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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성명] 8년을 기다린 유족 고통 외면하고 대법원 상고 제기한 근로복지공단 규탄한다(삼성TV 만들다 백혈병 사망. 서울고법 산재인정)

반올림
2024-04-26
조회수 443


[반올림 성명]

서울고등법원, 삼성전자TV 고온테스트 업무 중 전자파, 포름알데히드 노출로 인한 

백혈병 사망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 있다고 판결 

- 8년을 기다린 산재인정 판결인데, 근로복지공단 대법원에 상고제기

 

“누구를 위한 상고인가? 

8년을 산재인정 만을 기다린 유족의 고통 외면하고, 

대법원에 상고 제기한 근로복지공단을 규탄한다.

 

“8년이란 긴 시간 동안 법정에서의 공방은 저와 저희 가족에게는 80년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긴 세월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남편의 죽음에 명확한 이유가 있다는 절대적인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저희는 고등법원에서 승소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판결은 저희 가족에게는 단순한 승소의 의미가 아닌 정의가 실현될 수 있구나 라는 희망의 증거였습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이 판결에 따르지 않고 상고를 신청하였습니다...오랜 시간으로 인하여 소모된 몸과 마음이 또 다시 지쳐갑니다. 상고 라는 말에 가슴이 덜컥 주저앉습니다.”(고인 아내의 글 중..)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3월 20일, 삼성전자 노동자였던 고 장00님의 백혈병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질병이 맞다고 판결했다. (2024.3.20.선고. 2022누42268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판결)

고인은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삼성전자 영상사업부에서 S/W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TV 소프트웨어 개발, 불량검사, 고온테스트 업무 등을 담당했다. 수 십대의 디스플레이 패널에 둘러쌓인 채 업무시간 대부분을 보냈고, 제품을 50도 이상으로 가열하는 고온테스트 설비 안에 들어가기도 했었다. 1주 근무시간이 69시간에 이르는 과로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렇게 14년을 일하다 30대 후반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2015. 3.경 사망했다.

유족(고인의 배우자)은 2016. 5.경 산재보상 신청을 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2018. 5.경 불승인 처분을 했다. 역학조사(업무관련성 전문조사)를 맡은 산보연(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현장 조사, 문헌고찰 등을 거쳐 "망인의 상병은 업무관련성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유족들은 2018. 8.경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서울행정법원의 제1심 판결도 공단의 판단과 같았다.

고인의 업무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유해인자로 꼽혔던 것은 고온테스트 설비에서 노출되는 '포름알데히드'와 디스플레이 패널에서 노출되는 '극저주파자기장'이었다. '포름알데히드'와 백혈병의 의학적 관련성은 분명하게 인정되고 있고, '극저주파자기장'도 그 관련성을 인정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산보연은 둘 다 노출수준이 "매우 낮았다"고 보았고, '극저주파 자기장'은 백혈병과의 관련성도 불분명하다고 보았다.

산보연의 이러한 판단에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 노출수준을 낮게 본 것은 회사 측의 진술과 조사 시점에 이루어진 일회성 측정 결과에 근거한 것인데, 그러한 자료에 근거하여 망인의 14년간 누적된 노출수준을 평가할 수는 없었다. 또한 산보연은 '극저주파자기장' 노출과 '성인 백혈병'에 관한 최근(2000년대 이후) 역학연구 결과들을 검토하여, "11개 논문 중 7개 논문은 연관성이 없다고 발표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7개 논문 중 3개도 극저주파 자기장 노출과 백혈병 발병의 관련성을 분명하게 긍정한 것이었고, 나머지 4개 논문도 "연관성이 없다고 발표"한 논문으로 볼 수 없었다. 산보연은 고인의 업무환경을 평가하면서 '과로' 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는데, 이 또한 최근 많은 직업병 사건에서 과로, 스트레스가 "간접적, 중첩적 원인"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에 비추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었다.

 

1년 10개월여 동안 이어진 항소심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다투어진 끝에, 서울고등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주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극저주파 자기장 노출수준이 높을수록 백혈병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보고" 되었음을 인정하며, 산보연이 관련 연구를 잘못 인용하였다는 점도 밝혔다. 산보연이 강조한 '측정결과'에 대해서는 "단 한차례 이루어진 위 측정결과가 해당 사업장에서 14년간 근무한 망인의 누적 노출 수준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고, '과로와 스트레스'가 백혈병 발병에 기여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러한 전제에서, 재판부는 고인이 업무 중에 '극저주파자기장'과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되고 과로에 시달린 것이 백혈병의 발병 혹은 악화에 상당 수준 기여하였음을 인정하였다.

고인이 사망한지 8년만에 고인의 직업병 피해가 밝혀진 것이다. 또한 근로복지공단 측이 업무환경 조사를 잘못한 문제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특히 공단의 자문기관인 산보연이 '극저주파자기장'과 '백혈병'에 관한 연구 결과들을 노동자 측에 불리한 방향으로 왜곡 인용한 것은 다른 직업병 사건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던 매우 심각한 문제였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4월 3일,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했다. 2007년 고 황유미(삼성반도체 기흥공장 오퍼레이터, 백혈병 사망) 사건으로 시작된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업무상질병 인정 투쟁은 숱한 법정 싸움으로 이어졌지만, 근로복지공단이 고등법원의 패소 판결에 불복하여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간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그로 인해 유족들은 또 다시 기약 없는 법정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근로복지공단의 판결 불복을 규탄한다.


2024. 4. 26.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첨부: 서울고등법원 판결문 (2024.3.20.선고. 2022누42268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고인의 아내(유족)의 심경>

 

8년이란 긴 시간 동안 법정에서의 공방은 저와 저희 가족에게는 80년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긴 세월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남편의 죽음에 명확한 이유가 있다는 절대적인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저희는 고등법원에서 승소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판결은 저희 가족에게는 단순한 승소의 의미가 아닌 정의가 실현될 수 있구나 라는 희망의 증거였습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이 판결에 따르지 않고 상고를 신청하였습니다.


저는 억울함과 슬픈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닙니다.

역학조사와 변론에서 명확하게 드러난 사실들은 저희의 주장이 정당함을 증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의 상고 결정은 그 동안의 재판 과정 및 결과를 철저히 무시하는 행태이며, 근로자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진정한 공단의 자세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실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판결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책임에 대해 인정하는 모습입니다. 상고 결정은 오로지 판결을 외면하는 것에 불과하고 다른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진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또한 이 결정은 저희 가족을 더욱 더 힘들고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8년이라는 길고 긴 싸움 끝에 또 다시 시작되는 불확실의 연속으로 인하여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오랜 시간으로 인하여 소모된 몸과 마음이 또 다시 지쳐갑니다.

상고라는 말에 가슴이 덜컥 주저앉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자를 위해 일해야 하는 중요한 공공기관입니다. 노동자의 복지와 안녕을 보장하고,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서는 그들의 결정이 저희 가족에게는 커다란 아픔을 안겨 주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자신들이 존재하는 이유와 목적, 즉 일터에서 아프고 병들고 죽은 노동자들을 위해 일해야 함을 다시 한 번 잊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이제 대법원의 판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저는 우리 아이에게 이 모든 경험이 중요한 교훈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아빠의 부재는 저희 가족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주었지만, 이번 승소는 그 상실감이 헛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저희 아이가 세상을 건강하게 바라보고 정의가 여전히 이 세상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이번 판결이 아이의 삶 속에서 정의와 용기의 상징으로 남을 수 있길 바랍니다.

 

<고 장00 님의 약력>

1975년 4월 20일 생 

2001년 1월 삼성전자 입사

수원사업장 영상사업부 소프트웨어 개발 그룹 소속 엔지니어로 TV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주로 수행함. 

제품 테스트를 위한 테스트 Tool S/W 개발이 주였고, 선임 이후로는 제품 S/W 개발업무를 수행하였으며, 

S/W 개발 시 TV테스트를 위한 불량검사를 하였고 하드웨어부의 고온테스트 업무에 참여함. 

 2015. 2. 25. 급 전골수성 백혈병  발병 

2015. 3. 6. 사망 (향년 40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