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알림 [2015.12.01]12월 1일, 농성 56일차 이어말하기 -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김서중 교수

반올림
2022-11-11
조회수 472


2015-12-01 농성 56일차, 이어말하기 64일차

 

초대손님;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민교협 공동대표, 민주언론시민연합, 특별조사위 비상임위원)

 

삼성의 언론지배가 얼마나 심각한가요?

 

우리는 땡전뉴스 등 70-80년대 독재정권이 언론을 장악해서 왜곡보도하던 걸 경험했죠.

지금은 자본권력이 언론을 장악했다는 게 특징이예요.

정치권력도 자본권력을 위해 언론을 장악하고 조종, 통제하고 있는 셈이죠.

 

가장 쉬운 예가 광고입니다.

한국 광고의 대부분이 대기업에서 오는데, 삼성이 5-10퍼센트 정도를 차지합니다.

언론사가 이윤을 5% 정도 남긴다고 친다면, 삼성이 광고

방송은 삼성이 15-20%의 지배력을 갖고 있어요.

최대 광고주 삼성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죠.

한겨레나 경향 등 광고에서 좀더 자유로와보이는 개혁 언론들도, 실제는 그렇지 않아요.

김용철 변호사 사건을 한겨레와 경향이 다루고 난 뒤 삼성이 광고를 몇년간 뺐고,

그래서 그 언론사들이 아주 어려움을 겪었죠.

이런 식으로 언론을 통제하는 겁니다.

 

중견 언론인의 해외연수 등을 후원하는 식으로 삼성 장학생을 만들기도 하구요.

 

삼성의 특징은 광고보다도 홍보를 더 중요시한다는 겁니다.

즉 직접 광고보다도, 평소 기사를 통해 우호적인 내용을 홍보하는 겁니다.

그러니 중요한 사실이 알려지더라도 평소에 깔린 우호적인 내용이 효과를 보죠.

삼성의 홍보요원을 만난 적 없는 중견 언론인은 없을 겁니다.

 

또한 삼성경제연구소의 자료를 언론에 뿌립니다.

그러면 언론은 기사를 안 쓸 수가 없어요.

즉, 우리 모두 삼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거죠.

 

삼성 장학생이 상당히 많은 것 같아요

 

그 수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상당수의 언론인들이 삼성으로 갑니다.

삼성에 홍보 전문가들이 이미 있는데, 굳이 기자 출신들을 데려가서 홍보 일을 맡기진 않구요.

이들이 하는 일은 후배 언론인들을 관리하는 겁니다.

현직 기자들이 삼성에 비판적인 기사를 쓸 때, 삼성에 있는 그 누군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되죠.

그리고 삼성에 대한 비판 기사가 나오면, 이를 쓴 기자에게 인맥을 통해 압박을 가합니다.

 

그런데 정작 필요한 사회와의 소통, 국민이나 소비자와의 소통은 잘 못하는 것 같아요.

 

홍보나 소통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는 아니예요.

대국민 관계를 좋게 유지하려면, 실제로 국민들을 향해 좋은 일을 해야 하는 거예요.

 

누가 어디서 좋은 일을 했다는 몇 가지 미담들도 있잖아요?

 

그런 식의 개인적인 미담을 말하는 게 아니죠.

삼성이 망하면 우리나라가 망한다고 말들 하는데,

그런 정도의 무게만큼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거죠.

 

긍정적인 사회적 역할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바로 이 자리에서 말하고 있는 직업병 문제를 제대로 푸는 것도 그 중 하나 아닐까요?

 

전적으로 동의해요.

삼성이라는 기업을 비판하는 것도 중요한데, 한편으로는 삼성을 좋은 기업으로 바꾸어가면서 데리고 가는 게 중요하잖아요.

좀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해간다면, 문제도 풀고 기업 이미지도 좋아지겠죠.

 

다만 좀 늦었다는 얘긴 이거예요. 삼성이 직업병 문제 초기에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섰다면 좋았을 거라는 거죠. 성장과 발전에 여념이 없어서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을 때, 그로 인한 피해자들이 처음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 그 때 잘 대응을 했어야 해요. 그래도 삼성은 결코 손해를 보지 않았을 거예요. 그걸 하지 못해서 참 아까와요. 지금이라도 그렇게 해결해가야죠.

 

직업병 문제와 관련해서 교섭과 조정에 나선 삼성의 부서가 커뮤니케이션팀이거든요. 이들은 저희는 ‘불통의 커뮤니케이션팀’이라고 부를 정도로 문제가 많았어요. 왜 이런 걸까요?

 

삼성은 이병철 시절부터 ‘무결점’이라는 신화를 고수해왔어요.

하지만 세상에 무결점이란 없죠.

오히려 가장 완벽한 존재는 자신의 결점을 잘 인지하고 극복해나가는 존재일 거예요.

그런데 삼성은 그 자체로 완전무결하다고 믿고, 그 믿음을 고수하기 위해 현실을 외면해요.

어떤 문제가 드러났을 때 그걸 문제로 인식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올바른 해법을 찾아낼 수 있어요. 그런 답을 찾아낼 만한 다양한 기회가 생기지요. 그런데 삼성은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하는 거예요.

 

외부 상황은 계속 변하는데 삼성 자체가 전혀 변화를 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건 아마도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삼성이 대외적으로 만든 명성이나 이미지와 전혀 다르잖아요.

 

사상누각, 공염불이라고 할 수 있죠. 현실적인 실체가 없는 이미지로만 만들어진 것이라, 무너지는 건 일순간일 거예요.

19세기였다면 독과점 체제로 오랜 시간 힘을 누리는 기업이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삼성이나 다른 기업들이 늘 ‘중국이 쫓아온다’고 하듯이, 실제로 중국 기업들을 압도할 만한 실질적인 기술의 차이 같은 건 별로 없어요. 그런데도 삼성같은 브랜드들이 힘을 갖는 이유는 ‘그래도 삼성이 더 낫잖아’라는 이미지거든요.

한국이라면 또 모르지만, 세계시장에서면 이런 이미지가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어요. 인터넷 시대에 이런 문제들이 외국에 알려지는 건 아주 쉽죠. 삼성에 적대적인 기업이나 시민단체가 있는 외국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삼성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거나, 적어도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어요.

지금 이 자리에 계신 분들만 보면 아주 작은 존재로 보이지만, 만일 이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면 삼성은 아주 큰 타격을 받을 거예요.

 

국제적으로 이 문제가 알려지면 삼성이 매우 곤란해질 거라고 많은 분들이 지적하시더라구요.

 

노동자를 탄압하는 한국 정부의 ‘노동개혁’이 나왔을 때, 이와 대조적으로 오바마의 노동조합에 대한 입장이 널리 알려졌죠.

다른 나라에서도 노동조합을 골치거리로 여기는 건 있지만, 기본적으로 노동조합 자체에 대해 적대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삼성처럼 ‘무노조 경영’을 내세우는 게 외국에서는 아주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요. 여기에 대해서는 삼성이 큰 착각을 하고 있죠.

 

예전에는 그저 값싼 제품이라는 이미지였는데 지금은 좀 첨단으로 평가받고 있고 애플의 경쟁자로 자리매김하기까지 하는데요.

 

국제적으로 삼성에 대한 인식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2003년 영국만 하더라도 삼성에 대한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2011년도에 다시 보니까 인지도가 상당히 올라갔더라구요. 알려진 제품도 많아지고요.

 

삼성에게는 이 상태가 2003년처럼 인지도 낮은 시절보다 더 위험하다고 봐요. 그 전에는 이런 문제가 알려지더라도 큰 타격을 받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이런 문제들로 인해 소비가 줄어들 경우 삼성에게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걸 모르고 삼성은 자만에 빠져있습니다.

 

삼성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동안 떠벌려온 자만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올 것 같네요.

 

홍보 교과서에 있는 말씀인데요. ‘홍보의 제 1선에 있는 사람은 자기 조직 내부 구성원’이라고 해요.

회사 내부에 있는 이들이 만족하지 못하면 그 어떤 홍보도 성공할 수 없어요.

그 전에 삼성은 임금을 많이 줘서 이런 만족을 채웠어요.

하지만 신자유주의 영향 등으로 이런 부분이 줄어들었죠.

삼성은 가장 중요한 홍보요원들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하이닉스 얘기가 있었죠.

삼성은 이미 늦었는데, 하이닉스와 비교해서 다시 한번 늦었어요.

이대로 몇 달 더 지나면, 반올림 같은 분들이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이런 차이를 비교해서 삼성에 대한 비판이 더 많아질 거예요. 이런 상황이라는 걸 삼성이 잘 모르는 걸 보면, 분명히 내부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가만 보면 여기 오시는 분들이 삼성에게 좋은 말씀을 참 많이 해주세요.

 

삼성이 망하더라도 다른 자본이 그 자리에 들어와 똑같은 짓을 하거나 더 나쁘게 굴 수도 있어요. 삼성이 좋은 게 아니라, 삼성이 힘 약한 이들에게 못된 짓을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예전에 지주들이 기근이 올 때 구휼미를 풀었어요. 자선의 마음이 아니라, 그렇게 같이 살아야만 구조가 유지된다는 의미거든요. 우리도 삼성에게 ‘이 피해자들 불쌍하지도 않냐’는 차원이 아니라 ‘이 사람들이 무너지면 삼성도 무너지는 거다. 같이 사는 구조 아니냐’라고 말하고 있는 거죠.

 

다시 말씀드릴께요. 이들이 삼성에게 보상을 요구하는 상황의 본질은, 이들이 본래 누려야 하는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것, 훼손된 권리를 복원시키기 위한 과정입니다. 삼성은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오늘은 강의 때문에 좀 서둘러 가셔야 하지만, 다음에 다시 한번 와주세요.

 

삼성에 대해서는 제가 드릴 말씀이 바닥났지만, 언론 문제나 세월호 등 다른 얘기들을 해도 된다면 꼭 다시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