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알림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다] 4.28 싸우는 산재 노동자 사진전 개막식, 국회의원회관 3로비

반올림
2025-04-28
조회수 213


안녕하세요. 반올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향숙입니다.

4월 28일이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것을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4월 28일을 알리기 위해,며칠 전 반올림과 김용균재단 한노보연이 함께 가산동 안양천 부근에서 시민선전전을 진행했습니다

그날 시민들이 물었습니다. 국가기념일이면 쉬는 날이냐고요


쉬는 날이 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산업재해가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진전에서 반올림은 두 장의 사진을 전시했습니다

하나는 올해 3월 6일 고 황유미 님 18주기 추모제 때 찍은 사진입니다

방진복을 입고 반도체 산재사망노동자 114명의 영정을 들고 행진했습니다


또 하나는  삼성 휴대폰 하청공장인 구미 케이엠텍에서 21살에 급성 백혈병이 발병한 이승환 님과 그 싸움에 연대한 구미지역 노동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입니다

이승환 님은 지금도 투병을 이어가고 있지만 또 다른 하청노동자인 이진희 님은 2016년 2월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과 뇌손상을 입은 끝에 2025년 4월 17일, 3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병들고 죽어간 기록을 보면서 저는 생각합니다.

이건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을요


저는 반올림에서 피해자 상담을 맡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반도체 노동자들의 뇌종양, 재생불량성빈혈, 췌장암 등 여러 직업병 피해 상담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반도체 대기업에게는 특혜와도 같은 특별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특별법안에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대책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국회가 이런 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노동자들의 희생과 안전을 외면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21년간 일을 하였고 거대세포종이라는 희귀종양에 걸려 세 번의 수술을 받았습니다

다시 재발할까 두려운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으며,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기약 없는 산재 신청 의뢰자이기도 합니다

올해 반올림 활동가가 되어 또 다른 피해자들의 산재상담을 지원하면서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산재는 사업주가 안전조치를 소홀히 하고, 법을 지키지 않아 발생합니다. 


그런데 사고가 나면 사업주들은 자신의 책임을 숨기고 오히려 노동자의 잘못된 작업 방법부터 들춰내 해명이라고 내놓곤 합니다.

병의 원인을 노동자가 스스로 입증해야 하며 입증하지 못하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습니다.

4.28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지만 기념일 하나로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진짜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하며 제대로 된 책임을 묻고 강력한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모여 싸우지 않는다면 죽음은 반복되고 고통은 다음 사람에게 이어질 것입니다.


오늘 이 사진전은 그런 죽음과 고통을 멈추기 위해 싸워온 사람들의 기록입니다. 앞서 싸운 사람들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열어낸 길 위에서 또다시 세상을 바꿔 나가야 합니다.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 병들지 않는 세상을 위해 저도 함께 힘을 보태겠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 함께 바꿔 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