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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성명] 반도체노동자의 연이은 산재인정 판결을 환영한다. 공단은 판결을 수용하고 기업과 정부, 국회는 대책마련하라

반올림
2024-10-29
조회수 450

<2024. 10. 29. 반올림 성명>

 

반도체 노동자의 연이은 산재 인정 판결을 환영한다.

근로복지공단은 항소 말고, 즉시 판결 결과를 수용하라!

국회는‘규범적 상당인과관계’ 법제화하라!

기업과 정부는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의 건강보호 대책 마련하라!

 

지난 10월 17일과 23일 연이어 서울행정법원은 반도체 노동자의 업무상질병에 대하여 산재인정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근로복지공단이 의학적 증명 등이 부족하다며 부당하게 불승인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산재보험의 취지를 고려한 규범적 상당인과관계 판단으로 바로잡은 것이다.

 

그러나 피해당사자들은 인정 판결로 인해 안도감을 느낄 새도 없이 공단의 항소를 우려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 가릴 것 없이 한목소리로 지적한 바와 같이 공단이 항소권 남발을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아픈 피해자에게 신속하게 적용해야 할 산재 보험급여 지급을 또 미룰 셈인가? 공단은 항소 말고 즉시 판결 결과를 수용하라. 또한 국회는 반복되는 근로복지공단의 부당한 판정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규범적’ 상당인과관계를 법제화하라!

 

첨단 반도체 제조 현장은 매우 유해위험하다. 수많은 미지의 유해화학물질들이 클린룸이라는 특수한 밀폐공간에서 사용된다. 전리방사선, 비전리방사선 위험, 유해화학물질 및 그 부산물 등으로 오염된 공기로 인해 노동자들의 건강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하루 이틀의 문제도 아니다. 반도체노동자들의 암, 희귀질환 등의 중대 산업재해 질병 피해는 2007년 고 황유미(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노동자)의 죽음이 드러난 뒤로 17년째 계속 이어지고 있다. 10년 넘는 기간을 추적해 연구한 2019년 집단 역학조사 결과에서도 반도체 노동자들의 암 발병율이 높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특히 정비(유지보수)작업 노동자들의 위험이 크다. 이번 판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유지보수 작업자들은 협소한 작업공간에서 보호구가 벗겨지는 일이 잦아 유해화학물질에 빈번하게 노출되었고(스크러버 장비 유지보수 작업노동자의 루프스 질환 산재인정 판결), 가스가 누출되는지를 직접 코로 냄새를 맡으며 점검하였으며, 설비 세정을 위해 불산, 에틸렌글리콜, 시너, IPA 등 각종 유해물질들로 설비를 닦는 작업을 했다(증착공정 장비엔지니어의 부신암 산재인정판결).

 

이렇게 일한 노동자들이 병에 걸렸음에도 기업과 정부는 안전대책하나 마련하기는커녕 직업병이 아니라고 부인하기에 바쁘다. 정부는 수백 조 규모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 반도체 산업 육성에 힘을 기울이면서 정작 이 산업에서 땀 흘려 일한 노동자들의 중대 직업병 고통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이제라도 해당 기업과 정부는 유해위험한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의 건강보호대책을 제대로 마련하라.


<판결 분석>

 

1.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협력업체) 스크러버 설비 유지보수 작업자의 루푸스 인정 판결

 (2023구단64150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사건)

 

◦ 17일 산재인정 판결을 받은 A씨(93년생 남성)는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에서 협력업체 소속으로 2017. 7월부터 일하다 1년 6개월만인 2019년 1월 경부터 피부염, 탈모, 기절, 망상 등 증상을 겪었고 결국 2020. 7. 최종적으로 ‘전신 홍반성 루프스’ 라는 자가면역계 질환을 진단받았다. A씨는 반도체 관련 업무 중에서도 매우 유해성이 높은 업무로 알려진 ‘스크러버’ 설비의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했다.

 

◦스크러버 설비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나 화학물질을 제거하는 장비로 클린룸의 하부 층에서 작업이 이루어진다. 피해자는 “협소한 작업 공간 등으로 인해 스크러버 유지보수 업무 수행 중 보호구가 벗겨지는 일이 잦아 유해화학물질에 빈번하게 노출되었고,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했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으나, 공단은 2021. 9. 노출된 화학물질들이 이 사건 상병과 연관성이 알려져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불승인처분 하였다.

 

◦ 서울행정법원(판사 윤상일)은 첨단산업의 희귀질환에 대한 2017년 대법원 판단의 법리를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 판단근거(법리) :

 산재보험제도는 공적보험을 통해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산업과 사회전체가 분담하는 목적을 가지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다.

첨단산업분야에서는 작업현장에서 생길 수 있는 이른 바 ‘직업병’에 대한 경험적·이론적 연구결과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고, 첨단산업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 사용 화학물질이 빈번히 바뀌고 화학물질이나 작업방식이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러한 경우 산업재해 존부나 발생 원인을 사후적으로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③ 작업환경에서 사용되는 각종 화학물질에서 유해한 부산물이 나오고 근로자가 이러한 화학물질 등에 복합적으로 노출되어 원인이 뚜렷하게 규명되지 않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데, 이러한 위험을 미리 방지할 정도로 법령상 규제 기준이 마련되지 못할 수도 있다. 수많은 유해화학물질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대책이나 교육 역시 불충분할 수 있다.

④ 이를 감안하여, 사회보장제도로서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대한 보호를 강화함과 동시에 규범적 차원에서 당사자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소할 필요가 있는데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적 기능은 산재보험의 지급에 결정적인 요건으로 작용하는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규범적으로 조화롭게 반영되어야 한다.

⑤ 산재보험법 제5조 1호가 정하는 업무상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근로자 측에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 ·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산업재해 발생원인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⑥ 특히 희귀질환의 평균 유방율이나 연령별 평균 유병율에 비해 특정 산업 종사자 군이나 특정 사업장에서 그 질환의 발병률 또는 일정 연령대의 발병률이 높거나 사업주의 협조 거부 또는 관련 행정청의 조사거부나 지연 등으로 그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환경 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 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이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단계에서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 나아가 작업환경에서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유해요인들이 특정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 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 이 사건의 경우(상당인과관계 판단):

 

- 이 사건 상병의 의학적 소견에서는 희귀질환관리법상 희귀질환으로 분류되는 상병이고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이 사건 상병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진 사실이 없고, 직업환경적으로는 결정형 유리규산 노출이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들을 통해 보고되었으나, 유기용제, 농약, 중금속 등의 경우 그 연관성을 결정지을 만큼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지 않았다. 상병 발병율은 남녀 성비는 1:10으로 남성은 드물고, 연령별로는 30대가 가장 많았다.

 

- 그런데 원고는 93년생으로 이 사건 상병 관련 증상이 최초로 발현한 2019년 당시 26세의 젊은 남성이었다. 이 사건 상병의 역학적 특징에 비추어 볼 때, 성별로 보나 연령으로 보나 원고에서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었다. 이외 유전적 요인의 존재여부나 관련성을 추정할 만한 질병으로 진료받은 이력도 없다. 나아가 이 사건 회사 입사 전 일반 음식점 등에서 고객응대, 재고관리 등 유해물질 노출과 거리가 먼 업무만을 수행하였던 것까지 아울러 보면, 이 사건 회사에서의 업무가 이 사건 상병 발병과 관련이 있다고 짐작하는 것에 무리가 없다.

 

-원고가 취급한 스크러버 설비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나 화학물질 등을 흡착 또는 화학 반응을 이용해 제거하는 장비로, 유지보수 업무는 보호구를 착용한 상태에서 작업하나 상당히 협소한 공간에서 이루어졌고, 손과 면포를 이용해 탱크 내부의 물기를 빨아내고 부산물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작업시 설비 온도(고온)나 폐수 등 액체 상태의 폐기물 취급 등으로 인해 보호구 이탈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역학조사 결과에서도 작업과정에서 보호구 이탈 및 그로 인한 폐기물, 부산물 등의 피부 노출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연구결과 스크러버 설비유지보수 작업시 유리규산이 발견되었고, 대부분 비결정형이긴 하나 결정형 유리규산이 포함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이다. 게다가 독성이 낮은 비결정형 유리규산이라고 하더라도 높은 투여량에서는 독성이 보고되고 있고, 나노 크기의 비결정형 유리규산 입자가 폐 내 염증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정리하면 유해물질 노출량이 어느정도 였는지 와는 별개로, 원고가 취급한 설비, 작업방법, 작업환경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산하 다른 공장 근로자들에 대한 업무상 질병 판정서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공정 근로자들에서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음이 확인되고 이 사건 상병과 원고 사이의 관련성을 추정할 수 있는 유의미한 정황에 해당한다.

 

- 원고가 근무한 삼성전자 화성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상 각종 유해화학물질이 기준치를 넘어서 측정된 사실은 없다. 그리고 결정형 유리규산을 제외하면 이 사건 상병과의 관련성이 역학적으로 증명되지도 않았다. 이를 이유로 법원 진료기록 감정의는 피고(공단)의 판단(상당인과관계 부정)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작업환경측정결과나 감정의의 소견은 결국 현재의 지식수준과 기준에 의할 경우 원고의 업무를 이 사건 발병 원인으로 지목하기 어렵다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이 사건 발병원인이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상태라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판단은 결국 앞서 본 법리에 따라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른 합리적인 추론을 토대로 내릴 수 밖에 없다.


◦ 원고(피해당사자 A)의 소감 :

- 근로복지공단은 첨단산업의 특수성을 핑계로 근로자들의 건강을 외면하지 말고, 사회적 책임과 안전망을 제공해야 합니다.

 

 원고 대리인(법률사무소 시선 정일호 변호사)이 밝히는 이번 판결 의의 :

- 루푸스는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직업환경적 위험인자로 알려진 것은 ‘결정형 유리규산’ 뿐이다. 국내연구 결과 스크러버 유지보수 작업 시 발견된 유리규산은 비결정형 이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이 연구가 반도체 제조공정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비결정형 유리규산은 상병과 연관성이 알려져 있지 않다며 업무관련성을 부정했다. 소송 중 진료기록감정기관도 업무관련성을 부정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 하지만 1심 법원은 먼저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다양한 유해물질이 사용된다는 것을 널리 알려진 분명한 사실로 확인했다. 상병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결정형 유리규산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인 점을 확인했고, 비결정형 유리규산이라도 안전하지 않은 점을 확인했다. 공단 판정에 동의하는 진료기록감정기관 의견은 현재의 지식수준과 기준에 의한 것일 뿐이란 점을 지적하고 발병 원인이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상태라면 상당인과관계 판단은 관련 법리에 따라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추론해야 한다고 밝혔다.

- 업무관련성 있다고 하려면 업무수행 중 유해인자에 노출되고 그 인자와 상병 간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근로복지공단은 보호 장비가 제공돼 유해물질 노출이 차단됐거나 최소화됐을 것이라며 노출 자체도 문제 삼았다. 당사자에 따르면 보호구는 지급됐지만 고온(땀), 협소한 작업환경으로 보호구가 수시로 이탈됐었고, 법원은 “원고의 주장대로 보호구 이탈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하여 보호구 제공에도 불구하고 유해물질 노출을 인정했다.

- 한편, 국내연구결과 확인된 비결정형 유리규산에 대표성이 없는 점, 원고가 산폐기물 및 파우더에 노출된 점, 고온의 협소한 환경에서 작업하던 중 보호구가 이탈되는 점 등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보고서에 이미 실린 내용이다. 근로복지공단이 관련 법리대로 판단했다면 행정 단계에서도 승인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2. 하이닉스 반도체 청주사업장 (분사 이후 ‘매그나칩’, ‘키파운드리’) 노동자의 부신암 판결

 (2022구단50734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사건)

 

◦ 10월 23일 서울행정법원(판사 윤성진)은 하이닉스 청주공장(현 키파운드리)에서 2000년부터 일해 온 반도체 증착(박막)공정 엔지니어 B씨의 부신암 피해에 대하여(2011년 부신의 갈색세포종(양성 크롬친화세포종) 진단받고 치료받던 중 2020. 3.경 악성 크롬친화세포종을 진단받은 피해에 대해) 공단의 불승인 처분을 뒤엎고 산업재해로 인정하였다. 희귀암의 일종인 부신암을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것은 반도체노동자로서 첫 사례다.

 

◦ 원고는 2021. 7. 공단에 산재 요양급여 신청을 했으나 피고 공단은 반도체 공정에서 여러 화학물질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까지 해당 공정과 이 사건 상병의 직업적 요인이 알려져 있지 않고, 이 사건 상병이 유해물질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며, 그 원인물질도 알려져 있지 않는 등 이 사건 상병과 원고가 업무 중 노출된 각종 물질 사이에 연관성을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승인 처분을 하였다.

 

◦ 해당 판결문에서는 원고의 작업 내용과 작업 환경, 취급 유해물질의 종류와 유해성 정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아래내용을 사실로 인정하였다. (판결문 내용 중 일부 발췌)

① 원고가 근무한 반도체 제조공정은 ‘클린룸’이라고 불리는 특수 밀폐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원고는 증착공정의 장비 유지보수 엔지니어로 근무함.

② 원고는 증착공정에 투입하는 액체가스인 TEOS. TED, TMOP 등을 교체하여 투입하거나 위 가스가 누출되는지 후각 등으로 직접 점검하였고, 설비 세정을 위해 부품을 불산(HF) 수조에 담갔다가 빼고 각종 유기용제(에틸렌글리콜, IPA, 시너 등)로 설비를 닦는 작업을 함.

원고가 취급한 유해물질 종류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나타난 건강유해성 정보는 표와 같다(판결문에서 6쪽에 달하는 유해성 표 참고. 제품명 TEOS, TMOP, TEB, O3, HF, 메탄올, FOX-15, HSG-R7-10, N2O, C2F6, C3F8, SiF4, NF3, TMA, TEMAHf, IPA에 대하여 ; 간, 신장, 호흡기계 영향, 빈혈, 기도자극, 경구와 경피, 흡입의 급성독성, 피부부식성, 심한 눈 손상 및 자극성, 생식세포변이원성, 적혈구 및 헤모글로빈 수 감소, 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뇌성마비를 일으킬 수 있음. 생식독성, 폐의 율혈증, 피부과민성, 유전독성, 폐, 호흡기계, 췌장에 손상을 줌, 비강 점막의 손상, 중추신경계, 신장, 간 생식기에 손상, 신경세포 시냅스의 변화, 음낭 표피의 염장, 궤양, 갑상선 기능이상 보고, 결막염, 두통, 현기증, 구역질, 시각장애, 실명, 전신독성 등임)

④ 원고의 근무 공간인 <클린룸>은 정밀하고 미세한 공정이 요구되는 반도체 제조를 위한 밀폐공간으로서, 특수한 필터로 외부공기의 미세먼지 등을 여과한 다음 그 여과된 공기를 클린룸 내부에서 계속 반복 순환시키는 구조로서, 반도체 제조 과정 중 발생한 유해물질이 곧바로 클린룸 외부로 배출되지 못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원고가 담당한 웨이퍼 제조공정의 다른 세부공정이었던 포토공정에서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의 유해물질을, 이온주입 공정에서는 아르신, 비소 등의 물질이 취급되었고, 원고의 공정과 위 다른 세부 공정들은 모두 같은 클린룸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편 벤젠, 포름알데히드, 아르신, 비소 등은 국제암연구소가 정한 1A 등급의 발암물질이다.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원인 등 특징과 원고의 상태

- 부신종양은 호르몬을 이상 분비시켜 두통, 가슴 두근거림, 땀이 나는 증상 등 신체에 여러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질병으로 1년에 1백만명당 2~8명에게만 발생하는 희귀질환으로 가족력이 없는 경우가 더 많고 주로 40~50대에서 진단된다. 유해물질 노출사이에 연관성에 대해서는 의학적, 과학적으로 아직 밝혀진 바 없다.


◦ 피고(공단)의 조사 :

- 공단은 내부 자문의사에게 이 사건 상병 업무관련성 전문조사 필요성에 대해 질의한 결가, 이 사건 상병이 알려진 환경적 위험요인이 없고, 반도체 장비유지보수 업무에 대해서는 이미 조사가 이루어져 있어 추가조사가 의미없다는 이유로 ‘업무관련성 전문조사 불필요’ 회신을 받아 처분하여 별도 역학조사 등 전문조사를 거치지 않았다.

 

◦ 판단 :

1) 관련 법리 : 위 판결과 같음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참조)

 

2) 이 사건의 경우

- 위 인정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업무와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다.

 

㉠ 원고가 담당한 공정에서 취급한 수십 종류의 물질이 이 사건 상병을 직접적으로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의학적,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으나, 위 물질이 신체의 기능에 악영향을 미치는 유해물질임은 분명하다. 또한 원고가 취급한 유해물질이 개별 유해물질별로 노출 위험기준을 초과한 것은 아니더라도 수십 종류에 이르는 유해물질이 다른 유해물질과 결합하거나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원고의 신체에 악영향을 미쳐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클린룸이라는 작업 환경의 공조 특성상 환기가 제한되기 때문에 원고로서는 다른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노출될 수 있는 유해물질에도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이러한 유해물질도 원고가 직접 취급한 유해물질과 서로 영향을 미치거나 결합하여 원고의 신체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군다나 다른 공정에서의 유해물질에는 발암물질로 분류된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가능성이 결코 작다고 보기는 어렵다.


㉡ 이 사건 상병은 주로 40-50대에 진단되는 것으로 알려진 것에 반하여 원고가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은 시기는 37세였다. 이처럼 약 15년간 동일한 공정에서 근무한 원고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빠른 시기에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면, 설령 원고가 취급한 유해물질들의 알려진 건강 유해성에 이 사건 상병이 포함되지는 않더라도, 이러한 유해물질에 장기간 계속 노출되는 경우 이 사건 상병을 일으킬 가능성 등을 비롯하여 아직 확인되지 않은 건강 상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원고에게는 반도체 공정에서 작업한 전후로 이 사건 상병을 일으킬 만한 다른 원인이 없었다. 또한 가족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족력이 없는 발병의 경우 가장 많은 발병으로 알려진 유전자 변이도 원고에게는 나타나지 않았다.


㉣ 특히 원고는 설비 및 장비에 유해물질인 가스를 새롭게 투입한 후 후각을 이용하여 직접 냄새를 맡아 그 가스 누출여부를 탐지하는 작업도 하였는데, 이와 같은 과정에서 원고는 유해물질에 직접적으로 접촉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는 여러 종류의 가스를 동일한 방법으로 취급하여 왔으므로, 원고는 취급한 유해물질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고가 취급한 유해물질은 대부분 신체 독성을 일으키고, 호흡기계, 안구 등에 노출되는 경우 자극을 일으키며, 유전자 변이, 생식, 중추신경계 영향 등의 각종 건강 유해성이 보고되어 있다.


㉤ 원고가 취급한 유해물질은 물질안전보건자료를 통해 개별적으로 건강상 유해성이 보고되어 있으나, 위 유해성의 원리와 발생기전 중 동물실험 등의 방법에서 나타난 결과를 기술한 것에 불과한 것도 있으므로, 설령 위 물질안전보건자료에 이 사건 상병과 관련된 유해성 내용이 없더라도 이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지 위 유해물질이 이 사건 상병과 무관하다고 볼 사정이라 보기는 어렵다.

 

㉥ 그럼에도 피고는 이 사건 상병의 특징과 발병원인 및 횟수,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작업환경사이에 어떠한 상관성이 있는지 등에 관한 전문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고, 단지 이 사건 상병이 유해물질 등과 같은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하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처분에 이르렀던 바, 이와 같은 점도 상당인과관계 존부 판단에 있어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 이와 같이 이 사건 상병이 원고가 취급한 유해물질로부터 비롯될 수 있다는 점이 의학적 과학적으로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원고가 취급한 유해물질의 종류가 매우 많고, 위 유해물질이 노출되는 환경에서 장기간 근무한 후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빠른 시기에 이 사건 상병에 걸리게 되었으며, 다른 원인이 될 만한 점이 없고 위 유해물질이 위 상병과 무관하다는 점 역시도 의학적,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증명된 것이 아니라면, 이 사건 상병과 원고가 작업 중 노출된 유해물질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인과관계 판단에 있어 첨단산업의 불확실한 위험을 대비하여 근로자의 희생을 보상하면서 첨단산업의 발전을 장려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적 기능을 규범적으로 조화롭게 반영하여야 하는 점 등까지 함께 고려하면, 이 사건 상병과 원고가 업무 중 노출된 유해물질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이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원고(피해당사자 B)의 소감:

- 공단이 진작 제대로 판정했으면 소송에까지 힘들게 가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반도체 현장의 유해성이 큰데 공단 판정위원들은 반도체 유해성 문제를 잘 모르는 의사들이 판단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공단은 장벽을 낮춰야 합니다. 현장에 다른 동료들도 산재가 의심되는 병들이 있지만 높은 인정 문턱으로 인해 신청하기 어려워 합니다.


◦ 원고 대리인(법률사무소 지담 임자운 변호사)이 보는 이번 판결의 의의:

- 이번 판결은 ▲특정 유해물질과 질병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그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고, ▲ 근로복지공단이 작업환경 등에 대한 전문조사를 부적절한 사유로 생략한 것도 상당인과관계 판단에 고려해야 한다고 봄 ▲ 아울러 첨단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규명되지 않은 위험에 계속 노출되면서 다양한 건강문제를 겪게 되었는데, 이번 판결은 그러한 노동자들의 희생을 보상하며 산업발전을 장려하는 것이 산재보험제도의 사회적 기능이라고 보았습니다.


<첨부> 두 판결문

2023구단64150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사건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 협력업체 소속 스크러버 설비 유지보수 노동자의 루프스 질환 인정 판결)

 https://drive.google.com/file/d/1e5W-BB5flB4YxU9oi_MFg7qPJiwcmdba/view?usp=sharing


2022구단50734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사건 (구 하이닉스. 현 키파운드리 청주사업장 증착공정 엔지니어의 부신암 인정 판결)

https://drive.google.com/file/d/1ZEfuKV15jK9Jih0ZTNUb11xq9hLGvGmE/view?usp=sharing

 

<문의> 반올림 02-3496-5067, sharps@hanmail.net,010-8799-1302 (이종란 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