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7
184일차 반올림 농성, 이어말하기
- 이야기 손님: 주수원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 사회 : 조대환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사무국장)
사회: 오늘도 일과 마무리하시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 곳에서는 삼성 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요구하면서 2015년 10월 7일부터 노숙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이곳에서 사회 각계각층에 계시는 분들을 모시고 이어말하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183일차입니다.
주수원: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은 한겨레신문 안에서 정치·경제 사회분야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교육, 연구, 컨설팅, 기사 작성, 연구 보고서를 내놓고 있습니다. 올해 입사해서 4개월차입니다.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는 깊이 있게 얘기하기가 곤란합니다.

#어쩌다 협동조합 하게 됐나
주수원: 협동조합은 공동의 필요를 찾아가는, 규칙이 있는 모임입니다. 개개인의 필요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교집합으로 가진 필요를 함께 찾아가는 모임이지요. 사회가 문제를 함께 풀어간다는 뜻인 사회적 경제 그 안에 협동조합이 들어있어요.
사회: 협동조합이 조명을 받고 관심을 받기 이전부터 고민하시고 활동을 해 오신 것 같은데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주수원: 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지게 된 지는 4년 됐어요. 성균관대 교직원으로 일하다가 협동조합으로 오게 된 계기는 대학 때 생협 활동을 했던 게 컸어요. 저는 98학번입니다. 99년에 대학 내에 식당과 매점을 협동조합으로 꾸려 운영해보자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 때 협동조합 활동을 처음으로 할 수 있었어요. 2012년에 협동조합 기본법이 만들어진 뒤에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아내가 하는 일을 함께 하게 됐어요.
사회: 어떤 보람이 있었는지요.
주수원: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됐어요.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에서 일을 하면서 00책 협동조합 이사로 활동을 하고 있어요. 권영은 활동가가 00책 이사님들 모두 한 번씩 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오게 됐어요. 이전에 만나지 못했던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어요. 협동조합은 여러 사람들의 필요를 모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필요에 대해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됐던 것 같아요. 새롭게 만들어지는 협동조합과 그 안에서 발현하는 상상력을 통해 기운을 얻고 있습니다.
사회: 그런데 어떤 형태의 조직이든지 조직이 유지되려면 이윤을 남겨야 하는데, 이익을 내는 방식이 협동조합은 주식회사 내지는 법인과 어떻게 다른지요. 이윤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ㅇ으면서 조직을 유지하는 방식과 메커니즘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요?
주수원: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조직을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주식회사는 투자자 의 이윤을 창출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돈이 안 되는 사업에는 주식회사가 나서기가 어려워요. 사회공헌, CSR 등이 있지만 주식회사의 본질은 돈을 버는 데 있기 때문에 정말 필요한 일, 가치 있는 일에는 주식회사가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지요.
다음으로 주식회사의 대척점에 있는 비영리법인은 독지가가 자산을 출원해 만들었거나 회원들이 십시일반 출원한 사단법인이 있는데, 작은 필요와 소수 사회 계층의 틈새 영역에 스며들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를 절충한 협동조합은 5명 또는 많게는 수백 명이 모여서 자급자족 형태로 공생하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이라고 볼 수 있어요.
사회: 돈이 안 되는 일에는 주식회사가 뛰어들지 않죠. 구성원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투자자에게 돈이 안 되는 일을 절대 안 하는 것 같아요.
주수원: 단기적으로 돈이 안 될 수 있지만, 회사 전체에는 이익이 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런데 최고경영자의 오판이 문제에요.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으로 조직 전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하죠. 노동환경을 침해한다거나 조직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하고요. 정부나 사회가 일정 정도의 선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사회: 저는 대리인으로 주주 모임에 가본 적이 있어요. “100명 중에 50명 오셨습니다”가 아니라 “100주 중에 50주 찬성하셨습니다”라는 식으로 의사 결정을 하더라고요.
주수원: 주식회사는 주식 수만큼 의결권이 있기 때문에 막장, 재벌 드라마에서 지분 싸움을 할 때도 지분을 0.0001%라도 가지고 있으면 회사 경영권을 손에 쥐기도 하죠. 반면에 협동조합은 한 사람당 한 표의 권리가 있기 때문에 주식회사보다 좀 더 민주적으로 통제되는 좋은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기업은 다수가 돈을 투자하고 사회적으로도 자본이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경영자 개인의 회사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회사인 거죠.
#삼성과의 인연은? 성균관대 교직원 경험
사회: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0.57%만 가지고 있으면서 회사를 쥐락펴락하죠. 삼성은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국민이 방향을 제시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어요. 그런데도 삼성은 아무리 문제 제기를 해도 묵묵부답이에요. 삼성이 성균관대 인수를 한 뒤에 장악을 하고 있는데, 성균관대 교직원으로 근무할 때 분위기가 어떠셨는지요.
주수원: 2010년에서 2013년 6월까지 로스쿨 행정실과 전략기획홍보팀에서 근무했어요. 삼성이 무노조 신화로 유명하지만, 성균관대에는 노조가 있었어요. 그런데 노조가 실질적으로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기가 어려웠어요. 불합리한 부분도 많이 있었고요. 그 과정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대학이라는 조직은 교수, 강사, 조교를 비롯해 다양한 노동계급이 있는 사회다 보니 그 안에서도 모순과 갈등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회: 삼성은 인사카드에 주량, 친구관계, 노조와 회사에 대한 성향을 다 관리·감독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친구 아버님이 성대 교수로 재직하셨는데, 인수 시점에 얘기를 들어보니 교수 성향까지 다 파악했다고 하더라고요. 친구 아버님은 재단에 호의적이지는 않으나 연구만 하는 인물로 분류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주수원: 일례로 저성과자 문제가 많이 이슈가 됐었는데, 저성과자에게 기업에서 문제 해결을 하는 툴인 6시그마를 활용해서 과제를 줬다고 하더라고요. 주제는 ‘나는 왜 능력이 없을까’, ‘나는 어떻게 하면 성과를 높일 수 있을까’ 이런 과제를 주더라고요. 인격을 폄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았죠. 그런데 교직원 생활이 즐거운 면도 있었어요. 협동조합 자체의 매력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떠나왔던 거고요.
사회: 6시그마는 최대 효율을 내기 위한 것이겠죠? 일반 기업에서도 효율을 최대한 내는 것을 추구하는데, 삼성이 최대 효율을 내고 있는지 의심스럽네요.
주수원: 이면지를 막 아끼면서도 잘못된 투자를 해서 돈을 날리는 기업이 많죠. 마른 걸레도 짜면 물이 나온다는 게 삼성 문화더라고요. 효율적인 투자는 인간에 대한 투자일 텐데 이런 부분을 등한시 하는 문제가 있죠.
사회: 삼성 직업병 문제도 사람을 돌보지 않는 경영이 야기한 문제라고 봐요.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사회경제적인 관점으로 삼성에 한마디 해주시겠어요?
주수원: 삼성이 적용할 수 있을까요. 국민연금 등 사회가 주주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겠지요. 재벌기업에는 사회적 자본이 많이 들어가 있으니까요 한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라 사회적인 통제 하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극단적으로 협동조합처럼 1인 1표로 의사 결정 구조가 바뀔 수는 없겠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 경쟁과 효율과 이윤 가치보다 협업과 협동, 공존의 가치가 받아들여지는 사회로 만들어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삼성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요. 국민연금을 통해서든 다른 방식을 통해서든 통제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이번에는 협동조합에 대한 이야기 좀 더 해보겠습니다. 속된 말로 장사된다면서 협동조합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는데, 협동조합 정신에 반하는 행위를 하시는 분들에게 전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지요.
주수원: 협동조합은 공동의 필요를 알고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어요. 협동조합을 하려고 하시는 분들이 이 필요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이전에 개인 사업했던 방식대로 하면 안 되지요. 빨리 서둘러서 돈을 벌려고 하시는 분들은 협동조합보다 주식회사 형태를 택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협동조합은 천천히 가더라도,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가치가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죠.
#아이들에게 들려주고픈 경제 이야기는 어떤 취지인가?
사회: 청소년이나 어린 친구들에게 그런 가치를 이야기하고 나누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청소년 대상으로 사회적 경제 강의를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주수원: 협동조합 연구소에 처음 가서 하게 된 일 가운데 하나가 성남 복정고등학교 매점을 협동조합으로 운영한 거에요.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교육하고 운영했어요. 학생들이 어른들보다 더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경우도 있었어요. 어른들이 배워가는 부분이 많아서 이를 계기로 학교 협동조합과 관련한 활동을 더 하게 됐죠.
최근에는 배석호 선생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소 사회경제연구센터장님과 함께 별별 경제 팟캐스트를 하고 있어요. 청소년들에게 재미난 사회적 경제 이야기, 또 다른 경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사회: 청소년들이 자본주의 시스템과 다르게 경제가 운영될 수 있다는 걸 잘 이해하는지요.
주수원: 지금 우리 사회는 경쟁과 자본주의 시스템에 익숙하죠. 사람들에게 협동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 잘 받아들이지 않아요. 사람은 체험하고 몸으로 부딪혀서 알게 된 것들이 있어야 이해를 하는 것 같아요. 매점을 같이 운영하거나, 초등학생들과는 마을 지도를 만들어본다거나. 윤리적 먹거리를 만들어보는 시간도 있었어요. 5천 원으로 지역 농산물을 사고, 노동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 먹거리를 장만해보기도 하고. 추상적인 이야기를 던져주기 보다는 작은 경험을 통해 깨달아 가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회: 자라나는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다른 가치를 실현하는 주체가 됐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요.
주수원: 어릴 때의 경험이 완벽히 기억나지 않더라도 어렴풋이 기억이 있으면 그런 생각들이 모여서 다른 사회를 만들 수 있으리라 믿어요. 장기적으로 나무를 심어서 숲을 이루는 꿈을 꾸고 있어요.
학생들에게 마을공동체라는 말을 많이 하곤 해요. 이 반올림 농성장도 학생들에게는 산 배움터죠. 키움의 대상, 배움의 대상으로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듣기만 했던 학생들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할에 참여해보고 참여가 익숙해지면 민주 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겠지요. 폐쇄적으로 습득하기 바빴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시민의식이 너무 멀게 느껴지는 거였겠지요. 프랑스는 초등학교 때 파업을 배운다고 하더라고요. 사용자와 노동자로 편을 나눠서 노사교섭을 실습해보기도 하고요. 이런 교육이 더 큰 교육이 돼야겠지요.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근로계약서를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아요.
사회: 다른 이데올로기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떠나서, 다양한 가치와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넓히는 교육이 필요한 것 같네요.
주수원: ‘별별경제이야기’로 팟캐스트 이름을 지은 이유도 하나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사회: 삼성 같은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이 사회에 자신들의 이야기만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을 그대로 체화한 상태이기도 하고요.
주수원: 다양한 가치들이 사람의 마음과 머릿속에 스며들어서 사회에서도 효율성, 돈의 논리, 이윤만이 아니라 다른 가치들도 중요하게 생각할 때 더 좋은 판단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삼성도 일류 대기업인데, 이에 걸 맞는 장기적인 판단을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과 같은 태도가 아니라 다른 태도를 취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반올림에 대한 생각은?
사회: 그럼 오늘 농성장 방문 소감과 그간 반올림 투쟁에 대한 생각이 어떠신지요.
주수원: 이어말하기 초대를 받았을 때 잘 모르기도 했고요. 깊이 있는 얘기를 하는 성향이 아니라서 자리에 참석하는 게 괜찮을까 싶었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 중에서도 관심이 생긴 사람들이 있으리라는 마음이 생겨서 왔어요. 농성장에 고무신에 심겨진 이 꽃들이 76명의 돌아가신 분들을 의미한다는 것,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여러 가지 소리가 뒤섞인 가운데 저 쪽엔 감시자가 있고 화장실도 못 가게 한다고 해서 마음이 아팠어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이야기를 하고 관심을 가지면 바뀌지 않을까요. 예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회: 이 곳의 소식을 많은 분들이 알아가고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삼성도 이 곳에 대해 함부로 하지 못하고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함부로 무시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주수원: 자주 찾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종종 자주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사회: 삼성에 대해서도 올바른 삼성의 미래 방향에 대해서도 제시하는데, 삼성이 무엇을 바꾸면 더 윤리적으로 올바른,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요. 삼성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 부정적인 생각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제안해주신다면?
주수원: 기업 이미지 광고를 많이 하는 데 반해서 이런 일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까워요. 이 부분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사회: 이제 농성을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났어요. 앞으로 여기 계속 있게 되면 주수원 선생님 또 오실 수 있으시죠? 마지막으로 삼성에 따끔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따끔하게 해주셔도 되고 애정을 가지고 해주셔도 됩니다.
주수원: 성균관대 교직원으로 있을 때, 대학이 더 좋은 대학이 되기를 원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마찬기자로 삼성 안에서도 삼성이 취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부분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를 원하는 임직원 분들이 계실 거라고 믿어요. 삼성을 더 좋은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하시는 분들이 분명 있으실 거란 얘깁니다. 대주주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렇게 농성장이 꾸려진 것 같은데요, 좀 더 큰 기업이 되기 위해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내가 왜 세상에 농락당한 채
쌩쌩 달리는 차 소리를 들으며 잠을 자는지
찬바람 부는 날 거리에서 잠들 때 너무 춥더라
인생도 시리고도와주는 사람 함께 하는 사람은 있지만
정말 추운 건 어쩔 수 없더라너무 춥더라
인생도 춥더라”
(저녁 이어말하기 전 들은 "꽃다지 4집" 중)
2016-04-07
184일차 반올림 농성, 이어말하기
- 이야기 손님: 주수원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 사회 : 조대환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사무국장)
사회: 오늘도 일과 마무리하시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 곳에서는 삼성 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요구하면서 2015년 10월 7일부터 노숙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이곳에서 사회 각계각층에 계시는 분들을 모시고 이어말하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183일차입니다.
주수원: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은 한겨레신문 안에서 정치·경제 사회분야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교육, 연구, 컨설팅, 기사 작성, 연구 보고서를 내놓고 있습니다. 올해 입사해서 4개월차입니다.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는 깊이 있게 얘기하기가 곤란합니다.
#어쩌다 협동조합 하게 됐나
주수원: 협동조합은 공동의 필요를 찾아가는, 규칙이 있는 모임입니다. 개개인의 필요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교집합으로 가진 필요를 함께 찾아가는 모임이지요. 사회가 문제를 함께 풀어간다는 뜻인 사회적 경제 그 안에 협동조합이 들어있어요.
사회: 협동조합이 조명을 받고 관심을 받기 이전부터 고민하시고 활동을 해 오신 것 같은데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주수원: 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지게 된 지는 4년 됐어요. 성균관대 교직원으로 일하다가 협동조합으로 오게 된 계기는 대학 때 생협 활동을 했던 게 컸어요. 저는 98학번입니다. 99년에 대학 내에 식당과 매점을 협동조합으로 꾸려 운영해보자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 때 협동조합 활동을 처음으로 할 수 있었어요. 2012년에 협동조합 기본법이 만들어진 뒤에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아내가 하는 일을 함께 하게 됐어요.
사회: 어떤 보람이 있었는지요.
주수원: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됐어요.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에서 일을 하면서 00책 협동조합 이사로 활동을 하고 있어요. 권영은 활동가가 00책 이사님들 모두 한 번씩 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오게 됐어요. 이전에 만나지 못했던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어요. 협동조합은 여러 사람들의 필요를 모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필요에 대해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됐던 것 같아요. 새롭게 만들어지는 협동조합과 그 안에서 발현하는 상상력을 통해 기운을 얻고 있습니다.
사회: 그런데 어떤 형태의 조직이든지 조직이 유지되려면 이윤을 남겨야 하는데, 이익을 내는 방식이 협동조합은 주식회사 내지는 법인과 어떻게 다른지요. 이윤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ㅇ으면서 조직을 유지하는 방식과 메커니즘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요?
주수원: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조직을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주식회사는 투자자 의 이윤을 창출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돈이 안 되는 사업에는 주식회사가 나서기가 어려워요. 사회공헌, CSR 등이 있지만 주식회사의 본질은 돈을 버는 데 있기 때문에 정말 필요한 일, 가치 있는 일에는 주식회사가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지요.
다음으로 주식회사의 대척점에 있는 비영리법인은 독지가가 자산을 출원해 만들었거나 회원들이 십시일반 출원한 사단법인이 있는데, 작은 필요와 소수 사회 계층의 틈새 영역에 스며들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를 절충한 협동조합은 5명 또는 많게는 수백 명이 모여서 자급자족 형태로 공생하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이라고 볼 수 있어요.
사회: 돈이 안 되는 일에는 주식회사가 뛰어들지 않죠. 구성원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투자자에게 돈이 안 되는 일을 절대 안 하는 것 같아요.
주수원: 단기적으로 돈이 안 될 수 있지만, 회사 전체에는 이익이 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런데 최고경영자의 오판이 문제에요.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으로 조직 전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하죠. 노동환경을 침해한다거나 조직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하고요. 정부나 사회가 일정 정도의 선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사회: 저는 대리인으로 주주 모임에 가본 적이 있어요. “100명 중에 50명 오셨습니다”가 아니라 “100주 중에 50주 찬성하셨습니다”라는 식으로 의사 결정을 하더라고요.
주수원: 주식회사는 주식 수만큼 의결권이 있기 때문에 막장, 재벌 드라마에서 지분 싸움을 할 때도 지분을 0.0001%라도 가지고 있으면 회사 경영권을 손에 쥐기도 하죠. 반면에 협동조합은 한 사람당 한 표의 권리가 있기 때문에 주식회사보다 좀 더 민주적으로 통제되는 좋은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기업은 다수가 돈을 투자하고 사회적으로도 자본이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경영자 개인의 회사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회사인 거죠.
#삼성과의 인연은? 성균관대 교직원 경험
사회: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0.57%만 가지고 있으면서 회사를 쥐락펴락하죠. 삼성은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국민이 방향을 제시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어요. 그런데도 삼성은 아무리 문제 제기를 해도 묵묵부답이에요. 삼성이 성균관대 인수를 한 뒤에 장악을 하고 있는데, 성균관대 교직원으로 근무할 때 분위기가 어떠셨는지요.
주수원: 2010년에서 2013년 6월까지 로스쿨 행정실과 전략기획홍보팀에서 근무했어요. 삼성이 무노조 신화로 유명하지만, 성균관대에는 노조가 있었어요. 그런데 노조가 실질적으로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기가 어려웠어요. 불합리한 부분도 많이 있었고요. 그 과정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대학이라는 조직은 교수, 강사, 조교를 비롯해 다양한 노동계급이 있는 사회다 보니 그 안에서도 모순과 갈등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회: 삼성은 인사카드에 주량, 친구관계, 노조와 회사에 대한 성향을 다 관리·감독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친구 아버님이 성대 교수로 재직하셨는데, 인수 시점에 얘기를 들어보니 교수 성향까지 다 파악했다고 하더라고요. 친구 아버님은 재단에 호의적이지는 않으나 연구만 하는 인물로 분류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주수원: 일례로 저성과자 문제가 많이 이슈가 됐었는데, 저성과자에게 기업에서 문제 해결을 하는 툴인 6시그마를 활용해서 과제를 줬다고 하더라고요. 주제는 ‘나는 왜 능력이 없을까’, ‘나는 어떻게 하면 성과를 높일 수 있을까’ 이런 과제를 주더라고요. 인격을 폄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았죠. 그런데 교직원 생활이 즐거운 면도 있었어요. 협동조합 자체의 매력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떠나왔던 거고요.
사회: 6시그마는 최대 효율을 내기 위한 것이겠죠? 일반 기업에서도 효율을 최대한 내는 것을 추구하는데, 삼성이 최대 효율을 내고 있는지 의심스럽네요.
주수원: 이면지를 막 아끼면서도 잘못된 투자를 해서 돈을 날리는 기업이 많죠. 마른 걸레도 짜면 물이 나온다는 게 삼성 문화더라고요. 효율적인 투자는 인간에 대한 투자일 텐데 이런 부분을 등한시 하는 문제가 있죠.
사회: 삼성 직업병 문제도 사람을 돌보지 않는 경영이 야기한 문제라고 봐요.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사회경제적인 관점으로 삼성에 한마디 해주시겠어요?
주수원: 삼성이 적용할 수 있을까요. 국민연금 등 사회가 주주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겠지요. 재벌기업에는 사회적 자본이 많이 들어가 있으니까요 한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라 사회적인 통제 하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극단적으로 협동조합처럼 1인 1표로 의사 결정 구조가 바뀔 수는 없겠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 경쟁과 효율과 이윤 가치보다 협업과 협동, 공존의 가치가 받아들여지는 사회로 만들어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삼성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요. 국민연금을 통해서든 다른 방식을 통해서든 통제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이번에는 협동조합에 대한 이야기 좀 더 해보겠습니다. 속된 말로 장사된다면서 협동조합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는데, 협동조합 정신에 반하는 행위를 하시는 분들에게 전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지요.
주수원: 협동조합은 공동의 필요를 알고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어요. 협동조합을 하려고 하시는 분들이 이 필요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이전에 개인 사업했던 방식대로 하면 안 되지요. 빨리 서둘러서 돈을 벌려고 하시는 분들은 협동조합보다 주식회사 형태를 택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협동조합은 천천히 가더라도,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가치가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죠.
#아이들에게 들려주고픈 경제 이야기는 어떤 취지인가?
사회: 청소년이나 어린 친구들에게 그런 가치를 이야기하고 나누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청소년 대상으로 사회적 경제 강의를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주수원: 협동조합 연구소에 처음 가서 하게 된 일 가운데 하나가 성남 복정고등학교 매점을 협동조합으로 운영한 거에요.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교육하고 운영했어요. 학생들이 어른들보다 더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경우도 있었어요. 어른들이 배워가는 부분이 많아서 이를 계기로 학교 협동조합과 관련한 활동을 더 하게 됐죠.
최근에는 배석호 선생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소 사회경제연구센터장님과 함께 별별 경제 팟캐스트를 하고 있어요. 청소년들에게 재미난 사회적 경제 이야기, 또 다른 경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사회: 청소년들이 자본주의 시스템과 다르게 경제가 운영될 수 있다는 걸 잘 이해하는지요.
주수원: 지금 우리 사회는 경쟁과 자본주의 시스템에 익숙하죠. 사람들에게 협동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 잘 받아들이지 않아요. 사람은 체험하고 몸으로 부딪혀서 알게 된 것들이 있어야 이해를 하는 것 같아요. 매점을 같이 운영하거나, 초등학생들과는 마을 지도를 만들어본다거나. 윤리적 먹거리를 만들어보는 시간도 있었어요. 5천 원으로 지역 농산물을 사고, 노동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 먹거리를 장만해보기도 하고. 추상적인 이야기를 던져주기 보다는 작은 경험을 통해 깨달아 가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회: 자라나는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다른 가치를 실현하는 주체가 됐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요.
주수원: 어릴 때의 경험이 완벽히 기억나지 않더라도 어렴풋이 기억이 있으면 그런 생각들이 모여서 다른 사회를 만들 수 있으리라 믿어요. 장기적으로 나무를 심어서 숲을 이루는 꿈을 꾸고 있어요.
학생들에게 마을공동체라는 말을 많이 하곤 해요. 이 반올림 농성장도 학생들에게는 산 배움터죠. 키움의 대상, 배움의 대상으로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듣기만 했던 학생들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할에 참여해보고 참여가 익숙해지면 민주 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겠지요. 폐쇄적으로 습득하기 바빴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시민의식이 너무 멀게 느껴지는 거였겠지요. 프랑스는 초등학교 때 파업을 배운다고 하더라고요. 사용자와 노동자로 편을 나눠서 노사교섭을 실습해보기도 하고요. 이런 교육이 더 큰 교육이 돼야겠지요.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근로계약서를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아요.
사회: 다른 이데올로기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떠나서, 다양한 가치와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넓히는 교육이 필요한 것 같네요.
주수원: ‘별별경제이야기’로 팟캐스트 이름을 지은 이유도 하나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사회: 삼성 같은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이 사회에 자신들의 이야기만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을 그대로 체화한 상태이기도 하고요.
주수원: 다양한 가치들이 사람의 마음과 머릿속에 스며들어서 사회에서도 효율성, 돈의 논리, 이윤만이 아니라 다른 가치들도 중요하게 생각할 때 더 좋은 판단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삼성도 일류 대기업인데, 이에 걸 맞는 장기적인 판단을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과 같은 태도가 아니라 다른 태도를 취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반올림에 대한 생각은?
사회: 그럼 오늘 농성장 방문 소감과 그간 반올림 투쟁에 대한 생각이 어떠신지요.
주수원: 이어말하기 초대를 받았을 때 잘 모르기도 했고요. 깊이 있는 얘기를 하는 성향이 아니라서 자리에 참석하는 게 괜찮을까 싶었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 중에서도 관심이 생긴 사람들이 있으리라는 마음이 생겨서 왔어요. 농성장에 고무신에 심겨진 이 꽃들이 76명의 돌아가신 분들을 의미한다는 것,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여러 가지 소리가 뒤섞인 가운데 저 쪽엔 감시자가 있고 화장실도 못 가게 한다고 해서 마음이 아팠어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이야기를 하고 관심을 가지면 바뀌지 않을까요. 예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회: 이 곳의 소식을 많은 분들이 알아가고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삼성도 이 곳에 대해 함부로 하지 못하고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함부로 무시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주수원: 자주 찾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종종 자주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사회: 삼성에 대해서도 올바른 삼성의 미래 방향에 대해서도 제시하는데, 삼성이 무엇을 바꾸면 더 윤리적으로 올바른,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요. 삼성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 부정적인 생각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제안해주신다면?
주수원: 기업 이미지 광고를 많이 하는 데 반해서 이런 일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까워요. 이 부분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사회: 이제 농성을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났어요. 앞으로 여기 계속 있게 되면 주수원 선생님 또 오실 수 있으시죠? 마지막으로 삼성에 따끔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따끔하게 해주셔도 되고 애정을 가지고 해주셔도 됩니다.
주수원: 성균관대 교직원으로 있을 때, 대학이 더 좋은 대학이 되기를 원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마찬기자로 삼성 안에서도 삼성이 취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부분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를 원하는 임직원 분들이 계실 거라고 믿어요. 삼성을 더 좋은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하시는 분들이 분명 있으실 거란 얘깁니다. 대주주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렇게 농성장이 꾸려진 것 같은데요, 좀 더 큰 기업이 되기 위해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내가 왜 세상에 농락당한 채
쌩쌩 달리는 차 소리를 들으며 잠을 자는지
찬바람 부는 날 거리에서 잠들 때 너무 춥더라
인생도 시리고도와주는 사람 함께 하는 사람은 있지만
정말 추운 건 어쩔 수 없더라너무 춥더라
인생도 춥더라”
(저녁 이어말하기 전 들은 "꽃다지 4집"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