무급휴직 끝에 해고했습니다. 일학습병행 대학에서마저 더 이상 기업에서 필요로 하지 않는 인력이라는 이유로 퇴학조치 했습니다. 아픈 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홍세화 선생님이 강조했던 측은지심, 똘레랑스가 없는 비인간적인 노동관계. 분노해야할 일이지만 보수언론과 대다수의 경제지는 당연하다는 듯이 침묵합니다.
반면 같은 시점에(주로 18일자) 경제지들은 삼성 이재용이 미국 포브스 선정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자랑하듯 알렸습니다. 부자 1위 이재용의 자산은 15조 8천억 원(115억달러). 이는 최저시급 9,160원의 노동자가 평생 모아도 결코 만들 수 없는 큰 자산이자 결코 이재용의 노력으로 만든 돈이 아닌, 삼성재벌이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쌓은 검은 돈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고혈을 독식한 결과입니다. 그동안 삼성 노동자들은 성과 경쟁, 차별적 고과제도로 병들어갔고, 하청에 재하청으로 위험과 책임이 떠넘겨져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더 열악한 작업환경에 내몰렸습니다.
이렇게 효율 좋은 구조적 착취 시스템을 통해 이재용이 부를 독식한 것은 노동자 서민의 입장에서 크게 분노할 일이지만 비판적인 글과 기사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최저임금을 받던 스물 한 살 청년 하청노동자의 백혈병 피해에는 침묵하면서도 부자 1위가 되었다는 이재용의 소식은 비판도 없이 보도하는 지금의 언론을 접했더라면 아마도 선생님은 크게 분노하고 아파하며 오늘도 특별 기고를 위해 밤을 지새웠을 것입니다. 여전히 견고한 재벌중심, 자본 중심의 사회에서 우리는 선생님의 말과 글이 더욱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탐욕스런 삼성재벌을 꾸짖고 노동자와 피해자의 편에서 든든한 목소리가 되어 주셨던 선생님. 약자들이 서로 연대하여 불평등의 근원이 되는 소유주의와 성장주의를 넘어서기를, 소유에서 관계로, 성장에서 성숙으로 바뀌어 나가야함을 강조한 선생님의 마지막 당부를 잊지 않으며 그러한 사회가 오도록 반올림도 아픈 이들과 힘을 모아 싸워나가겠습니다.
홍세화 선생님 고마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2024. 4. 20.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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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의 기억들>
▲ 2015. 10. 22. 강남역 8번출구 삼성본관앞, 삼성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이어말하기 - 홍세화 선생님
"삼성과의 싸움은 쉬운 싸움이 아니에요. 반올림 활동가와 피해자가 같은 전선을 만든 것은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말씀을 감히 드리고 싶어요. 어렵지만 중요한 싸움의 최전선에 있다는 자긍심을 가져주세요.
우리나라는 삼성을 비판하는 자도 삼성 제품을 써요. 삼성이 무엇을 두려워 할까요. 시민은 노동자이며 소비자예요. 시민의 자격을 행사해야 해요. 비판과 견제 세력으로서 불매 운동이 필요합니다"
(아래) 2015. 12. 2. 삼성본관 앞 (이어말하기 중)
(왼쪽부터 황상기 아버님, 조돈문 교수님, 홍세화 선생님)
<관련기사>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4545
[미디어오늘]
홍세화도 "삼성, 직원자살에 답하라" 1인시위
“시민 참여와 연대가 철옹성 삼성 바꿀 것”
2011.03.25 최훈길 기자
이날 1인 시위를 하고 있던 홍 편집인이 들고 있던 팻말엔 "왜 이 청년이 죽었는가. 삼성은 답하라"는 문구와 김씨의 삼성전자 사원증이 인쇄돼 있었다. 홍 편집인은 "삼성은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말하면서도 가족인 삼성전자 직원이 죽었는데 침묵하고 아무런 대응도 안 하고 있다"며 "정말 내가 21세기에 살고 있는 것인지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홍 편집인은 김씨의 장례를 74일째 치르고 있는 상황에 대해 "삼성이 오만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찾는 게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출처 : 미디어오늘(https://www.mediatoday.co.kr)
[반올림 추모성명]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의 힘겨운 지난 투쟁에 목소리 높여 연대해 온
홍세화 선생님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불평등의 근원인 소유에서 벗어나 관계로,
성장에서 성숙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반올림도 계속 싸워나가겠습니다.
“선생님 지금 저희 투쟁이 좀 궁지에 몰렸습니다. 아직 삼성 직업병 문제에 사과도 보상도 재발방지대책도 합의 본 것이 없는데, 삼성이 언론플레이로 모두 해결된 것처럼 호도하고 있어요. 저희는 마지막 수단으로 삼성본관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는데 언론이 저희 이야기를 전혀 실어주지 않아요.” 이런 절박한 부탁에 선생님께서는 자신이 기고글로 밖에 연대를 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기꺼이 칼럼 지면을 할애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몇 번이나 신세를 졌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남기신 글을 보면 단지 부탁받아 쓰신 글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삼성자본의 횡포에 대해 진정으로 분노하고 온 마음으로 쓰신 글은 당시 커다란 숨구멍이 되었습니다. 진작 고마운 마음을 전했어야 했는데 이렇게 떠나신 뒤에야 선생님이 내주신 길을 들추어 봅니다.
이렇게 특별기고로 어려운 시절에 연대해주신 선생님 덕분에, 또 수많은 이들이 함께한 사회적 연대의 힘으로 반올림은 2018년 11월, 고 황유미 님이 사망한 지 11년 만에 공개 사과, 독립적 보상,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합의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현재 반올림은 중소, 하청노동자 등 더 낮은 곳으로 전가된 위험, 더 잘 드러나지 않는 위험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7일 서초 삼성본관 앞 기자회견을 통해 알린 바와 같이, 삼성전자 1차 협력(하청)업체에서 갤럭시 휴대폰을 하루 2천개, 10초당 1개씩 빠르게 조립했던 2003년생 청년노동자가 지난해 9월 급성 백혈병이 발병해 7개월째 투병 중입니다.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그의 임금은 2022년 기준, 최저시급 9,160원. 일한지 2년 만에 백혈병이 발병해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참기 힘든 고통 속에 치료를 이어가고 있는데도 회사는 아무런 지원 없이 무급휴직 끝에 해고했습니다. 일학습병행 대학에서마저 더 이상 기업에서 필요로 하지 않는 인력이라는 이유로 퇴학조치 했습니다. 아픈 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홍세화 선생님이 강조했던 측은지심, 똘레랑스가 없는 비인간적인 노동관계. 분노해야할 일이지만 보수언론과 대다수의 경제지는 당연하다는 듯이 침묵합니다.
반면 같은 시점에(주로 18일자) 경제지들은 삼성 이재용이 미국 포브스 선정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자랑하듯 알렸습니다. 부자 1위 이재용의 자산은 15조 8천억 원(115억달러). 이는 최저시급 9,160원의 노동자가 평생 모아도 결코 만들 수 없는 큰 자산이자 결코 이재용의 노력으로 만든 돈이 아닌, 삼성재벌이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쌓은 검은 돈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고혈을 독식한 결과입니다. 그동안 삼성 노동자들은 성과 경쟁, 차별적 고과제도로 병들어갔고, 하청에 재하청으로 위험과 책임이 떠넘겨져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더 열악한 작업환경에 내몰렸습니다.
이렇게 효율 좋은 구조적 착취 시스템을 통해 이재용이 부를 독식한 것은 노동자 서민의 입장에서 크게 분노할 일이지만 비판적인 글과 기사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최저임금을 받던 스물 한 살 청년 하청노동자의 백혈병 피해에는 침묵하면서도 부자 1위가 되었다는 이재용의 소식은 비판도 없이 보도하는 지금의 언론을 접했더라면 아마도 선생님은 크게 분노하고 아파하며 오늘도 특별 기고를 위해 밤을 지새웠을 것입니다. 여전히 견고한 재벌중심, 자본 중심의 사회에서 우리는 선생님의 말과 글이 더욱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탐욕스런 삼성재벌을 꾸짖고 노동자와 피해자의 편에서 든든한 목소리가 되어 주셨던 선생님. 약자들이 서로 연대하여 불평등의 근원이 되는 소유주의와 성장주의를 넘어서기를, 소유에서 관계로, 성장에서 성숙으로 바뀌어 나가야함을 강조한 선생님의 마지막 당부를 잊지 않으며 그러한 사회가 오도록 반올림도 아픈 이들과 힘을 모아 싸워나가겠습니다.
홍세화 선생님 고마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2024. 4. 20.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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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의 기억들>
▲ 2015. 10. 22. 강남역 8번출구 삼성본관앞, 삼성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이어말하기 - 홍세화 선생님
"삼성과의 싸움은 쉬운 싸움이 아니에요. 반올림 활동가와 피해자가 같은 전선을 만든 것은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말씀을 감히 드리고 싶어요. 어렵지만 중요한 싸움의 최전선에 있다는 자긍심을 가져주세요.
우리나라는 삼성을 비판하는 자도 삼성 제품을 써요. 삼성이 무엇을 두려워 할까요. 시민은 노동자이며 소비자예요. 시민의 자격을 행사해야 해요. 비판과 견제 세력으로서 불매 운동이 필요합니다"
(아래) 2015. 12. 2. 삼성본관 앞 (이어말하기 중)
(왼쪽부터 황상기 아버님, 조돈문 교수님, 홍세화 선생님)
<관련기사>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4545
[미디어오늘]
홍세화도 "삼성, 직원자살에 답하라" 1인시위
“시민 참여와 연대가 철옹성 삼성 바꿀 것”
2011.03.25 최훈길 기자
이날 1인 시위를 하고 있던 홍 편집인이 들고 있던 팻말엔 "왜 이 청년이 죽었는가. 삼성은 답하라"는 문구와 김씨의 삼성전자 사원증이 인쇄돼 있었다. 홍 편집인은 "삼성은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말하면서도 가족인 삼성전자 직원이 죽었는데 침묵하고 아무런 대응도 안 하고 있다"며 "정말 내가 21세기에 살고 있는 것인지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홍 편집인은 김씨의 장례를 74일째 치르고 있는 상황에 대해 "삼성이 오만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찾는 게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출처 : 미디어오늘(https://www.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