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알림 [2015.05.28][삼성노동인권지킴이 Issue Papper]삼성 백혈병 등 노동자 산재사망 막으려면

반올림
2022-11-04
조회수 235

삼성 백혈병 등 노동자 산재사망 막으려면

기업살인법(기업책임법) 제정 서둘러야

이종란 (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상임활동가 )

 

세월호 참사 이후로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참사 후 1년이 지나도록 진상규명도 안되고 힘겨워하는 유가족들과 함께하려는 마음이 모인 것이고, 다시는 이윤과 권력의 논리로 사람의 목숨이 수장되는 야만적인 참사를 겪지 않겠다는 시민들 스스로의 직접행동 이었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또다시 그러한 참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나와 가족, 더 나아가 우리 사회 공동체를 지키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이기도 했다.

 

 

그런데 세월호 대참사를 겪기 이전에도 우리 사회는 비슷한 유형의 죽음을 수 없이 접해왔다. 다만 그러한 죽음들이 ‘노동자’의 ‘산재사망’이라는 이름으로 다소 자극적이지 않게 그저 ‘노동자의 안전규정 위반’이 부른 ‘안타까운 사고’ 정도로 지나치기 일쑤였다. 좀 노골적으로 보면 어쩌면 우리사회는 산재사고를 경제성장 과정에서의 불가피한 희생이라고 내심으로 여겨온 건 아닌지 반성적으로 되돌아 볼 때이다. 더욱이 “산재사망사고는 기업에 의한 살인이다. 기업 살인 특별법(기업책임법)을 제정하자”는 운동이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다는데 그동안 주목받지 못해오다가 최근 노골적으로 반복되는 재벌사 하청노동자들의 연쇄 사망 사건들과 세월호 참사를 겪고 나서야 기업살인법 제정 운동이 새로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사망사고는 사고가 이미 아니다. 이미 다 알면서도 이윤의 논리로 인해 결국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안전하지 못한 방식으로 일을 시키는 것은 사고나 과실이 아니라 고의적 살인행위다. 따라서 그러한 기업과 경영진을 엄중 처벌하여 산재사망을 사전 예방하자는 것이다. 실제 영국의 경우 기업살인법 제정해 산재를 예방하고 있다. 영국 이외에 캐나다나 호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OECD회원국 중 산재사망율 1위의 우리나라에서 지난 10년간 외면 받던 기업살인법 제정을 위한 논의가 이제 본격화 된 점은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긴 하나 다만 이번만큼은 꼭 제정이 될 수 있도록 더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삼성노동자 사망 제보 100명 넘어선지 오래... 피해보상 만큼 시급한 재발방지대책 마련이 절실

 

 

올해 4월 시민들의 온라인 투표로 선정된 ‘지난 10년간 최악의 노동자 살인기업’ 1위는 삼성전자였다.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가 이윤만을 추구한 나머지 백혈병 등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숨기려고만 했다는 이유에서다.

 

 

화려한 이미지의 삼성전자의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힘겨운 노동과 직업병 고통이 만연해 있었다. 삼성 반도체, LCD 공장에 취업을 노동자들은 가장 건강할 나이인 20대, 30대에 크고 작은 병치레에 시달려야 했다. 야간노동을 수반하는 교대 근무는 기본, 이름 모를 수많은 유해화학물질들과 방사선은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라인 안에 존재하며 노동자들의 몸을 망가뜨려왔다. 너무 바빠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이, 의자에 앉을 시간도 없이 일해야 했다. 이렇게 혹사 노동을 한 덕에 입사당시 건강했던 몸은 서서히 망가져서 생리불순, 하혈, 빈혈, 피부병, 탈모, 비염, 방광염 등 비교적 가벼운 라인 병부터 심각하게는 백혈병, 뇌종양, 유방암 등 암에 걸리고 다발성경화증, 루게릭 등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건강과 생명을 빼앗기게 되었다.

 

 

올해 3월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삼성노동자의 ‘사망’ 제보는 무려 104명이다. 이들은 백혈병, 뇌종양으로 죽어간 젊은 노동자들이다. 범위를 좀 더 좁혀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LCD 노동자로만 한정짓는다고 하더라도 70명이다. 반복된 죽음이 최소 70번인데 어찌 이것이 산재사망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산재사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기업살인특별법(기업책임법) 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기업책임법은 단지 사고성 재해 뿐 아니라 백혈병 등 직업병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작년 8월 21일, 삼성반도체 노동자 고 황유미(23), 고 이숙영(31)의 억울한 백혈병 사망은 법원을 통해 산재로 인정되고 확정되었다. 또 이러한 산재인정 및 삼성의 무책임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인해 작년 5월 14일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는 직업병 문제에 대한 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기자회견을 열고 공언했다. 이례적인 삼성전자의 약속에 대해 언론은 대대적인 보도를 하였고, 모든 해결이 다 되는 것처럼 호들갑스러웠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오는 6월이면 삼성전자(반도체, LCD) 직업병 대책마련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다시 열린다. 그리고 예정대로라면 조정위는 6월에 3가지 의제(사과,보상,재발방지)를 종합한 조정안을 내놓는다. 그런데 이러한 종합적인 조정안이 나오는 것에 대하여 삼성 측이 부담을 느껴서인지 지난 4월 삼성은 조정위에 ‘시급한 보상’ 먼저 해결하자고 문서를 전달했다.

 

 

삼성은 7년이나 잠잠했으면서 갑자기 보상이 시급하다며 보상 먼저 해결하자는 것이다. 재발방지대책에 대해서는 대강 넘어가고 싶은 속내가 여실히 보인다. 보상과 재발방지대책은 둘 다 시급하다. 삼성이 일부 피해자에 대한 선심성 보상에만 그치고 재발방지대책은 적당히 넘기려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삼성만의 일방적 안전보건관리만으로는 죽음을 막을 수 없다. 외부감사, 안전보건위원회의 제3자 참여 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산재 사망 사고를 반복적으로 일으키는 기업에게 재발방지대책을 단지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것 또한 말이 되지 않는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일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기업의 일방적 대책이 아니라 산재사망을 일으킨 기업과 그 경영주를 엄중 처벌할 수 있는 기업책임법 제정과 기업 감시운동이 더욱 철저하게 이루어지는 것만이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