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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추모] 2019년 4월 8일 벚꽃의 계절에 떠난 고 이가영 님을 기리며

반올림
202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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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2019년 4월 8일 벚꽃의 계절에 떠난 고 이가영 님을 기리며

-서울반도체 림프종 피해노동자, 스물여섯 이가영 님을 잊지 않겠습니다.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자본 주도의 반도체 산업 확장을 반대합니다. 

 

92년생 이가영 님은 스물여섯 해를 넘기지 못하고 2019년 4월 8일 눈을 감았습니다. 안산에 소재한 LED 생산업체 서울반도체에 다니던 중에 악성 림프종이 발병하여 세상을 떠난 이. 벚꽃이 피면 우리는 가영님의 환한 얼굴이 떠오릅니다. ‘아름다운 꽃이 핀다’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안타깝게도 벚꽃 피는 4월에 사랑하는 가족들을 두고,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19살에 가영님은 반도체회사에 취업했습니다. 2011년 5월 안산의 에스피반도체통신에서 일하다 2015년 2월 서울반도체로 옮겨 근무를 이어갔습니다. 서울반도체에서 주야 맞교대로 매일 12시간씩, 일주일에 6일을 일했습니다. 종일 서서 여러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일을 하며 건강이 악화되었습니다. LED 칩을 감싸는 에폭시 수지를 제조하기 위해 형광체, 확산제, 주제, 경화제 등을 배합하는 업무, 몰드 공정에서 고온의 오븐작업을 하는 등 유해화학물질을 많이 취급하는 업무를 하는데도 회사는 최소한의 보호구 지급조차 없었습니다. 안전교육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일하던 중 2017년 9월 악성림프종(혈액암)을 진단받았습니다.

 

암 투병 중에 가영님은 반올림에 문의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하였고, 그 결과 공단은 악성림프종이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 노출로 인한 산업재해 라고 판정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파렴치하게 산재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힘든 투병 중 회사가 제기한 취소소송은 가영님을 더욱 사지로 모는 행위였습니다. 가영님은 “엄마가 꼭 싸워서 이겨달라”는 말을 남긴 뒤로 다시 깨어나지 못했고, 2019년 4월 8일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스물여섯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서울반도체의 문제는 가영님으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가영님이 죽고 나서 석 달 뒤인 2019년 7월, LED 칩을 엑스레이 설비에 넣고 검사작업을 하던 대학생 현장실습생 2명이 방사선에 손가락이 심하게 피폭되어 화상을 입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절대로 해제하여서는 안 되는 안전 인터락 장치를 해제시켜 발생한 인재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서울반도체에서 발생한 사고와 유사한 방사선 피폭사고는 2024년 5월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에서 또다시 발생해 엑스레이 검사 장비를 정비하던 2명의 엔지니어가 6개월이상 방사선 화상(부상)을 입는 중대재해가 발생했고,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LED 생산노동자들의 림프종, 뇌종양, 난소암 사망, 대장암 등 직업성 암 피해와 지적장애, 자폐 등 자녀산재 피해 또한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위험천만한 반도체 산업에 대해, 노동자들의 건강권 대책 마련은 전혀 언급조차 되지 않은 채로 국회와 정부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 제정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윤만을 위해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경시해 온, 자본 주도의 반도체산업 확장에 반대합니다. 더 이상 죽을 수는 없습니다. 반올림은 서울반도체노동자 고 이가영 님의 6주기를 추모하며 다시는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더 큰 힘을 모아 투쟁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2025. 4. 8.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