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상철 노무사(노무법인필,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특례(特例)’의 사전적 의미는 ‘일반적 규율인 법령 또는 규정에 대하여 특수하고 예외적인 경우를 정하는 규정 또는 그 법령’을 말한다. 연구‧개발 업무는 이미 근로기준법에서 선택적 근로시간제, 특별연장근로 신청 등 노동시간 특례가 적용되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반도체특별법)’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여야의 핵심 쟁점은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에게 노동시간에 대한 제한을 하지 않도록 특례의 특례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특별법안이 제정‧시행될 경우 노동자 건강권 훼손으로 이어질 것은 너무도 뻔한 결과다.
지난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 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국회토론회를 주재할 정도로 관심거리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표는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고 하니 (나도) 할 말이 없더라”라고 했다.
노동시간 특례를 도입하자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다음날 국민의힘은 이재명의 ‘우클릭’ 행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당정협의회에서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반도체산업의 R&D(연구개발) 분야는 특성상 총 2년이 소요되는 신제품 개발 과정 중 6개월에서 1년의 신제품 집중 검증 기간이 필요하고 이때 연구개발 핵심인력은 3~4일 정도의 밤샘근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특례 도입은 사회적 부담이 크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 52시간 특례는 반도체특별법에 규정해 처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오로지 관심은 연구‧개발 노동자의 노동시간 특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방위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국익을 위해 K-방산을 적극 지원하고 육성하겠다고 했다. 이런 식이라면 반도체, 방산 등 국가첨단 전략산업, 기술산업이라는 명분으로 노동시간 특례를 확대하자는 주장으로 이어질까 우려가 크다. 근로기준법에서 노동시간에 관한 사항은 핵심적인 노동자의 권리이다. 이를 제한하는 특별법안 처리에 여야 정치권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결국 거대 자본의 이해에 복무하겠다는 충성 맹세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지난 11일 “특별한 필요 때문에 불가피하게 특정 영역의 노동시간을 유연화해도, 그것이 총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 대가 회피수단이 되면 안 된다”며 “‘첨단기술 분야에서 장시간 노동과 노동 착취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말 자체가 형용모순”이라고 말했다. 우클릭 행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노동시간 규제 완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산업에 시급한 국가의 지원에는 이견이 없으니 먼저 처리하고 여야 및 노사 간 이견이 많은 노동시간 적용 제외 문제는 지속적으로 논의해서 처리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믿을 수 없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이 주52시간 근로제 예외 조항인데, 핵심을 뺀 반도체특별법이 무슨 의미가 있나”고 반발하고 있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4년 1월1일~2024년 11월30일까지 노동부에 총 6천112건의 특별연장근로 신청이 있었고, 연구개발 신청은 26건으로 0.4%에 그쳤다. 또 이용우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3년 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반도체 기업의 특별연장근로 신청은 23건이 있었다. 삼성전자 22건(2024년 약 2천명 적용), LX세미콘 1건, SK하이닉스 0건으로 확인됐다.
현행 제도의 운영 실태를 고려하면, 반도체산업의 노동시간 특례의 필요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치권은 왜 이리 호들갑일까? 정말로 노동시간을 한없이 연장하면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인가? 12·3 비상계엄 내란사태로 인해 앞으로 다가올 조기 대선을 염두한 정치적 행보로 보인다.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법 핵심이 노동시간 특례에 있다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민주당의 입장도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지켜봐야 한다. 노동관계법은 기업의 이윤 창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를 적극 보장하는게 핵심적 가치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반도체특별법안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유상철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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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반도체특별법안 즉각 중단하라
유상철 노무사(노무법인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특례(特例)’의 사전적 의미는 ‘일반적 규율인 법령 또는 규정에 대하여 특수하고 예외적인 경우를 정하는 규정 또는 그 법령’을 말한다. 연구‧개발 업무는 이미 근로기준법에서 선택적 근로시간제, 특별연장근로 신청 등 노동시간 특례가 적용되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반도체특별법)’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여야의 핵심 쟁점은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에게 노동시간에 대한 제한을 하지 않도록 특례의 특례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특별법안이 제정‧시행될 경우 노동자 건강권 훼손으로 이어질 것은 너무도 뻔한 결과다.
지난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 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국회토론회를 주재할 정도로 관심거리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표는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고 하니 (나도) 할 말이 없더라”라고 했다.
노동시간 특례를 도입하자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다음날 국민의힘은 이재명의 ‘우클릭’ 행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당정협의회에서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반도체산업의 R&D(연구개발) 분야는 특성상 총 2년이 소요되는 신제품 개발 과정 중 6개월에서 1년의 신제품 집중 검증 기간이 필요하고 이때 연구개발 핵심인력은 3~4일 정도의 밤샘근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특례 도입은 사회적 부담이 크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 52시간 특례는 반도체특별법에 규정해 처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오로지 관심은 연구‧개발 노동자의 노동시간 특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방위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국익을 위해 K-방산을 적극 지원하고 육성하겠다고 했다. 이런 식이라면 반도체, 방산 등 국가첨단 전략산업, 기술산업이라는 명분으로 노동시간 특례를 확대하자는 주장으로 이어질까 우려가 크다. 근로기준법에서 노동시간에 관한 사항은 핵심적인 노동자의 권리이다. 이를 제한하는 특별법안 처리에 여야 정치권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결국 거대 자본의 이해에 복무하겠다는 충성 맹세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지난 11일 “특별한 필요 때문에 불가피하게 특정 영역의 노동시간을 유연화해도, 그것이 총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 대가 회피수단이 되면 안 된다”며 “‘첨단기술 분야에서 장시간 노동과 노동 착취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말 자체가 형용모순”이라고 말했다. 우클릭 행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노동시간 규제 완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산업에 시급한 국가의 지원에는 이견이 없으니 먼저 처리하고 여야 및 노사 간 이견이 많은 노동시간 적용 제외 문제는 지속적으로 논의해서 처리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믿을 수 없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이 주52시간 근로제 예외 조항인데, 핵심을 뺀 반도체특별법이 무슨 의미가 있나”고 반발하고 있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4년 1월1일~2024년 11월30일까지 노동부에 총 6천112건의 특별연장근로 신청이 있었고, 연구개발 신청은 26건으로 0.4%에 그쳤다. 또 이용우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3년 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반도체 기업의 특별연장근로 신청은 23건이 있었다. 삼성전자 22건(2024년 약 2천명 적용), LX세미콘 1건, SK하이닉스 0건으로 확인됐다.
현행 제도의 운영 실태를 고려하면, 반도체산업의 노동시간 특례의 필요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치권은 왜 이리 호들갑일까? 정말로 노동시간을 한없이 연장하면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인가? 12·3 비상계엄 내란사태로 인해 앞으로 다가올 조기 대선을 염두한 정치적 행보로 보인다.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법 핵심이 노동시간 특례에 있다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민주당의 입장도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지켜봐야 한다. 노동관계법은 기업의 이윤 창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를 적극 보장하는게 핵심적 가치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반도체특별법안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유상철 webmaster@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