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알림 [2016.01.28]2016.1.28. 114일 노숙농성 이어말하기-기자 : 비마이너 하금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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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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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8. 114일 노숙농성 이어말하기

 

기자 : 비마이너 하금철 기자

 

삼성이 정신차리고 제대로된 태도로 사회적 대화에 나오라고 요구하고 있다.

-광화문 전장연 장애인등급제폐지 운동은 3년이 넘어 가고 있다. 오래되어서 원래 있던 거란 착각이 들 정도이다. 반올림 농성장은 114일 정도 되어 그에 비해 오래되지 않았다. 농성장 환경은 광화문 농성장에 비해 너무 불편하다. 영하 15까지 떨어지는 어려움 속에서도 농성장을 지키는 게 대단해보인다. 광화문 농성장처럼 3년 가서는 안 된다.

 

삼성이 정신 차린다면 내일이라도 끝날수 있다. 비장인으로 장애인 운동에 결합하게 되니 계기는 무엇인가?

-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한 곳이 너무나 많다. 신체적으로 어려운 분의 권리 보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면 우리나라 인권상황의 리트머스라고 생각했다. 또 하나는 비장인으로 분류되지만, 장애인 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 반올림에 결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산재를 당했다. 동양강철에서 알루미늄 샤시를 만들던 아버지는 프레스기에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어렸을 때 기억에는 아버지가 잔업하고 집에 들어오셨는데, 손가락에 피를 흘리면서 들어오셨다. 사고를 당하고도 그대로 들어왔다. 손가락 이식을 빨리 못해서 손가락이 몇 개 없다. 아버지가 산재를 당한 경험을 겪었을 때, 어릴 때 왜 기업에서는 상을 안 줄까 생각했다. 열심히 일하면 상주어야 하는데 싶어서. 머리가 굵어지면서 아버지 같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나 같은 도시 빈민층이 많이 겪는 일이구나 싶었다. 일을 하면서 장애인을 만나는 분들은 일자리 자체를 아예 얻지도 못하는 이들이다.

 

어렵게 얘기를 꺼내주셔서 감사하다. 어릴적 경험이 바탕이 되어 지금의 기자로 활동하시는 것 같다. 설연휴에 아버님을 만나면 산재인정 투쟁에 힘쓰는 반올림에 내가 힘보태고 있어. 라고 자랑해도 될 것 같다.

 

반올림에서 피해자를 인터뷰 하면서 느낀 점은?

-영화 <또하나의 약속>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비마이너에서 수급문제를 겪는 반올림 피해자의 얘기를 취재해 알리면 좋겠다 싶었다. 다발성경화증 김미선 씨를 만나 취재했다. 김미선 씨를 만났을 때 나이가 비슷한 누나가 많이 떠올랐다.

 

누나는 대전에서 여상을 나와서 취업을 한 곳이 삼성전기(조치원)이었다.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삼성이 생각보다 돈을 많이 주니 아버지는 10만원만 남기고 누나의 월급을 다 저축하게 했다. 누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일했는지, 1년 뒤에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아버지는 펄쩍 뛰었을 때, 누나가 자신이 하던 검사라는 작업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얘기하며 울더라. 누나가 결국 그만 두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그 때 일을 그만두지 않았으면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생각을 한다.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고, 삼성에서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반올림 활동을 취재하면서 누나 생각이 많이 들었겠다. 산재를 당하면서 자식 먹여살리겠다던 아버지의 억척스러움을 생각하면, 아버지는 아직 별 문제 없는 자식이 일을 그만 두겠다 하니 황당하셨을 것도 같다.

- 그 시대의 아버지의 살아가는 방식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버지는 참 재미없게 사셨다. 높은 기계음 속에 계속 노출되어 평소 다른 이들의 말을 잘 듣지 못한다. 그런 노동환경 속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삶의 즐거움을 잃었고, 이를 당연하게 여겼다.

 

7-80년대 아버지의 일이라고 하나, 지금도 여전한 일인 것 같다. 안전의 문제를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건 여전하다. 사소한 사건들을 은폐해왔던 것이 삼성직업병 같은 큰 문제를 키워왔다 생각한다.

 

삼성직업병 문제어떻게 생각하나?

- 작년 조정위원회에서 보상 기준을 질환별로 나눈 것으로 안다. 산재 인정 받은 질환은 1군, 많이 발병했지만 산재로는 인정 못 받는 질환은 2군, 희귀난치성질환은 3군으로 나누었고, 그에 따라 보상 내용도 달르더라. 예전 장애인 집회에 가서 인상적으로 본 피켓은 “고통의 크기로 경쟁하게 하는 장애인등급제 반대한다.”였다. 피해자들을 등급으로 나누는 건 삼성에서 만들어낸 보상체계도 다를 바 없다. 피해자들이 ‘나 이렇게 피해를 받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이것이 필요하다’ 가 아니라 ‘이만큼 다쳤다’ 는 기준 안에 피해자가 들어야 하는 방식이다. 피해를 더 드러내야 하는 방식이 안타까웠다. 1,2,3군 나누어졌을 때 미선 씨도 그 얘기를 하시더라. ‘누구는 해주고 안 해주고, 자신은 3군에 해당한다고 말이 안 된다.’고 하더라. 1군을 부러워하게 하는 건 이상한 일 아닌가. 힘든 사람들끼리 미워하게 만들게 하는 방식, 일방적인 기준으로 피해자를 줄 세우는 방식, 당연히 받아야 하는 보상을 굴욕적이니 마음이 들게 하는 건 참 잘못되었다.

 

오늘 좋은 날이기도 하다. 난소암을 앓다 세상을 떠난 이은주 님이 오늘 법원에서 산재 인정을 받았다. 기준에는 3군에 들었다. 황상기 아버님도 이렇게 반올림이 농성을 이어가는 “어려움” 속에서도, 또 이은주 님이 돌아가신 “슬픔” 속에서도 “기쁜”일이다. 라고 말하시더라.

- 보상과 연관되어 취재하기 좋은 사안 같아. 삼성은 자신이 초일류기업이라고 자화자찬 하는데,착각이다. 이런 판결로 한계가 드러나지 않나.

 

삼성에 따끔한 한 마디를 해 달라.

-여기에 반도체 소녀상이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과, 보상이 여전히 있음을 삼성은 기억했으면 좋겠다. 얼마 전 신영복 선생님 책을 읽다가 좋은 글귀를 봤다. ‘아름다움’의 반댓말을 ‘모름다움’이라고 하더라. 모르기로 작정하고 주변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모름다움이 아름다움의 반대라고 하더라. 114일째 반올림 농성장을 지키는 이들은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은 이 아름다운 사람들의 얘기를 잘 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