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documentary.org/feature/jeonju-2025-small-sparks
와, 전주에서 만난 몽골 출신 비평가분이 중요한 다큐멘터리 매거진에 리뷰를 써주셨네요!
번역 : 자원활동가 형시언
전주의 중심지에는 전주 영화의 거리가 있다. 5개의 상영관이 나란히 자리잡은 이 거리에는 영화를 테마로 가게 안을 꾸며두고 포스터나 관련된 책, 용품을 파는 카페와 서점이 즐비하다. 매년 5월 초, 전주 영화의 거리에 위치한 20개의 영화관에서는 열흘동안 “전주국제영화제”라는 이름을 내걸고 다양한 영화를 상영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 다음으로 한국에서 가장 이름이 알려진 영화제이다. 해마다 새로운 영화를 발견하고 지역의 명물인 비빔밥을 먹기 위해 수만명의 시네필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2000년 처음으로 출범한 이후, 전주국제영화제는 대안영화, 실험영화,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한 독특한 프로그램을 구성해 아시아에서 확실한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다. 이번 해 열린 26회 전주국제영화제는 57개국에서 제작된 224개의 영화를 상영했다. 이 중 한국 영화는 98개에 달했다. 개회 당시부터 지금까지,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올해 국제경쟁 부문에 출품되었던 662개작 중에서도 3분의 1이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
올해 한국경쟁 부문에서 출품된 다큐멘터리 영화는 딱 하나, 이은희 감독의 데뷔작인 <무색무취>였다. <무색무취>는 주제에서도, 형식저인 측면에서도 확실히돋보였다. 이 영화는 건강상의 심각한 위험을 무릅쓰고 삼성, 애플, 에이수스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일하는 (대부분이 여성인)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은희 감독은 백혈병 및 여타 직업병, 혹은 장애가 있는 자녀를 얻은 노동자들이 어떻게 활동가로서 조직화를 시작했는지, 또 사측에 치료, 보상 등 책임을 요구하기 시작했는지 그 역사를 추적한다. 그러나 이들의 싸움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인터뷰를 통해, 활동가들은 현재의 법 체계가 “영업비밀”이라는 이름 아래 직업병을 일으킨 원인에 대한 정보를 숨기고 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점을 꼬집는다.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사람이 아닌 상품만을 보호하는 방진복을 입고 유해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그들의 현실을 반증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아픈 몸 그 자체뿐이다.
무색무취의, 발암성을 가진 화학물질은 카메라에도, 눈에도 포착되지 않는다. 이은희 감독은 불길하게 지직거리는 소음과 함께 액체물질을 화면에 비추어, 관객으로 하여금 그것의 존재를 직감할 수 있도록 했다. 상영 후 가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감독은 반도체 고장 내부의 영상을 얻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답했다. 이러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그는 과거 상영되었던 다큐멘터리 속 흑백 영상에 AI 영상 툴(Runaway gen-3)을 접목시켜, 노동자들의 작업 라인 속 모습을 묘사해냈다. 다만,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고려하면 AI를 사용한 점은 다소 아쉽다. 영화에서 반도체 하나를 만드는 데 물이 무려 32리터나 소모된다는 사실이 강조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오히려, 비교적 평범한 방식으로 진행된 인터뷰 쪽이 당사자의 목소리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에서 훨씬 큰 울림을 주었다. 특히, 과거 삼성전자에서 일했던 노동자의 이야기는 내가 있던 상영관의 많은 관객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그는 한때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회사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는 ‘과연 회사는 클린룸의 작업환경이 유해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라는 의문으로 바뀌어버렸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한 활동가가 삼성이 몇몇 공정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동남아시아의 느슨한 환경, 건강, 안전 규제를 이용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데서 비롯되었을 뿐,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55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동안, <무색무취>는 과학과 기술 역시 기업의 이윤을 위해 인간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선명히 드러냈다.
https://www.documentary.org/feature/jeonju-2025-small-sparks
와, 전주에서 만난 몽골 출신 비평가분이 중요한 다큐멘터리 매거진에 리뷰를 써주셨네요!
번역 : 자원활동가 형시언
전주의 중심지에는 전주 영화의 거리가 있다. 5개의 상영관이 나란히 자리잡은 이 거리에는 영화를 테마로 가게 안을 꾸며두고 포스터나 관련된 책, 용품을 파는 카페와 서점이 즐비하다. 매년 5월 초, 전주 영화의 거리에 위치한 20개의 영화관에서는 열흘동안 “전주국제영화제”라는 이름을 내걸고 다양한 영화를 상영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 다음으로 한국에서 가장 이름이 알려진 영화제이다. 해마다 새로운 영화를 발견하고 지역의 명물인 비빔밥을 먹기 위해 수만명의 시네필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2000년 처음으로 출범한 이후, 전주국제영화제는 대안영화, 실험영화,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한 독특한 프로그램을 구성해 아시아에서 확실한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다. 이번 해 열린 26회 전주국제영화제는 57개국에서 제작된 224개의 영화를 상영했다. 이 중 한국 영화는 98개에 달했다. 개회 당시부터 지금까지,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올해 국제경쟁 부문에 출품되었던 662개작 중에서도 3분의 1이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
올해 한국경쟁 부문에서 출품된 다큐멘터리 영화는 딱 하나, 이은희 감독의 데뷔작인 <무색무취>였다. <무색무취>는 주제에서도, 형식저인 측면에서도 확실히돋보였다. 이 영화는 건강상의 심각한 위험을 무릅쓰고 삼성, 애플, 에이수스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일하는 (대부분이 여성인)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은희 감독은 백혈병 및 여타 직업병, 혹은 장애가 있는 자녀를 얻은 노동자들이 어떻게 활동가로서 조직화를 시작했는지, 또 사측에 치료, 보상 등 책임을 요구하기 시작했는지 그 역사를 추적한다. 그러나 이들의 싸움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인터뷰를 통해, 활동가들은 현재의 법 체계가 “영업비밀”이라는 이름 아래 직업병을 일으킨 원인에 대한 정보를 숨기고 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점을 꼬집는다.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사람이 아닌 상품만을 보호하는 방진복을 입고 유해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그들의 현실을 반증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아픈 몸 그 자체뿐이다.
무색무취의, 발암성을 가진 화학물질은 카메라에도, 눈에도 포착되지 않는다. 이은희 감독은 불길하게 지직거리는 소음과 함께 액체물질을 화면에 비추어, 관객으로 하여금 그것의 존재를 직감할 수 있도록 했다. 상영 후 가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감독은 반도체 고장 내부의 영상을 얻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답했다. 이러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그는 과거 상영되었던 다큐멘터리 속 흑백 영상에 AI 영상 툴(Runaway gen-3)을 접목시켜, 노동자들의 작업 라인 속 모습을 묘사해냈다. 다만,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고려하면 AI를 사용한 점은 다소 아쉽다. 영화에서 반도체 하나를 만드는 데 물이 무려 32리터나 소모된다는 사실이 강조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오히려, 비교적 평범한 방식으로 진행된 인터뷰 쪽이 당사자의 목소리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에서 훨씬 큰 울림을 주었다. 특히, 과거 삼성전자에서 일했던 노동자의 이야기는 내가 있던 상영관의 많은 관객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그는 한때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회사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는 ‘과연 회사는 클린룸의 작업환경이 유해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라는 의문으로 바뀌어버렸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한 활동가가 삼성이 몇몇 공정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동남아시아의 느슨한 환경, 건강, 안전 규제를 이용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데서 비롯되었을 뿐,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55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동안, <무색무취>는 과학과 기술 역시 기업의 이윤을 위해 인간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선명히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