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ED 암/자녀질환 산재신청 기자회견 <사후 보도자료>

기자회견 일정 

일시 : 2024년 11월 11일 월요일 오전 10시. 장소 :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

• 주최 :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 문의 : 010-4322-2259 (반올림 조승규 노무사), 010-8799-1302 (이종란 상임활동가)

기자회견 참여단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2025.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노동건강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젠더와노동건강권센터. (무순)

◉ 발언1. 삼성전자 LED 3라인의 문제점

안녕하세요. 반올림 조승규 노무사입니다. 저는 오늘 산재신청 진행하는 피해자의 공통점에 대해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산재신청하시는 분들은 모두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3라인에서 근무하신 분들입니다. 3라인은 1988년에 만들어진 라인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에서 매우 초창기 라인에 해당합니다. 당시의 시설 수준은 현재 우리가 반도체 공장 하면 떠올리는 첨단 자동화 라인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당시 라인 수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작업자들이 ‘퐁당퐁당’이라고 말하는 매뉴얼 식각 작업입니다. 작업자들은 필요없는 층을 제거하기 위해 반도체 웨이퍼를 화학물질에 직접 담갔다 빼는 작업을 반복하였습니다. 이때 사용되는 물질은 물과 같은 일반적인 물질이 아니라, 황산이나 수산화칼륨과 같은 강산성 강염기성 물질이었습다. 하지만 작업자는 근접해서 반도체를 담갔다 빼야 하므로, 화학물질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이러한 구식 라인들은 철거되고 새로운 라인이 설치되었습니다. 대부분 새롭게 설치한 라인은 이전보다 환경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작업자들이 직접 했던 작업이 설비에서 자동으로 진행되도록 바뀌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곳 기흥사업장 3라인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3라인은 반도체에서 LED로 라인이 바뀌었지만, 기존 3라인과 삼성전기에서 사용하던 구식 설비로 운영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열악한 상태로 남겨진 환경에서 20년-30년 근무해 온 피해자들은 자신과 자녀의 건강을 잃었습니다.

반도체 직업병을 한국에서 처음 알린 고 황유미님도 3라인 작업자였습니다. 황유미님은 같은 병원에 같은 병으로 입원한 동료 직원들을 보고 자신의 병이 직업병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산재신청하는 피해자들도 황유미님과 마찬가지의 경험을 하였습니다. 퇴직한 동료들의 자녀들이 똑같이 아픈 것을 보고, 동료들의 투병과 사망 소식을 접하면서 피해자들은 이것이 산재임을 직감하였습니다. 황유미님으로부터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같은 비극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비극은 더 이상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이번 산재신청이 하나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피해자들의 산재 인정은 당연한 것이고, 이를 넘어 반도체/LED 3라인의 열악했던 상황이 숨김 없이 드러나기를 기대합니다. 더 이상 삼성을 비롯한 전자산업에서 건강을 잃는 노동자들이 없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 발언2. 전자산업 생식독성 문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천지선 변호사입니다. 저는 2013-2014년 즈음 전자산업에 종사했던 노동자들의 인터뷰를 하며 처음 전자산업의 생식독성 문제를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인터뷰했던 전자산업 노동자들 중에는 10대 후반부터 전자산업에 종사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공통적으로 생리불순과 생리통이 심해졌다, 라인에 근무하는 다른 사람들도 다 그래서 원래 그런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들었고, 입사 전에 신체검사를 해서 건강한 사람만 뽑을텐데, 한창 건강할 나이인데,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6년에 전자산업 노동자의 유방암 사건을 수행하면서, 전자산업의 특성이 생식독성 문제를 유발하기 쉽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첫째, 수율 높은 작업을 위해 청결함이 요구되고, 그 청결함을 위해 유기용제, 그러니까 독한 세척제들을 사용해서 유지보수작업을 한다는 것,

둘째, 전자산업의 어려운 이름들의 공정들을 아주 단순화하면 화학물질을 입히거나 붙이거나 바르고, 필요한 부분만 다시 화학물질로 깎아내고, 다시 화학물질로 깎아낸 걸 씻어내고, 이렇게 여러 화학 처리된 웨이퍼를 다시 굽고, 다시 화학물질을 입히고 붙이고 바르고 깎고 씻고 굽고를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수도 없이 많은 화학물질을 기체나 액체 상태로 접할 수 있다는 것,

셋째, 어린 나이에 노출될수록, 노출 기간이 길수록, 노출 강도가 강할수록 위험하다는 것,

넷째, 그 위험성은 이미 알려져서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다시 소위 규제가 적고 인건비가 싼, 나라로 옮겨지고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다섯째, 전자산업의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새로운 물질이 사용되거나 기존 물질이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되고, 그래서 알려지지 않은 위험도 많다는 것, 위험이 명확하게 밝혀지는 것은 이미 수도 없이 많은 노동자가 희생된 후에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수행했던 유방암 사건에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유해인자 복합 노출에 따른 ‘상가작용’(additive effect)이란 2가지 이상의 약물을 함께 투여하였을 때에 그 작용이 각 작용의 합과 같은 현상을 말하고, 원고의 경우 노출 환경에 대한 평가가 노출 시점에서의 시간 경과에 따른 개선이 이루어졌고, 비정상적 환경에서의 노출 수준은 아주 높을 수 있어 이에 의한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고용노동부 고시에서도 “2종 또는 그 이상의 유해인자가 혼재하는 경우에는 각 유해인자의 상가작용으로 유해성이 증가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전자산업 근로자의 직업병 판결에서, 첨단산업분야에서 유해 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에 대해 이렇게 명시했습니다.

“산업재해의 발생 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 원인이 될 만한 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 원인 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첨단산업분야에서 유해 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에 대해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현실적·규범적 이유가 있는 점,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이른바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 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 특히, 희귀질환의 평균 유병률이나 연령별 평균 유병률에 비해 특정 산업 종사자 군이나 특정 사업장에서 그 질환의 발병률 또는 일정 연령대의 발병률이 높거나, 사업주의 협조 거부 또는 관련 행정청의 조사 거부나 지연 등으로 그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 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이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단계에서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

오늘 산재신청을 하는 신청인분들도 어린 나이부터 오랜 시간 근무한 성실한 근로자였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이, 성실한 근로자들에게 아픈 아이들이 왜 더 많은지를 놓치지 않고 산재법과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고려하여 전자산업 노동자들과 그 2세들의 생식독성 관련 직업병을 조속히 인정하기를 촉구합니다.

◉ 발언 3. 과거 피해자 배제하는 태아산재법의 문제점

- 법률사무소 고른 박다혜 변호사

현행 산재보험법은 임신 중인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인자 취급이나 노출로 인하여 출산한 자녀에게 건강상 재해가 발생한 경우 이를 산재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법은 법 시행 이후에 출생한 자녀부터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법 시행 이전에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는 법 시행 전 산재를 신청한 경우나 법원 확정판결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은 경우, 법 시행 기준 과거 3년 이내에 자녀를 출산하여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 산재를 신청한 경우만 예외적으로 수급 자격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자녀 산재 적용 범위에 대한 이러한 규정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법 시행일이라는 임의적이고 우연한 일자를 기준으로 그 이전에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는 산재보험 적용의 기회를 매우 좁게 인정하고 있어, 뒤늦게 진단을 받아 재해를 인지하거나 이 제도를 알게 된 가족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산재보험 수급권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2020. 4. 대법원 판결 이후 만들어진 것입니다. 대법원은 약품 분쇄작업 등 유해요인에 노출된 제주의료원 간호사 네 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태아의 건강손상이나 출산아의 선천성 질환도 엄마인 근로자의 산재로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했습니다. 그런데 수년이 걸려 어렵게 대법원 판결까지 받았지만 이러한 판결 취지를 반영한 법개정은 국회의 무관심과 정부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입법에만 1년이 훨씬 넘게 걸렸고, 개정법이 공포된 후 1년이 경과한 2023. 1. 11. 마침내 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자녀 산재 제도 적용 여부를 가르는 주된 기준이 바로 이 2023. 1. 11.입니다.

2023. 1. 11. 이전에 출생한 경우와 그 이후 출생한 경우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 출생한 자녀의 건강손상은 원칙적으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우리 사회의 작업환경 기준이나 안전보건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과거에 더 열악하고 느슨했을 것이고 실제 확인되는 사업장 사례도 그러하기에, 오히려 과거의 노출 사례에 대한 산재보험제도의 필요성이 보다 강하게 존재합니다. 2020년 대법원 판결의 원고들도 2009년에 임신하여 2010년에 자녀를 출산한 경우였습니다. 만약 당시 원고들이 오늘날 뒤늦게 산재 신청을 했다면 정작 법은 개정되었지만 그 문턱에서부터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입법자는 산재보험 기금의 재정건전성을 고려한 것일 수 있습니다. 돈이 드니까 모두에게 제한 없이 제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이처럼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제도의 소급 적용을 제한함에 있어서, 과연 전체 자녀 산재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했는지 의문입니다. 전체에게 제도를 적용한다면 그 규모가 얼마나 되길래 2023. 1. 11.이라는 임의의 날짜를 기준으로 그 전과 후를 나눠야 하는지, 법 시행 이전 3년 이내 출산에만 소급 적용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그 3년이라는 기준의 근거가 무엇인지, 과연 그 근거는 과연 타당한지, 법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에 산재신청을 하도록 얼마나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구체적으로 알렸는지 묻고 싶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자녀 산재 인정으로 인해 산재보험의 재정상황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길래, 노동자 본인이 유해요인에 노출되어 피해를 입은 것도 모자라 자녀에게까지 재해가 발생한 가족들에게 최소한의 사회보험인 산재보험 적용을 배제하면서까지 재정건전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는지 분명히 답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이 없다면, 당장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현행 산재보험법의 부칙 규정은 과거에 출생한 자녀와 그 가족에 대한 합리적 이유 없는 부당한 차별에 해당할 여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산재로 고통 받는 가족을 나누고 차별하는 법을 당장 개정하고, 보다 보편적이고 두터운 산재보험제도가 되기를 촉구합니다.

◉ 연대발언

- 3.8 여성파업조직위/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명숙

안녕하세요.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에서 활동하는 상임활동가 명숙입니다. 3.8 여성파업조직위에도 함께 합니다. 이번 산재인정과 연관된 재생산권 보장은 여성파업의 요구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이 당연한 진실을 우리는 참담한 상황을 접하며 다시 환기하게 됩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에, 생명체이기에 일하다 화확물질에 노출되어 직업병에 걸리면 그것이 자녀들에게 전이되어 병에 걸린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습니다. 생식독성 문제는 노동자의 건강만이 아니라 재생산권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오늘 삼성전자 LED라인에서 근무하다 직업병에 걸린 노동자 2명과 자녀 3명이 산재보험을 신청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인간은 유기적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개별 노동자 한명이 직업병에 걸리면 여러 세대의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요구하는 이유기도 할 것입니다. 안전하게 일하는 것은 노동자개인의 존엄한 삶을 위해서도 공동체의 존엄한 삶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입니다.

일본에 원자폭탄 피해 자녀들에 대해서도 보상하기 위해 피폭 유전에 한일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피폭 2세대·3세대 가운데 2300여명은 무혈성 괴사증, 다운증후군 등 피폭 후유증으로 의심되는 선천성 질환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정부는 보상 범위를 피폭 1세대로 한정하고 있습니다만 일본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은 의학적 증명 여부와 관계없이 피폭 2세대에게 건강검진, 의료비 지원 등 제한적인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작년에 관련 원폭피해 2세대 자녀에 대해 피해보상을 위한 법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2022년 산재보험법이 개정됐지만 많은 여성노동자의 자녀들은 여전히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여건에 놓여있습니다. 이미 태어난 건강손상자녀에 대해서는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아 신청권을 배제하기 때문입니다. 장애가 늦게 확인될 경우에는 더욱 어려운 현실입니다.

오늘 산재신청을 하는 여성노동자들은 힘든 투병을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한 분은 직업병의 대물림으로 인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드실 거라 생각합니다. 더구나 삼성전자 지원보상위원회 신청 대상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더욱 절망스러웠을 겁니다. 그런 상태에서 여기에 선 것은 큰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들의 잘못이라면 열심히 일한 것밖에 없습니다. 약품이 손이나 방진복에 묻고 냄새가 심하게 나도 열심히 일했습니다. 회사에게 알려주지 않으니 모른 채, 권리를 박탈당한 채 그저 열심히 일한 것일 뿐입니다.

묻고 싶습니다! 알권리조차 빼앗긴 채 일한 것이 죄입니까. 죄라면 이 위험한 물질에 대해 알려주지도 않고 노동자 안전대책도 없이 일을 시킨 회사가 유죄 아닙니까.

유해물질이 많았던 LED 사업이 철수되고 3라인이 폐쇄된다는 소식에 증거가 없어질까 피해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이때야말로 국가가 나서서 조사하고 산재를 인정해야 할 때일 것입니다.

특히 임신출산을 하는 여성들에게 직업병의 발생은 또하나의 괴로움, 자책감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인정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성중심적 사회의 편견을 깨는데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머니가 아프고 아이가 아플 때, 또는 장애아가 태어났을 때 직업병 유무와 상관없이 남성중심적 사회는 자녀의 불건강이나 장애아의 출생에 대해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합니다. 엄마 때문에 자녀가 아프다고 떠넘깁니다. 장애인으로 태어나도 행복한 사회가 아니기에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까지 덧붙여집니다.

저는 이러한 사회에서 이번 사건의 산재인정은 여성노동자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자녀의 병이 엄마의 문제라며 여성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잘못이라고 말해줘야 합니다. 근로복지공단의 자녀산재 인정으로 여성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깨고, 이를 확실하게 바로잡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조속한 조사와 산재 인정을 촉구합니다

◉ 산재신청 재해경위 요약 및 피해자의 목소리

1. 유OO님(만 47세) 자녀 A(만 14세) 재해경위 요약

유OO님 발언문

안녕하세요. 저는 IMF 시절인 97년도 사원 추천으로 입사를 하였습니다. 입사하여 1달 정도 공동체 생활 후 3라인 배정을 받았고 포토(PHOTO)공정에서 일을 하게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용어도 익숙하지 않고, 일을 배우는데도 많이 서툴러서 선배, 사수들에게 혼도 많이 나곤 했습니다. 교대직 근무가 익숙하지 않아 야간에는 졸기도 많이 졸았고요. 작업사고를 내지 말아야지, 실수하면 안돼 그러면서 클린노트에 빽빽이 용어들을 작업 순서를 써가며 외웠던 기억이 남습니다.

포토공정에서 신너 교체, 바울 체인지, PR 약품 교체 등 매뉴얼(수동)로 작업하고 확인하고 주기적으로 했습니다. 약품이 손이나 방진복에 묻고 냄새가 심하게 나는 일들입니다. 당시 신입사원이니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막내가 그런 일을 했고, 선배들과 사수언니들은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고 체크리스트 싸인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저는 점점 성장하였고, 선배언니가 되어 후배들을 양성하는 자리에 도달했고, 포토공정에 있는 베이(Bay;작업구역)는 다기능자로 여기저기 위급상황, NECK공정인 곳에 불려가서 멀티작업자로 일을 하였습니다.

WET(용액으로 된 세정, 식각용 화학물질)설비가 있는 공정에서도 작업을 했는데 3년정도 했던 것 같아요. 앞 베이는 포토공정으로 여기서도 다기능자로 왔다갔다 여유없이 이 베이, 저 베이 도와줬던 것 같습니다.

저는 유해 물질을 다루는 라인이지만 열과 성의를 다해 생산 실적을 올리려고 열심히 일한 기억이 남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고과평가로 동료들의 시기 질투를 받을 정도였고, 승격도 빨랐습니다. 현장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다기능도 필요했지만 Photo(포토), Etch(에치), WET Etch (웻에치) 공정을 다 알아야 했습니다. 작업 작업하며 배웠구요. 반도체 3라인으로 입사해서 현장관리자가 될 때까지 회사와 기숙사만 다니면 일했던 것 같아요.

2006년 결혼을 하고 난 후 임신이 잘 안되어 남몰래 속상하고 이상이 있진 않은가 걱정되었고 승격과 관련이 있다 보니 대리 달 때까지는 미뤄야하나 고민도 참 많았는데 병원도 못가보고 유산이 되어 2008년 그해는 마음이 참 안좋았습니다. 내가 일했던 반도체 3라인이 문을 닫고 LED로 전환이 되면서, 모든 공정 셋업(Set-up)과 여사원을 맡아 (현장)관리자 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9년 말 임신을 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임신할 당시 후 팹(fab) 가공라인(EDS포함) 조장을 하였고 신규 설비들이 셋업 되는 과정, 열악한 장비들의 개조, led를 배우러 (삼성전기) 수원사업장에 파견가서는 더 놀랬던 적이 있습니다. 연구소마냥 약품이 그대로 노출되고 손으로 핸들러를 하며 배쓰(수조)에 옮기는 모습. 우리 LED 라인도 열악하다고 했는데 수원사업장 LED는 더 놀랍고 무서웠습니다. 유해물질이 위험하다고 했는데 이래도 되나 정도였으니까요.

그 공정을 그대로 3라인으로 옮겨와서 조금 조금씩 개조는 되었지만 서로 힘든 Job 은 하기 싫게 마련이니까요. 가공공정도 생산량이 늘면서 설비가 늘어남에 따라 저 또한 이 시기에 임신을 하였고 EDS공정이 가공공정처럼 커지며 화성EDS로 옮겨지면서 그곳에서도 임신기간 동안 근무를 하였습니다. 출산 후 3라인 후 FAB 가공 조장으로 돌아왔으나 여전히 환경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출산후 아이는 친정어머니가 키워 주셨고, 여동생이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근무를 하고 있어서 생후 6개월부터 받아주는 곳이어서 같이 다니게 되었는데, 여동생이 어린이집 교사들과 대화를 하면서 저희 딸이 다른 친구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발달검사를 받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성모병원 소아 담당의가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를 돌보는 것을 생각해보라 했는데 실질적인 가장으로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동료들에게 저희 아이가 눈맞춤과 말을 안한다 라고 했을 때 다들 늦은 아이로 천천히 말하는 아이도 있다고 걱정과 위로를 해주었는데 좀 더 빠른 시기에 언어치료를 했다면... 너무 무지했고, 개인적으로 아픈 아이를 출산한 것에 회사와 연관지어 생각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관리자가 된 후 출근 전, 퇴근 후 잔업은 일상생활이 되었고 어쩔 수 없이 가정생활보다는 회사생활에 올인하다시피 하면서 보냈습니다. 아이가 6살까지 말을 못했습니다. 엄마라는 말을 듣는게 소원이었습니다. 장애 어린이집, 치료실을 전혀 모르다보니 어려움을 많이 겪었고, 그때 당시 명예퇴직이 한참이어서 고민이 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명예퇴직을 선택하였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치료에 매진하였습니다.

명예퇴직 후 동료 선후배들과 만나면서, 재직 중일 때는 서로 아이의 발달상황을 들을 수 없었는데, 퇴직 후에 우연히 저의 딸과 같은 장애를 안고 있는 동료들이 여러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때 문득 회사와 내가 일했던 곳의 환경이 문제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이들은 3라인에서부터 97년, 95년, 99년 입사한 비슷한 또래 여성이고 결혼도 비슷한 시기에 했고, 포토공정, 웻에치공정도 같이 일했고, 출산시기는 조금 다를 수 있어도 2~3년 차이인데, 지적장애, 자폐, 희귀질환 자녀가 5명이나 됩니다. 같은조 동료들입니다.

또 현재 재직중인 친구도 투병중인데, 저와 같은 대장, 직장족의 암이고 얼마전에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배도 있습니다. 또 저와 같은 근무조에 있던 후배 여사원 2명은 뇌종양, 림프종으로 아팠습니다. 그래서 우연이 아닐수 있겠구나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삼성전자 지원보상위원회 신청 대상도 안되고, 자녀도 안된다고 하는 사실을 접했을 때는 실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저와 같은 자녀들이 있는데 세상에 얘기하지 않은 많은 동료, 선배, 후배들이 있을수 있겠다, 용기를 한번 내보자, 산재확인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반올림에 도움을 받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LED 사업이 철수되고 라인이 클로즈 된다는 소식에 내가 일했던 3라인, LED 모두 없어지고 증거도 없으면 어쩌지.. 위험요소가 크고 유해물질 노출이 많았던 곳에서 일했던 사실이 사라질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더 이상 아픈 사람이 나오지 않는 앞으로는 안전한 회사가 되길 희망하며, 저 같은 질병으로 우울하고 힘든 생활을 하지 않도록 일하는 환경이 바뀌길 바랍니다.

아픈 자녀가 있다고 해서 불행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큰 용기를 내어 산재신청을 한 만큼 끝까지 해 볼 생각입니다. 부디 용기내지 못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저를 보고 힘 내셨음 하고 용기내 보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2. OOO님(만 50세) 자녀 B, C(만 12세)  산재신청을 하며 

 발언문- 사)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이슬아 노무사 (대독)

저는 1990년대 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기흥에 있는 삼성반도체에 입사를 했습니다. 계획된 취업이 아니였고 우연히 친구따라 원서를 접수한 게 인연이 된 것이었지요. 당시 졸업을 한 상태에서 백수로 있는다는 것도 집안사정상 어려웠습니다. 저는 이왕 취업된 김에 다녀보자 하는 마음으로, 2라인 Photo공정 작업자로 삼성반도체와 인연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입어보는 방진복은 좀 답답하기는 했지만 마치 우주복을 입는 것 같이 신기했습니다. 라인은 먼지한톨 허용하지 않는다고 교육을 받아서인지 공장 치고는 깨끗한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라인에 처음 입실했을 때에는 눈만 보여서 누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라인이 굉장히 크고 길다, 불빛이 하얀 곳도 있고 노란 곳도 있다는 등등의 생각을 했습니다. 반도체라인은 TV에서 봤었던 일반 제조업 공장과는 많이 다른 생소한 공간이었습니다.

당시 반도체 공장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최첨단 라인이라고 불렸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수작업(Manual)이 상당히 많은 열악한 환경이였습니다. 작업자들은 런 박스(반도체 웨이퍼가 들어있는 박스)를 설비까지 옮겨서 투입하는 일 뿐만 아니라, PR이나 THINNER와 같은 화학물질을 설비에 공급하는 일, PR폐액을 자바라를 이용해 드럼통으로 빼내는 일, 더미 웨이퍼를 아세톤으로 직접 세정하는 일 등을 담당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화학약품, GAS, 각종 Beam 등에 대해 너무나 무방비로 노출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는 “환경안전”이라는 단어자체를 작업자 교육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한 환경이나 작업들이 우리의 인체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주는지를 몰랐습니다. 단지 먼지없는 환경이고 온습도가 잘 관리되는 안전한 라인이라는 믿음으로, 생산성과 수율을 올리는데만 모두가 집중했었습니다. 밀폐설비를 여는데 바로 그 앞에서 모니터링하거나, Beam이 나오는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등 돌이켜보면 황당한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반도체에서 20년 근무 후 2009년 초 삼성LED로 사업부가 변경이 되었습니다. 기존 기흥 반도체 3라인이 클로징되면서 LED 라인으로 변경되었습니다. 3라인 뿐 아니라 갑작스럽게 반도체 구라인들이 클로징되는 것을 보면서, 사원들은 이러한 변화에는 산업적인 이유 말고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고 황유미님 등 백혈병 피해사원들이 근무했었던 열악한 환경을 회사에서 없애려고 한다고 말입니다.

반도체에서만 근무했었던 저는 LED의 후FAB과 패키징, 모듈 공정의 환경을 접하고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곳은 첨단과는 거리가 먼 대장간에 가까웠습니다. 반도체에서 LED로 이동했었던 사원들 모두가 너무나 열악한 LED 환경에 헛웃음을 지었던 기억이 납니다. 손으로 뜨거운 HOT PLATE 위의 웨이퍼를 분리하거나, 맨손으로 계면활성제를 이용하여 웨이퍼를 세정하거나, 형광체를 아무런 보호구 없이 수작업으로 배합하거나 등등. 반도체라인의 자동화 설비와는 전혀 수준이 다른 환경이었습니다.

저는 LED 근무 중 임신과 출산을 하였고 퇴직 후에 자녀의 장애를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유아기 때는 좀 늦는 아이라고, 단지 말이 좀 늦게 트이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문제는 초등학교 입학 후 학습이 이루어지면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또래 대비 학습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사회성도 부족했습니다.

퇴직 후 LED 동료들 모임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동료들의 근황을 확인하다보니 이상하게 아픈 자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서야 혹시 반도체와 LED의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했던 것이 우리 아이에게 나쁜 영향은 주지 않았을까 의심할 수 있었습니다. 반올림 단체의 도움을 받아 산재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2024년 우리 아이는 지적장애 3급 수준의 장애판정을 받았습니다. 사실 저는 아직까지도 나의 2세가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못 받아들이고 있는 못난 엄마입니다. 그리고 내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단지 내 아이뿐 아니라, 반도체와 LED 라인에 근무했었던 많은 사람들이 본인과 2세의 건강을 잃었다는 것에 용기를 내기로 했습니다. 몰라서 산재신청도 보상도 못 받고 있는 많은 동료들을 위해 작은 걸음부터 용기 내어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아직도 집안의 가전뿐 아니라 핸드폰 , 심지어 각종 보험까지 모두 삼성제품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삼성로고를 봐도 기쁘고, 삼성 출퇴근 버스에서 내리는 사원들을 보면 남 같이 않다는 친근감을 느낍니다. 비록 나의 2세에게 장애라는 심각한 돌덩이를 안긴 회사지만 저의 젊음과 같이한 회사를 미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금의 삼성전자 이면에는 피해 받는 현장 노동자들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양심 있는 삼성이기를 기대합니다. 그리하여 내년에 냉장고를 바꿀 때 다시 삼성 제품으로 교체할 수 있는 그러한 인연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3. 고 이OO님(만 40세) 재해경위 요약

고 이OO님의 유가족(언니)의 호소문

올해 7월 30일 저의 동생이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동생은 착하고 성실하고 밝은 성격의 사람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나이 40이 될 때까지 20년을 넘도록 삼성을 위해 일한 성실한 동생입니다. 그런 동생이 마지막 작별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간 뒤에 다시 일어서지 못했습니다. 너무 갑작스런 이별이었습니다.

우리 집안에 난소암에 대한 가족력이 전혀 없는데 왜 이런 병이 걸렸을까요.

우리 동생이 왜 이렇게 젊은 나이에 암으로 사망해야 하는지 꼭 밝혀주십시오.

동생과 함께 일한 현장의 동료들은 동생이 마지막까지 형광체를 다루는 힘든 일을 했다고 합니다. 삼성 led를 생산하기 위해 아픈 몸에도 아픈 줄도 모르고 바삐 뛰어다녔을 동생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억울하게 죽은 우리 동생의 한을 꼭 풀어주세요. 무엇이 문제인지 밝혀주세요.

그리고 꼭 산업재해를 인정해주시기 바랍니다.

◉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연대의 목소리

오늘 삼성전자 LED 라인에서 직업병에 걸린 노동자들과 그 자녀들이 산재 신청한 것에 대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깊은 연대의 뜻을 전합니다. 반올림과 함께 이들의 아픔을 나누며,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겪은 고통에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삼성전자 LED 라인에서 발생한 직업병과 건강 손상 자녀의 문제는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작업 환경과 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로,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기업의 기본적인 책임입니다.

이번 집단 산재를 통해 삼성전자의 직업병과 건강 손상 자녀의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사측에 적극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할 것입니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작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있는 노동자들의 의견과 요구 사항을 수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정부와 기업은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는 반올림과 함께 지속적인 연대를 통해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와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2024년 11월 11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 삼성전자 3라인 LED노동자들 암 피해와 자녀건강손상에 대한 집단산재신청 기자회견문

“삼성 LED 라인의 비극, 제대로 조사하고 산재로 인정하라!”

2024년 11월 11일 오늘 삼성전자 LED라인에서 근무하다 직업병에 걸린 노동자 2명과 자녀 3명이 산재보험을 신청한다.

오늘 산재신청한 노동자들이 근무한 삼성전자 LED라인은 전자산업 직업병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다. LED라인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 위치한 라인으로 과거에는 반도체 3라인이었다. 반도체 3라인에서는 작업자들이 직접 화학물질에 웨이퍼를 담그는 등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반도체 직업병을 처음 알린 고 황유미님 또한 반도체 3라인 피해자였다.

2009년 반도체 3라인은 LED라인으로 전환되었다. 회사는 라인을 새롭게 바꾸는 만큼 작업환경도 개선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삼성은 새로운 설비를 들여오는 대신 삼성전기에서 쓰던 구식 설비를 들여왔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새로운 LED 라인에서도 전혀 나아진 것이 없는 열악한 여건에서 근무해야 했다.

위험에 그대로 방치된 LED라인의 노동자들은 자신의 건강과 아이의 건강을 잃었다. 직업성 암 사망자도 발생했다. 오늘 신청하는 노동자(자녀) 뿐 아니라 과거에 함게 근무했던 이들(의 자녀) 또한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같은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이 같은 피해를 겪는 것은 직업병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얼마 전 삼성은 LED라인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삼성이 앞으로 사업으로서 LED 부문을 포기할 수는 있어도, 그간 노동자들을 위험에 내몰았던 책임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LED라인의 비극에 대해 전혀 조치하지 못했던 정부 또한 마찬가지이다. 정부와 삼성이 피해자들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책임을 느낀다면, 지금이라도 LED라인의 피해자 상황과 열악한 작업환경에 대하여 조사하고 사과해야 할 것이다.

오늘 산재신청자 중에는 노동자 본인도 있지만 건강손상자녀도 있다. 자녀가 아픈 경우에도 산재신청할 수 있도록 2022년 일명 태아산재법(산재보험법 개정)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자녀들은 여전히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여건에 놓여있다. 그 이유는 태아산재법이 이미 태어난 건강손상자녀에 대해서는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아 신청권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학습장애, 자폐 등의 경우 학교에 들어갈 무렵에나 파악될 수 있는 장애로 이는 태어날 때부터 알 수 있는 건강손상도 아니다.

정부와 사업주는 생식독성에 대해서 시민과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설명해왔는가? 많은 시민과 노동자들은 건강손상자녀에 대하여 산재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은 물론이고, 부모가 노출된 유해요인에 의해서 아이가 아플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모르고 있다. 그 누구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산재신청자들은 신청기간이 지나서 신청하고 있지만, 이는 피해자가 권리 위에 잠잔 탓이 아니다. 기업과 정부가 위험을 제거하거나 적어도 미리 알려주었어야 하는 책임을 방기한 탓일 뿐이다.

일터의 위험으로 발생한 아이의 아픔은 분명한 산재이다. 열심히 일하다가 건강을 잃은 피해자가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누가 마음대로 제한한다는 말인가.

국회는 서둘러 태아산재법(산재보험법)을 개정하여 이미 발생한 건강손상자녀 피해자들에게도 충분한 신청기간을 보장하라!

국가와 기업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라!

2024. 11. 11.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 2025.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 ,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 노동건강연대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젠더와노동건강권센터

<첨부>

1. 반올림 자녀의 건강손상 관련 기존 신청자 정보.

  https://drive.google.com/file/d/1647EK1T0fYgOITRuJtr0p5YPyIkqHBkE/view?usp=sharing

2. 신청기간(소급적용기간) 연장의 필요성 

https://drive.google.com/file/d/1SjsZNtIt8wd4TD6jzEJ95mZwtN7pRuzy/view?usp=sha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