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등 대구경북지역 27개 단체 연대 성명서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인 케이엠텍에서 2년간 ’갤럭시‘ 조립 노동의 결과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 강제퇴사, 퇴학이라니 도대체 누구의 잘못입니까?
삼성전자 1차 하청업체 노동자 수현씨는 2021년 10월 경북 구미에 있는 ‘케이엠텍’에서 일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추천 현장실습생으로 일했고, 2022년 1월부터는 영진전문대 소속으로 고숙련 일·학습병행제(P-TECH)를 통해 일을 이어갔다.
수현씨가 한 업무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일이었다. 납땜이 돼 넘어온 휴대폰 기판 위에 플라스틱 부품을 수작업으로 하루 2000개씩 조립하다가 2023년 9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일을 시작하고 대학 입학까지 하며 일학습병행을 해온 한 21살 청년에게 돌아온 것이 백혈병이라니 기가 막히고 처참할 따름이다.
그런데 케이엠텍은 수현씨가 항암치료를 위해 무급 휴직을 한 지 4개월 만인 지난 1월, 근로관계를 종료했고 치료비도 한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더구나 수현씨는 회사의 강제해고 사실을 4대 보험 해지로 알았다고 한다. 케이엠텍은 수현씨의 백혈병이 절대 회사 책임이 아니라는 것, 철저하게 외면하고 버렸다.
더구나 수현씨가 산재 증명을 위해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케이엠텍은 유해하지 않다는 말만 할 뿐 보고서를 제공하지 않았다. 노동부에 신고된 측정 자료도 회사의 거부로 확보할 수 없었다. 스마트폰을 매일 2000개 만들었던 수현씨가 몹쓸 백혈병을 얻었다면, 케이엠텍은 숨김없이 모든 자료를 공개해야 마땅하나 증거자료 확보조차 방해한 케이엠텍의 행태에 분노한다.
또한 영진전문대는 수현씨가 병마로 2년간의 일학습병행 과정을 이수하지 못하게 되자 퇴학처리를 했다. 영진전문대는 개인사유에 따른 휴학은 일학습병행(피텍)제도상 최대 3개월밖에 연장이 안된다는 것이다. 휴학도 되지 않고 그러니 퇴학이 정당하다고 항변한다. 일학습병행제 운영 규정은 영진전문대학이 발뺌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 하였으며, 산재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환자에 대해 영진전문대학은 최소한의 자구책에 대한 노력도 없었다.
실습은 이론으로만 배운 내용을 현실에서 펼쳐보는 과정이다. 그러하기에 실습을 한다는 것은 자신이 생각했던 영역과 같은 일인지, 그 일이 나에게 맞는지, 이 일을 하기 위해 지금 나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현장실습은 직장이라는 곳에서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 학생, 학습근로자가 처절한 을의 위치에 있음을 절감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일학습병행제도 현장실습 과정이다. 일학습병행제를 주관하는 교육부와 노동부는 ‘산업계가 주도하는 현장 맞춤형 교육을 활성화’하여 ‘기업은 재교육비용을 절감하고 우수한 기술 인력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노골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학생은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학습근로자로 채용될 수 있다며 취업을 가장 중요한 의미로 내세웠다.
그러나 수현님의 실습과정은 기업이 자신들이 치렀어야 하는 교육시간과 비용을 어떻게 절감하며 기업의 노동력을 유지시켰는지를 보여준다. 2015년 9개의 특성화고등학교로 출발한 일학습병행제는 고등학생들의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넘어 대학까지 이어지고 확대되어 4년제 대학에서 진행하는 IPP형 일학습병행, 도제학교에 이어 재직자가 되면 전문대로 이어지는 일·학습병행제(P-TECH) 과정이 마련되었다.
실습생이든 학습근로자든 업체나 기관에 문제가 있다면 최소한 담당기관인 교육부, 노동부, 소관부처, 학교가 대응하고 시정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장실습으로 시작된 취업의 과정에서 언제나 갑은 기업이다. 일자리 하나를 준다는 이유로, 줄 수도 있다는 가능성으로 현장실습을 할 때부터 노동자의 권리보다는 눈치보기와 일방적이고 반인권적인 노동을 강요받는다. 전문성을 키우는 과정이 되기보다는 오래 일할 사람을 묶어두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실습생, 학습노동자의 권리만 말하면 어떤 기업이 경험도 없고 실력도 없는 학생들을 받아주겠냐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생각이 실습을 실습답게 만들지 못하게 한다. 신입이니까 경험이 없고 아직 실력을 쌓지 못했으니 입사하면 신입교육을 하고 훈련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게 회사가 해야 할 바이다. 그 시간과 노력을 현장실습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기업의 태도가 현장실습 노동자에게 절망의 노동으로 강요받게 된다. 삼성, 케이엠텍 그리고 영진전문대학은 자신의 의무를 수현씨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고 온전히 모든 고통을 지우고 있다.
삼성, 케이엠텍, 국가 그리고 영진전문대학에 요구한다.
협력업체 행동규범을 강조해왔던 삼성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책임져야 한다. 행동규범대로 케이엠텍의 노동현장과 반인권적인 대응을 조사하여 시정하고, 백혈병 피해자에 대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
또한 케이엠텍은 수현씨에게 사과하고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 등 관련 자료를 즉각 공개하고 강제퇴사를 즉각 취소해야 한다.
영진전문대는 수현씨에 대한 퇴학 조치를 취소하고 즉각 복학을 위한 모든 조치를 다해야 한다. 개인사유에 따른 휴학은 일학습병행(피텍)제도상 최대 3개월밖에 되지 않는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인권침해적인 학습병행제 운영규정이 전면수정되어야 한다.
이에 우리는 수현씨에게 가해진 백혈병, 강제퇴사, 퇴학의 모든 고통과 족쇄에 절대로 혼자 두지 않고 기업과 사회가 해결할 것을 요구하는 투쟁에 함께 할 것을 천명한다!
2024. 5. 9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대구청년유니온/ 어린보라/ 인권운동연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직업교육위원회/ 교육문화공간 틈/ 대구여성노동자회/ 사단법인 대구여성의전화/ 사단법인 대구여성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중등성서지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중등남부지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중등동부지회/ (사)전태일의친구들/ 정의당 대구시당/ 노동당 대구시당/ 누가교회/ 대구노동세상/ 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지부/ 금속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 노동해방을 위한 좌파활동가대구결집/ 공무원노조 대구시지부/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민주노총 금속노조 구미지부/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
[성명서]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등 대구경북지역 27개 단체 연대 성명서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인 케이엠텍에서 2년간 ’갤럭시‘ 조립 노동의 결과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 강제퇴사, 퇴학이라니 도대체 누구의 잘못입니까?
삼성전자 1차 하청업체 노동자 수현씨는 2021년 10월 경북 구미에 있는 ‘케이엠텍’에서 일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추천 현장실습생으로 일했고, 2022년 1월부터는 영진전문대 소속으로 고숙련 일·학습병행제(P-TECH)를 통해 일을 이어갔다.
수현씨가 한 업무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일이었다. 납땜이 돼 넘어온 휴대폰 기판 위에 플라스틱 부품을 수작업으로 하루 2000개씩 조립하다가 2023년 9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일을 시작하고 대학 입학까지 하며 일학습병행을 해온 한 21살 청년에게 돌아온 것이 백혈병이라니 기가 막히고 처참할 따름이다.
그런데 케이엠텍은 수현씨가 항암치료를 위해 무급 휴직을 한 지 4개월 만인 지난 1월, 근로관계를 종료했고 치료비도 한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더구나 수현씨는 회사의 강제해고 사실을 4대 보험 해지로 알았다고 한다. 케이엠텍은 수현씨의 백혈병이 절대 회사 책임이 아니라는 것, 철저하게 외면하고 버렸다.
더구나 수현씨가 산재 증명을 위해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케이엠텍은 유해하지 않다는 말만 할 뿐 보고서를 제공하지 않았다. 노동부에 신고된 측정 자료도 회사의 거부로 확보할 수 없었다. 스마트폰을 매일 2000개 만들었던 수현씨가 몹쓸 백혈병을 얻었다면, 케이엠텍은 숨김없이 모든 자료를 공개해야 마땅하나 증거자료 확보조차 방해한 케이엠텍의 행태에 분노한다.
또한 영진전문대는 수현씨가 병마로 2년간의 일학습병행 과정을 이수하지 못하게 되자 퇴학처리를 했다. 영진전문대는 개인사유에 따른 휴학은 일학습병행(피텍)제도상 최대 3개월밖에 연장이 안된다는 것이다. 휴학도 되지 않고 그러니 퇴학이 정당하다고 항변한다. 일학습병행제 운영 규정은 영진전문대학이 발뺌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 하였으며, 산재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환자에 대해 영진전문대학은 최소한의 자구책에 대한 노력도 없었다.
실습은 이론으로만 배운 내용을 현실에서 펼쳐보는 과정이다. 그러하기에 실습을 한다는 것은 자신이 생각했던 영역과 같은 일인지, 그 일이 나에게 맞는지, 이 일을 하기 위해 지금 나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현장실습은 직장이라는 곳에서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 학생, 학습근로자가 처절한 을의 위치에 있음을 절감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일학습병행제도 현장실습 과정이다. 일학습병행제를 주관하는 교육부와 노동부는 ‘산업계가 주도하는 현장 맞춤형 교육을 활성화’하여 ‘기업은 재교육비용을 절감하고 우수한 기술 인력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노골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학생은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학습근로자로 채용될 수 있다며 취업을 가장 중요한 의미로 내세웠다.
그러나 수현님의 실습과정은 기업이 자신들이 치렀어야 하는 교육시간과 비용을 어떻게 절감하며 기업의 노동력을 유지시켰는지를 보여준다. 2015년 9개의 특성화고등학교로 출발한 일학습병행제는 고등학생들의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넘어 대학까지 이어지고 확대되어 4년제 대학에서 진행하는 IPP형 일학습병행, 도제학교에 이어 재직자가 되면 전문대로 이어지는 일·학습병행제(P-TECH) 과정이 마련되었다.
실습생이든 학습근로자든 업체나 기관에 문제가 있다면 최소한 담당기관인 교육부, 노동부, 소관부처, 학교가 대응하고 시정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장실습으로 시작된 취업의 과정에서 언제나 갑은 기업이다. 일자리 하나를 준다는 이유로, 줄 수도 있다는 가능성으로 현장실습을 할 때부터 노동자의 권리보다는 눈치보기와 일방적이고 반인권적인 노동을 강요받는다. 전문성을 키우는 과정이 되기보다는 오래 일할 사람을 묶어두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실습생, 학습노동자의 권리만 말하면 어떤 기업이 경험도 없고 실력도 없는 학생들을 받아주겠냐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생각이 실습을 실습답게 만들지 못하게 한다. 신입이니까 경험이 없고 아직 실력을 쌓지 못했으니 입사하면 신입교육을 하고 훈련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게 회사가 해야 할 바이다. 그 시간과 노력을 현장실습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기업의 태도가 현장실습 노동자에게 절망의 노동으로 강요받게 된다. 삼성, 케이엠텍 그리고 영진전문대학은 자신의 의무를 수현씨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고 온전히 모든 고통을 지우고 있다.
삼성, 케이엠텍, 국가 그리고 영진전문대학에 요구한다.
협력업체 행동규범을 강조해왔던 삼성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책임져야 한다. 행동규범대로 케이엠텍의 노동현장과 반인권적인 대응을 조사하여 시정하고, 백혈병 피해자에 대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
또한 케이엠텍은 수현씨에게 사과하고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 등 관련 자료를 즉각 공개하고 강제퇴사를 즉각 취소해야 한다.
영진전문대는 수현씨에 대한 퇴학 조치를 취소하고 즉각 복학을 위한 모든 조치를 다해야 한다. 개인사유에 따른 휴학은 일학습병행(피텍)제도상 최대 3개월밖에 되지 않는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인권침해적인 학습병행제 운영규정이 전면수정되어야 한다.
이에 우리는 수현씨에게 가해진 백혈병, 강제퇴사, 퇴학의 모든 고통과 족쇄에 절대로 혼자 두지 않고 기업과 사회가 해결할 것을 요구하는 투쟁에 함께 할 것을 천명한다!
2024.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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