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1조 노동자 중 2명이 희귀병 백혈병이라니…

반올림
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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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첫 재판 앞두고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출간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의 직업병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6월 황유미(사망 당시 22세), 이숙영(사망 당시 30세)씨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세계적으로 반도체산업에서 직업병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이에 불복한 근로복지공단은 삼성을 앞세워 항소했다. 소송을 지원해온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는 “산재보험의 법적 취지는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에게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을 제공하고 산재를 예방하는 것 아니냐. ‘개인 질환이라는 증거가 없다’면 산재로 인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반올림에 제보된 삼성전자·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는 115명이고 다른 사업장까지 합하면 150명에 이른다(3월 6일 현재). 이들은 이름마저 낯선 다발경화증, 중증재생불량성빈혈, 베게네육우종증, 종격동암 등으로 힘겹게 투병 중이다. 사망자는 45명에 달한다.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지난해 3월 31일 사망한 박지연씨의 장례식에 또 다른 피해자인 한혜경씨가 조문을 왔다. 한씨는 휠체어를 타고 춘천에서 서울 장례식장을 찾아왔다. ⓒ반올림 제공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지난해 3월 31일 사망한 박지연씨의 장례식에 또 다른 피해자인 한혜경씨가 조문을 왔다. 한씨는 휠체어를 타고 춘천에서 서울 장례식장을 찾아왔다. ⓒ반올림 제공


삼성 백혈병 항소심 첫 재판(22일)을 앞두고 최근 출간된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아카이브)은 삼성전자·반도체에서 일하다 병들거나 죽은 노동자 11명의 삶과 고통이 절절히 담겨 있다.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백혈병으로 사망한 딸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백방으로 뛰어다닌 끝에 반도체 노동자들의 산재 문제를 최초로 공론화했다. 황씨는 “백혈병은 10만 명 중 두세 명이 걸린다는 희귀병인데 딸아이와 2인1조로 일한 선배도 백혈병에 걸렸다. 선임도 유산을 해서 회사를 그만뒀다”며 “딸아이는 직업병에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엔지니어였던 황민웅씨는 결혼 3년 만에 아이 둘을 남기고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설비를 설치하고 테스트를 하는 작업이니, 안전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은 상식적이다. 같은 공장에서 11년간 일한 아내 정애정씨는 “삼성은 사과는커녕 ‘증거를 가져오라’고 도리어 큰소리를 친다. 죽어가는 사람들보다 더 어떤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삼성반도체 온양공장 오퍼레이터였던 이윤정씨는 현재 뇌암으로 투병 중이다. 19세에 반도체 회사에 들어가 6년을 일하다 결혼과 동시에 퇴사했다. 한혜경씨는 삼성전자 오퍼레이터로 6년간 일했다. 한씨가 한 일은 납 땜이었다. 납은 발암물질이다. 그는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장애 1급을 판정 받았다.

반올림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한 사람들이 병에 걸렸고, 그것도 중병에 걸렸다면 개인의 ‘불운’으로 치부할 수 없다”며 “삼성반도체에는 이런 ‘우연’이 유난히 많았다”고 지적했다. 한 작업장에서 일하던 이들이 같은 시기 혈액암 계열인 백혈병과 림프종에 걸렸고 특정 공정, 특정 라인에서는 유달리 질병자가 많이 나왔다는 것이다. 불운이라기엔 너무도 이상한 ‘우연’, 이젠 삼성이 대답할 차례다.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muse@womennews.co.kr

2011.12.09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698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mus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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