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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근로복지공단의 성차별적 판정 바로잡은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

반올림
2024-03-19
조회수 676

[2024-03-19 반올림 성명]

 

근로복지공단의 성차별적 판정 바로잡은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

근로복지공단은 남성, 육체노동 중심의 차별적인 장해등급기준 개정하라!

 

- 여성의 생식기능 장해등급에 대해 2심에서도 남성과 동등한 7급 부여해야한다고 판결 (확정)

- “60년 동안 이어온 낡은 산재장해등급 기준으로 성 차별적 판단을 계속 고집한 근로복지공단 판단에 두 번 경종을 울린 판결”

- “근로복지공단은 원고에게 사죄하고, 성차별적이고 낡은 장해등급판정기준을 반드시 개정해야”

- “전자산업 여성노동자의 건강권, 성재생산권 침해에 대한 재발방지대책 마련해야”


 원고는 LG전자 평택공장에서 2003년부터 일하다 2012년 4월, 28세의 젊은 나이에 ‘재생불량성빈혈’을 진단받고 힘겹게 투병해 왔고, 그 합병증으로 발생한 구각 구순염, 괴사성 궤양성 치은염, 기타비장질환(비장절제술로 인한 비장결손), 조기난소부전‘을 산재 추가상병으로 승인받아 요양하였습니다. 이 중 2019년 5월 조기난소부전, 비장 절제된 상태(비장결손)’의 상병에 대하여 장해진단을 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법에 따른 장해급여를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비장전절제술 상태, 난소부전으로 생식능력에 뚜렷한 제한이 남은 사람에 해당되나, 종합적으로 볼 때 복부장기의 기능에 장해가 남아 쉬운 일 외에는 하지 못하는 사람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장해등급을 ’비장 또는 한 쪽의 신장을 잃은 사람‘에 해당하는 제8급 제11호로 결정하였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공단의 판단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즉 원고의 주장은 ‘산재보험법령은 남성에 대하여는 양쪽 고환이 상실된 경우 장해등급 제7급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조기난소부전 등 여성이 생식기능을 상실한 경우 여성호르몬 생성 중단으로 인하여 신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남성에 비해 더 큰데도 불구하고 여성에 대하여는 별도의 장해등급 기준을 정하고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3항은 [별표6]에 규정되지 아니한 장해가 있을 때에는 그 장해와 비슷한 장해에 해당되는 장해등급으로 결정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령을 제대로 적용하면 조기난소부전의 경우 양쪽 고환을 상실한 경우에 준하여 장해등급 제7급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2023년 2월 8일 1심 즉 서울행정법원(최선재 판사)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1심은 ‘산재보험법령이 난소의 상실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나, 양쪽 난소를 상실한 사람을 양쪽 고환을 상실한 사람과 비슷한 장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장해등급 제7급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고, 피고 공단은 신체부위의 완전한 상실은 기능적 결손과 다르게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생식기관으로서 생식능력의 상실이라는 측면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 장해등급 제7급을 부여하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로 보이고, 난소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1심 법원의 판결을 수용하지 않고 무리하게 항소를 제기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제9-2행정부, 김승주, 조찬영, 김무신 판사)은 올 2월 22일 1심판결이 정당하고 원고의 주장이 옳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확인해주었습니다.

 

2심 법원은 판결문에서 ‘산재보험법령에서 정한 장해등급과 일본 노동자장해보상법령에서 정한 장해등급은 그 분류 체계 및 내용 면에서 매우 유사한데, 일본은 생식기 외관의 형식적인 존재 여부나 물리적 상실 여부와 상관없이 ‘생식기능의 완전한 상실 여부’와 같이 그 기능의 상실 여부만을 근거로 제7급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분류원칙을 마련하였고, 미국 의사협회 역시 생식기장해와 관련하여 물리적 상실 여부와 관계없이 그 기능의 상실 여부와 상실정도에 따라 장해등급을 부여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점, 대한의학회 역시 ‘고환 및 난소가 소실된 경우’와 ‘고환 및 난소가 기능적으로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를 구별하지 않고 그 기능의 상실 정도에 따라 동일한 장해등급을 부여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정안을 제시하는 등 의학계의 일치된 견해 역시 이 사건에서 참작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추가로 판시하였습니다. 결국 공단의 상고포기(3월 15일까지 상고 기간 만료)로 이 판결은 확정되었습니다.

 

원고는 전자산업 여성노동자로 일터의 유해요인 때문에 발생한 재생불량성빈혈을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아 법원까지 가서 산재인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의 차별적 장해등급 판정으로 인해 두 번이나 법정 다툼을 해야 했습니다. 이런 잘못된 판정을 법원이 바로잡아주었지만, 반성하지 않고 항소하여 피해자에게 고통의 시간만 연장한 근로복지공단은 누구를 위한 기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원고에게 사죄해야 합니다. 아픈 노동자를 상대로 무리하게 항소를 제기하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합니다.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성차별적이고 낡은 장해등급판정기준을 반드시 개정해야 합니다.

 

2024. 3. 19.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원고 대리인(오민애 변호사/법무법인 율립)이 밀하는 판결의 의의와 바뀌어야 할 점 :

업무의 방식, 노동환경이 다양해졌고, 이에 따라 노동자가 노출될 수 있는 유해요인과 노동자의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위험요인이 다양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법령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첨단산업현장에서 여성노동자가 겪게 되는 여러 질병과 이로 인해 여성의 몸에 받게 되는 영향은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생식기능, 임신가능성에 치명적인 장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이를 독자적인 장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사건은 남성, 육체노동 중심으로 마련된 장해등급 기준의 한계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단적인 사례다. 당사자의 용기로 문제제기할 수 있었고,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정당한 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다만 이번 판결에서 확인된 장해등급제도의 한계, 그리고 계속해서 문제되고 있는 태아산재 등 노동자 개인이 권리구제를 위해 소송을 진행해야만 하는 현실적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관련 문의 :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종란(010-8799-1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