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알림 [2015.12.14]2015.12.10 노숙농서 65일차, 이어말하기 73일차 (1)시네마달 안보영 PD

반올림
202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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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0. 노숙농성 65일차, 이어말하기 73일차

 

진행 : 영은

첫 번째 이야기손님 : ; ‘시네마 달’ 안보영 PD님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께요.

- 네 안녕하세요. 저는 작년 3월6일 故황유미씨 7주기 때 개봉했던 ‘탐욕의 제국’ 배급을 맡으면서 반올림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독립다큐 제작과 배급하는 일을 하고 있는 안보영입니다.

 

먼저 최근에 좋은 소식이 있었더라고요. 그 얘기 좀 들여주세요.

- 엊그제 제작자, 피디, 배우 등이 속해있는 여성영화인모임이 있었어요.

매년 연말에 시상식을 하는데, 그간 활동을 많이 했거나 고생하는 분들에게 격려 차원에서 부문별 시상을 하거든요. 저는 이번에 다큐부문 수상을 했어요.

 

안보영PD는 너무 바쁘신데 하루 일과는 보통 어떻게?

- 원래 '시네마 달' 식구들과 같이 오려 했는데, 저희가 최근 ‘나쁜 나라’ 개봉 때문에 세월호가족들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 진행하는 일정 때문에 바쁘셔서 다들 못 왔어요. 사회적인 문제 들을 담고있는 영화들이 많다보니까, 저희가 영화라는 장르를 홍보하거나 배급하면서 활동하기도 하지만, 사회적 현안을 주로 다루다보니 아무래도 광화문 같은 현장에 많이 가게 되요.

 

배급사라고 하면 회의도 많이 하고 영화관계자들을 자주 뵙는 일을 주로 하실 것만 같았는데, 지난 번 ‘탐욕의 제국’ 개봉 때도 삼성본관 앞 1인시위도 계속 하셨었죠. 이건 현장성은 ‘시네마 달’만의 특징이라고 해야 하나요?

-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 개인의 특성에서 발현된 건 아니고.. ‘또 하나의 약속’도 마찬가지잖아요. 영화가 현실과 분리될 수 없는 장르라고 생각하고, 저희가 당시 배급하거나 홍보한 작품들이 사회적으로 주목받거나 쟁점이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에 함께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원래 이 일을 하기 전에, ‘참세상’이라는 진보언론에서 기자로 활동했었거든요. 입사하고 처음 취재나간 현장이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이었어요. 이 때가 아마 반올림이 막 생기기 직전인 것으로 기억해요. 2008년 1월 25일?

(이 때 자운의 깨알같은 지적) 아~ 그 때 반올림이란 이름을 안 썼다고 하시네요.

그 때 황상기 아버님도 뵜었고, 박진 활동가도 기억이 나고..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당시 기자회견을 하는데, 이 때 기자를 사칭해서 삼성직원이 몰래 촬영을 했다가 잡혔거든요. 그걸 기사로 냈던 걸 기억해서 여기 오기 전에 한 번 자료를 찾아봤어요. 어쨌든, 첫 인연이 그렇게 맺은 것이라서, 제겐 삼성 반올림 활동가들이나 황 아버님이나 다들 남다른 소중함으로 느껴져요.

또 한 가지 인상적인 기억은, 그 때 아버님이 식당에 가서 제게 밥을 사주셔서 굉장히 놀랬어요. 당시 전 수습기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그 때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어요.

 

맞아요. 황상기 아버님은 늘 주변을 잘 챙겨주시죠. 사실 그런 따뜻한 마음 덕분에 많은 이들이 이곳에 찾아오게 만들고, 자신의 진심어린 이야기들에 귀기울이게 하는 특별한 힘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년에 ‘탐욕의 제국’을 사무실에 와서 배급하신다고 하셨었죠. 혹시 못보신 분? 그럼 짤막하게 영화 소개도 부탁드려요.

- 아직 못보신 분도 계시네요. 그래도 나름 ‘시네마 달’ 베스트에 꼽는 작품인데..ㅎㅎ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마 잘 아시겠지만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여성들이 많잖아요. ‘탐욕의 제국’은 그들의 투쟁과정, 그리고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사적인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한 작품이에요. 어떻게 보면 거시적인 문제들일 수도 있는데, 여기에 앞서 말씀드린 개인의 이야기도 잘 엮어서 만들었고, 대만영화제에서 상도 받은 작품이에요.

 

영화의 홍보만이 아니라, 영화가 잘 돼서 이 활동에도 도움이 되야 한다는 이 목적이 아직까지도 잘 이어지는 것 같네요.

- 네, 지금도 열심히 그런 활동들을 하고 있어요.

 

지금 영화 ‘나쁜나라’ 보급이나 상영에 더 매진하실 수도 있는데, 이전의 인연들을 계속 기억하고 연대해주시는 것에 참 감사드려요.

- 이번에 ‘나쁜나라’ 배급을 하는데요, 그 전에 ‘밀양 아리랑’도 있었고 또 ‘탐욕의 제국’도 있었잖아요. 이렇게 사안별 문제들을 작품으로 만들다보니까요. 이 영화 개봉시기 때마다 우리가 뭔가 해야 하는데.. 하는 미안함이 마음 속에 늘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또 불러주시니 기쁜 마음으로 왔습니다.^^

 

‘탐욕의 제국’을 보면, 영정사진을 든 한 분이 나오는데 삼성 본관 앞을 지나가다 실랑이 벌어지는 장면이 있는데, 저희는 지금 한 명이 아니라 75명의 사망자 명단을 걸어두고 삼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중이에요. 삼성에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말씀해주신다면요?

- 저는 삼성의 요즘 행보나 태도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냐면, 제가 배급하는 영화가 ‘나쁜나라’라서 그런 측면도 있겠지만, 지금 한국사회 정치인들의 태도와 너무 똑같은 모습으로 보여요. 세월호 사안도 그렇고, 정말 화가 나는 건 - 제가 이런 문장을 얼마 전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요. - “한국은 가장 슬픈 사람이 가장 고통스러운 나라다.” 삼성반도체나 세월호, 밀양 할머니들의 문제도 그렇고, 피해자가 모든 걸 책임지고 감내해야 한다는 게 참 문제라고 생각해요. 삼성이 잘못한 것들을, 삼성 때문에 고통당하고 아프고 투병하고 죽어가는 이 노동자들이 모든 걸 짊어져야 한다는 게 참담하고.. 두 번째는, 그 과정에서 힘든 사람들을 끊임없이 갈라치기 한다는 거에요. 세월호도 피해자, 생존자, 미수습자 가족들, 고통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고통스러운 분들인데, 정말 치졸한건 배보상 문제로 가족들을 흔든다는 거죠. 진상규명문제에 있어서 돈이라고 하는 건, 이 분들이 아이들을 잃고나서 세상에 환멸에 가까운 감정을 갖고 사실텐데... 삼성반도체 문제도 원인을 규명하거나 피해자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앞장서는 게 아니라, 정말 세련된 방식으로 뭔가 자신들의 의무를 다하는 듯이 치장하잖아요.

이건희나 이재용 같은 CEO들이 이 빌딩을 만든 것도 아닌데, 삐까번쩍한 건물에 있으면서 자기들이 직접 나서지도 않고, 이 문제들을 이렇게까지 방치하는 게 되게 비겁하고 치졸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저번에 인권콘서트 하는 날에 안 그래도 세월호 동혁이 아버님을 만났거든요. 그때 황아버님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데, 피해당하는 이가 직접 책임을 져야 하고, 거짓으로 언론에 흘려서 이것이 마치 해결된 양, 피해자가 문제인양, 이런 걸 보면서 정말 똑같은 상황이라는 걸 공감하시더라구요.

- 가족들이 보면 그런 얘길 많이 하셨어요. 특히, 한국사회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 빨갱이라고 올가미를 씌우잖아요. 만약 반올림 농성장에 세월호가족들이 연대한다거나, 민주노총이 노동법 개악 반대투쟁을 할 때도 마찬가질 거에요. 얼마 전 유경근 집행위원장님의 말씀도 자기들 고통과 아픔을 이해해주는 방식이란 이런 것이라고 하셨어요. 동병상련의 마음인 거죠. 상황들이나 과정들이 넘 똑같고, 서로 위안받고 버팀목이 되는 거죠. 이게 뭔가 정치적으로 뭘 할려고 의도적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고통을 서로 알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서로 모이는 것 같아요.

 

아버님도 참 외롭던 시기에 대해 얘길 하시더라구요. 지금은 그래도 ‘또 하나의 약속’, ‘탐욕의 제국’이 개봉되고, 이곳에 많은 분들이 찾아와서 응원해주시고.. 그래서 비로소 덜 외롭다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세월호 아버님과 만나면서 몇 마디 안하셨지만, 서로 그렇게 이해하신 거 같아요.

 

어떨 때 가장 즐거우신지..

- 얼마 전에, 왜 이런 일을 할까 이런 고민한 적이 있었어요. 저는 황상기아버님 같은 분이나, 밀양 할머님이나 세월호유가족이나 저에겐 다 비슷하거든요. 그런 분들의 삶을 저는 당사자는 아니니까 옆에서 지켜보면, 정말 삶에 대한 영감을 많이 얻어요.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같은 거. 감동받는 거 같아요. 현장에서 저는 활동가로 살아갈 자신이 없거든요. 그래서 그런분들 보면 일종의 경외감 같은걸 느끼는데, 제가 그분들 통해 감동받고 그런 순간들이 있어서 버티는 것 같아요.

 

이 곳이 삼성본관보다 당연히 초라하고 그렇지만, 사람냄새 나는 곳. 어느 곳보다 따뜻할 수도 있죠. 이 곳에서는 상담도 하고 어루만져주는 공간이기 때문에 따뜻하다고 하세요. 오늘도 어느 분이 고구마도 삶아놓고 가시고. 이 온기를 삼성이 조금은 알았으면 좋겠어요.

- 불러주셔서 넘 감사해요. 왜냐면 저의 묵은 죄책감의 일부를 씻어낼 수 있으니까 좀 가벼운 맘으로 다음 일정 갈 수 있을 거 같아요.




다음에 ‘시네마 달’ 식구들과 오시구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