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알림 [2014.08.27]8월 26일 부산 삼성전기 앞에서, 고 장동희님 추모문화제 가졌습니다

탈퇴한 회원
202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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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일 부산 삼성전기 사업장 앞에서 스물일곱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성전기 노동자 고 장동희님의 추모제를 지냈습니다.

이 자리에 고인의 아버님께서 동희씨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낭독해주셨습니다. 아버님의 편지글을 아래 옮겨 적어봅니다.

그리고 송경동 시인이 밤을 세워 작성하셨다는 고 장동희님의 추모시도 적어봅니다.

사랑하는 동희야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느냐

아버지는 2012년 8월 30일날 오전 9시경 큰누나의 전화 한통화 받는 순간 아버지의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아버지 놀라지 마세요. 마음을 굳게 잡수시고, 잘 들어 주세요”하며 울면서, 동희가 백혈병에 걸려 지금 서울대학병원에 있다는 말에 나는 땅바닥에 주저 않고 말았다.


하늘이 캄캄할 정도로 허벅저벅 서울대학병원 암 병동에 도착하는 순간

정신을 가다듬고 병동문을 열고 들어가는 내 앞에

창백하고 불안해 하는 아들 동희, 동희엄마를 보는 순간

가슴이 찢어지고 눈물이 왈칵 치솟는 것을 가라안치며 말했다. 동희야 왜 여기에 있느냐.


아버지 저가 죄를 지은 것도 없는데 이런 나쁜병에 걸렸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창백한 얼굴로 아버지를 원망스러워 하면서, 고개를 떨구며 아버지 마음이 더 아플까봐 하면서 아버지 꼭 병을 이기고 낳아서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아 보자고 굳게 맹세를 합니다.


동희야

왜 여기까지 올 때까지 말하지 않았느냐

아버지가 마음을 아파하고 걱정하며 놀랄까봐 하면서

말하기를 망설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동희야 왜 여기 있느냐

아버지 죄송합니다 하고 눈물을 삼키는 것을 바라보았을 때

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들을 바라볼 수가 없었고 못난 아버지가 죄인이라고 말하고 뜨거운 눈물을 삼키며 차마 할 말을 잃었습니다.


동희는 위로 누나가 셋이 있고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났습니다.

마음이 아름답고 착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집에 유능하고 든든한 기둥이기도 합니다.

가족들과 사랑애가 깊고 친구들과는 우정이 깊어 각계각층에서 칭찬을 받는 청년이었습니다. 그리고 인성이 착하고 건강했으며 잘생긴 우리의 외아들 이었습니다.


이런 동희가 아버지의 못난 탓으로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인쇄회로기판(PCB) 제조공정에서 아무것도 모른채 무서운 백혈병에 노출된 것도 모른채 부모께 효도하려고 12시간 2교대 근무하면서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작업을 하고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부지런히 일을 했습니다.


동희는

힘들게 군복무를 마치고 백혈병이라는 시한부 판단을 받고 고통스럽고 힘든 투병생활을 하며 암이라는 악마와 싸워야 했습니다.


이 얼마나 가슴아프고, 억울한 일입니까.

우리 아들 동희가 불쌍하고 가엽게 보였고 아버지는 마음이 찢어집니다.

우리 아들 동희는 우리의 희망이었습니다.


그러나 병이 자꾸 악화되어 가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 형제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삼키면서 동의가 마음이 아플까 마음대로 울지도 못하였습니다.


“아버지 꼭 살고싶습니다. 병을 이기고 일어나서 효도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애원하는 아들 앞에서 또다시 죄인이 되고 아버지는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2014년 6월 20일 새벽3시쯤 “아버지 너무 힘듭니다. 너무 힙듭니다. 사랑합니다” 라는 말이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그리고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로 가서 6월 24일 9시 26분에 숨을 멈추고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가고 말았습니다.


불러도 불러도 아들 동희는 대답이 없고

사랑하는 아들은 삼성전기의 또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삼성전기는 더이상 우리가족처럼 억울하고 아픈 상처를 주지마십시오.

상처입은 가족들께 무엇으로 보답하시겠습니까. 저희들은 살아있어도 산 사람들이 아닙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각성해주십시오.


그리고 희생자 가족들께 힘과 용기를 주신 반올림 관계자와 각계 각층에서 수고하시는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동희야 아버지 엄마, 누나 목소리가 들리느냐

우리 좋은 곳에서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자

우리는 항상 함께 하며. 이제는 울지 않을께


2014년 8월 26일

장동희 아버지 장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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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늘 푸를 것이다

- 고 장동희 님 영전에


시 : 송경동



또 한 명의 청년이 죽었다

또 하나의 바꿀 수 없는

다시 있을 수 없는

푸른 우주 하나가 사라졌다


이곳은 죽음의 공장

눈먼 자본만이

독버섯처럼 창궐하는 곳

무한 이윤의 탐욕만이

끝없이 번성하는 곳


최첨단 인쇄키판에

반도체에 새겨지는 것은

사람들의 빼앗긴

육체와 영혼


무슨 731부대도 아니고

무슨 아우슈비치도 아니고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맨몸으로

생채실험을 당하는 곳


법도 의료도 인권도

국회도 국가도 접근 못하는 곳

자신들의 무한한 안전과 신화를 위해

사회 전체를 병들이는 곳


그러나 이제

서서히 일어서가는 곳

서서히 파헤쳐지는 곳

서서히 발가벗겨지는 곳

진실이 파고 들어가는 곳

정의가 뚫고 들어가는 곳


자본은 얼마나 세척되어야 깨끗해지는가

권력은 얼마나 세정되어야 착해지는가

돌이켜 물어봐도 대답없는

이 지옥을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이 깨어나 함께 어깨 걸고

나아가는 곳


99%의 이윤보다

1%의 건강과 안전이

우선되는 사회를 위해

이곳은 다시 세워져야 할

죽음의 공장


그때까지

잠들지 말고

우리와 함께 가길

그때까지

서러워말고 외로워말고 울지말고

이젠 우리들 마음 속에 함께 있길


언제까지나 푸르른 청년일 당신께

언제까지나 푸르른 진실일 당신께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의 사랑 하나를 놓는 날

우리의 약속 하나를 놓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