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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구미 케이엠텍 노동자 백혈병, 누구의 책임인가

반올림
2024-05-28
조회수 321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공동행동 성명] 

 구미 케이엠텍 노동자 백혈병, 누구의 책임인가

- 정부와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 -

- 청년 노동자들의 나쁜 일자리 통로 현장실습 제도 폐지하라 -


구미에 있는 삼성전자 하청업체 케이엠텍에서 2년간 휴대전화 부품 조립 업무를 하던 21세 청년 노동자가 백혈병에 걸렸다. 그는 부산 직업계고 3학년이던 2021년 10월부터 3개월간 소위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학습권을 저당잡힌 채 케이엠텍에서 충분한 안전 조치가 되어 있지 않은 위험한 노동을 시작하였다. 이어 2022년 1월 직업계고 졸업을 한 달 앞두고 이 회사에 정식으로 입사했으며, 방수폰인 갤럭시 S21·S22·S23 휴대전화 기판에 플라스틱 부품을 2천개씩 조립하고, 휴대전화 뒷면을 고온으로 압착하는 일을 현장실습 때부터 2년 동안 반복했다. 결국, 입사 1년여 만인 2023년 9월 이 청년 노동자는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휴대폰 안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부품을 조립하는 일을 맡았어요. 만지면 분말 같은 가루가 나왔어요. 부품을 조립하기 전에는 기판 위에 묻은 먼지나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에어건(Air gun)을 사용했는데 그때마다 과일 향과 기름 냄새가 났어요. 이상한 악취가 나서 관리자에게 이야기한 적도 있어요. 그냥 마스크 잘 끼고 하라는 말 말고 별다른 조치는 없었어요.”

“고온에서 접착제가 녹아 유해물질이 나올 수 있지만 배기와 환기가 안 돼 작업현장의 공기 질도 좋지 않았다”

“하루에 휴대폰 2천~3천개를 조립하면 에어건을 계속 쓰는데, 그 냄새를 맡으면 어지러웠다. 그런데 회사는 골무와 장갑만 주고 마스크도 지급하지 않았다.” 

“골무 하나만 낀 상태로 하루에 수천 번 동일한 작업... 극한 환경이었어요. 백혈병에 걸렸는데 회사 관계자는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고, 2024년 1월 31일자로 일방적으로 고용계약을 해지했죠.”


백혈병 발병 청년 노동자는 휴대전화 뒷면에 접착제를 발라 고온‧압착하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이나, 앞 공정 잔류 유해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장시간 노동과 인권침해와 다름없는 관리, 감독 등에 의해 과로와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실 또한 발병의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로 이 노동자는 자신 외에도 2년 동안 두 명의 노동자가 쓰러지는 것을 목격하였다.


반올림과 김용균재단,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를 비롯한 48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4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갤럭시 휴대전화를 만들던 스물한 살 청년노동자이자 대학생의 백혈병 발병을 삼성은 책임지라”며 대책을 촉구했다. 


누구의 책임인가?


2007년 고 황유미 사건 등 삼성전자의 반도체 등 전자 정밀제품 생산하던 수많은 노동자들이 백혈병 등 심각한 질병에 노출되어 왔다. 이번에 다시 삼성전자 갤럭시 휴대전화를 생산하던 청년 노동자에게 백혈병이 발병했다. 당연히 갤럭시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삼성전자가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회사는 업무상 질병이 의심되는 상황인데 4개월 무급휴직 끝에 백혈병 노동자를 해고했고, 일학습 병행 전문대학은 “일학습병행 운영규칙을 보면 3개월 이상은 수업을 중지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있다”며 출석률 미달을 이유로 졸업 한 달을 앞두고 자퇴를 시켰다. 


정부의 책임 또한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책임은 삼성전자의 위험한 작업환경을 개선하도록 지도, 감독할 책임이 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어린 청소년 노동자들을 위험한 노동에 무차별적으로 내몰았다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이 노동자를 포함하여 2017년 전주 직업계고 학생, 제주 직업계고 학생, 2021년 여수 직업계고 학생 등 현장실습 사고 피해자들을 아직 학생 신분일 때부터 현장실습 명목으로 위험한 노동에 알선한 것은 바로 정부이다. 이 청년은 전자통신과 학생이었으며,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의 휴대전화 부품 조립작업은 그의 전공과 사실상 관계없는 일이었다. 또한, 학비를 내지 않고 대학졸업장을 따게 해 준다는 일학습병행이라는 달콤한 유혹으로 기업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무기력하게 굴복하도록 하여 결국 비참한 결과를 초래한 책임도 정부의 것이다.


삼성전자 하청업체 케이엠텍 노동자의 백혈병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자본과 권력이 공모하여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외면한 채 자본의 이익을 앞세운 결과로 발생한 인재이다.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충분한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대신, 오히려 위험 부담을 하청업체인 케이엠텍에 전가시키고 나몰라라 하는 삼성전자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청년 노동자들에게 안전하고 질높은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오히려 직업계고 학생 현장실습 제도와 일학습병행제도로 청소년들의 위험하고 유해한 일자리 유입을 방치하고 조장한 교육부, 노동부 등 정부의 책임은 더 무겁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삼성전자 하청업체 케이엠텍 노동자의 백혈병에 대해 케이엠텍은 물론, 삼성전자의 반성과 사죄를 촉구한다. 아울러, 이 같은 반복적인 노동재해 발생에 대해 충분한 지도, 감독을 소홀히 한 것은 물론, 노동재해를 방치하고 조장하는 현장실습 제도와 일학습병행제를 지속해 온 정부의 반성과 사죄를 촉구한다. 당연히 불행한 재해를 입은 노동자의 치료와 피해 회복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모든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이 같은 우리의 요구에 대해 정부와 기업의 공개적인 답변을 촉구한다.


1. 케이엠텍과 삼성전자는 백혈병 노동자의 발병에 대해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치료와 피해 회복을 위해 모든 책임을 다하라.

1. 직업계고 학생 등 청소년 노동자들의 위험하고 유해한 노동을 방치하고 조장하는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현장실습 제도를 전면 폐기하라.

1. 직업계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청년 노동자들에게 안전하고 질 높은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범국민대책기구를 수립하라.


2024년 5월 28일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