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알림 [2021.3.6][황유미 추모14주기] 유미씨에게

반올림
20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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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씨 14주기 기일을 맞아, 어제(5일) 속초 울산바위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유미씨 만나러 다녀왔습니다.

내년엔 여건이 좋아져 많은 분들이 함께 추모할 수 있길 바라며, 

유미씨에게 쓴 편지글 올려봅니다~


유미씨에게

 

유난히 매서웠던 추위가 가고, 어느새 봄이 왔습니다.

초록 대지를 만들기 위해 땅도 부드러워지고, 산수유 꽃도 피었네요

 

그런데 뭔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가라앉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유미 씨와 함께 거리에서 봄을 맞이했었기 때문인가 봐요.

 

삼성의 사과를 받아내고

유미 씨를 더이상 거리에 세우지 않게 된 것은 기쁜 일임에도

스물셋 꽃다운 나이에 원치 않게 세상과 작별해야 했을 유미 씨의 억울함은

그 어떤 위로와 사과, 투쟁과 다짐으로도 해결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유미씨가 세상을 떠난 지 14년이 되었지만

시간의 힘으로 해결될 수 없는 아픔이 있다는 것을

유미씨를 통해서 알게 되나 봐요.

 

더이상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고

산 자들이 많은 애를 쓰고는 있지만.

어제도 오늘도 반복되는 사망사고를 보며

아직도 많이 멀었음을 느낍니다.

 

어쩌면 진짜 새봄이 오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불평등과 싸우고,

세상을 바꾸는 일을 주저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면서도 유미씨가 함께 싸워온 지난 14년의 시간 동안

바뀐 것들을 생각해봅니다.

 

삼성에 노동조합의 새싹이 돋았고,

정부는 반도체 노동자들의 암 발병이 작업환경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산업재해 인정의 문턱이 전보다는 낮아졌습니다.

 

아직 바뀔것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이만큼 올 수 있었던 힘은 유미씨가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유미씨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반올림 힘내서 한 발자국 내딛어 볼께요

그러니 하늘에서 마음 편히 계시길 바랍니다.

 

- 2021년 3월 5일 반올림 상임활동가 종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