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산 반올림 상임활동가
2023년 11월 20일(월)~21일(화) 인도네시아 보고르에 열린 ANROEV 워크샵과 Good Electronics 연례회의에 참석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활동가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유럽 등 여러 국가 활동가들을 만났고 노동안전보건을 주제로 논의할 수 있었다. 필리핀, 대만에서 오신 피해 당사자분들은 본인이 경험한 산업 재해와 노동안전보건 운동에 대해, 노조, 시민단체 활동가, 학자들은 경험과 앞으로의 운동 전략을 공유했다.
우선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운동으로 만들어보려는 활동가들의 자세에 힘을 얻었다. 물론 올해 활동을 시작한 이후 반올림 동지들을 비롯해 가까이 있는 한노보연, 김용균 재단 동지들과 함께하며 운동에 대한 그들의 열정에 감사했고 연대감을 느껴왔었다. 이번 회의를 통해서는 해외 활동가들에게서도 그 열정을 느꼈고, 우리 운동의 영역을 더 넓혀 그들과 함께 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회의 중 무엇보다 각 국의 현장 상황, 특히 산업재해의 현실에 대해 공유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노동안전보건 ‘운동’의 활동가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산재 보험을 신청하고 피해를 보상받는 것에 많은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나는 산재 문제에서 그것에 가장 집중해 있었다. 이달 2일 김용균 재단이 준비한 이야기 마당(제목-산재(散在)한 산재(産災): 재앙을 낳다)에서 삼성 반도체 전신 홍반성 루푸스 피해자께서 ‘산업재해를 겪는 다른 피해자분들께 한 마디 한다면’이라는 취지의 질문에 ‘나를 찾아오라’라는 답변을 하셨다. 자신이 도움을 주실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산업재해 신청과 재해 인정 이후 급여 신청 등 산재 보험제도 전반의 어려움을 말씀하셨던 상황이었다. 이에 ‘자신을 찾아오라’라는 말씀을 그 어려운 과정을 겪어낸 당사자로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했고,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피해당사자분이 멋져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씁쓸했다. 피해당사자가 스스로 산재를 입증하기 위해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하고 긴 시간을 보내야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산재를 둘러싼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심지어는 한국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있어 보였고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동자 자신이 암, 희귀질환과 같은 병에 걸렸을 때 그것이 자신의 노동 환경과 관련이 있다는 인식이 전무하다는 한 시민단체 활동가의 말에 당황했다. 한국도 산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인도네시아는 더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말을 들으니 마치 내가 인도네시아 노동안전보건 활동가가 된 것처럼 막막한 느낌이었다. 그 때 함께 계셨던 백도명 선생님께서 한국에서 있었던 발암물질 제거 캠페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공유해주셨다. 선생님의 힌트에 다행히도 한국에 와서 발암물질없는 사회 만들기 공동행동에서 금속노조와 함께 했던 캠페인을 찾아볼 수 있었고, 진행했던 캠페인들을 현지 단체의 동지에게 공유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산업재해 인식의 상황을 확인하고 그간 한국의 상황을 공부하고 공유하며 노동안전보건 운동이 말 그대로 ‘운동’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노동안전보건 운동이 과거로부터 피해자들을 비롯한 여러 주체들의 고민에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당장 눈앞에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조금 더 먼 관점에서 내가 하고 있는 운동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관점에 기반해 운동에 대해 더 진지한 고민이 있을 것이고 내가 이 운동에 더 기여할 수 있는 지점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회의를 통해 내가 하고 있는 노동안전운동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점을 형성할 수 있었다. 노동안전보건 운동에 대한 더 깊은 고민 이후에 다음 국제 연대에서 역시 새로운 지식과 관점을 얻기를 기대해본다.
이강산 반올림 상임활동가
2023년 11월 20일(월)~21일(화) 인도네시아 보고르에 열린 ANROEV 워크샵과 Good Electronics 연례회의에 참석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활동가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유럽 등 여러 국가 활동가들을 만났고 노동안전보건을 주제로 논의할 수 있었다. 필리핀, 대만에서 오신 피해 당사자분들은 본인이 경험한 산업 재해와 노동안전보건 운동에 대해, 노조, 시민단체 활동가, 학자들은 경험과 앞으로의 운동 전략을 공유했다.
우선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운동으로 만들어보려는 활동가들의 자세에 힘을 얻었다. 물론 올해 활동을 시작한 이후 반올림 동지들을 비롯해 가까이 있는 한노보연, 김용균 재단 동지들과 함께하며 운동에 대한 그들의 열정에 감사했고 연대감을 느껴왔었다. 이번 회의를 통해서는 해외 활동가들에게서도 그 열정을 느꼈고, 우리 운동의 영역을 더 넓혀 그들과 함께 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회의 중 무엇보다 각 국의 현장 상황, 특히 산업재해의 현실에 대해 공유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노동안전보건 ‘운동’의 활동가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산재 보험을 신청하고 피해를 보상받는 것에 많은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나는 산재 문제에서 그것에 가장 집중해 있었다. 이달 2일 김용균 재단이 준비한 이야기 마당(제목-산재(散在)한 산재(産災): 재앙을 낳다)에서 삼성 반도체 전신 홍반성 루푸스 피해자께서 ‘산업재해를 겪는 다른 피해자분들께 한 마디 한다면’이라는 취지의 질문에 ‘나를 찾아오라’라는 답변을 하셨다. 자신이 도움을 주실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산업재해 신청과 재해 인정 이후 급여 신청 등 산재 보험제도 전반의 어려움을 말씀하셨던 상황이었다. 이에 ‘자신을 찾아오라’라는 말씀을 그 어려운 과정을 겪어낸 당사자로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했고,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피해당사자분이 멋져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씁쓸했다. 피해당사자가 스스로 산재를 입증하기 위해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하고 긴 시간을 보내야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산재를 둘러싼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심지어는 한국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있어 보였고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동자 자신이 암, 희귀질환과 같은 병에 걸렸을 때 그것이 자신의 노동 환경과 관련이 있다는 인식이 전무하다는 한 시민단체 활동가의 말에 당황했다. 한국도 산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인도네시아는 더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말을 들으니 마치 내가 인도네시아 노동안전보건 활동가가 된 것처럼 막막한 느낌이었다. 그 때 함께 계셨던 백도명 선생님께서 한국에서 있었던 발암물질 제거 캠페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공유해주셨다. 선생님의 힌트에 다행히도 한국에 와서 발암물질없는 사회 만들기 공동행동에서 금속노조와 함께 했던 캠페인을 찾아볼 수 있었고, 진행했던 캠페인들을 현지 단체의 동지에게 공유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산업재해 인식의 상황을 확인하고 그간 한국의 상황을 공부하고 공유하며 노동안전보건 운동이 말 그대로 ‘운동’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노동안전보건 운동이 과거로부터 피해자들을 비롯한 여러 주체들의 고민에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당장 눈앞에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조금 더 먼 관점에서 내가 하고 있는 운동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관점에 기반해 운동에 대해 더 진지한 고민이 있을 것이고 내가 이 운동에 더 기여할 수 있는 지점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회의를 통해 내가 하고 있는 노동안전운동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점을 형성할 수 있었다. 노동안전보건 운동에 대한 더 깊은 고민 이후에 다음 국제 연대에서 역시 새로운 지식과 관점을 얻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